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가 13명인 썰
: 이 썰은 여자가 아닌 남자로 빙의하는 썰입니다
그 점 분명히 감안하시고 읽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BGM은 수지의 겨울아이를 추천합니다*
셋 또는 넷이서 써야 할 방 안에 열두 명의 남자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음. 그리고 엑소 중 가장 글씨를 잘 써서 글 쓰는 일을 담당한다는 일명 엑소 서기 남징 앞에는 아무 공책이나 북 찢어 온듯한 종이 쪼가리 한 장과 모나미 검은색 볼펜이 놓여 있음. 시선을 돌려 잘 생긴 멤버들을 쭉 둘러보자니 한 명이 안 보이네? 나니? 우리 경수는 어디에? 방 분위기가 조용하고 다들 표정이 진지한 게 도경수가 사고라도 쳐서 불려 갔나 봄. 그러나 곧 김준면이 정적을 깨고 하는 말에 이 대단히 잘 생긴 무리들의 모인 목적을 알 수 있었음. "다들 동의하는 거지? 그럼 경수 생일에 몰카 하는 걸로 결정된 거다? 연기 잘 해야 돼. 특히 찬열이랑 백현이, 종대." 열한 명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밝혀진 종이 가장 윗줄 크게 쓰인 -도경수 생일 프로젝트-. 그 밑으로는 숫자 순으로 일 번부터 여덟 개가량 되는 아이디어들이 쓰여있었고 그중 채택된 것은 김민석이 낸 몰카였음. 누가 반오십형 아니랄까 봐 몰카라니.. 하지만 비록 조금 진부하고 구세대적일지라도 남정네들끼리만 우글거리는 이곳에서 뭔들 재미있지 않으리. 그렇게 시작한 몰카는 홀로 스케줄을 마치고 온 도경수를 한껏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멤버들의 눈빛으로부터 시작함. 도경수는 요즘 들어 남징이 얼마 전 박찬열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피하는 느낌에 기분이 꽁기함.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남징과 경수는 친한 쪽과는 거리가 먼 어색한 사이로 보임. 하지만 둘은 의외로 절친한 사이에 속함. 동갑라인 중 비글 셋을 제외하고 가장 정상적인 둘은 서로를 잘 의지하고 어려운 일이나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털어놓고 상담도 하는 그런 사이. 경수가 혼자 있으면 제일 먼저 와서 말 걸고 장난도 치는 게 원래 남징. 그런데 요새 남징은 다른 멤버들하고 잘 웃으면서 놀다가도 경수가 다가오면 표정을 굳히고 자리를 뜸. 도경수는 당황. 자신은 남징이 싫어할만한 일은 아예 시작도 안 하는 터라 절대 미운털 박힐만한 요만큼의 근거도 없음. 그런데 남징 이놈의 새끼가 날 피해? 난 자기가 밥 먹을 때 소리 내면서 먹는 사람 싫다고 해서 입 꼭 다물어서 먹고 앉았던 의자 안 집어넣고 가는 게 없던 정도 털린다길래 넣고 온 의자도 뒤돌아서 한 번 더 확인하는데! 억울+분함+황당. 도대체 자기한테 왜 그러냐고 속 시원하게 묻고 싶어도 더 멀어질까 봐 그냥 속으로만 앓음. 욕이라도 한 바가지 퍼부을까? 갑자기 왜 그러냐고?는 무슨 또 소심하게 욕도 못하고 혼자 끙끙 댐. 잠도 안 옴. 남징이 자길 피한지 이제 일주일 정도 넘어가는 것 같은데 걱정하느라고 원래 바빠서 제대로도 못 자는 잠 더 못 잠. 날이 갈수록 애가 핼쑥해짐. 난 왜 다른 일에는 잘 넘어가면서 남장이한테만 그렇지 못 할까 자책도 해 봄. 왜 그럴까~ 응? 왜 그럴까 경수야~ 너 빼고 다 안다. (ㅇㅅㅁ). 그렇게 도경수는 지친 마음과 몸 그리고 덤으로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얼굴을 얻고 멤버들은 경수의 반응에 만족해하며 생일 전 날을 맞이함. 멤버들은 은근 미안해하는 남징에게 오늘이 하이라이트라며 자기들이 더 난리를 침. 그렇게 일주일 동안 남징이 경수를 무시했던 그대로 하루가 거의 다 지나감. 그러다 11시 40분쯤 도경수는 연습실로 와달라는 남징의 문자에 급하게 연습실에 도착. 문을 열어 들어가니 화가 난듯한 얼굴의 남징이 있음. 경수는 쭈뼛쭈뼛 남징 앞으로 다가감. "남징아.. 왜 불렀어." "야. 도경수." 저음인 목소리를 더 깔고 부르는 남징에 경수는 은근 겁먹음. "어? 어!" 우리 경수.. 많이 당황했네요. 근데 앞으로 더 당황할 거야. 쏴리. "넌 어떻게 된 애가 왜 그렇게 눈치가 없냐?" 경수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어버버거림. 당황 속에서 방황하는 도경수에 남징이 핵 폭탄을 날림.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진짜 모르는 거냐, 아님 정말로 눈치가 없는 거냐." 우리의 도경수군 눈이 커집니다. 흰자가 보입니다! 많이 보입니다! 평소보다 더 보입니다! "친구로서 말고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내가 도경수를." 눈도 커지고 입도 벌어지던 도경수 이제 막 한 마디 하려고 함. "아,아니 남징이 나도 ㅅ.." 라는 말과 함께 문을 박차고 들어온 멤버들이 황소떼처럼 달려들어 케이크를 경수 얼굴에 투ㅋ척ㅋ 시킴. 도경수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남징을 바라보자 남징은 소름 돋는다며 제 팔을 비비면서 웃고 있음. "와, 진심 나 아까 말하면서도 내 연기력에 박수를 보냈다. 이러다 얘한테 한 대 맞는 거 아닌가 걱정도 했다고." 시..시발? 그러니까 지금 도경수는 열심히 머리를 굴리지 않더라도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저를 피했던 모든 행동들이 다 몰카였고 고백 또한 몰카였다는 걸 깨달음. 지금껏 걱정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어? 속을 얼마나 썩혔는데? 도경수님께서 빡침을 얻으셨고 멤버들 숫자만큼 한 명씩 패주기 스킬을 시전하셨습니다. 광란의 생일파티가 모두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스케줄이 있는 멤버들을 제외한 소수의 멤버만이 잠을 청할 수 있었음. 하지만 도경수는 잠들지 못함. 누워서 눈만 됴르르륵 굴림. 때마침 같은 방을 쓰는 남징이 씻고 들어옴. 몰카 동안 자신을 피한다고 다른 방을 썼어서 오랜만에 같은 방에서 잠. 남징은 그동안 걱정하느라 잠도 못 잤다는 경수가 귀엽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미안해서 경수의 옆에 확 누움. "우리 경수~. 형아 걱정하느라 잠도 못 잤어요? 오늘 형아가 재워줄까요? 응?" "이 미친놈이.. 저리 꺼져. 니가 제일 싫어." 남징 미친 듯이 웃음. 웃다가 도경수가 한 대 칠 기세를 보이자 그제야 웃음을 꾹 참으면서 말함. "형이 토닥이 해줄게 토닥이." 그러면서 이불도 목까지 올려주고 눈 감으라고 재촉. 경수가 눈을 감자 배위로 아기 달래듯 살살 손으로 토닥여줌. 평소 경수가 좋아하던 팝송도 불러주다가 이제 잠에 든 것 같자 남징도 자려고 눈을 감음. "생일 축하해. 잘 자라 도경수." 그리고 한참 후 남징이 잠이 들고 자는 줄로만 알았던 경수의 못다 한 한 마디. "나도 사실 너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