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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10년 04
W.망개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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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좀 서운하네, 그래도 10년 만인데, 반가운 척이라도 해주지"
*
그렇게 박지민이 우리집인지 내 머릿속인지 전부 휩쓸고 나간 뒤,
몇 분 동안은 혼자 벙 쪄있던 것 같다.
그러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인 김태형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어, 김여주 끝났냐"
"내일 회사에서 아는척하면 죽빵이야"
그런 내 말에 큭큭 웃어댄다
"웃긴 가봐, 내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왜, 그냥 본부장과의 미팅이었는데 뭐.
비즈니스 모르나 봐 김사원?"
비즈니스에 발음을 굴려가며 말하는 김태형에
욕도 못하고 끊을뻔했다.
"야, 됐고 본부장이라는 사람 있잖아.
너 그 사람 정보 있으면 공유 좀 해봐"
"오, 외모가 출중하다는 소문이 돌던데
우리 여주도 빠져버린 거야?"
내가 무슨,
김태형은 개소리를 하도 하더니 실력이 갈수록 늘어간다.
"너 때문에 내 입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
좋은 '말'로 할 때 곱게 말하자"
"에이 나 상처받게,
일단 나이는 우리랑 동갑이래, 나이 어린데도 되게 일 잘한다는데?"
그래, 그것도 나랑 동창사이야.
일 잘하겠지, 걔 천재거든.
"이건 확실하지는 않은데,
그 본부장이 원래 다른 부서로 발령 결정이 났었나 봐.
근데 뭔 이유인진 몰라도 우리 부서로 오고 싶다고 해서 왔다던데"
나도 조금은 의문이었다.
그렇게 잘난 박지민이 왜 하필 우리 부서에 온 건지,
우리 부서가 다른 부서들보다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무시를 종종 당하기 때문에.
그렇게 김태형과의 전화를 끊고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고,
'설마 나 때문에?'라는 생각까지 해봤지만
내가 이 부서인지도 몰랐을 텐데 무슨 수로라며
바로 접어버렸고, 결국은 그냥
'박지민은 워낙 이상한 애니까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결론을 내버렸다.
*
맨날 가던 회사인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걸까,
그냥 기분 탓이라고 생각해야지.
설마 박지민 때문에 그런 건 아닐 거니까,
-
"어이 김여주~, 오늘은 왜 늦게 와"
박지민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평소보다 늦게 왔나 보다.
"김사원님, 아는 척 하지 말라고 부탁드렸는데요"
"와, 김사원님이래. 나 지금 좀 상처"
그렇게 말하며 불쌍한 척을 하는 김태형이다.
저 연기에 한두 번 속았지만 이제는 아니지.
무시하고 들어가자,
"오케이, 내가 오늘 치킨 쏜다. 됐지?"
됐기는,
.
.
.
됐다.
치킨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아, 김태형과 나 사이에 대해 말하자면
김태형과 나는 우리 부서에서 유일하게 동갑이었고,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김태형과 붙어 다니게 된 것 같다.
저렇게 티격태격해도 서로 의지하고 힘들 땐 죽자고 같이 술 먹어주는 사이,
나의 인간관계에 대해 말했을 때,
수정이와 박지민이 유일한 깊은 사이라고 했지만
현재, 박지민은 애매하고 ..
오히려 김태형이 그 박지민 자리에 들어간 느낌이랄까.
*
자리에 앉아 주말 동안 밀린 업무를 하기 시작하는데
팀장님이 부서원들을 집중시켰다.
"자, 오늘 드디어 본부장님께서 새로 오시게 됐습니다."
그 뒤로 박지민이 보인다.
"제2부서에 새로 발령 오게 된 박지민입니다.
앞으로 잘 지내면 좋겠네요."
그에 여사원들은 난리가 났다.
박지민이 잘생겼나?
어, 이거 뭐지.
옛날에도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 근데 박지민은 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하는 거야.
괜히 주눅이 들어 눈을 피해버렸다.
그런 나를 본 박지민은 나를 향해 웃어보이고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아 진짜, 쟤 이상해
*
-10년 전-
"알겠지, 소원 다 들어줘야 돼 너"
"아, 몰라. 뭔 소원이 그래,
너도 내 소원 하나 들어. 너무 불공평해"
나는 정말 딱 하나였다.
"연락 끊지 말기.
많이 안 바랄거야, 일 년에 한 번이라도 괜찮아"
정말이었다.
그냥 나를 잊지 않았다는 것만 알면 됐다.
내 말에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웃으며 알겠다고 말하는 너였다.
너의 그 웃음을 보면 아무 걱정이 없어졌다.
그래서 너를 더 쉽게 믿었나 보다.
네가 떠난 뒤, 매년 너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리고 나는 너에게서 한 통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그에 적잖이 충격 아닌 충격을 받고 힘들어했던 것 같다.
너는 나를 그냥 잊고 잘 사는구나.
그리고 나는 너와 했던 약속, 그리고 너를 잊기로 했다.
-
생각보다 하루는 정신없이 흘러가 마침내 퇴근시간까지 몇 분 남지 않았다.
무슨 치킨을 먹을까 고민을 하는데
본부장실에서 나온 팀장님의 말에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오늘 본부장님도 새로 오셨는데 간만에 다 같이 회식이나 하죠"
팀장은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한 번더 느꼈다.
회식자리가 얼마나 불편한지 팀장만 모르는 것같다.
다른 부서원들도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표정관리를 하며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 간만에 치맥 할랬더니 팀장이 방해하네"
김태형도 같은 심정이었는지 어느새 가방을 다 챙기고는 내 옆에 와있었다.
"진짜 가기 싫다."
내가 자동적으로 입을 내밀고 가기 싫은 티를 내자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는 나를 타이르는 김태형이다.
"치킨은 내일 먹지 뭐, 본부장님도 새로 왔다니깐 언젠간 해야 될 회식이었고"
그래, 뭐 매도 빨리 맞는 게 낫지.
그렇게 김태형과 같이 나서는데
마침 본부장실에서 나오는 박지민과 눈이 마주쳤다.
왜인지는 몰라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
"자, 본부장님도 새로 오셨는데 건배나 할까요?"
그래, 팀장님아 지금 너만 신났어.
그나저나 박지민은 회사에서까지만 해도 표정이 안 좋더니
어느새 부원들에게 술을 받으며 여유 있게 술을 넘기고 있었다.
쟤는 나랑 같이 회식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나,
적어도 나는 그랬다.
10년 동안 아무 연락 없다 뜬금없이 본부장이라며 우리 집에 나타난
박지민이 달갑지만은 않았으니까.
아, 또 박지민 생각이다,
김태형한테 술이나 달라 해야지.
"야, 맥주 좀 줘봐. 술땡긴다 오늘"
"너 오늘은 많이 마시지 마라, 저번에 너 업고 가다 허리 나갈뻔했어"
김태형을 받아줄 기운도 없어 무시하고 술을 따르는데,
"뭐야, 너 어디 아파? 왜 이렇게 기운이 없냐"
김태형의 말이 들렸는지 나를 쳐다보는 박지민과 눈이 마주쳤다.
아, 또 눈 마주쳤어.
박지민은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눈을 끝까지 안 피한다.
그 덕분에 내가 계속 피하는 중이고,
"뭐래, 너 말에 대답할 가치를 못 느껴서 그러는 거지. 한두 번이냐?"
그제야 납득이 된다는 표정을 짓는 김태형이 다시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회식자리가 무르익고,
몇몇 부원들은 술기운이 오른 건지 2차갈 준비를 했고
나와 김태형은 2차까지 갈 생각이 없었기에 갈 준비를 했다.
"야, 김여주 가자"
김태형에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싸는데
"아, 김여주 사원은 내가 데려다줄 거라서"
박지민이었다.
아, 안되는데.
김태형, 싫다고 해 제발.
간절한 눈빛으로 김태형을 쳐다보는데,
상황을 모르는 김태형은 눈만 끔뻑 뜨고 있다가
거절할 이유가 없었는지
알겠다며 김태형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가버렸다.
김태형 진짜 죽여버릴거야.
"ㅈ..저, 혼자 가도 되는데요"
진짜 이렇게까지 혼자 가고 싶은 적은 처음이다.
"지금 11시가 훨씬 넘었는데,
나 없을 때도 이 늦은 시간에 혼자 다녔나봐"
"아, 아니면 쟤랑 같이 다녔나"
"....."
김태형을 말하는 건가,
물론 김태형이랑 같이 다닐 때도 있었지만 그건 가끔.
근데 뜬금없이 왜 김태형 얘기를 하는 거야.
"뭐, 상관없지. 이제는 나랑 다니면 되니까"
*
독자님들 4화 빨리 올려요 :]
혹시 사진이 잘 안뜨나요 ..?
요즘 인티가 아파서 그런지 사진이 안뜨는 일이 있길래 ㅠㅠ
아! 그리고 오늘 내용에 대해 이해를 돕자면,
여주는 10년 전 지민이와의 기억을 잊으려고 힘들었던 만큼
지민이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지민이와 했던 약속이 가물가물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민이가 약속했던 연락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이 여주에겐 상처로 남아
그 점은 뚜렷이 기억을 하는 거라고 이해해 주시면 됩니다!
세 번째 약속은 과거 장면에서 언급을 안 했어요
아마 곧 밝혀질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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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받습니다 *0*
# 암호닉 |
망개떡부인 망개한 지민 난나누우 두유망개 에떼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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