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 선배의 운동장 공개 고백 덕분에 우리 둘은 체육 대회 이후 학교의 공식 커플이 되어버렸다. 사실 그 날 때문에 우리가 공식 커플이 된 건 아니긴 하지만. 다들 우리 둘이 원래 사귀던 사이인줄 알았다고 했다. 민호 선배와는 동아리에서 알게 됐는데 동아리 직속 선배 다 보니 자주 만나고 같이 다니던 모습이 이미 연인처 럼 보였나보다. 괜히 그 생각을 하니 얼굴이 후끈거려 손 부채질을 하며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다. "어, 선배!" 아파트 단지를 나오자마자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더니 민호 선배가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얼마 멀지 않 은 곳에 있는 선배를 향해 달려가 옆에 서니 선배는 웃 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또 엎어지려고 그러지." "아, 선배. 내가 무슨 맨날 엎어지는 것도 아니고!" 입술을 삐죽이며 선배를 올려보니 장난이라며 자연스 레 내 손을 잡는다. 따뜻한 손을 꼭 잡고 기분 좋게 웃 으며 학교를 향해 걸었다. "아, 근데 선배. 원래 등교 이 길로 해요?" 내 기억엔 선배의 집은 학교의 후문 쪽이었고 우리 집 은 정문과 가까웠다. 우리 집과 정 반대라면 반대인 선 배가 왜 아침부터 우리 집 앞에 있는지 궁금해져 걷던 걸음도 멈추고 선배에게 물었다. "아, 그게. 아! 잠깐 뭐 살 게 있어서. 준비물, 그래! 준 비물 사야 해서 이쪽으로 왔어." 선배의 말이 끝나자 나는 그랬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 거리고선 다시 손을 잡고 다정하게 교문을 통과했다. 무슨 준비물이기에 멀리까지 사러간 건진 모르겠지만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 "야, 오늘 피자 나온대! 빨리 가자!" 내 손을 급히 끌고 식당으로 향하는 친구 덕에 팔자에 도 없던 뜀박질을 해버렸다. 이미 식당은 밥에 굶주린 학생들로 북적였고 사람이 많은 것은 딱 질색이던 난 벽 쪽에 딱 붙어 사람이 빨리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혼 자 바닥에 애꿎은 신발코를 문대며 있는데 누군가 뒤 에서 내 어깨를 잡아왔다. 누구지 하고 고개를 돌린 순 간, "00아, 안녕?" 내 볼을 제 손가락으로 꾹 찌르며 내게 인사하는 민호 선배의 얼굴을 보자 잠시 벙쪄있던 나는 같이 웃으며 선배의 양볼을 아프지 않게 잡아당겼다. "이게 언제 적 장난이에요." "그래도 귀여웠어. 볼 말랑말랑해." 변태, 하고 선배의 볼을 손바닥으로 꾹 눌러 붕어 입을 만들자 선배도 내 볼을 똑같이 눌러 붕어 입을 만들었 다. "우리 00이는 이래도 예뻐, 왜." "아으, 거기 둘 꼴값 떨지 마시고 빨리 들어가요." 언제 뒤를 돌아본 건지 방금까지 앞에 있던 무리 사이 에 껴서 떠들던 친구는 우리 둘을 보며 우웩 하는 시늉 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 이번 시간은 음악시간. 음악책과 필기구를 챙기고 음 악실로 이동하던 도중 멀리서 걸어오던 민호 선배와 마주쳤다. 오늘 선배와 굉장히 자주 마주치는 것 같 다. 등굣길에도 만나고, 아까 식당에서도 만나고, 그리 고 지금도 만나고. 그런 생각도 잠깐, 곧 아침처럼 선 배에게 달려가 안겼다. "이동 수업이야?" "응. 음악 시간이에요. 선배는?" "난 그냥 어디 좀 들리느라. 수업 잘 듣고." 내 머리를 잔뜩 헝클이고선 선배는 웃으며 날 음악실 로 밀어 넣었다. 나도 손을 흔들며 안녕! 하고 음악실 에 들어와 앉았다. * 드디어 오늘 하루 수업도 다 끝났고, 야자를 안 하는 나는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혼자 교문을 통과했다. 벌 써 노을이 져가고 있는 하늘을 보며 집에 가서 할 일을 생각하는데 저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 렸다. "00아!" "민호 선배?" "혼자 가는 거야?" "응, 애들 다 야자 해서. 선배는요?" "나야, 뭐, 원래 안 하잖아." 말을 끝내고선 씩 웃으며 능청스레 내 어깨를 감싸온 다. 원래 이 사람이 이렇게 능글거렸나 싶을 정도로 요 즘 선배의 모습은 정말 능글맞은 능구렁이다. 바람 빠 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슬쩍 선배 쪽으로 기댔다. "아, 근데 선배. 집 후문 쪽 아니에요?" "어? 어.. 그게, 아, 그게 말이야.." "그러고 보니까 오늘 선배 되게 많이 마주치는 것 같 아요. 혹시.." "아, 아. 그러니까 00아! 내가 너 스토킹 하던 건 아니 고, 네가 자꾸 걱정 돼서.. 네가 내 눈 앞에 보여야 안심 이 돼서 그런 거야! 오해하지 마 절대!" "...난 선배랑 텔레파시 통하는 것 같다고 얘기하려던 건데.." "..어?" 아, 이제 보니 이 선배. 능글맞은 게 아니라 귀여운 것 같다. 피실 거리며 흘러나오는 웃음을 못 견디고 혼자 크게 웃으니 선배는 얼굴부터 머리끝까지 새빨개져서 는 '아, 쪽팔려.. 진짜 쪽팔려....'를 연발하고 있다. 덩 치는 무지 커가지고 귀엽기까지 하다니! 너무 웃어서 삐질 흘린 눈물을 닦고 아무렇지 않게 선배의 손을 살 짝 잡았다. 선배는 내가 손을 잡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날 바라본다. 그러는 도중에도 내 손은 놓지 않고서 꼭 잡고 있는 것이 또 귀여웠다. 나는 그런 선배를 모르는 척 앞만 보고 있자 곧 실실 웃으며 다시 능글맞은 선배로 돌아와 내 손에 깍지까지 꼈다. "얼른 집에 가자. 가는 길에 떡볶이 먹을까?" 빨리 쓰고 싶었는데 시간도 없고 연애 세포가 살아있 지를 못 해서.. 깨꼬닥......... ㅜㅜ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혹시 더 보고 싶으신 이야기 있으신가요? 시..신청 받 아여.... (글 쓴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신청 받는 파렴치 함!) 암튼 매번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읽어주시는 분들 모 두 감사합니다! 하지만 안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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