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이요."
"네. 3800원입니다."
자취방 근처 카페는 늘 조용하고 따뜻하다. 이 분위기가 좋아 자주 이 카페에 찾았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다른 이유가 생겼다.
"어...오늘 날씨가 좋네요. 하핫"
"...오늘 폭염인데요?"
내 한마디에 얼굴이 새 빨개진다. 아 더 놀리고 싶다.
"수지. 이름 배수지맞죠?"
"네???어떻게 아세요???"
눈이 땡그래져서 날 쳐다본다.
이름 한번 불렀다고 저렇게 긴장하다니. 분명 모쏠일꺼다.
"명찰이요."
"아..."
가슴에 달려있는 있는 명찰을 가르키니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명찰을 한번 보고는 얼굴이 더 빨개진다.
아. 귀엽다.
"옹성우에요."
"네??"
"제 이름이요. 저 여기 단골인데 이름 정도는 알아달라고요. 수지씨"
내 말에 그녀는 멍한 눈빛을 하다가 기쁜듯 고개를 끄덕인다.
"네!성...성우씨!"
망성이다 내 이름을 부른다.
그녀에게서 들리는 내 이름이 썩 나쁘지 않다.
"그럼 수고하세요."
"아.네네"
만들어진 커피를 들고 인사를 하고 나온다.
아쉬워하는게 얼굴에 다 보이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등 뒤로 느껴지는 시선에 웃음이 나온다.
아. 내일은 어떻게 놀려주지.
그녀를 놀리는게 요즘 내 하루의 낙이다.
친구에서 연인까지 - 성우번외편
실연 후 한동안은 소개팅을 한다고 바빴다.
여자는 여자로 잊어야된다는 지식인의 가르침을 따라 그녀석을 잊기위해 수도 없이 많은 소개팅을 했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나도 모르게 소개팅을 나가면 소개팅에 나온 여성분들과 그녀석을 비교하게 되서 맘에 드는 여자가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아. 아직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기에는 무리구나. 였다.
그리고 다시 지식인의 도움을 받아 시간이 약이라는 답을 찾았다.
솔직히 잊지 못 할 줄 알았다.
그녀석보다 재밌고 관심이 가는 여자는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에서 수지씨를 만나게 된거다.
"어...잠깐만요. 그게..어..."
딱 봐도 초짜 티가 나는 그녀는 계산을 못해 한참을 버벅거렸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 모습에 첫 눈에 반한거 같다. 몰랐는데 나는 금사빠였나 보다.
서툴지만 혼자 힘으로 해본다고 끙끙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뻐보였다.
한참 만에 계산에 성공해 고개를 들어 맑은 미소를 지으며 날 보는데 말 그대로 심쿵했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서서히 빨개지는 얼굴도 너무 귀여웠다.
"너 기분나쁘게 왜 그렇게 웃어?"
커피를 들고 민현이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앉자마자 민현이가 물어본다.
그제서야 아 내가 웃고있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다.
그 후 그 모습이 자주 생각나서 그녀가 보고싶어 카페를 하루에 두번 갈때도 있었다.
갈때마다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니 더 놀리고 싶어진다.
그래서 아직 고백도 못하고 시간을 끌었나보다. 좋아하는 마음이 다 티나는데 어쩔 줄 몰라 끙끙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더 보고 싶었다.
오늘은 카페 안이 아닌 카페 앞에서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평소 입던 카페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고 서있었다. 그녀는 사복도 예쁘다.
나는 그녀를 발견한 순간 지어지는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근데...그녀는 혼자가 아니였다.
"누나! 번호주세요!"
"어어...저기..."
"저 이때까지 카페 온거 누나한테 호감있어서 온거에요."
"어...그게..."
대휘의 돌직구에 그녀는 난감하다는 듯이 웃었고 내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졌다.
어린게 발랑까져서 벌써부터 번호나 따고. 대휘의 잘못이 아니였지만 대휘에게 화가 났다.
"야! 이대휘!"
"어? 형."
대휘는 내 불음에 놀란 듯 날 쳐다봤다.
아...상큼해. 날 바라보는 대휘가 너무 상큼해서 왠지 내가 지는 기분이 들어 더 기분이 다운된다.
"넌 어린게 벌써부터 여자들 번호나 따고!"
"형!"
"빨리 학교나 가! 과대가 너 급하게 찾아!"
과대는 무슨. 그냥 꼴보기 싫으니까 꺼져라는 말을 수지씨 눈치를 보며 돌려말했다.
수지씨만 없으면 꿀밤 10대는 때려주는건데...이건 다음에 때려줄꺼야 이대휘.
"아아.누나! 나 내일 또 올꺼니까 번호 줄 준비 해요!"
"어어. 저기!"
내 눈치를 보며 급하게 뛰어가는 대휘를 수지씨가 불렀지만 사라진지 오래다.
어려서 그런지 빠르기도 빠르네. 사라진 대휘의 뒷모습을 보니 기분이 조금 풀리는거 같지만 그래도 수지씨가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 한게 생각나 기분이 안 좋다.
"내일 번호 줄꺼에요?"
"...아니요."
서로를 쳐다보다 한참만에 내가 물어보면 수지씨는 우물쭈물하다 말한다.
아 이와중에 귀여우면 어쩌잔거야.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대답하는데 와 진짜 너무 귀엽다.
거기다 아니요 라는 대답이 만족스러워서 기분이 풀린다.
"흠흠. 들어가죠."
"저..성..성우씨!"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고 카페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그녀가 날 부른다.
그녀에게서 들리는 내 이름에 나도 조금은 놀랬다. 근데 나 보다 그녀가 더 놀란거 같다.
"어..그게.."
"..."
"전...전화.."
"...네?"
"전화..번호 주세요!"
긴장한듯 더듬거리며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빨개지고 나도 귀가 빨개진다.
번호 한 두번 따인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이게 쑥쓰러운지.
거기다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말하는 그녀와 살짝 눈이 마주치자 귀가 더 빨개지는 기분이다.
"폰."
"네?"
"휴대폰 달라고요."
마음을 진성시키고 그녀에게 휴대폰을 요구하자 그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맑은 미소을 지으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낸다.
휴대폰에 번호를 찍어주면서 참을성의 한계를 느낀다.
아. 이 귀여운 모습도 좋지만 이제는 내가 못 참겠다. 빨리 그녀를 내것으로 만들어 안아야겠다.
이 미소을 볼때면 그녀를 안고싶어 미치겠다.
휴대폰에 번호를 찍어주고 다시 그녀에게 돌려주면 그녀는 부끄러운듯 힐끗 나를 쳐다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하고는 카페로 쏙 들어가버린다.
아 진짜 귀여워 미치겠네.
나는 수지씨가 너무 귀여워 웃음을 주체 못 하고 크게 한번 웃고는 수지씨를 따라 카페로 들어간다.
아 귀여워. 귀여워. 너무 귀엽네.
하지만 이제는 귀여운모습 뿐만 아니라 다른 모습도 보고싶다.
수지야 이 오빠가 이제 본격적으로 다가갈테니까 도망가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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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끝!!!ㅋㅋㅋㅋ
읽어주신 독자님들 너무 감사합니다.
글을 쓰면서 독자님들 덕분에 행복했어요. 초록글에도 몇번 올라가보고 독자님들 댓글 하나하나 다 보면서 너무 행복했어요.
마무리는 정말 어렵네요. 끝이 너무 시시한거 같아서 또 제 자신한테 실망했어요.
아 그리고 다들 느끼실지 모르지만...여기에 나오는 성우는 사실 연애고자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모두 제 짝을 찾고 행복하게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하핫 후속 작품으로 빠르게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