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
"좋겠네요."
"......"
"비꼬는 거야."
옹성우와 박우진의 처음이 보고 싶다.
답답한 마음에 집에서 나왔지만 갈 곳 없던 옹은 그냥 눈에 보이는 버스에 오르겠지.
그러곤 제일 뒷좌석으로 가 창 밖에 시선 뒀으면 좋겠다.
"존나 춥네."
겨울방학 보충을 마친 참은 친구와 함께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겠지.
"방학인데 무슨 학교야."
"고등학생이란 이런 걸까..."
"짜파게티 먹고 싶어."
참보다 집이 훨씬 가까운 친구는 몇 정거장 지나지 않고 금방 내리겠지.
곧 많은 사람들이 버스 위로 오르겠지.
할아버지께서 버스에 타시자 참이 선뜻 자릴 양보했음 좋겠다.
"학생, 나 금방 내려서 괜찮은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할아버지께선 내리기 직전까지 참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겠지.
몇 살이냐, 집에 가는 길이냐, 추운데 옷 따뜻하게 입어라.
참은 할아버지의 말씀에 또랑또랑 잘도 대답하겠지.
틈틈히 옆에 엄마 손 꼭 잡고 있는 아기한테 눈인사도 했으면 좋겠다.
옹은 그러는 참을 한참 눈에 담아내겠지.
"아, 미친."
참은 밖을 보다 급하게 벨을 누르겠지.
발까지 동동 구르는 게 누가 봐도 내릴 곳 놓친 사람이다.
옹은 그런 참 보고 웃음이 비식비식 나오겠지.
그러곤 내리는 참을 보고 저도 모르게 참 따라 내렸으면 좋겠다.
"야, 내 버스 잘못 내렸다.
도와줘.
거기 은행 사거리에서 내렸어.
아니 반대쪽에 정류장 안 보인다.
지금 나무랑, 편의점이랑, 아파트 보인다.
아니, 보이는 거 말하래매... 왜 화내는데...
알겠다, 찾아보고 다시 전화할게..."
생각없이 참 따라서 내린 옹은 참 주변 괜히 어슬렁거리다 전화하는 내용 듣고 그렇게 생각하겠지.
'저거 존나 길치네...'
그때 참은 대뜸 옹에게 가 그러겠지.
"저기요."
"......"
"혹시 반대쪽으로 가는 버스 타려면 어디로 가야 되는지 아세요?"
"아."
저를 따라 내린 게 들켰나 싶어 당황했다 길을 물어보는 참에 잠시 어버버, 거리다 길을 알려주겠지.
"저쪽으로 건너서 저기 길 갈리지, 저기서 오른쪽으로 가야 돼. 가다가 보면 정류장이 두 개 나오는데,
너 몇 번 버스 타야..."
참이 가야 되는 길 보며 설명하다 참을 흘끗 본 옹은 말을 멈추겠지.
누가 봐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거든.
"가자."
"네?"
"나도 가야 돼. 택시 잡아."
"저도요?"
"어."
"나 돈..."
"내가 낸다니깐."
그럼 참은 고개 세차게 흔들면서 그랬으면 좋겠다.
"그냥 나랑 버스타고 가요."
참은 옹의 대답도 듣지 않고 옹의 손을 잡아 이끌겠지.
"그쪽 아니야."
길은 틀렸지만 말이야.
"고등학생?"
"헐, 어떻게 알았어요?"
"교복."
"아... 1학년인데 곧 2학년이에요."
"좋네."
"형은 몇 살이에요."
"이제 스물."
"형이 더 좋네요. 어른이야."
"글쎄."
참은 가는 길에 조금도 쉬지 않고 옹에게 말을 붙이겠지.
옹은 귀찮은 듯 굴지만 빠짐없이 대답했으면 좋겠다.
답이 짧기는 하지만.
"형."
"어."
"그럼 나랑 친구해주세요."
"무슨."
"요즘 별 일없다면서요."
"어."
"나 학교 마치면 놀아 주세요."
"어."
"진짜?"
"그렇다니깐."
참은 그러겠지.
"아싸, 개이득."
결국 옹한테 아프지 않게 이마에 딱콩 한 대 맞았으면 좋겠다.
조용히 좀 해라, 그러면서 말이야.
참은 헤헤 웃으면서 옹에게 결국 번호까지 받아냈으면 좋겠다.
"형."
"어."
"저 이번 정류장에 내려요."
"어."
"재미없어."
"너 재미있으라고 옆에 있는 거 아니야."
"예..."
"......"
"나 문자해도 돼?"
"어."
"진짜로?"
"한 번만 물어."
"응..."
참은 버스에 내리기 전 옹의 대답을 몇 번이고 더 받아내겠지.
문자 답장 꼭 해요.
카톡할까?
뭐든 답장해요.
알겠죠.
참이 내린 뒤 옹은 주머니에서 이어폰 꺼내 귀에 꼽겠지.
소리는 최대로 올리고 말이야.
창 밖 보다 비행기 모드로 해 둔 휴대폰 다시 돌려뒀으면 좋겠다.
참은 버스에서 내려 옹이 탄 버스가 떠나는 걸 본 뒤 자리를 뜨겠지.
참은 혼잣말로 궁시렁거리겠지.
"근데 내 오늘 왜 설쳤지..."
오늘 일을 돌이켜보니 실수인가 싶기도 하고, 왜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렇겠지.
한참을 생각하던 참은 결국
"그 형이 친절해서 그런 거야."
하고 이상한 결론을 내려버리겠지.
옹은 집에 도착해 침대에 철푸덕 누워버리겠지.
방 밖에서 들리는 저를 향해 소리치는 음성에 이어폰을 귀에 꼽아버리겠지.
소리는 또 최대로 올리고 말이야.
그냥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 외에 아무것도 안 들렸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으로 말이야.
그때 옹의 휴대폰에서 카톡 알림음이 짧게 울리겠지.
-형 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