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전개 상
9편 뒷부분을 조금만 붙힐께요~ㅎㅎㅎ
*
" 어어 ! "
" 으읍 ! "
이미 우현의 손에서 떨어진 스티커사진이 나풀나풀거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딱딱한 바닥에 부딪혀 등이 아려오는 걸 느낀 우현이 무언가가 자신의 입술을 꾸욱 누르고 있는 걸 느끼며 눈을 떴고 성규 역시 넘어질때 바닥에 박은 무릎에 인상을 쓰며 눈을 번쩍 떴다. 코가 맞닿아눌려있는 기분이 참 묘하다고 느낀 우현이 눈을 꿈벅꿈벅거렸다. '으악!!' 하고 성규가 벌떡 일어나 뒤돌아섰고 바닥에 누워 스티커사진을 잡던 그 포즈 그대로 손을 공중에 뻗은채 누워있는 우현이 잠시 멍을 때렸다. 방금 입술에 꾸욱하고 아주 질펀~하게 닿았던게..
" 아,시발...시발..."
우현이 붉어진 볼을 한 채 팔을 올려 눈을 가렸다. to.첫뽀뽀.안녕,잘가렴.나의 첫뽀뽀야. 순결하고 소중했던 첫 입술박치기가 이렇게 날라가는구나..
근데 왜 볼이 붉어지지.우현이 욕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미,미안."
" ...어... "
애매모호..아니 이 애매호모한 분위기는 뭘까.
평소같았으면 버럭 성질을 내야할 우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침대에 앉았고 책상쪽에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성규.
방안에 민망하고 후끈거리는 정적이 흘렀다. 순간 하늘에서 우르릉거리는 천둥이 들려왔고 그제서야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우현이 ' 나 화,화장실 좀'하며 방을 나왔다.방을 나오자마자 자신의 방금 했던말을 곱씹었다.내가 언제부터 화장실 갔다오는 걸 말하고 다녔지 ?
" 아이썅..."
입술을 벅벅 문질러봐도 말캉물컹몰랑말랑했던 입술의 감촉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다.
" 야,존나 정신사나우니깐 그냥 앉아있으면 안돼 ? "
" 아아아아 ~ 심심해 !! "
밤늦은 시간. 소파에 앉아 TV에 방송되는 심야영화를 보는 명수와 그 앞을 둥둥 떠다니며 수영하듯이 팔을 휘저어대는 성열이.
일이 바쁜 건지 이틀째 부모님이 집에 들어오시지않는다.아마 내쫓지는 않겠지...
" 야,김명수."
" 왜 이성열."
" 뭐 재밌는 거 없냐 ? "
" 컴퓨터하던지."
" 컴퓨터 ? "
" 응.야 ! 안 보여 ! "
" 컴퓨터 어떻게 하는지 몰라."
" 아오,그냥 확 ! "
결국 리모컨을 소파에 내려놓은 명수가 귀찮은듯이 머리를 헤집으며 자신의 방으로 향해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날아다니는 성열을 잡아다 의자에 앉히고 그림판을 켜준다.
" 여기다가 낙서나 하면서 놀아라.이거 잡고 대충 클릭해."
명수가 문을 닫고 거실로 나와 다시 영화를 보기시작했다.이제야 좀 마음이 편하네. 몇 분이 지났을까 ?
한참 여주인공이 자신의 암투병 사실을 고하고 남주인공과 애틋한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상하게 자꾸 어디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 키스한 번 존나 야하게 하네... "
근데 음성이랑 영화 싱크가 맞질않는다. 명수가 이상한 표정으로 티비 볼륨을 줄였다. 여전히 들려오는 신음소리. '설마..'하던 명수가 후다닥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야,야!!!! 아씨!!!!! "
모니터에 떠있는 화면은 얼마전 명수가 봤던 야한 동영상.즉 야동.
집에서 컴퓨터를 쓰는 사람은 자기 밖에 없어서 바탕화면에 당당히 깔아놓은게 화근이였다. 명수가 볼을 붉히며 서둘러 화면을 끄고 영상을 삭제했다.
" 야!! 누가 맘대로 뒤지래! "
" 야,니가 이거 잡고 대충 클릭하래서 했는데 왜 성질이야. 그리고 이런거 보면 흥분되고 좋고 그르냐 ?"
" 무,무슨 소리야."
" 아무튼 인간들이란..."
" 아씨이..진짜.. "
" 너도 꼴에 남자라고..."
낄낄거리며 웃던 성열이 유유히 거실로 향했고 명수가 머리를 감싸며 침대에 누웠다.
" 아,시발...쪽팔려... "
*
" 자...잘 다녀와."
" 어 ? 어어...오늘은 비가 오니까 집에 있어야겠지 ? "
" 으응..."
" 그,그래."
우현이 가방끈을 메만지며 방을 나서자마자 성규가 깊은 한숨을 쉬며 침대에 풀썩 누웠다. 침대에서 우현이의 향이 훅 풍겨온다.
단정지어말하자면 우현과의 관계는 어색,민망,뻘쭘,정적...완전 서먹해져버렸다. 성규가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어제 있던 일을 다시 한번 상기해봤다. 우현과 스티커 사진 하나때문에 실랑이를 버리다가 넘어졌고 입술 박치기를 꽝 !
" 아아...난 몰라... "
그나마 이제야 좀 우현이와 지내는 게 편하고 익숙해졌는데 다시 원상태,아니 오히려 원래보다 더 안 좋아져버린 것 같다. 입술을 자꾸 매만지고 비벼봐도 어제 그 말랑거렸던 감촉이 몽글몽글거리며 느껴진다.
*
" 우현아,비오니깐 우산 챙겨가 ! "
" 신발장 위에 있던 거 가방에 챙겼어. 간다!"
우현이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빠의 차가 있는 곳까지 얼른 후다닥 달려갔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 아오,아침부터 찝찝하게..."
팔에 묻은 물기를 대충 휴지로 닦아낸 우현이 달리는 차밖을 바라본다.
" 아부지. "
" 응,왜."
" 엄마 언제 애낳지 ? "
" 아마...지금이 7월이니깐...음,하나,둘,셋... "
손가락을 접어가며 계산하더니 '9월달'이라고 짧게 대답을 한다. '아직 배도 그렇게 안 불렀잖아'하며 우현이 묻자 '부르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데.하루가 달리 불러올꺼야,이젠'하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인다.'그래.그래...'하며 대충 대답한 우현이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보니 잉란에 대해 너무 소홀하게 생각한 것 같다. 한달안에 못 찾으면 이 행복이 깨지게 될텐데.. 차가 교문앞에 다다르고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기 귀찮은 우현이 대충 가방으로 비를 막으며 교실로 달려들어갔다.
" 아,찝찝해.
" 우산 안 가지고 왔어 ? "
익숙하게 우현의 의자를 빼주며 동우가 묻자 '가방에 있는데 꺼내기귀찮아'하며 빗물이 가득 묻은 가방을 몇 번 털어 옆에 걸쳐놓고 서둘러 교실 구석에 놓인 기다란 에어컨을 켠다.
" 교실 졸라 습해."
" 에어컨 틀면 담임쌤이 뭐라할껄 ? 아침부터 튼다고..."
" 야,습한 걸 어떡해. 이러면 땀내나.안돼.말려야해."
먼지섞인 쾌쾌한 공기가 먼저 뿜어져나오고 얼마안가 알프스 산맥에 와있는 듯한 상쾌한 에어컨 바람이 쏟아져나왔다. 아아~좋다.하며 우현이 개죽이 미소를 짓고 있을때 앞문을 열고 들어온 담임쌤이 에어컨에 동동 매달려있는 우현을 막대기로 가리키며 말했다.
" 쟤 남우현이지 ? "
" 어 ? 쌤,좋은 아침이네요."
" 에어컨 끄고 창문열어. "
" 안돼요,쌤.얼마나 습한데..."
'그래요,우현이 말이 맞아요''습해요'하며 여기저기서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뱉자 결국 담임쌤이 혀를 내두르며 교탁위에 무언갈 내려놓았다.
" 작년에 너네 수학여행. 신종플루다,구제역이다해서 취소된 거 기억나지 ? "
여기저기서 기억난다는 말과 함께 볼멘소리와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다른 학교도 마찬가지고 수학여행이 취소되어 전교생이 평소처럼 학교에 나와 7교시까지 하고 쓸쓸히 집으로 돌아갔었다.
" 이번에 수학여행 다시 일정 잡혔으니깐 반장! 나와서 가정통신문 나눠줘. "
교실이 떠나갈 듯한 ' 와아아아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3의 수학여행이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반장이 나눠준 용지를 받아든 학생들의 표정이 점점 구겨지기 시작했다. 장소에 써있는 '경주'라는 두 글씨. 남학생 한명이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아,쌤 !! 무슨 고삼 수학여행이 경주에요 ! 적어도 제주도는 가야죠! 옆학교는 일본도 간다던데 !'하고 외치자 옆에 앉아있던 짝꿍이 '거짓말마. 일본 자외선때문에 못가거든 ? '라고 짝꿍을 구박했다. 뒤에서 그걸 듣던 우현이 콧방구를 뀌며 거만하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 미친놈.지랄하네.자외선이냐 ? 적외선이지."
" 남우현. 자외선도 아니고 적외선도 아니고 방사선."
" 아,네... "
담임쌤의 말에 우현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고 교실은 웃음소리가 떠나갈듯이 들려왔다. 동우의 목소리가 제일 컸지만.
" 시끄러 !! 불만있으면 직접 교장실가서 따져. 암튼 수학여행은 경주로 간다. 날짜는 3주 뒤. 급작스레 잡힌 일정이라 서둘러야하니깐 되도록 수학여행비 밀리는 일 없도록 하고. "
그래도 여행이란 말에 신난건지 교실이 시끌시끌거린다. 뚱한 표정으로 용지를 보던 우현이 짝꿍 동우에게 물었다.
" 갈꺼냐 ? "
" 못 가지. 원래 난 안 갔잖아. "
동우가 씁쓸하게 웃으며 용지를 책상밑으로 쑤셔넣었다. 아무리 간병인이 있다해도 자신이 없으면 불편해하는 할아버지때문에 이제는 이런 용지를 받을때마다 슬프고 서운하기보단 그러려니하며 체념을 했다. 그래도 명수와 우현이 신나하면서 짐을 챙기거나 옷을 사는 걸 볼때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울컥울컥했던 동우다.
용지와 동우를 번갈아보던 우현이 책상서랍을 뒤져 모나미펜을 꺼내 불참에 크게 동그라미를 쳤다.
" 어 ? 너...안 가게 ? "
" 어.안 갈래. 귀찮아."
'니가 왠일이냐.노는 걸 마다하고...'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동우의 얼굴을 홱 떠민 우현이 동우의 푹신푹신한 젖소 필통의 필기구를 꺼내 와르르르 쏟아낸 다음 베게 삼아 눕고 눈을 감으며 동우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 점심시간에 꼭 깨워줘.좀 있다봐."
" 아,내가 내 필통 베게로 쓰지말라고 했지 ! 솜 눌린다니깐 ! "
" 시끄러시끄러.잔다."
필통에서 나온 지우개가루를 한데 뭉쳐 돌돌 말던 동우가 잠자는 우현의 뒷통수에 몰래 그 덩어리를 올려놨다.
*
침대위에 살포시 누워 천상에서 가져온 책들을 읽고 있는 성규.
모두 잉란에 관한 것들과 인간에 관한 책들이다.
" 인간들은 ...절대로 믿을 수가 없는 존...재이며... "
한 구절을 읽던 성규가 멈칫했다. 인간들은 절대로 믿을 수가 없는 존재다...
" 흠...이건 아닌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하며 순간 자연스럽게 가끔씩 웃는 우현의 얼굴이 머릿속에 펑 하고 떠올랐다.왜 너가 나타나는거야?! 하면서 얼굴을 지운 성규가 얼른 책장을 넘겼다.
" 이제보니 책이랑 많이 다르네... "
한참 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갈때쯤 방문이 열리고 우현의 엄마가 들어오자 침대에 누워있던 성규가 얼른 몸을 일으켰다.
" 아,우현이 학교 갔는데..."
" 그건 아줌마도 알구 있거든~사실...우현이가 우산을 잘 못 가져간 거 같아서 말이야... "
" 우현이가요 ? "
" 응. 손잡이가 고장나서 버릴려고 신발장에 올려놓은게 하나 있었는데 우현이가 그걸 집어가버렸네..."
" 아아..."
" 그래서 부탁하나만 하려구...내가 몸이 이래서 학교까지 갈 수는 없고 우현이 녀석이 무식해서 우산 없으면 그냥 비 쫄딱 맞고 오는 애거든...이제 우현이 학교 끝나는 시간인데 시간 괜찮으면 우산 좀 가지고 우현이 마중 가줄 수 있나해서... "
" 아아.. 네 ! 걱정마세요,아주머니.제가 우산 가져다줄께요. "
" 역시 성규는 마음이 천사라니깐..암튼 고마워~ "
" 아니에요.괜찮아요. "
'그럼 준비 다 되면 내려오렴'하며 우현의 엄마가 조심스럽게 1층으로 내려갔고 성규가 기지개를 켜며 우현의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혹시 가다가 잉란을 마주칠까싶어 잉란 주머니가 담겨있는 가방도 꼭꼭 메고 우현이의 옷장을 조심스럽게 열고 대충 알맞은 옷을 껴입은 성규가 1층으로 내려갔다.
" 여기 ! "
하나는 펴고 하나는 자신의 가방에 넣은 성규가 꾸벅 인사를 하며 '다녀오겠습니다~'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 비 많이 오네... "
생각보다 내리는 양이 많아졌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듣기좋다.투둑투닥투둑투닥...한참을 빗소리를 듣던 성규가 아차차하며 우현이가 우산없이 걸어올까 싶어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
" 아,여기서 왼쪽인가,오른쪽인가... "
성규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삼거리에서 멈춰섰다. 팻말하나가 보이지않고 또 우현의 학교 이름도 모르는 성규였다. 더군다나 비가 내려 물어볼 사람도 많지않다. 한참 삼거리에서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때 누군가가 성규에게 다가왔다.
" 저기 성규오빠 ? "
" 어어 ? 너...는... "
" 안녕하세요..."
복순이다.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서있는 복순이의 차림은 교복이 아닌 사복차림이다. 성규가 어색하게 인사를 받는 것도 잠시,복순이의 옷차림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 저...넌 왜 교복 안 입었어 ? 학교 안 다니는거니 ? "
" 아~ 저희 학교는 오늘 개교기념일이에요.오.빠. "
쑥쓰러워하며 오빠라는 단어를 붙힌 복순이의 몸을 베베 꼬았다. 그러건 말건 성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저 멀뚱멀뚱 서있었다.
" ...뭐 찾으세요 ? 표정이 딱 뭐 찾으시는 표정인데... "
" 아아...사실 우현이네 학교에 가야하는데...어딘지를 모르겠어... "
성규의 팔자눈썹이 추욱 쳐진다. ' 와,시바.졸라귀엽네.' 복순이의 가슴이 또 한번 두근두근거렸다. 이미 봄은 지나고 여름이 진행중이란 걸 말해주는 장마철인데도 복순이의 가슴에는 봄바람이 살랑살랑거리는 것 같았다.
" 남우현새끼...아니 우현이네 학교는 저 쪽으로 가셨다가 왼쪽으로 가셨다가 오른쪽으로 도시면 바로 있어요!"
" 으응 ? 뭐,뭐라구 ? 모르겠어... "
" 아,어쩔 수 없네요. 제가 바래다드릴께요. "
복순이가 두 눈을 반짝거렸다.
순진한 성규가 '그래줄래?'하면서 환히 웃은 성규가 '다행이다.우현이가 비맞고 올까봐 걱정했는데'라고 중얼거렸다.
*
" 아,시발. 뭔 비가 이리 존나게 많이 오냐. "
" 그러게...하늘에 구멍이라도 뚤렸나봐."
" 일기예보 구라쟁이.."
중앙현관에서 나온 동우와 우현이,명수가 같이 투덜거렸다. 가방을 앞으로 돌려 우산을 꺼내던 우현이 '넌 우산있냐'하고 묻자 동우가 아까 너 잘때 쉬는시간에 친구들이랑 칼싸움하다가 부러뜨렸다고 대답했고 명수는 비에 젖을 걸 말리려고 복도에 내놨는데 누가 훔쳐갔다고 투덜거렸다.
" 빙신. 아주 꼴좋다. 쯥.작지만 같이 쓰고 가자. "
" 콜."
" 아싸.고마웡. "
" 모습은 좀 이상해도 비 안 맞는 게 어디..."
우산을 펼치려던 우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 이거 왜이래,이거."
" 왜 ? "
" 안 펴져. 으으윽!! "
잔뜩 힘을 주며 밀어봐도 펴질 기미가 안 보인다. 이리 줘봐,내가 한번 해볼께. 우현의 손에서 우산을 뺏은 명수가 다리사이에 우산을 끼워놓고 끄응끄응 거리며 애를 쓰지만 역시나 펴지지않는다.
" 아,남우현.니가 빙신이네. 우산을 가져와도 이런걸가져오냐 ! "
" 아오...짜증나. 엄마는 왜 이런 걸 신발장에 올려놓고 그래!! "
우현이 신경질적으로 우산을 내팽겨쳤다.
" 어떡하지 ? "
" 뭘 어떡해. 그냥 맞고 가는 수밖에."
" 그러다가 여름감기걸리면 개만도 못한 소리 듣는거야... "
으슬으슬 거리는 듯 손으로 팔뚝에 돋은 소름을 비빈 동우가 쪼그려앉아있는 우현옆에 찰싹 붙어 앉았다.
" 저리꺼져.끈적거려. "
" 아,추워. 좀만."
" 아오.넌 왜 우산으로 칼싸움을 해서 지랄이야. "
"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줄 알아!? 먼저 도전을...어 ? "
동우가 무언갈 발견한 듯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든다. 누군데 그러지 ? 우현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멀리서 다가오는 사람을 확인했다. 저 키작고 코끼리허벅지는 노복순이가 맞는 것 같은데...그 옆에 누구지...
" 성규혀엉~~!!! "
" 뭐 ? ...김..성규 ? "
동우의 외침에 우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김성규 ? 쟤가 이리로 다가오고 있는 거지 ? 그건 그렇고 옆에 노복순이는 뭐고 ?
둘이 왜 여길 같이 오는 거야 ? 뭐지 ? 설마 나한테'우리 둘 사귀게 됐어'라는 막장을 보여주려고 온건가 ?
" 하아. 안 늦어서 다행이다. "
어깨에 묻은 비를 턴 성규가 우현에게 다가가 우산을 건넸다. 하지만 아직까진 꽁기꽁기하고 어색한 사이.
" 아주머니가 걱정하시더라구.너 우산 잘 못 가져간 것 같다고..."
" 어 ? ..어..근데 노복순, 너는 뭐냐 ? "
" 죽는다.노하연이라고 .제발."
" 너가 왜 ... "
" 아아~ 어떻게 된거냐면..."
복순이 설명하기도 전에 성규가 먼저 말을 꺼내기시작했다.
" 아니 여기 찾아오려고 하는데 길은 잘 모르겠구...그래서 서있는데 복순...아니 하연이 만나서 여기까지 데려다준거야...저번에 왔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
" 누가 보면 둘이 사귀는 줄 알겄다 ? "
" 야,남우현. 쑥쓰럽게 무슨 그런 농담을..호홓..."
입이 귀에 걸린 복순에 비해 성규는 어버버거렸다. 카톡카톡거리며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한 복순이 친구와 약속인 걸 깜빡 잊었다며 성규에게만 다음에 또 보자는 인사를 하고 빗속으로 서둘러 사라졌다. 아무말도 않고 성규에게 받은 우산을 펼치는 우현. 그리고 먼저 성큼성큼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 야야! 남우현 ! 같이가 ! "
서둘러 성규의 우산속으로 들어간 동우가 우현에게 달려갔다. 폴짝폴짝 뛰는 동우 덕분에 성규가 덩달아 걸음걸이 빨라졌다. 혼자 남아있던 명수가 우왕자왕하더니 이내 쪼르르 달려가 우현의 우산 속으로 쏙 들어갔다. 다시 나란히 걷게 된 네 사람. 성규와 같이 우산을 쓴 동우와 우현이 쓰고 있는 우산을 쓴 명수. 남자 4명이 나란히 붙어가려니깐 은근 좁다.
" 아,근데 어쩌지. 나랑 명수는 이 쪽으로 가는데..."
갈림길에 멈춰선 네 사람. 명수와 동우는 같은 쪽이고 성규와 우현만 반대쪽이다. 결국 동우와 명수에게 우산 하나를 내어주고 성규와 나란히 우산을 쓰게됐다. 가끔가다가 비에 젖은 어깨가 이따금씩 닿는데 정말 어색해서 미추어버리겠다.
" 큼... "
예전엔 안 그랬는데 왜 이러지. 뽀뽀때문인게 분명하다. 우현은 어제일이 또 생각나버려 자꾸만 성질이 났다. 딴 생각을 떠올려도 바로 눈앞에 있던 성규의 얼굴이 슬로우모션으로 떠오르고 그 입술의 감촉도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한참 말없이 걸었을까. 성규가 잡은 우산이 자꾸 자신쪽으로 기울어 성규의 어깨가 촉촉히 젖어가고 있었다.
" 내가 들께.이리내놔."
" 아냐아냐.안 무거워. "
" 니 무거울 까봐 그러는 거 아냐. 내가 잡는 게 편해."
힘으로 성규의 손에 들린 우산을 뺏은 우현이 슬쩍 성규쪽으로 우산을 기울였다.
" ...존나 그 허연 가방은 왜 메고 왔냐. "
" 혹시 잉란 만날 까봐..."
" 그러면서 옷은 내 옷 입고 왔네 ? "
성규가 민망한 듯이 볼을 붉히며 자신이 입은 우현의 가디건을 만지작 거렸다. 뭘 입어야할지 몰라서 대충 입었는데...역시 이상한가..
아,근데 걸어도 걸어도 왜 이렇게 집이 안 보이는 걸까.원래 이렇게 집이 멀었나싶다. 1초가 1분같이 느껴진다.만약 동우와 넘어져서 입술박치기를 했다면 쌍욕을 하며 그냥 바로 티격태격 장난을 쳤을텐데 성규와 입술박치기를 하고나니깐 엄지발가락부터 정수리까지 간질간질거리는게 참 이상하다. 우현이 자꾸 성규와 닿는 어깨부근이 간지러워 손으로 긁적거렸다.
" 야."
" 응,왜 ? "
" 미안."
결국 참다못한 우현이 먼저 사과를 건넸다. 우현의 입에서 처음 튀어나오는 단어에 성규가 눈을 동그랗게뜨며 다시 물었다.
" 뭐라구 ? "
" 아,뭘 또 묻냐. 미안하다고. 어제...그... "
' ...그...뽀뽀...'하고 말하자마자 우현과 성규 사이에 정적이 찾아왔다. 빗소리가 총소리처럼 들릴정도로 조~용한 정적. 그리고 성규가 뒤늦게 입을 열어 '아냐...안 미안해도 돼'하고 대답을 했다. 아,존나 왜 이렇게 심장이 쫄깃쫄깃한거야. 우현이 헛기침을 하며 괜히 딴청을 피웠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집에 도착할때까지 한마디 말도 없이 걸었다.
지금 아이튠즈 삭제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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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컴터느리다고 다 삭제해뿜.
매우 화남.
히히히 다행히 에그몽관련파일은 제 유에스비에 저장.
암튼 댓글 많이달아주시면
달달함과 야릇함이 늘어나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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