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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10년 06
W.망개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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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오늘 하루동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내일도 박지민 얼굴을 봐야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온 몸이 굳는다.
박지민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
*
"....왜 긴장하는거야"
그냥 평소처럼 하면 되는데
괜히 어제 박지민과 있던 일로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혼자 주저하고 있는데,
"이젠 대놓고 회사 들어가기 싫은 티 내네. 김여주"
"아 깜짝이야,"
아...티났나
"어?, 어제 저 버리고 가신 김태형이시네
일찍 들어가서 푹 쉬셨나봐요"
"아, 맞다.
어제 뭐냐, 본부장이 너 좋아하냐?"
얘가 뭔 소리ㄹ..
"뭐라는거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들어가기나 해"
"너 솔직히 말해봐, 본부장이랑 무슨 사이야"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물어오는 김태형에
평소같으면 욕을 하고도 남았겠지만
저 질문이 지금 나에겐 너무도 어려운 질문이였기에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무슨 사이긴 무슨 사이야, 쓸데없는 소리하지말고 빨리 들어가"
결국 억지로 김태형을 밀고 들어갔다.
*
"자자, 오늘 본부장님과의 첫 회의가 있으니까 각자 준비해주세요"
아, 왜 하필 또 오늘 회의야...
머릿속으로 괜찮다 세뇌시키며 억지로 회의실로 향했다.
.
.
.
.
김태형은 의외로 눈치가 빠른 편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내 감정을 쉽게 파악한다.
지금도 그렇다.
"긴장했냐, 금방 끝날 주제같으니까 편하게 생각해"
이럴땐 김태형이 든든한 것같기도 하고,
그래도 긴장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물어뜯기 시작했고,
그걸 본 김태형은 자신의 손으로 내 손을 감싸내렸다.
"너 한번만 더 뜯으면 그땐 진짜 치킨10마리다"
아, 그건 좀 심했다
그렇게 김태형과 실랑이를 벌이는데 회의실 문을 열렸고,
들어오는 박지민과 눈이 마주쳤다.
이번에는 왠지 피할수가 없어 계속 마주보는데
박지민의 시선이 나와 김태형의 손으로 갔다.
그에 나는 티가나게 김태형의 손에서 내 손을 빼버렸고
박지민은 그걸 본건지 안본건지 자신의 자리에 앉아 회의를 시작했다.
아, 왜 자꾸 신경쓰이는거야.
그것도 잠시 나는 회의기록을 맡고있었기에
박지민을 신경쓸틈도 없이 기록정리에 집중했다.
.
.
.
.
드디어 회의가 끝났고
나는 기록을 마저 해야했기에 회의실에 남아 기록을 하고있었는데,
너무 집중을 한 탓인지 회의실에 박지민이 남아있는지도 몰랐나보다.
"....어"
어제 일이 생각나 머뭇거리고 있는데,
"회의 기록 다 되는대로 가져오세요"
".....아, 알겠습니다"
아 맞다. 회사지
박지민에게 처음듣는 존댓말이었다.
막상 박지민한테 존댓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박지민의 기분도 이랬을까.
.
.
.
.
.
"야 김여주, 본부장 성격 장난 아니더라"
박지민 성격?
"왜? 뭔 일 있었어?"
"뭐야, 너도 같이 회의했으면서 못 들었냐.
아, 너 멀티 안되구나"
그에 욕이 이빨까지 나왔지만
내가 멀티가 안되는 건 맞는 말이기에 참고 들었다.
"아까 회의실 분위기 엄청 싸했잖아.
사원들이 의견내면 의견 내는 동시에 바로 짜르고
말만 안 했을뿐이지 표정으로 욕하는게 뭔지 알겠더라"
.....아,
회의기록에만 집중을 해서 회의실 분위기가 그랬는지도 몰랐나보다.
근데 좀 놀랐다.
박지민이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 싶어서.
하긴, 10년인데 안 변하는데 이상한거겠지.
그나저나 박지민한테 회의기록을 갖다주러 가야하는데
아직까지도 못 갖다주고있다.
이러다가 박지민이 직접 찾으러 올 수도 있겠다 싶어
겨우 발걸음을 떼고 본부장실로 향했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
스치듯 옛날 생각이 지나간다.
박지민과 내가 도서관에 있었던 것 같은데,
.
.
.
.
"아, 회의기록입니까"
박지민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아! ㅇ..여기있습니다"
아 망했다.
바보처럼 말은 왜 더듬어
당황한 티를 못 감추는건 10년이 지나도 어째 변하지가 않는다.
"....."
박지민은 회의기록을 보더니 한참 뒤에 입을뗏다.
"근데,"
"....?"
"원래 이 부서는 사원들끼리 스킨십이 관대합니까"
갑자기 뭔소리지, 고민을 하다 떠오른 생각은
아...
혹시 아까 김태형이 잡았던 손때문인가..
"....그걸 왜 저한테...."
내가 왜 죄 지은 사람처럼 말하는거야
"아, 아직 김태형사원이랑은 말을 안터봐서"
역시 김태형이랑 손잡은 것 때문이구나.
"아, 혹시 내가 물어보면 안될거였나"
박지민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박지민은 나와 김태형사이를 오해하는거같다.
김태형과 나는 그런 사이가 절대 아닌데.
"그럼 나가보세요"
그래, 그냥 이렇게 지내는 게 나을지도 몰라.
변명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게 혼자 생각하며 뒤도는데,
"...김여주"
박지민의 말에 가려던 내 발이 멈췄다.
"끝나고 다시와"
그 말에 대답도 못하고 그냥 나와버렸다.
왜지, 왜 다시 오라는거야.
아니, 근데 나 왜 이렇게 떨어?
요새 박지민이랑 있으면 계속 이런 느낌이다.
병원이라도 가봐야하나.
*
"김여주, 퇴근시간 다 됐는데 뭐 하냐.
빨리 가자, 오늘은 치맥 해야지"
아, 벌써 퇴근시간이구나.
근데 나 박지민한테 가야 하는데..
아, 진짜 가야 하나
나는 퇴근과 박지민을 둘러싸고 고민을 했다.
결국은,
그래, 상사말 들어야지.
내가 먼저 박지민한테 본부장님으로 대한다고 말해놓고
박지민 말을 무시한 채 퇴근한다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할 테니까.
"아, 나 오늘 업무가 밀려서 야근각이야,
오늘은 너 먼저 가.
치킨은 내가 먹고 싶은 날에 사주는 걸로"
왠지 김태형에게 '박지민이 불러서 남는 거야' 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오 웬일로 열심이야?,
그럼 먼저 간다. 수고해 우리 김사원~"
그렇게 내 볼을 한번 꼬집고 나가는 김태형을 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괜히 한번 거울을 봤다.
뭐야, 나 왜 거울 봐?
박지민 보러 가는데 왜?
그냥 본부장이 불러서 가는 거야 정신 차리자.
요즘 내가 많이 힘든가 보다. 안 하던 짓까지 하는 거 보니
.
.
.
.
.
마침내 박지민이 있는 본부장실에 노크를 하고 들어가는데,
쉬고 있었는지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나를 보는 박지민과 눈이 마주쳤다.
"어, 안 올 줄 알았는데 왔네"
".... 본부장님 말씀인데 들어야죠"
"아, 그렇지"
"근데 나는 지금 본부장님이 아니라,
그냥 박지민으로 한 말이었는데"
아, 생각해보니 계속 존댓말을 하던 박지민은
다시 오라고 할 때부터 반말을 한 것 같다.
"... 근데 무슨 일로 부르신 건지.."
"어제 내가 생각 좀 해봤거든,
네가 어제 그렇게 말하고 가고 나서 마음이 이상해져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결론은 똑같던데,"
"....?"
"저번에도 말했잖아.
네가 잊었어도 상기시켜줄 시간은 많다고,
그리고 지금도 우리 둘밖에 없네."
".....아"
"우리 뭐부터 할까?"
*
독자님들! 오늘도 안녕하신가여
이제 여주가 지민이한테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점점 드러나고 있어요 !
여주의 대사에 초점을 두시면 여주의 마음속이 서서히
변한다는 걸 보실수 있어요 허허
오늘도 감사합니다 :)
암호닉 |
망개떡부인 망개한 지민 난나누우 두유망개 에떼뽀 양솜이 소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