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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아침부터 시끄럽게 울리는 벨 소리에 전화기의 액정을 아무렇게나 밀어 전화를 받았다. 잠이 덜 깼는지 눈은 아직도 감은 채 이불에서 나오지도 않고 전화를 받자 전화기 건너편에는 벨 소리보다 더 큰, 더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감긴 눈을 간신히 뜨며 인상을 찌푸렸다.
"야, 시끄러워."
전화를 끊고 잠시 멍하게 앉아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일어섰다. 휴대폰 배경을 보자 오늘은 1월 5일, 바로 걸그룹 비너스가 1년 만에 컴백하는 날이었다. 이런 날에 늦잠이나 쳐 자고 있었다니. 미쳐도 한참 미쳤구나, 김성규. 애꿎은 머리카락을 뜯으며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대충 씻고 나와 카메라를 챙겼다. 그리고는 식탁에 올려진 식빵을 한 조각 입에 물고는 신발을 구겨 신었다. 그리고 집에서 넘어지듯이 나와서는 재빨리 도로로 달렸다. 아무런 택시나 잡아 도착한 방송국 앞은 벌써 출근길을 기다리는,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득실득실 모여있었다. 그에 성규가 깊은 한숨을 푹, 하고 내쉬었다. 어제저녁에 비너스가 컴백한다며 술을 있는 대로 부어 마신 게 화근이었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속이 쓰려 오는 게, 차라리 출근길을 포기하고 집에서 좀 더 자고 해장까지 하고 나올걸, 싶었다. 그렇게 눈썹을 양 끝으로 축, 내려놓고 있을 때, 옆으로 웬 검은 벤이 지나갔다. 그리고 앞에 기다리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카메라를 들고는 일어섰다. 그제서야 성규는 아, 내가 출근길을 찍으러 왔었지. 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달렸다.
"잠깐만요! 잠시만 지나갈게요!"
하지만 성규가 사람들 사이에 껴서 그렇게 소리를 지른들 누가 비켜주겠는가. 결국 앞으로 거의 다 와서 가운데에 낀 성규는 뒤로 빠지지도, 앞으로 더 가지도 못하고 자리에 서서 지나가실게요! 라는 말만 연신 반복했다. 그때, 뒤에서 누가 미는 탓에 성규는 앞으로 밀렸고, 앞사람들은 뒤에서 미는 성규 탓에 옆으로 조금씩 이동해 자리를 터주자 성규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자리에 철퍼덕, 하고는 엎어졌다. 그래도 용케 카메라를 들어 올린 오른손을 보고는 성규가, 아, 카메라 구했다. 라고 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성규의 옆구리를 발로 툭툭, 치는 검은 구두에 성규가 고개를 조금 들어 올리자, 눈에 보이는 건 모두 저를 쳐다보는 눈초리와, 검은 양복을 입고 자신의 앞에 선 매니저.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남우현?"
그제야 상황파악을 끝낸 성규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친, 이게 무슨 개쪽이야. 그리고 자리를 벗어나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앞에도 팬, 뒤에도 팬, 오른쪽도 팬, 왼쪽은 남우현. 그야말로 패닉에 빠지게끔 도와주는 환경이었다. 영혼이 빠져나간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리며 빠져나갈 곳만 찾던 성규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 그냥 앞으로 뛰어갔다. 사람들 사이에 끼던, 말던 이를 악물고 뚫었기에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내 카메라는 잘 있니…? 다치진 않았지?"
손에 든 카메라의 안부를 물어주는 것은 필수다. 카메라를 손으로 조심스레 돌리며 흠집이 없다는 걸 확인한 성규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비너스는 아직 안 왔겠지. 혜인이한테 전화해봐야……, 전, 전화, 전화기가 없어? 휴대폰이 없다는 것을 알아챈 성규가 바지 앞주머니, 뒷주머니, 가방, 겉옷에 달린 주머니까지 몽땅 뒤지고 나서 멘붕에 빠졌는지 주먹 쥔 양손을 관자놀이 쪽으로 갖다 댔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휴대폰을 어디에 두고 왔는지는 도통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렇게 길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있을 무렵에 누군가가 뒤에서 손바닥으로 성규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
"아, 존나! 누구야!"
맞은 곳이 얼얼한 탓에 닿지도 않는 등에 손을 뻗으려 애를 쓰던 성규가 미간을 확 좁히고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얼굴을 인식한 성규가 …이혜인? 이라고 작게 말하며 눈을 끔뻑였다.
"비너스 올 동안에 어디서 뭘 하나 했더니 전화도 안 받고 이런데에 앉아있어?"
아니, 절대 아니. 올려야지. 그렇고 말고, 암. 성규가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리고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성규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하나. 내 휴대폰은 지금 어디 있나….
***
그리고 그 시각 조금 전, 성규가 잃어버린 바로 그 휴대폰을 발 앞에 둔 우현의 매니저가 허리를 숙여 휴대폰을 주웠다. 그리고 뒤에서 팬들에게 둘러싸인 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현이 손을 뻗어 급히 매니저 어깨를 잡았다. 형.
"왜?"
그러든가. 매니저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우현에게 넘기고는 길을 뚫기 시작했다. 넘어오시지 마시고요. 사진 찍으려면 멀리서 찍으세요. 예? 멀리서도 줌 되잖아, 줌.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는 길을 뚫는 매니저 등 뒤로 우현이 성규의 휴대폰을 이리저리 만지며 걸었다. 잠금도 안 되어있네. 잠금 되지 않은 휴대폰을 엄지로 쓱 밀어내니 바탕화면을 비너스 규연이 온통 차지하고 있었다. 첫 번째 배경화면은 며칠 전 행사에서 직찍. 그때 나도 있었는데. 두 번째 배경화면은 작년 연말 무대. 그때는 내가 하이라이트였지. 내가 연말을 살린 거나 다름없었지. 그렇고말고. 그리고 세 번째는 언제인지는 모를 규연 얼굴. 그러고 보니 아까 카메라도 들고 있던데 역시 빠수니인가. 라는 생각으로 갤러리에 들어간 순간. 다운로드받은 몇천 장이 모두 규연 얼굴.
"빠수니네. 빠수니."
빠수니도 이런 빠수니가 없네. 휴대폰만 들여다보다 어느새 대기실에 도착한 우현이 소파에 앉으며 휴대폰을 탁자 위로 올려놓았다. 빠수니는 자기 휴대폰 잃어버린 줄은 알려나 모르겠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고 있던 검은 액정 위로 웬 글씨가 하나 떠올랐다. 그리고 곧 시끄럽게 울리는 벨 소리. 벨 소리 역시 비너스노래인 게, 빠수니답네. 이따가 내 노래로 바꿔놔야지. 라는 생각으로 휴대폰을 들어 올려 액정에 떠오른 글씨를 보자, 그 글씨는,
[★☆남우현 덕후년☆★]
…뭐냐, 이건. 싶으면서도 우현이 액정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밀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그랬냐? 괜히 머쓱해지는 기분에 우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끊을게요. 그러던 중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끊는다는 소리에 우현이 전화기를 두 손으로 붙들었다. 이대로 끊자니 뭔가 심심하고. 그래, 심심한데 통화나 더 하자. 내 덕후라잖냐. 남우현 덕후.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마친 우현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오는 목소리는 만족스러운 표정과 달리 일상 짜증이 묻어난 영 딴판의 목소리.
"야. 나 남우현이라니까."
김성규? 아까 넘어진 애가 김성규인가. 우현이 눈동자를 위로 향하고는 이마를 한 손가락으로 긁적이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싶더니 성규 이미지를 떠올리고는 전화기 너머 사람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 약간 갈색 머리?"
보고 싶다규. 보고, 싶다규. 싶다규. 입으로 몇 번 중얼거리던 우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작명 센스 봐라. 무슨 홈 이름을 발로 지었나. 이름을 가지고 웃으면서도 우현은 탁자 위의 종이에 '보고 싶다규'를 끄적끄적 적어놓았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우현이 전화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전화기 너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야, 야.
"끊을……"
…게. 그리고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귀에 들리는 뚜뚜- 소리에 우현이 벙찐 채 휴대폰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감히 남우현 전화를 먼저 끊어? 남우현 덕후가? 남우현 전화를? 끊어? 우현이 어이없다는 듯 허, 하고는 짧은 숨을 뱉어냈다. 뭐 이런…. 뭐냐,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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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제가 왔어요!!!!!!!!!!!!!!!!!!!!!!!!!!!!!!!!!!!!!!!!!!111 제가!!!!!!!!!!!!!!!!!!!!!!! 왔습니다!!!!!!!!!!!!!!!!!!!!!!!!!!!!!!
예고를 올린지 한달만에!!!!!!!!!!!!!!!!!!!!!!!!!!!!!!!!!!!!!!!!!!!!!!!!이제야 왔어요!!!!!!!!!!!!!!!!!!!!!!!!!!!!!!!!!!!!!!!!!!!!!!!!!!!!!
방학인데도 더럽ㄱ게 바쁘네요 휴ㅅ휴 그래서 결론은 보고 싶었다구요 내 사람들아 ㅠ♥ㅠ
흡ㅎ그흡ㅎ븝 Attention, Boy! 이름도 기네요 그러니까 어보는
작은 소제목당 한편으로 나갈 예정입니다. 그래서 한편 분량이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어요. 후후후후후
네 그래서 다음 편은 언제 올라오냐구여? ...아마도 다 쓰면 올라오겠....죠? 하하하하하하하하ㅏ하하ㅏ하
아, 그리고 구독료는 10P로 잡아놨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눈팅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휴ㅅ휴 신경 쓰이는건 당연한거예요. 휴ㅅ휴
그래서 가장 적은... 은 아니고 두번째로 적은 10P로 잡아놨어요. 흡 재밌게 보셨으면 재밌게 봤다고 말이라도 해주세요 흡ㅅ흡
뭐 그래서 결론은 사랑한다구여 내 사람들아♥♥♥ 우리 앞으로 자주 봐요 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