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관리 여우 선배 X 남자사람 멍뭉이 친구
w. 성우의꽃길
○○대학교 대나무숲
어제 오후 5시 50분
15학번 연기예술과 팝핀 잘 추는 선배님이요, 16학번 김여주 선배 좋아하신다는 거 진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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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옹성우 이거 니 얘기 아님? @옹성우 @황민현 @하성운 @박지훈
박지훈 맞는 거 같은데 옹성우형
하성운 ㅋㅋㅋㅋㅋㅋ?
황민현 @김여주
옹성우 이거 뭐야ㅋㅋ
어제 오후 학교 SNS에 올라온 문제의 글 덕분에 파란창 알림이 끊이질 않았고 호기심에 올렸던 오픈 채팅에 익명의 사람들의 카톡이 쏟아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옹성우라니, 옹성우라니! 게다가 해명하지 않고 웃어 넘기는 그의 태도가 암묵적인 동의를 나타내 주고 있어, 이건 나에게 빅엿을 먹이기 위한 옹성우의 계략이 분명했다. 잠을 잔 건지 만 건지 온몸에 피로가 가득한 채로 학교에 갔다. 물론 1교시 수업이어서 피곤함이 더한 건 사실이었지만, 평소 같았으면 알람 5개 정도는 해놔야 눈을 뜰 수 있었다면 오늘은 눈이 저절로 떠지는 아침이었다. 어제 그렇게 큰 폭풍을 겪었으니 잠이 잘 올 리가 없지.
" 오, 옹성우 짝사랑녀 아니세요? "
" 뒤진다 진짜. "
옆에서 깐족거리는 강다니엘의 명치 부근을 주먹으로 강타했다. 안 그래도 짜증 나 죽겠는데, 너까지 이럴래? 강다니엘은 배를 어루만지며 인상을 찌푸리다가도 금세 헤실헤실 거리며 내 옆에 착 달라붙었다.
" 저기 옹성우형이다. "
" 장난치지 마 "
" 진짠데 "
꽤 진지해진 강다니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저 멀리서 난 아무 짓도 안 했어요, 라는 표정으로 걸어오는 옹성우를 볼 수 있었다. 재수 없다 진짜.
" 1교시 수업? "
" …네, 보다시피. 선배도 1교시예요? "
" 아니 난 오전 공강. "
" …근데 왜 벌써. "
" 그냥, 오늘은 일찍 눈이 떠져서. 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
" 아 그러세요? 그럼 얼른 보러 가세요. 저는 수업이 있어서."
머쓱한 표정으로 목덜미를 긁적이는 옹성우를 뒤로 한채 다니엘과 강의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기다렸다는 듯 어제 페이스북 봤냐는 말을 시작으로 옹선배랑은 무슨 사이냐는 동기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아무 사이 아니라고 손을 훠이훠이 저어봐도 거짓말 치지 말라며 사실대로 이야기하라는 동기들에 진저리가 나, 작작하라고 인상을 찌푸리니 그제서야 궁시렁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옆에 앉은 명색이 친구라는 놈은 남 일이라는 듯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길래 뒤통수를 한대 갈겨주니 왜 때리냐며 따져온다.
" 또, 또. 나한테 화풀이지 "
" 그래 화풀이다. 어쩔래 "
" 말을 말자, 말을. "
수업은 지루했다. 밤 동안 쌓였던 피로가 수업 때 한 번에 몰려오는 것처럼 잠을 이겨낼 수 없었고, 책상에 몇 번 이마를 박을뻔했으나 다니엘이 혀를 끌끌 차며 내 이마를 받쳐주는 덕분에 다행히 이마에 혹이 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잠결이었지만 마음속으로 수업이 끝나고 나면 오늘 점심을 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물론 그 다짐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날 버리고 강의실에서 나가버린 다니엘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래. 점심은 그렇다 치자, 나 왜 안 깨우고 가는데!
분명 1교시 수업이었는데, 왜 일어나니까 점심시간이 다 돼가는 걸까. 눈을 비비며 휴대폰을 켜보니 먼저 갈 테니 점심은 너 먼저 먹으라는 다니엘의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 친절하게 엿을 하나 보내주고 학교 근처 빌라에서 통학을 하는 연지와 점심 약속을 잡았다. 다니엘과 학식이 아닌, 친구랑 학교 근처에서 먹는 점심은 꽤 오랜만인 것 같아 설레기도 했지만 날 깨우지도 않고 점심을 먹으러 홀랑 가버린 멍뭉이 자식을 생각하니 살짝 짜증이 밀려오는 것 같기도 했다.
" 그래서 넌 어떻게 할건데? "
" 뭘 어떻게 해. "
" 그 선배가 아니라고 안 했다며. 그럼 백퍼 너한테 관심있는 거 아니야? "
" 야, 너가 그 선배를 몰라서 그래. "
옹성우는 잘생겼고 춤도 잘 췄다. 게다가 성격도 좋아서 여자들의 로망인 '잘생긴 학교 선배'를 충족시키기엔 충분했다. 나 역시 신입생 땐 호기심 그 이상의 마음을 가졌었고. 물론 나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여자 동기, 선배들의 이상형이었을 정도로 옹성우는 인기가 많았다.
" 그 선배가 왜? 멀쩡해 보이던데? 너한테 뭐 잘못이라도 했어? "
" 잘못? 잘못이야 많이 했지. "
" 무슨 잘못인데 그래? "
" ……그 선배, 여자관계 완전 복잡해. "
" …어쩐지. 그렇게 잘생겼는데 여자가 없을 리가 없지. 하여튼 잘생긴 것들은 얼굴 값한다니까? "
몇 주 전에 남자친구가 바람이 나서 헤어진 연지는 마치 옹성우가 제 남자친구가 된 듯 열심히 뒷담화를 해주었다. 그렇게 연지의 말을 들어주며 밥을 거의 다 먹었을 즈음, 가방 어딘가에서 울려오는 전화 벨 소리에 잠깐만, 하며 휴대폰을 꺼내자 아까 날 버리고 매정하게 가버린 다니엘에게서 온 전화였다.
" 여보세요? "
- 뭐야 아직도 밥 먹어?
" 어. 밥 먹는다. 왜. "
- 어디서
" 알 바야? "
- 베라에서 네가 제일 좋아하는 맛 샀는데. 그냥 내가 먹어?
" 학교 앞,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나 다니엘아? "
" 그렇게 맛있냐 "
" 응! 꿀맛. "
우물 우물 거리며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나를 보며 칠칠맞게 흘리지 말라며 휴지를 쥐어주는 다니엘에, 먹는 중에 입 닦는 거 아니라고 정색을 하니 더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든 말든 아이스크림길 걷겠다는 의지로 숟가락질 하고 있으면, 꽤 진지하게 내게 말을 걸어오는 다니엘이었다.
" 야 "
" 왜. 먹는데 말 걸지 마. "
" 너도 옹성우형 좋아해? "
" …ㅋ, 켁. 뭐라고? "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숟가락을 내려놓고 곰곰이 생각해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아이스크림 맛 떨어지게.
" 미쳤어? 내가 옹성우를 왜 좋아해! "
"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나 좀 상처받을 거 같은데. "
선배가 왜 거기서 나와요 …?
엄마, 나 아무래도 이번 생은 망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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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음악 첨부가 안되는 것.............? 또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