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보니 박지훈과 안형섭이 추우니 얼른 들어가라며 손을 흔들고 있었고 나는 고맙다고 인사하고 집으로 들어갔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뭔가 태풍과 폭풍우가 휩쓸고 간 느낌이다. 됐고 방학때 해 질 때까지 처자다가 갑자가 아침 일찍 일어나니 졸려 뒈질 것 같다. 그냥 처자는게 답인 것 같음! * "졸려.........."
"어깨 빌려줄까?" "...아니..." 그런 스킨쉽은 최소 썸...타는 사이에서 하는 거 아닌가? 얘는 날 아예 동성으로 보기로 한 건지...; 정식으로 처음 같이 등교하는 날에 안형섭이 박지훈을 버리고 내 옆에 앉더니 어깨에 기대라는 발언을... 함. 당황스럽게 하는 거에 일가견이 있는 것 같음. 난 하루에 13시간을 자도 졸리고 3시간을 자도 졸리고 뭘 해도 졸린 사람으로서 여름 방학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옘병 어제 입학식이었지. 학교에 가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내가 학교에 가는 이유는 황제님의 얼굴을 보러, 그리고 밥을 먹으러 가는 거다. * "오늘은 우리 반 첫 수업이니까 자기소개 좀 해보자" 아씨발.......싫어제발아아안돼요아ㅠㅠㅠ나진짜관심받는거넘싫은데......;; 담임 선생님은 반에 들어오시더니 출석 체크를 하다 박우진이라는 아이의 행방을 묻고 댄스부 활동 때문에 없다는 형섭이의 말에 수긍을 하고 자기소개를...;; 시키셨음. 어제가 입학식이었는데 바로 시작을 하나.. 뭐하는 학교인지. 후에 안형섭한테 물어보니 입학식에 댄스부 오디션을 보고 난 후 즉시 결과가 나오고 다음 날부터 활동을 시작했다고 얘기해줬음. "......하..."
"하기 싫어?"
"싫어......" 내 말에 박지훈은 바람 빠지듯 웃어댔고 나는 너무 긴장돼서 배까지 조금 아파왔음. ㅣ발 존나 하기 싫다. 내 앞 애들이 다 자기소개를 끝내가고 있고 내 순서가 다가왔음. "우리반 유일한 여자네" 내 순서가 됐을 때 담임 선생님의 말에 자고있던 애들까지 일어나고... 엄청난 관심을 받았음. 자리에서 일어나 교탁까지 가는데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환호에 연예인 데뷔라도 한 것 같았음 ㅆ발. "저...는 김너듀입니다." "너듀한테 질문할 거 있는 사람?" "전화번호요~~~~"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 분명 내 전 순서까진 질문 아무도 안 했었으면서... 전화번호, 이상형, 연애 횟수, 남자친구 유무, 키 몸무게(?), 사는 곳 등등 졸라게 무례한 질문까지 해대서 기분이 안 좋았음. "저는 욕 안 쓰고 자기 할 일 잘 하는 착한 사람 좋아해요." 대답 해주는 것도 싫어서 대충 한마디 하고 자리로 들어왔는데 뭔가 큰걸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음. 생각이 드니까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넋이 나갔음. 옆에서 박지훈은 수고했다며 등을 토닥토닥 해주고 있었고 내 뒤에 앉은 안형섭은 내 머리카락을 만지며 "나 욕 안 쓰는데!"하며 떠들어댔음. 그리고 옆에서 배진영이 "그래도 넌 아니야."라고 한 건 안 비밀. (그리고 사실 내가 욕 제일 많이 하는 건 무조건 비밀) * 남초 학교에 와서 그런지 홍일점인 나는 뭐만 해도 리액션이 너무 컸음. 수학 시간에 내 번호가 불려 칠판에 가서 문제를 풀면 내가 뭐 대단한 것을 해낸 것처럼 박수도 치고 공부도 잘 한다, 예쁘다 등등 빈말로 추정되는 말들을 해댐. 그 중 예쁘다고 한 애는 내가 기억해두겠어. "너듀야 안녕." "어...어?" 여기 애들은 친화력이 다 개썅 좋네 죽어나는건 나 혼자뿐인것,,?"안녕! 난 주학년! 내 친구들이 네 얘기 많이 하더라~"
"아... 안녕 학년아.""헉" 내가 제 이름을 부른 것에 놀란 것 같았음. 짜식 귀엽네. 주학년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았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자는 척 했을 때 세명의 남정네랑 친한 애라는걸 기억해냈음. 주학년의 "우리 친하게 지내자!" 라는 개씹덕인 발언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음. 그걸 보고 2차 놀란 주학년이 어! 라며 웃는 거 처음 보는 사람같은 소리를 내서 내가 아무 말 없이 주학년 눈을 쳐다보니 "웃으니까 예쁘다!"라고... 학년아......... 고맙다... 우리 이제부터 짱친. *
"박지훈 나 물 좀."
뒤를 돌아 배진영과 빙고를 하고 있었는데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어떤 애가 땀을 흘리면서 물을 찾았음. "이제 오냐?" "바로 다시 가야돼." 교복도 안 입고 있길래 양아친가... 했는데. 그 아이가 다시 교실을 나간 뒤로 박지훈의 쟤도 중학교 때부터 참 열심히다. 라는 말을 시작으로 배진영이 춤 좋아하고 잘추는데 뭐가 문제겠냐. 라며 그 아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 양아치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미안해졌음. 사람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랬지 이년아. *"너듀! 잠깼어?"
"나 졸려..." "밥 먹으러 가자. 얘넨 아직도 자네." 첫 수업이니 조용히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라는 말을 끝으로 교실을 나가버린 체육 선생님 때문에 반 애들은 0.1초만에 꿈나라로 빠졌음. 어떻게 돼지같이 알았는지 종 치기 2분 전 쯤 눈이 떠져 넋을 놓은 채로 꿈뻑꿈뻑 멍을 때리고 있는 나에게 자기도 방금 일어났는지 하품을 하며 주학년이 나에게로 와 말을 걸었음. 그리고 내 사방에서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에 빠진 존세남 (존잘 세 남정네)한테 등을 찰싹 때리는 것도 덤. D"그래서 어디로 간다고?"
"폐교래..."
"그럼 정리하고 피피티는 내가 만들게. 그래도 되지?"
"폐교는 박우진이랑 나랑 배진영이랑 너듀랑 다녀올게!"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요? 진짜 말 안 되겠지만. 친해지는 계기도 가지고 발표하는 능력도 기를겸 자유 주제로 조를 짜서 뭐든 발표를 하라고 하는데... 일단 우리 조엔 형섭이 그리고 박우진 박지훈 배진영과 입학을 2년 늦게 했다는 임영민님...이 있었음. 그리고 어딜 다녀오냐면 폐교랍니다 폐교. 우리 학교와 그렇게 멀지 않은 산 주변에 있는 페교. 흥미로운 주제와 깔끔한 발표 등 1위를 한 조는 특별한 선물이 있다고 했음. 그래도 폐교는 심하잖아. 아..ㅋㅋ 죽을까...; "폐교... 나도 가는 거야?""못 가겠어? 바꿀까?"
"남자가 3명이나 가는데 뭘. 별 일 없겠지"
"갈, 갈겠습니다." ... 복학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안 갈 수가 없잖아요. 씨발 가서 오줌 지려도 몰라. 진심임. * "형섭아 나 무서워..." "어우 나도 무섭다. 손 잡아줄까?" "웅......." 스킨쉽은 썸만 하는 거고 자시고 지금 무서워서 돌아버릴 지경이었음. 제발 아무나 살려주세요. 이제 막 들어가는데 진짜 무서워서 죽을 것 같음. 나 나름 담력 세다고 생각했단 말이야... 진짜............아오씨팔. "워!" "악!!!씨ㅂ,ㅇㄹ걱ㄱ갼〈〈÷" "애 울겠다" 너무 무서워서 안형섭 팔 한 쪽을 잡고 거의 울상으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안형섭이 날 툭 치면서 놀래켰음. 박우진이 내가 울겠다면서 내 팔을 잡아줬음. 형섭이 진짜 워고 자시고 나랑 현피 워 한 번 떠볼래."어디 어디 다녀오래?"
"영민이 형이 미술실 과학실 화장실이래."
"무서운 곳으로만 잘 골라놨네"
왼쪽엔 안형섭 오른쪽엔 배진영 앞엔 박우진을 두고 학교를 돌아다녔음. 누가 보면 내 자릴 부러워하겠지만 씨발 여긴 폐교라 아니 뭐 뭐라니 아 그냥 너무 무섭다 무서워무서워 * "여기가 미술실이야...?" "응 잠시만 너듀야 나 사진 찍을게" 나 진심 친화력 개찐따고 소심한데 그게 뭐가 중요해 여긴 폐굔데.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모르겠는데 형섭이가 사진 찍겠다고 내 손을 떼자마자 한 손엔 배진영 손목을 잡고 남은 한 손은 박우진 후드집업을 잡았음. 미술실 과학실까지 다 사진을 대충 찍고 이제 화장실만 대충 들리고 가려고 화장실로 향하는 길에서 밑에 뭐가 걸리길래 내가 넘어졌음. 다 시꺼멓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손전등에만 의존하니까 당연히 안 보이지. 근데 내가 넘어지자마자 분명 배터리 다 새거로 꽉꽉 채웠다고 형섭이가 자랑한 손전등이 깜빡깜빡 하기 시작했음. "너듀야 괜찮아? 내 손 잡아." "어, 야 이거 왜 이래?" "미친. 곧 꺼질 것 같은데..." 넘어지자마자 형섭이는 날 일으켜줬고. 박우진은 손전등을 앞뒤로 보면서 뭐가 문제인지 찾고 있었고 배진영은 그 옆에서 미친. 좆됐다. 등 내 심정을 대변해줬음. "안 되겠다 얼른 나가야겠다" 형섭이의 말에 나는 내 앞에 보이는 사람 팔을 진짜 꼭잡고 눈물 주륵주륵 흘리면서 학교를 빠져나왔음. 시발진짜 살다살다 이런 경험도 다 하네. 간신히 학교를 빠져나오고 이제서야 울고있는 날 본건지 형섭이가 깜짝 놀라더니 눈물을 닦아주면서 너듀 많이 무서웠어~ 하면서 달래줬음ㅠㅠ 그거에 더 서러워서 엉엉 울었고. 그리고 박우진이 부른 건지 박지훈은 학교 정문 쪽으로 들어오고 있었음. "아까 학교 나오면서 내가 누구 팔 진짜 세게 잡았는데 미안해 누구야...?""응? 난 아닌데?"
"나도 아닌데"
"난 제일 앞에서 가고 있었어."
아... 시발 박우진의 말을 끝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눈물이 더 났음. 멀리서 걸어오다가 내가 우는걸 이제 알았는지 박지훈이 무슨 일이냐며 눈물을 닦아주면서 머리를 정돈해줬음. "아 진짜... 장난 치지 마....""미안미안 나야. 내 팔 잡았었어"
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더 서러워서 배진영을 주먹으로 약하게 치고 울었음. 그랬더니 안형섭이 끼부리는 거냐고 장난을 걸었음. 형섭아... 진짜 끼억 소리 날 정도로 혼나볼래. 네명의 남정네는 나 달래서 집에 보내야겠다고 패스트푸드점에 감. 배진영은 아까 장난친거 미안하다고 내 햄버거 값을 내준다고 했고. 너 이자식... 좋은 자식."너듀는 데려가지 말 걸 그랬나"
그걸 이제 알았냐. "그래도 오늘 최고로 귀여웠어~"아 진짜 정말. ♡ 암호닉은 제가 따로 글을 올리면 그때 신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슴다ㅠㅠ 글을 쓰면서 두 번이나 날라갔어요... 그래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글을 썼더니 퀄리티가 형편없네요(언젠 좋았던 척) 그래서 이해 안 가는 부분이나 이상한 부분은 살짝쿵 얘기를... 해 주시면 제 뽀뽀를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C와 D를 합쳐서 구독료를 좀 올렸어용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