왜_쪽팔림은_쟤_앞에서만_계속되는가_?
"5분 남았다. 빨리 가야 돼."
.
.
.
.
"아...아!"
나는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음.
뭐 이런 개같은 경우가....
.
.
.
.
옆구리가 시리게 살아온지 어언 n년...
우리 엄마 아들이 아닌 다른 남정네와의 스킨쉽은 n년만에 처음인 만큼
손목을 붙잡힌 이 상황이 충분히 설렐만한 상황이었지만,
모양만 보면 꼭....이건 마치....
난 그냥 안형섭에 묶여있는 한 개의 묵직한 짐짝같았음.
난 우람하고 듬직한 덩치를 소유한 떡대보스였고,
가녀린 발목을 소유한 안형섭이 감당하기에 내 몸무게는 꽤....아주 무거웠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 때 쯤 안형섭의 뜀박질은 점점 느려지는 중이었음.
"야...5분 남았다며...
이렇게 뛰어서 종치고나 도착하겠어...?"
해맑은 얼굴로 나를 끌고 가는 안형섭의 숨소리가 거칠어질 수록
내 몸무게를 끌고가는 안형섭에 대한 죄책감도 조금씩 커져갔음....밍....
그렇다면 내가 끌고간다...!
어제 강다니엘 감자 뺏어먹던 힘으로 추진력을 얻어 앞으로 달려나가니
안형섭은 한 장의 종이 인형 마냥 팔랑팔랑 딸려왔음.
그리고 모든 재앙은 안형섭의 구수한 추임새와 함께 시작되었다.....
"으라차차!!"
.
.
.
만약, 여러분이 나와 안형섭의 공동 흑역사가 생성됐던 그 사거리에 있었다면
고등학생 둘이 하나의 칡넝쿨처럼 얽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임.
덕분에 우리는 무릎에 피를 찔끔찔끔 흘리며
종이 친지 20분이나 지난 뒤에야 교문에 들어설 수 있었음.
5분 안에 가려고 뛰어가다가 20분이나 늦는 클래스....
워...지린다.
*
아무튼, 수업 종이 치기 5분 전에 교문을 통과한 우리 둘은 학생 주임 쌤한테
정말 리얼 헐 완전 대박 개 혼이 날 각이었음.
나는 게다가 오늘이 전학 온 첫 날인데....
하지만 지각을 하긴 거하게 해버렸으므로, 나는 뫄뫄동 최고 쿨녀답게
무릎에 피가 나도 열심히 학교에 왔다는 것을 학주쌤께 강력 어필할 수 밖에 없었음.
아주아주 강력하게.....
선생님 우리 오늘 초면이라구요....
"너는 반 배정 받아야되니까 따라오고.
안형섭 너는 일단 수업은 들어야되니까 이따 점심시간에 와라."
교무실에 가려던 찰나 마주친 안형섭의 눈빛은 아련 그자체였음.
*
"안녕나는여주에서온부산이라고해.
아니,부산에서온강여주라고해.잘부탁한다."
아무말 대잔치였던 자기소개는 나의 흑역사 보관함에 궁둥이를 들이밀었음.
참고로 말하자면, 내 자리는 책상 하나 있는 혼자 자리였음.
뭐...잘생긴 남자애가 짝이길 바랬던 건 아니니까 괜찮아.
뫄뫄동 최고 쿨녀답게....
진짜 레알루다가 괜찮다구요.....
.
.
.
.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찾아간 교무실에는
언제 와있던 건지 안형섭이 벌써 와있었음.
학생주임쌤의 포스란...앞에 있는 안형섭을 눈빛만으로도 쭈그럭뜨릴 수 있을 것 같았음.
그리고 내가 안형섭의 옆에 서자 학생주임 쌤의 표정은 그냥 정색에서 파워 정색으로 바뀌었다는,
슈퍼무적 액션가면도 오줌을 지리게 할 것 같은 무시무시한 표정이었음.
'아 이제 이 학교에서의 생활은 아주 좆되었구나.'
라는 사실을 한 번 더 실감할 수 있었달까...뀨.
"너는 어떻게 된 애가 전학 오는 첫 날 부터 이렇게 지각을 하니."
"그것도 20분씩이나!"
선생님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옆에서 흠칫 놀라는 안형섭의 기척이 느껴졌음.
"죄송합니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이 학교 등교 첫 날 부터 이러니 정말 신뢰가 안가네."
"죄송합니다...."
적막이 흐르는 교무실은 한 마리의 야생마가 되어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숨이 막혔음.
그리고 그 적막을 깨트린 것은 방금까지만 해도 학주 썜의 기세에 쭈그러져 있던 안형섭이었음.
"저...선생님...그게 아니라요..."
"여주가 원래는 일찍 올 수 있었는데 저 때문에 넘어져서 늦었어요..."
"여주 막 불량스러운 애 아니고...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애 절대절대 아니니까....
너무 못된 애로 보지는 말아주세요....."
어디 계속 해보라는 학생주임쌤의 표정에
애교가 철철 흐르던 안형섭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갔지만,
어쨌든 안형섭은 쉴드라는 것을 쳐주고 있었음.
짜식, 감동인 걸...
이틀 다져진 우정이지만 아주 바람직해.
하지만 나는 안형섭의 발언들이 가져올 후폭풍이 리틀...사실 아주 매니 무서웠음.
저 쌤 표정 봐.
아니나 다를까.
"이것들이 근데 아주 짝으로 그러네.
안형섭 너는 뭐 잘한 게 있다고 여주 편을 들어!
그렇게 사이가 좋으면 둘이 손잡고 가서 체육 창고나 정리해."
아까 쌤들 얘기하시는 거 들어보니까
오늘 체육용품 새로운 거 들어왔다는데 하필 오늘 걸려서는.....
존나 운도 없지.....
나랑 안형섭 오늘 관절찜질 예약이요
"안형섭아 가자....
체육창고 정리하러...."
"그래..."
풀이 축 죽은 안형섭은 입술이 댓발 나왔음.
야...하기 싫어도 해야된다고....
"가자."
엥.
입은 쭉 내민 채로 내 손을 잡는 안형섭이었음.
엥.
엥.
엥?
"그냥 가면 되지 왜 손은 잡고...."
"쌤이 손잡고 가라 그랬잖아."
웃는 얼굴에 침뱉을 수도 없고...
.
.
.
체육창고의 상태는 생각보다도 훨씬 별로였음.
우리의 임무는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상자들을 해체하고
공은 공대로 라켓은 라켓대로 정리한 뒤
막 널부러져 있는 다른 물건들 종류별로 정리하는 것이었음.
한문장안에 해야할 일이 4가지나 있다는 것은
쌤이 우리를 아주 단단히 벼르고 계셨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겠지...
얼른 끝내고자 하는 마음에 입을 꾹닫고 묵묵히
상자를 들고 나르는데 아까 그냥 다닐 때는 조금 찌릿찌릿하던
무릎 상처가 쑥쑥 아리기 시작함.
"야...너 밴드같은 거 있어?"
아무것도 안하고 방치해둔 무릎이 불쌍해서
혹시나 하고 그냥 물어봤던건데
안형섭은 주머니를 뒤적거림.
"여기."
“와..."
안형섭과 너무나도 잘어울리는 뽀로로밴드의 등장에
안형섭의 주머니를 도라에몽 주머니 쯤으로 생각하고 있던
강여주(18세/우람보스)는 밴드를 건네받고 붙이지 않고 있는 나를
이상히 여기던 안형섭이 직접 밴드를 붙여주고야 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음.
“잘어울린다."
롸?
누가 누구보고 잘 어울린대;;;;
니가 더 찰떡이야.
“야, 니가 더 잘 어울려."
결국 나도 안형섭의 무릎에 뽀로로 밴드를 붙여주고나서야
우리는 마저 창고를 정리할 수 있었음.
-----------------------------------------------------
무려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형섭이 글을 들고오지 못했네요,,,
죄송해요( ⚈̥̥̥̥̥́⌢⚈̥̥̥̥̥̀)
어떻게하면 글을 재밌게 쓸 수 있을지
매일매일 고민을 하지만...
결과물이 매번 이 정도라 슬퍼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