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벽화
w.운현
BGM :: 나를 잊지마요, 걸스데이
"성규야,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주는 거 빼고."
"기본이 몇 시간이죠?"
"7시간인데, 너 혼자 지금 기본적인 것 빼고 비워졌어."
"그거야 당연히 한게 없으니까…"
"그러니까 방학 동안 해오라고."
"꼭 채워야되요?"
"봉사 7시간으로 어디서 누가 널 데려가."
"아, 그런가‥"
무슨 봉사시간으로 학교가나, 그 놈의 성실함은 왜 보는거야. 뻐근한 목을 돌리며 일찍 끝나버린 교내를 둘러보다 집으로 서둘러 뛰어갔다. 오늘부터가 아니래도 빨리 끝내버리고 싶었다. 방학 때도 이렇게 학생들을 부려먹으니 선생들 원하는대로 해줘야 좀 조용해지려나.
"벽화그리기? ‥8시간이나?"
두 번만 다니면 봉사시간 채우는 건 누워서 떡 먹기였다. 어떻게 그리던간에 봉사는 했으니까 시간은 주겠지. 이번 주 동안 아무 시간대에 가면 된다. 그럼 지금 가도 되나. 아무래도 전화를 해보고 가는게 좋겠지.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고 핸드폰 주인이 받기만을 기다렸다.
'여보세요?'
"아, 봉사하려고 하는 학생인데요. 당장 하고싶어서요."
'지금요?'
"지금이 안돼면 내일이라도.. 됄까요?"
'음, 지금이.. 12시니까, 30분까지 도착하실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네. 그럼 건물 로비에서 명단 확인 하니까, 나오세요.'
헐, 목소리 짱 좋다. 잘 생긴 담당자 형의 목소리를 끝으로 서둘러 집을 나섰다. 30분이 되려면 15분이나 남은 넉넉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도 집에 조금이라도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목소리 만큼이나 잘 생겼을 그의 얼굴도 보고 싶었고 어떤 봉사를 하게 될 지 무척이나 궁금했기 때문에. 30분이 되기까지 5분 정도를 남기고 도착했을 땐 아무도 없었다. 설마 나 혼자 늦은 건 아니겠지. 흐엉. 어떡하지 어디 계시지. 잘 생긴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이네 그럼 혹시 목소리만 잘 생겼나. 아 어떠카지 어떠캄 어디 계시지.
"어떠카긴 뭘 어떠캅니까?"
"..헐."
"김성규 학생, 맞죠?"
"...응네."
"원래 혀가 짧아요?"
"네?"
"어떠카냐면서."
"아, 아니.. 하하, 어떡하냐고.. 한건데."
"나 잘 생겼어요?"
뭐야, 이 아저씨.. 네, 뭐 잘 생긴 건 맞는데.. 저희 봉사 늦었는데요? 내 말에 급하게 명단 체크를 끝낸 그가 손목을 잡고 작고 아기자기 한 교실 같은 곳으로 끌어당긴다. 들어서자마자 쎄하게 나는 페인트 냄새와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정말 새로운 것을 보는 마냥 신기해서 두 눈만 깜빡였다.
"딱 봐도 그림 못 그리죠?"
"..어떠케 아셨,"
"거기 붓 쥐어봐요."
"어떤거.. 이거요?"
"네. 그거."
"이걸 여기다 살짝 칠한 다음에 쭉- 선 그리면 돼요."
"아아. 쉽네요."
"주변에 도트도 몇 개 찍어주면 귀엽고."
"형도 해봐요."
내 말에 당황했는지 살짝 놀라다가 옆에 있던 붓을 들어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 생각해보니 이름을 몰라서 조심스레 묻자 남우현이라고 한다. 얼굴이랑 목소리랑 딱 알맞게 매치되는 이름. 잘 어울리네요. 장난스럽게 벽에 남우현이라고 적어보이자 그게 뭐냐며 눈꼬리를 축 내리며 웃는다. 그러더니 저도 따라서 김성규라고 적은 우현을 보며 같이 웃었다.
아무래도 그리는 건 어려운지라 밑그림이 그려져있는 곳으로 가 쭈그려 앉았다. 희미한 연필 자국으로 무슨 색을 칠해야 하는지 써져있어 입꼬릴 올려 웃곤 다양한 색의 페인트 통 들을 옆에다 놓은 뒤 꼼꼼히 칠했다. 차차 완성되는 그림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이들이 보면 되게 좋아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와, 되게 잘 칠했다."
"..그냥 칠한건데."
"뭘요, 완전 꼼꼼히 벽 뚫릴 것 같던데."
"다 봤어요..?"
"아니, 원래 담당자니까 봐야지."
"핑계는."
"진짜야."
"근데 왜 반말해요."
"내가 너보다 3살 많아요."
어느덧 하늘이 거뭇거뭇 해지고 사람들도 마무리를 짓는 듯 붓과 물통들을 씻기 시작했다. 어느 무리는 벌써 가방을 메고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시간을 확인한 성규가 우현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나도 이제 가야되는데 더 있을거에요? 성규의 질문에 아쉬운 듯한 표정을 한 우현이 내일도 나올거냐고 물었다.
"봉사 시간 채우라고 닦달하는데 나와야죠."
"그럼 됬어요. 카톡해요 성규씨."
"그냥 반말하는게 나아요."
"번호 알지?"
"이미 저장해놨어요."
"잘 가. 내일 보자."
"..큼, 네."
성규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던 우현이 토시와 장갑을 벗으며 뒤를 돌아 마무리를 지으러 들어갔다. 괜한 부끄러움에 겉옷을 툭툭 털던 성규가 고개를 갸우뚱 저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카톡이 왔다는 알림이 세 번 정도 울렸지만 기꺼이 확인 하지 않았다. 확인하면 괜히 간질거리는 마음에 집에 못 돌아갈 것 같아서. 핸드폰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신발도 갈아신지 않고 확인한 건 비밀.
오늘 수고했어요
내일도 꼭 나와요
반말이 좋다 그랬지 참
성규 계속 보고싶은데 이거 보면 답 꼭 하기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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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헬로 니하오 안녕?
난 특별하니까 인사를 네번하겠어.
이번썰은 특별할 예정이에요
왜냐고요? 안알랴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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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사랑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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