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게 예쁜 사람이니까
너를 웃게 하는 건 내가 잘 하니까
이제 웃을 일 밖에 없을 거야
네 웃는 소리,
웃는 얼굴,
웃는 눈꼬리,
하나 빠질 것 없이,
너를.
좋아해 08
비가 온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낀건 비가 내리고 있다는 거였다. 방 안을 채우고 있는 공기도 무거웠다. 비 냄새나.. 나는 눈도 뜨지 못하고 인상만 잔뜩 찌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몇 시지. 주위는 아직 캄캄했다. 베개 주변을 더듬거려 핸드폰을 찾는데도 만져지지가 않는다. 뭐지.. 침대 옆에 빠트렸나. 아닌데. 아닌데? 잠시만. 나 어제..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나 어제, 김재환이랑 둘이 술 마셨는데..? 본능적으로 몸을 더듬어보니 어젯밤에 입었던 옷 그대로 입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제서야 바지도 여전히 스키니를 입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급하게 침대 밑으로 내려와 불을 키려고 손을 뻗었다. 시야가 아예 캄캄해서 더듬거렸는데, 발치에 걸리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 주저앉고 말았다. 내, 내가 방금 뭘 꾹 밟은 것 같은데..? 마치 사람의 뼈 같은 느낌이었, 어..
으윽.. 순간적으로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는데, 밟힌 사람의 목소리가 낯익어서 멈칫하고 고개를 틀었다. 주저앉은 상태로 손만 뻗어 불을 키니, 옹성우가 바닥에서 인상을 쓰며 누워 있었다. ... 옹성우가 왜 여기있지? 갑자기 밝아진 덕분에 적응하기 힘들어 눈을 찌푸렸다. 녹슨 기계가 오랜만에 불편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듯이 머릿속이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제.. 옹성우의 들이댈거야, 라는 말에 놀라서 옹성우를 피했고. 그 뒤로 동방에 가서 김재환을 만났고. 그리고 술집에 갔고.... 기억이 없다. 불안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지?
옹성우는 고통에 인상을 쓰면서도 잠에서 깰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방 안쪽에 놓인 가방을 뒤져 휴대폰을 찾았다.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그 사이에 무슨 카톡과 문자가 많이 왔나 하고 확인했더니 죄다 옹성우였다. 작업실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오후 6시부터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까지. 어디냐는 궁금함과 왜 연락이 안 되냐는 걱정, 그리고 왜 김재환과 같이 있냐는 물음들까지.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자고 있는 옹성우를 바라보았다.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엔 잘도 들어왔다 싶기도 하고, 필름이 끊겨 정신도 못 차리는 나를 용케 여기까지 데려왔다 싶기도 하고, 비가 와서 그런지 마음이 뒤숭숭한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팔을 뻗어 불을 껐다. 눈을 몇 초간 깜빡거리니, 시야가 적응 돼 옹성우가 눈에 들어왔다. 새벽 시간이라 그런지 옅은 푸른 빛 사이로 옹성우가 보였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비는 배경음악처럼 나를 감싸는 것 같았다. 창문으로 비가 부딪히는 소리, 바깥에서 차들이 빗속을 지나가는 소리, 비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부터 쏴아ㅡ 하고 시멘트와 거칠게 부딪히는 소리까지. 투둑투둑. 마음의 우물에도 한 두방울, 비가 내리는 것 같다.
비가.. 금방 그쳤으면 좋겠다. 나는 옹성우의 옆으로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보지 않아도 하늘은 이미 구름으로 먹먹하겠지. 눈만 오던 날씨가 녹아 벌써 비가 되어 내리는 날씨가 되어버렸다. 옹성우를 다시 만났을 때, 눈이 펑펑 내렸었는데. 옹성우는 고통이 가셨는지 이 와중에도 평온한 얼굴로 잘도 자고 있었다. 새삼.. 내가 7년을 짝사랑 한 이 얼굴이, 정말 잘생겼다고 느껴졌다. 이 잘난 얼굴 때문에 내 첫 사랑도, 내 첫 이상형도 모두 네가 되어버렸는데. 옹성우가 알런지 참 모르겠다. 이런 말을 하면 거만하게 웃으며 웃을 얼굴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작게 웃어버렸다.
기억이 안 나서 모르겠지만, 옹성우가 그 술자리에 온 것 같았다. 그래서 왜 재환이랑 있냐며 카톡을 남겼겠지. 길었던 술자리에 옹성우가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아니, 그럼 내가 환영이라고 생각했던 게, 진짜 옹성우였던건가. 술에 취해 보였던 옹성우는 가만히 나를 보고만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ㅡ .. OO야.
하고, 작게 부르던 네 목소리가.. 참 생생했는데. 정말 꿈이 아니었던 거네. 술 기운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있어도 얼굴이 화끈거릴만큼, 너무 다정했던 목소리였다. 그게 꿈이 아니란 걸 알았다면 술주정으로나마 너를 꽉 끌어 안아볼걸. 취해서라는 핑계 삼아, 네 볼에 입 맞춰 볼걸.
손가락을 뻗어 볼을 찔러본다. 옹성우는 정말 미동도 없이 잘 자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너를 피해다니긴 했지만, ..보고싶었어. 옹성우가 자고 있다고 해도 들리지 않게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비는 여전히 창문에 튀었고, 빗소리도 여전했다. 나는 몸을 움직여 옹성우에게 조금 더 바짝 붙었다. 따뜻한 몸의 열기가 전해진다. 자다 깨서 그런 건지, 다시 잠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눈을 뜨고 나면 비가 그치게 해주세요. 따뜻한 햇살을 보게 해주세요. 내일은 춥지 않도록.
* * * *
옹성우는 피곤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나 잘 잤으면서도 잠을 잘 못 잔 사람 마냥 눈두덩이가 부어있다. 팔짱을 끼고 두 다리를 딱 벌린 폼이 아마 내게 단단히 꾸중 할 준비가 된 듯 싶었다. 나는 방에서 최대한 꾸물거리며 옹성우 앞으로 갔다. 그런 내가 답답하지도 않은지 옹성우는 눈길로 나를 차분히 기다렸다. 끈질긴 새끼.. 잠시 욕이 튀어나왔지만 내 욕설을 듣고 더 분개할 게 끔찍해 속으로 겨우 삼켰다. 일자로 꾹 다물린 입술 끝이 달싹이는 걸 보아하니 금방이라도 내게 어젯 밤 일에 대해서 쏘아댈 것 같았다. 나는 옹성우의 눈치를 잔뜩 보면서, 일부러 티가 날 정도로 과장된 소심한 제스쳐로 바닥에 앉았다. 그 와중에도 옹성우는 내가 찬바닥에 앉은 게 불만인지 인상을 쓰며 턱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짜증이 확 일었지만 잘못한 게 있기에 다시 일어나 고분고분 의자를 끌어 앉았다.
옹성우는 참 사소한 거에 목숨을 걸었다. 여자가 되서 찬바닥에 아무렇게나 앉는 거라던가, 지금처럼 술을 많이 마셔서가 아닌 김재환과 둘이 술을 마시냐는 억지스러운 질문으로 물고 늘어지는 거라던가. 왜 김재환이랑 있었어? 옹성우의 물음에 나는 요점이 잘못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뭔 개소리지. 지금 김재환이랑 왜 둘이 술 마셨냐고 묻는건가? 다시 질문해보라는 내 물음에 옹성우는 똑같이 답했다. 왜 김재환이랑 둘이 술 마셨냐고. 참 꼬장꼬장한 얼굴이다, 라고 생각했다. 왜 너를 피했느냐, 왜 그렇게 술을 떡이 되도록 퍼마셨냐가 먼저 아니니? 옹성우는 자신에게 그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생각했으니 내게 물어본 걸거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ㅡ 같이 술 마셔 줄 사람이 필요했어.
ㅡ 나랑 마시면 되잖아.
ㅡ 갑자기 왜 이래? 너 없을 때도 재환이랑 술 자주 마셨어.
둘이서? 옹성우의 찌푸려진 미간이 펴질 줄을 모른다. 갑자기 이런 걸로 트집 잡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차라리 술을 덜 마시라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거면, 거 참 미안하다며 울상을 짓고 끝낼 일인데, 밑도 끝도 없이 재환이를 물고 늘어지는 게 영 어이가 없기만 하다.
ㅡ .. 다음부터 술 마시고 싶으면 나랑 마셔.
ㅡ .. 왜? 재환이가 더 편해.
ㅡ 그럼 계속 김재환이랑 둘이 술 마시겠다고?
매일 그랬왔던 건데, 새삼스럽게 왜 그러는거야! 울컥한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옹성우도 지지 않으려는 건지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쩔 수 없이 차이 나는 높이 때문에 눈을 부릅뜨고 옹성우를 올려다봤다. 김재환만큼 술 마시기 편한 애도 없는데, 나를 아주 혼자로 만들려는 속셈이 따로 없었다. 황민현은 너랑 놀아나기 바쁘고, 강다니엘은 같이 술 마시기 좀 별로고, 그럼 남은 건 김재환 밖에 없는데.
ㅡ 이러는 이유가 뭐야? 너 없을 때 재환이가 대신 있어준거나 다름 없어.
ㅡ 그러니까 김재환이 왜 대신 있어주냐고. 너 김재환 좋아해?
ㅡ 무슨 개뿔 뜯어먹는 소리야!
ㅡ 그럼 왜 그러는데!? 넌 내꺼잖아!
ㅡ 무슨 소..! 리.... 를....
하는.... 거야? 옹성우. 방금, 뭐라고 했어?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옹성우는 여전히 씩씩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넌 내꺼잖아? 이게 지금 무슨 소리를..
ㅡ 너 이제 내꺼야. 예전부터 내꺼였는데, 대놓고 안 했을 뿐이고 이제부터는 남들한테 다 알릴거야. 그러니까 이제 다른 남자새끼들이랑은 술 못 마셔.
내꺼니까, 나랑만 있어야 돼. 알았어?
애, 애도 아니고, 지금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마저 버벅거리게 만들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 잡히지만.. 얼굴이 빨개져서 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조차 헷갈리지만..
옹성우는 소파에서 내려와 내 앞에 섰다. 얼굴이 새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하는 내 양 볼을 부여잡는다.
김재환, 황민현, 강다니엘 다 안 돼. 남자는 다 안 돼. 나뿐이어야 돼. 알았어?
옹성우는 정말 미친 것 같다.
* * * *
옹성우의 내꺼 선언 이후, 옹성우는 나에게 등짝을 처맞으며 집에서 쫓겨났다. 소심하게 문을 콩콩 두드리는 소리에 가라며 소리를 버럭 지르자 그제서야 가는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문자가 띠링, 하고 도착했다. 설마 옹성우인가 싶어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다른 남자는 꿈도 꾸지마, 라는 문자에 압정만 잔뜩 찍어 보냈다. 들이댈거야, 라고 했던 게 이제 시작인 건가. 탈모가 걱정 될 만큼 머리를 쥐어 뜯었다. 난 아직 혼란스러운 것 같은데, 너는 뭐가 그렇게 기고만장 한건지. 한숨만 푹푹 내쉬며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오후로 넘어가고 있었다. 창밖은 내 바램과는 달리 아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겨울이 다 가려고 그러나..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소파 위로 던져놓고 씻을 준비를 했다.
옹성우가 복학하고 나서 하루를 조용하게 넘긴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학교를 가는 지금도 어떻게 알았는지 지하철역 앞에서 기다리다 나를 붙잡은 옹성우 때문에 옆자리는 옹상우가 꿰차고 있었다. 조용한 지하철에서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유난히 바짝 붙어서는 이것저것 속닥거리는 통에, 옹성우에게 분노 섞인 시선을 보냈다. 옹성우는 뭐가 문제냐는 듯 입술만 쭉 내밀고 눈썹을 아래위로 꿈틀거린다. 하.. 속 터져.. 마냥 붙어대는 옹성우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지만, 낯설어서 그런 건지 닿는 감촉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그 때는 치대는 게 애 같기만 했는데, 지금은..
옹성우를 힐끗 쳐다보니, 계속 나만 바라보고 있다. 지하철에서 시선이 몰리는 것 같아 옆구리를 찔러도 여전히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제발 민폐짓 좀 하지마..! 이를 잔뜩 악물고 말하자 그제서야 옹성우는 쯧, 하고 혀를 차며 드디어 앞을 봤다.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는데 옹성우가 팔을 꿈틀거리더니 내 팔 사이로 자기 손을 집어 넣는다. 그 행동에 화들짝 놀라 옹성우를 쳐다보는데, 옹성우는 여전히 앞만 보면서 자기 손과 내 손을 맞닿게 하더니 결국 깍지를 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번지는 따뜻한 온도에 놀라 소름이 돋았다. 나는 아무것도 못한 채 경직되어 내 손을 잡은 옹성우의 손만 바라보고 있었다. 옹성우는 앞만 바라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리고 있었다.
ㅡ 더 좋아할 거라고 했잖아, 내가.
속삭이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그제서야 옹성우를 바라볼 수 있었다. 새빨개진 귀를 하고, 붉어진 볼을 하면서 웃음이 가득한 얼굴이 들어온다. 이거 착각일까? 아니면 꿈인걸까? 아니면... 정말 나를 좋아하는 거야, 옹성우?
지하철 역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여전히 맞닿아 있는 손 때문인지, 서로 느껴지는 심장박동 때문인지는 몰라도 화끈거리는 얼굴을 주체하지 못 한 것 같다.
* * * *
비가 어느새 그친 것 같았다. 우산을 접고, 털어서 묶을 때까지도 놓지 않던 손을 옹성우는 학교 앞에 도착해서도 도통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억지로 잡아 빼려고도 했으나, 그때마다 옹성우는 씁- 하면서 더욱 단단히 잡을 뿐이었다. 이게 무슨 심본가 싶어 쳐다봐도, 생글생글 웃는 얼굴 뿐이다. 경상대 앞에서 헤어질거라는 생각과 달리 옹성우는 그 앞을 지나 미대로 향하는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야, 너 강의 안 가? 옹성우에게 잡힌 손을 끌어 당기자 옹성우는 여전히 신난 얼굴로 나 오늘 공강인데? 하며 미대로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공강인데 굳이 여기까지 왜 온거야 싶다가도, 물어보면 나만 또 민망해질 것 같아 속으로 삼켰다. 그나저나 이대로 계속 가다가 같은 과 동기나 후배들 만나기 쉽상인데.. 걱정스럽다가도 오늘 잔뜩 기분이 좋아져서는 나를 데려다주는 옹성우가 싫지가 않았다. 난 항상 너한테 지지.. 내가 널 좋아하니까. 새삼 맞잡은 손이 믿겨지지가 않아 엄지로 옹성우의 손등을 쓸었다. 옹성우는 잘 걷던 걸음을 우뚝 섰다. 옹성우의 귀가 유난히 빨개진다. 왜, 왜 이래.
ㅡ .. 그냥, 좋아서.
미치겠다 정말. 옹성우는 그 한마디만 내뱉고 다시 가던 길을 걷다가 또 우뚝 멈춰선다. 또 왜 그래, 왜. 옹성우의 손을 흔들며 묻자 또 생글거리는 얼굴이 나를 본다.
ㅡ 우리 나란히 걷자. 걸음 맞춰서.
분명 여기는 찬 바람이 부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목덜미에 따뜻한 바람이 부는 건지 모르겠다. 아까까지만 해도 얼어붙은 비가 내려서, 바닥이 축축하기만 한 걸 보면 아직은 추운 게 분명한데. 콸콸 쏟아지는 옹성우와 내가 쌓았던 강둑이 무너져서 어지럽고 복잡했던 마음이 한 순간에 가라앉는다. 옹성우는 여전히 거센 물줄기처럼 쏟아지고, 막을 생각도 시도조차도 할 수가 없다. 너에게 졌다. 항상 졌지만, 내세우던 자존심도 멀어지던 발걸음도 다 버렸다. 이제 너밖에 없는 것 같다. 확신이 들었다. 정말 네가 와서, 내가 봄이 될 수 있을까 했는데.
ㅡ .. 그래.
넌 정말 봄이었다.
★
에필로그
참, 우스운 일이다. 평소 같았으면 내 볼을 찌르는 손길을 붙잡아 너를 놀래켰을텐데. 그 작은 보고싶었어, 한 마디에 아무것도 못하고 눈을 감고만 있다. 한참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만 들렸다. 너는 내 옆에 누워서 색색, 숨소리만 내며 자고 있다. 새벽 공기 속에서 눈꺼풀만 들어올렸다. 상체를 약간 들어 팔만 뻗었다. 곤히 자는 건지, 내가 머리를 조심스레 들어올려도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작고 동글동글한 머리통을 내 팔에 내려놓았다. 이렇게 가까이서 자는 모습을 본 것도 참 오랜만이다. 너를 이곳까지 데려오는 동안 중얼거리며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가 멜로디 처럼 머릿속에 흐른다. 그렇게 내가 보고싶고 부르고 싶었으면서, 술은 김재환이랑 마시냐. 고개를 힐끗 돌려 곤히 자는 얼굴을 바라보자 또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예나 지금이나 눈 감은 것마저 예뻐 죽겠다.
바보같이 잠도 들지 못한 채 뜬 눈으로 해가 뜨는 걸 보고 있었다. 하늘이 어두워서 시간 구분이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참 어이가 없었다. 언제부터 네 숨소리가 이렇게 자극적으로 들렸던 건지. 눈을 꿈벅거리다가도 술에 취한 얼굴이 나를 보며 울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러다 한 번 더 네 얼굴을 바라본다. ....예쁘다. 아, 아니, 이게 아닌데.
형, OO누나가 계속 형 찾아요. 제발 데려가주세요..
잔뜩 지친 목소리로 걸려 온 재환이의 목소리에 놀라 택시를 잡을 생각도 없이 술집으로 뛰어갔다. 술집에서는 여러 병의 소주와 한 번에 잔을 들이키는 너, 해탈한 표정으로 오징어만 질겅질겅 씹어대는 김재환이 보였다. 어떻게 된거야? 헉헉거리며 묻는 내 얼굴을 보더니 재환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둘 다 참 이상하네요, 이상해. 에휴. 그 말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거 같아, 하하.. 하고 웃고는 OOO 옆에 앉았다. 얼마나 마신건지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나를 환영으로 착각하기까지 한다. 그 모습이 귀엽다가도, 이 꼴로 김재환이랑 둘이 있었던 게 조금 울컥해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넌 내가 좋아하는 거 알면서 맨날 상처줬잖아.
그 말이 뇌리에 가시처럼 박혔다.
내가 없는 동안, 참 많이도 울었겠다 싶었다. 너에게 들이댈거라는 말도, 더 좋아할거라는 말도 다 진심인데. 마음이 조금 아프긴 하다. 나는 잠결이 뒤척이는 너를 살며시 끌어 안았다. 따뜻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나를 베개로 생각하는 건지, 나를 끌어안으며 품으로 파고드는 작은 몸에 미칠 것만 같았다.
OOO.
이 새벽에 잠들지 못하는 나를 너는 알까.
길기만 한 어둠이 서서히 걷힌다.
BY. 메타메타몽몽
안녕하세요 도짜님둘,, 제가 좀 늦은 것 같아 대구리박겠씁니다,,
요즘 따로 쓰는 게 있는데다가 꼼꼼하게 쓰려고 하다보니 참 작업이 오래도 걸립니다,, (먼산
여전히 비회원 분들이나, 회원분들 댓글 다 잘 챙겨보고 있습니다
매번 새로운 분들이나,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이 오셔서 응원과 코멘터리를 남겨주실 때마다 행복해서 눈물질질 흘리고 있어ㅛ.. 감사합니다 엉엉
봄이 오고 있는 게 느껴지실까 걱정되긴 하지만.. 여주에겐 봄이 성우가 되었네요
제겐 봄이 언제올런지.. 코쓱..
암호닉을 정리하다가 어느새 이렇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너무 감격..
좋아해도 벌써 8화를 달려왔네요 같이 뛰어주셔서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매번 감사드립니다!!! ( _ _)
<암호닉> : 암호닉을 신청해주시면 완결이 날 때 메일로 텍스트 파일과 번외를 보내드립니당 꺄아
1 님, 고사미 님, 설렘옹청 님, 옹옹 님, 파요 님, 사용불가 님, 민주눅 님, 예그리나 님, 요정 님, 댄싱쥬스 님, 댕구리 님, 월광 님, 1217 님, 10 님, 말랑 님, 째니재환 님, 다민 님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하트_)
(만약에.. 빠지신 것 같다 하시면 제게 꼭!!! 말씀해주세요.. 대구리가 명쳥해서..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