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정세운
W.체리맛토마토
MXM-GOO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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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에요, 세운씨."
"좋아요?"
"네, 좋아요."
"그럼 나도 좋아요."
이 남자, 아니 인형? 근데 남자니까 남자는 맞지, 그래. 이 사람 인형인 남자와 같이 살게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요즘 외롭다는 내 말에 인형이라도 끼고 살라던 친구가 선물해 준 것이다. 나이는 21살이라고 했지만 사람을 만나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것이 많았다. 단어부터 감정까지. 그래도 나는 이 남자 덕에 외롭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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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 언제 와요?"
"다섯 시까진 올 것 같아요."
"우리 이따 서점 가면 안 돼요?"
"뭐 살 거 있어요?"
"책 사고싶어요."
"그래요. 이따 서점 가요. 다녀올게요. 이따 봐요."
"네."
이따 서점 가자는 말에 알겠다고 답하니 방긋방긋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모습을 눈에 담고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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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수업이 생각보다 늦게 끝나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택시를 타도 다섯 시 삼십 분정도 돼야 도착할 것 같아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여러 번 신호가 갔음에도 기계 소리만 들려와 종료 버튼을 눌렀다. 원래 없던 집 전화를 세운때문에 만들었는데 사용법을 안 알려준 탓에 받지 못 하는 듯 보였다. 혹시나 받을까 싶어 걸었던 건데 역시나 받지 않았다. 집에서 한없이 현관문만 보며 날 기다릴 세운의 모습이 그려져 택시 기사님께 조금만 빨리 가주실 수 있냐고 부탁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앞에 도착했고,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빠르게 뛰어가 엘레베이터를 잡았다. 집 앞에 도착해 비밀번호를 하나하나 누르니 안에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나 문을 열자마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뜬 세운이 보였다.
"많이 기다렸어요? 미안해요. 수업이 늦게 끝나서."
"괜찮아요. 근데 아까 저기서 따르릉했어요."
"따르릉 했을 때 이렇게 들어서 귀에 가져가면 저랑 같이 있지 않아도 얘기할 수 있어요."
"그럼 아까 이렇게 했으면 다은씨랑 얘기할 수 있었어요?"
"네, 제가 더 일찍 알려줬어야했는데 미안해요."
"다음에 또 해요."
"그래요. 우리 이제 서점 갈까요?"
"네!"
고개를 세차게 두어 번 끄덕이며 답하는 모습에 살짝 웃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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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우리도 손 잡아요."
엄마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아이를 빤히 보더니 이내 나에게 손을 잡자며 손을 내밀어왔다. 내밀어진 손을 살짝 잡으니 눈을 접어 웃어보였다. 순수한 웃음은 언제 봐도 참 예쁜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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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살거예요?"
"시 살거예요."
"시 알아요?"
"티비에서 봤어요."
시집을 사고싶다는 말에 어떻게 아냐고 물으니 티비에서 봤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것 저것 여러가지 시집을 둘러보다가 이내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았는지 제 품에 꼭 안고 나에게 돌아왔다. 이거 사고싶어요. 이거면 돼요? 하나 더 사도 돼요? 네. 그럼 이것도... 왜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표정을 짓는데 어떻게 안 사줄 수 있어. 설레는 표정으로 시집 한 권을 더 들어보이는 세운에 고개를 끄덕여주곤 계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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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앉아 시집을 읽었다. 한 문장 한 문장 꼼꼼히 읽으며 의미를 해석하는 듯 보이던 세운에 한 번 펼쳐진 시집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나서야 덮어졌다.
"다 봤어요?"
"네, 멋진 말들이 많아요."
책을 덮는 모습에 다 봤냐고 물으니 멋진 말들이 많다며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하나 하나 읊어주었다. 기분이 좋아 어깨를 들썩이며 얘기하는 모습에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다음에 또 사줘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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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 주씨!"
"네?"
"저거 저거 왜 해요?"
다급하게 날 부르는 소리에 거실로 나와 세운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티비 속 드라마에서 입을 맞추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순수한 눈으로 저건 어떨 때 하는 거냐고 물어오는 세운에 잠시 당황하다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이 사랑할 때 하는 거예요. 그렇구나. 아직 어린 아들한테 키스신 보여준 기분이네... 괜히 민망해져 목을 긁적였다.
"있잖아요."
"네."
"주씨도 저거 해봤어요?"
"어... 해봤죠."
"하면 어때요?"
"좋아요. 설레고 콩닥콩닥해요."
"콩닥콩닥?"
"네, 심장이 두근두근해요."
"그럼 나 주씨 사랑하니까 나도 할 수 있어요?"
"네?"
"할래요. 나도 콩닥콩닥 두근두근!"
고개만 돌려 날 보던 세운은 어느새 몸까지 틀어 날 마주하고 있었다. 자기도 하고싶다며 두 눈을 반짝이는 모습에 민망해져 눈을 굴리고 있을 때 입술이 닿았다떨어졌다.
"진짜 콩닥콩닥 두근두근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 입술을 만지며 해맑게 웃는 세운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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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 인형 아니고 사람이지 노린 거지!!
순수미 낭낭한 온포뇨 세운이가 보고싶어서,,자급자족,,
4 6 연하는 오후에 꼭 올리는 걸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