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서부부까지
우리의 주말은 다른 커플과 다를게 없다. 같이 밥먹고 집 청소도 좀 하다가 쉬면서 같이 티비보고 그러고 또 밥 먹고 자고. 늘 비슷한 패턴이지만 우리에게는 그 시간들이 늘 특별하게 느껴졌다. 황민현과 함께. 이지은과 함께. 우리에게는 그거 하나면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항상 재밌었고 행복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했다.
어느 순간 부터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움직이지 않고 소리없이 눈만 뜨는 버릇이 생겼다. 그 이유는 바로 황민현 때문이다. 아 예쁘다.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눈을 뜨자 눈앞에 보이는 건 민현이의 예쁜 얼굴이었다. 항상 나보다 먼저 일어나는 민현이었기에 이렇게 민현이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거기다 잠귀까지 밝아서 조금만 소리를 내면 깨서 나는 소리없이 일어나는게 버릇이 되었다. 평소에도 예쁘고 잘생기고 귀엽기까지한 민현이지만 자고 있는 얼굴을 보면 정말 천사가 따로 없다. 하얀 얼굴. 그 위로 다듬지 않아도 선이 예쁜 눈썹 그 밑에 자리잡은 길고 풍성한 속눈썹. 적당한 크기의 오똑한 코. 빨갛고 부드러워보이는 입술. 하나하나 천천히 관찰한다 입술에서 시선이 멈춘다. 유달리 예뻐보이는 입술에 입술도장을 찍어주고 싶지만 참고 손만 올려 민현이의 입술을 살짝 쓸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얼굴로 피가 쏠리는 듯 하다.
아. 키스하고 싶다. 깨지 않는 민현이에 안심을 한 나는 대담하게 민현이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면서 나도 모르게 야한생각을 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내 부끄러운 생각이 들킬까봐 떨어지지 않는 손을 성급히 뗄려는데 민현이가 내 손끝은 혀를 내어 핥는다.
"아."
깜짝 놀라 소리를 내며 내 손을 등 뒤로 숨기면 천천히 민현이가 눈을 뜬다. 민현이와 눈이 마주치고 나는 굳어버렸다. 손이 화끈거린다. 민현이의 입술이 따뜻했다면 혀는 정말이지 뜨거웠다. 불에 데인듯 화끈거리는 손끝을 살살 만지면서 민현이를 본다.
웃는 얼굴을 달고 사는 민현이가 웃음기 없는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손끝과 더불어 얼굴까지 화끈거린다. 얼마나 아무말도 없이 눈을 마주치며 누워있었을까. 민현이가 후우- 하며 한숨을 한번 쉬고는 나를 끌어당겨 안는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 민현이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으면 평소보다 크고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가 들린다.
"아침부터 유혹하는거야?"
"..."
"그렇게 예쁜 얼굴로 내 입술 만지고 있음 어떡해."
나쁜생각하게 되잖아. 고개를 숙여 나에게 눈을 맞추고 말하는 민현이에게 조용히 말한다. 미안. 뭐가 미안한지는 모르겠지만 민현이의 진지한 얼굴에 나도 모르게 사과하게 된다. 내 사과에 민현이의 눈동자가 떨린다. 그리고 한번더 한숨을 쉬더니 내 눈을 보며 말한다.
"나는 참으려고 했는데 네가 시작한거야."
내가 뭘 했는데? 라는 물음은 민현이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하지 못했다. 뜨거운 민현이의 혀가 내 입술을 핥고 벌어진 내 입안을 파고든다. 아 뜨겁다. 민현이의 혀 못지않게 입술 사이로 뱉어지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숨이 뜨거웠다. 끈적한 키스에 민현이의 가슴위로 올려둔 손이 덜덜 떨렸다. 그걸 민현이도 느꼈는지 내손을 민현이가 꼭 잡아준다.
"사랑해."
가벼운 버드키스로 마무리한 민현이가 나를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한다. 익숙하지만 늘 새로운 그 말. 익숙하지만 늘 새로운 주말. 너와 함께하는 오늘도 나는 행복하다.
"아 황민현! 나가!!"
열정적인 키스를 끝내고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내 윗옷은 올라가 있고 민현이는 내 배를 부드러운 손길로 살살 쓰다듬고 있었다. 해가 중천인 대낮부터 뭐하는 짓이야. 급 부끄러워진 마음에 민현이를 밀고 샤워를 하기위해 욕실로 들어왔다. 근데 황민현은 아쉬웠는지 씻기위해 옷을 벗고있는데 욕실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당황해서 소리를 꺅 지르니 민현이가 쓸쓸하게 등을 돌려나간다.
정말 이상하다. 평소 황민현은 내가 조금만 들이대도 부끄러워하는데. 저렇게 발동이 걸리면 평소와 다르게 부끄럼없이 나에게 들이된다. 그럼 또 내가 당황해서 밀어버리지만. 분명 밖에 나가면 황민현은 삐져서 등을 돌리고 침대에 누워있을것이다. 그러길래 왜 당황스럽게 갑자기 다가와. 아 오늘은 어떻게 풀어주지. 고민을 하면서 다 씻고 가볍게 머리의 물기를 털고나간다.
하 참. 민현이가 등을 돌리고 그 큰몸을 접어 쭈그려서 누워있는데 나는 그 모습이 마냥 귀여워 보였다. 삐진거 맞아? 삐진것도 왜 저렇게 귀여워. 내가 욕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었으면서 등을 돌려서 못들은 척하는 민현이가 귀여웠다. 저렇게 누워있지만 내가 방에서 나갈까봐 귀를 쫑긋세우고 있겠지. 흠. 장난으로 진짜 방을 나갈볼까 하다가 오랜만의 꿀같을 휴일을 빨리 함께 즐기고 싶어 민현이에게 다가간다. 침대에 걸터 앉아 민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니 민현이가 움찔 한다.
아 귀여운것. 움찔하는 순간 게임이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민현아~ 이렇게 자고만 있을꺼야? 우리 오랜만에 같이 주말 보내는 거잖아"
귀엽게 애교를 부리면서 민현이를 부르자 민현이가 또 한번 움찔하고는 내 말에 등을 살짝 돌리고 나를 바라본다. 황민현 바보. 무표정한 얼굴과 대비되게 민현이의 귀는 벌써 빨개져 있었다.
"지은이가 오랜만에 밥 차려줄게. 맨날 네가 나 밥 만들어주니까 오늘은 특별히 내가 맛난거 만들어줄게!"
입꼬리가 실룩하고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다. 넌 끝났어 황민현.
"아 춥다. 민현아 나 머리 말려줘. 나는 네가 드라이해주는게 미용실 언니들이 해주는거보다 더 좋더라. "
마지막 윙크를 한번 하면서 칭찬 한방을 날려주면.
"그치? 나 좀 잘하는거 같아. 헤헿"
민현이가 웃으면서 말한다. 그렇지. 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지. 기다렸던 민현이의 꽃미소가 나오자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히힛. 내가 드라이기 들고올게."
민현이가 신나하며 드라이기를 가지러 가면 나도 참았던 웃음을 뱉는다. 아 하여튼 황민현 귀여워.
민현이는 싱글벙글하며 운전을 하고 있다. 그렇게 좋은까. 방금 민현이와 비워져있는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마트를 다녀왔다. 내가 커피를 카트에 담자 평소 커피를 즐겨마시는 내가 걱정이 된 민현이는 평소답지않게 잔소리를 했고 나는 걱정말라고 했지만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그걸 시작으로 유치하게 조금 다투었다. 오랜만의 휴일인데 이렇게 싸우다니. 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풀까 고민이 된다. 둘 다 아무말도 하지않고 계산을 하고 있는데 계산을 하시는 아주머니께서 한마디하신다.
"둘이 신혼부부지? 총각은 좋겠어 예쁜 마누라 골랐네. 둘이 너무 잘어울린다."
씰룩. 황민현의 입꼬리가 또 씰룩인다.
"하하. 잘골랐죠? 지은이가 얼굴만 예쁜게 아니고 요리도 잘하고 성격도 엄청 좋아요."
"그래 그런거 같네. 총각 복받았네."
황민현의 팔불출같은 발언에도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받아주신다. 덕분에 풀린 분위기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계산을 다하고 뒤를 돌아보니 아주머니께서 나를 보고 윙크를 하신다. 하하.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우리 부부같을까?"
"흠. 그렇겠지."
목소리로도 민현이가 기분이 좋다는게 느껴진다. 부부로 보이는게 그렇게 좋은까.
"나랑 결혼 할꺼야?"
"응?"
솔직히 민현이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서 지금까지 일부러 결혼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냥 나는 만약 결혼을 한다면 황민현과 하고싶다. 이런 생각만 혼자 했다. 지금 이 물음도 그냥 갑작스럽게 나온거다. 표정이 굳어지는 민현이에 괜히 물어봤나. 후회가 된다. 아 부담인가. 부담주기 싫었는데.
"그게 무슨말이야. 너 나랑 결혼 안 할꺼야?"
"어?"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내가 당황하자 민현이는 내가 결혼하기 싫어한다고 생각했는지 점점 더 표정이 굳어진다. 나는 너랑 결혼하려고 했는데. 앞을 보며 혼잣말을 하는 민현이의 표정이 시무룩해진다.
"아아. 아니. 나는 그냥...."
"괜찮아. 지금부터 천천히 나랑 결혼하는거 생각해봐."
민현이는 나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저렇게 말하지만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 이게아닌데. 나도 너랑 결혼하고 싶어. 말이 목 끝까지 찼지만 뱉어내자니 내가 민현이에게 청혼을 하는 것같아서 부끄러워진다.
아아. 이지은 왜그래. 평소에는 뻔뻔하게 잘 하면서 이 중요한 타이밍에 왜 부끄러워하는건데. 말해! 말하라고 이지은!
"하고싶어!!!"
"...응?"
"너랑. 결혼하고 싶다고 나도!!!!"
몇번의 내적 갈들을 겪고 겨우겨우 말했다. 하. 말했다. 저렇게 중요한 말을 두눈을 감고 소리치듯이 말한게 조금 흠이지만 말한게 어디야. 와 장하다 이지은. 근데 왜 이렇게 조용해. 너무 조용해서 감았던 눈을 살짝 뜨니 민현이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날 쳐다보고 있다.
어느새 차는 도로가에 새워져있었다.
"민..민현아?"
"너...정말..."
둘 다 아무말 못하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있는데 뒤에서 들리는 빵빵거리는 소리에 민현이가 빠르게 차를 몰기 시작한다. 차가 집앞 주차장에 도착할때까지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아직 부끄러웠고 민현이는 왠지 급해보였다. 장을 본 봉투를 들고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급하게 민현이가 집 비밀번호를 누를때까지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민현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띠리릭-
"툭"
"민현..."
집에 들어서자마자 민현이는 봉투을 던지듯이 내려놓고 민현이를 부르는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춘다. 아침에 한 키스보다 더 거칠고 다급해보이는 키스였다. 민현이의 혀가 내 치열을 훌고 내 혀을 휘감기도 하고 강하게 빨아당기기도 한다. 항상 민현이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키스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거친키스도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 아니 더 흥분되고 좋은거 같다.
흥분되는건 나 혼자만이 아닌지 민현이가 입을 맞된채로 나를 가볍게 안아서 침실로 향한다. 거친 키스와는 다르게 내 뒷머리를 받치고 조심스럽게 눕히는 부드러운 민현이의 손길에 가슴이 간질간질하다. 떨어지지 않을 거 같았던 입술이 떨어지고 탁해진 민현이의 눈이 내 입술을 뚤어지게 쳐다보다가 내 눈을 본다.
"아침처럼 도망칠 생각하지마. 안 보내줄꺼니까."
"응. 나도 도망칠 생각없어."
내 말에 민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다시 몸을 붙쳐온다.
그 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민현이만 잠깐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에 헐떡이는 나를 보며 사랑한다고 말해줄뿐이다. 내 사랑해라는 말은 민현이의 입술에 먹혀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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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올리고 싶었는데....ㅠㅠㅠ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지금올리내요
브금은 제가 좋아하는 세운이ㅎㅎㅎㅎ(사심이 듬뿍 들어간 선택입니다.)
신알신 220명!!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