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ㅠ
제가 사정상 일이있어서 늦어버렸네요ㅠㅠ
*
" 아,존나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야.. "
우현,성규,명수,성열. 네 명다 모두 우현이네 2층 거실에 모여있다. 잠이 덜 깬 우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성열의 말을 따르면 하늘에 있는 삼신이란 할매가 인간세상으로 홀로 보낸 성규가 걱정돼 성열을 보냈고 어찌저찌되서 명수를 만나 이 곳으로 오게되었다는 졸라 평범하지는 않은 이야기였다.
" 그렇다고 그렇게 막 밝히고 다니면 어떡해.아,내 말은 명수가 나쁜 애라는 게 아니라..."
" 내가 말할려고 말한게 아니라 얘가 형을 알길래 난 또 형이 먼저 말하고 다닌 줄 알았지.."
" 내가 너처럼 생각없는 앤 줄 알아 ? 아,진짜 이를 어째... "
" 아오,다들 좀 조용히해. 밑에 아직 엄마,아빠 주무시거든 ? "
" 아..미안.."
우현이 슬리퍼를 발끝에 걸고 흔들흔들거리고 있는 명수에게 ' 넌 어떻게 만났냐'라고 묻자 ' 말도마.끔찍한 경험이니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명수의 대답을 들은 성열이 명수의 발을 퍽 까며 입을 열었다.
" 암튼 난 이성열이고 인간 나이로는 18살. 역시 천상인."
' 우리 엄마 잉란 잃어버린게 꽤 큰 일이구나'하며 성열과 성규를 번갈아본 우현이 말했다. 하늘에서 그것도 천사를 두 명이나 보내다니.
" 당연하지. 지금 천상에서는 너네 엄마의 잉란 사건을 기록할까말까하며 시끌시끌해. "
" 존나...대박이네...근데 넌 왜 나한테 반말쓰냐 ? 18살이면 나보다 한 살 밑인데? "
" 그럼 너는 왜 성규형한테 반말쓰냐. 천상으로 따지면 우리 둘 다 너네들보단 한~참 위인데 ? "
" ......."
말문이 막힌 우현이 목을 긁적이며 ' 아,몰라.난 더 잘꺼야'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엔 정적이 흘렀고 진짜 잘 모양인지 우현의 방에서 침대 스프링 소리가 들려왔다.
" 어후...쟤랑 어떻게 같이 살아,성규형 ? "
" 응...지내다보면...아니 그게 아니고 너 어떡할껀데 ? "
" 뭐를 ? "
너무 느긋한 성열의 태도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 앞으로 어디서 지낼꺼야 ? 설마 여기서 지내겠다는 건 아니지 ? "
" 당연하지.나도 염치는 있거든 ? "
'얘네집에서 지낼꺼야'하며 엄지발가락으로 맞은 편에 앉은 명수를 가리킨다. '명수네 집에서 ?'라며 명수를 쳐다본 성규가 진심이냐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 안 된다고 안 된다고 몇 수백번이나 말했는데 쟤가 들어야말이죠...어차피 저희 부모님 둘 다 맞벌이해서 한달동안이면 괜찮긴해요..."
" 그래도...미안해서..."
" 에이,뭐가 미안해~ 한달인데. "
" 조용히 해.이성열. 아,참 ! 너 화분은 어쨌어 ?! "
성규의 방, 창가위에 놓인 화분.
행운을 모아주는 화분으로 오래전에 파수꾼 시험에 합격하고 선물로 받은 거라 성규가 굉장히 애지중지하는 화분이였다.
" 걱정마. 다 부탁하고 왔지."
" 불안한데..."
" 암튼. 난 계속 얘네집에서 지낼꺼야. 잉란도 찾을꺼고 얘도 도와주기로 했어."
" 내가 ? 내가 언제."
' 그럼 싫다는 거냐 ? 쟤네 엄마의 아기혼인데?'라며 우현의 방문을 가리킨 성열이 협박하듯 말하자 인상일 찌푸린 명수가 알았다며 대답을 했다.
명수가 이렇게 꼼짝 못 하는 이유는 바로 어젯밤에 있다.
*
(어젯밤)
" 여기 팔천원이요..."
원래 버스를 이용하면 환승해서 천원으로 갈 거리를 급하게 도망치느라 택시를 타버렸고 그것도 재수없게 모범을 잡아버렸다. 알바비 받자마자 다 날리게 생겼네..택시에서 내린 명수가 습한 여름 날씨에 와이셔츠를 펄럭거리며 서둘러 아파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명수네 가족은 명수와 명수의 누나인 은수와 부모님.이렇게 4명인데 명수의 누나 은수는 현재 해외에서 우아하게 발레를 배우고 있으시다.
미래가 촉망해 모든 친척들과 가족의 관심은 은수에게 향해있고 명수는 그저 이도저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차라리 그게 낫다.
가끔 1년에 한번정도 은수가 한국에 올때면 모든 친척들과 가족들의 관심으로 오히려 피곤에 쩔어버리는 은수의 모습을 한 두번 본게 아니기 때문에...
우체통에 우편물이 들어있는 걸로 보아서 역시 아무도 집에 없는 게 분명했다.
씁쓸하게 웃은 명수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13층을 누른 거울을 빤히 바라보며 얼굴 이 곳 저 곳을 훑었다.' 아,진심 완전 잘생겼네.'라며 한번 미소를 지어보였다.
" 잘 생기긴 뭐가 잘 생겨."
" 으아악!!!! "
명수가 화들짝 놀라며 엘리베이터 구석으로 쿠과과광거리며 달려갔다. 거울 속 자신의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성열의 모습에 명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지춤을 꽉 쥐었다. 아,금방이라도 오줌쌀 것 같아,슈발.
" 너!!어,어떻게.. "
" 성규형 어딨어. 왜 도망가 ? 수상한데 ? 설마 성규형한테 나쁜 짓이라도 한거야 ? "
" 무,무슨 소리야! "
" 더듬는 거 보니깐 더욱 의심이 가. "
아직 5층밖에 지나질 않았다.
명수가 다급하게 엘리베이터 문으로 다가가 쾅쾅 두들기며 소리쳤다.' 여기 사람살려요!! ' 하며 발광하는 명수의 어깨를 잡은 성열이 홱 뒤로 잡아당겨 벽으로 밀쳤다.
" 이게 봐주려고했더니."
" 너,너... "
" 뭐 ! "
' 띵동 '하는 소리와 함께 13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명수가 후다닥 달려나왔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른 명수가 주위를 살피며 얼른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하아... "
인간인지 귀신인지 모르겠지만 귀신보다 훨씬 무섭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가싶은 명수가 현관문을 등에 지고 철퍽 주저앉았다. ' 가,갔겠지 ? ' 하며 일어난 명수가 조용한 복도가 수상해 현관문에 달린 동그란 구멍으로 밖을 살폈다. 아무도 없긴 한데...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잡고 좁은 틈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 하,다행이다...갔구나."
" 뭐가 ? "
" 으악!"
*
" 그러니까 너가 천사고...성규형도 그거라고 ? "
" 난 또 너가 다 알고 있는 줄 알았지. "
성열이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명수의 집안을 둥둥 떠다녔다.
결국 자신이 나서서 모든 걸 밝혀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 어찌됐던간에 ! 넌 이제 관리대상이야."
" 야,그냥 난 못 들은 걸로 할테니깐 빨랑 나가.정신사나워."
" 어딜 ? "
" 우리집에서 나가라고. 그 성규형이라는 사람은 남우현네에 있으니깐 가보던지. "
소파에서 일어난 명수가 자신의 방으로 향하려하자 ' 나 갈 데도 없고 남우현인가 뭔가하는 인간도 몰라.'하며 나갈 모양이 아닌 건지 두둥실 떠다니던 성열이 소파에 몸을 뉘였다.
" 뭐 ? 그래서 어쩌라고. 난 그 일에 상관없는 사람이야."
" 왜 상관이 없어. 이제는 있지. 알아버렸으니깐. "
" 니가 막 멋대로 말한거잖아."
" 어찌됐던간에 아는 건 아는 거야. "
" 진짜 막무가내네 ? "
" 야,너 그렇게 천사 막 대하고 어쩌려고 그러냐 ? "
' 불지옥에 확 떨어져봐야 정신을 차리지'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엄포를 놓은 성열의 모습에 솔직히 약간 쫄았다. 사실 성열에게 그럴만한 힘도 없고 명수가 잘 못한 것도 없었지만 왠지 진심으로 자신을 쫓아낼 것 같은 명수의 모습에 그냥 아무 말이나 막 뱉어대기 시작했다.
" 너 나한테 이렇게 막 대하잖아 ? 그럼... 삼대가 망해버려. 폭삭. "
목이 짤리는 제스처를 해보인뒤 소파에서 두둥실 떠올라 폴폴폴거리며 명수에게 향한다.
" 니 아들에 아들까지 삼대가 아주 그냥 폭삭."
" 포,폭삭 ? "
" 응. 폭삭. 그리고 뭐...앞으로 너의 모든 일에 저주를 듬뿍 내릴 수도 있고."
저주를 듬뿍 ? 삼대가 폭삭 ? 사실 그딴거 다 거짓말이다. 성열은 천상에서 삼신할매 허드렛일을 맡은 심부름꾼밖에 안 된다. 그냥 쩌리다,쩌리.하지만 명수에겐 나름 먹혀들어간건지 명수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 그래서 나한테 저주를 내리겠다고 ? "
" 아니. 그냥 참고하라고."
"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데.아니 근데 많고 많은 사람들중에 왜 하필나야 ? "
" 몰라. 니가 내 일에 끼었잖아.
" 뭐 ? 내가 언제 니 일에 끼어 ? "
" 아,몰라.조용히 해,시끄러. 아 피곤해 여기가 니 방 ? "
멋대로 문을 연 성열이 방안으로 들어가가자 황당한 표정으로 명수가 따라들어갔다. 뭐 이딴 놈이...아니 이 딴 천사가 다있어. 방안을 날아다니며 훑어보더니 ' 흠...무지 좁다'라며 혀를 찬 성열이 가방을 벗어 책상위에 놓고 침대위로 몸을 날렸다.
" 오,꽤 푹신푹신하네. "
" 야,일단 얘기 좀 하자. 여기서 지내겠다고 ? "
" 어. 한달동안만. 듣자하니깐 남우현인가 뭔가하는 뭐시깽이집에서 성규형 지내는데 나까지 거기서 지내는 건 민폐인 것 같고...그나마 남은 건 너니깐 어쩔 수 없지. 넌 복 받은 거야. 천사랑 동거라니. 너네 삼대가 기뻐해야할걸 ? "
' 존나 어이터지네.' 명수가 허리에 손을 얹고 침대에 누워있는 성열을 보며 중얼거렸다.
" 뭐,나도 그냥 얹혀살긴 미안하니깐 보답을 할께."
" 하숙비라도 내려고 ? 너 거지잖아."
" 한달동안 신세를 지게됐으니깐 앞으로 일어나는 너의 모든일에 행운이 따르는 주문을 걸어주지. "
" 행운 ? "
" 원래 인간한테 해주면 안 되는 건데...이건 성규형한테도 비밀이다. "
" 어 ? 어... "
솔깃한 제안에 명수가 얼른 고개를 끄덕거렸다. 앞으로 모든 일에 행운이라니. ' 이리와,앉아봐.' 하며 침대로 손짓하자 명수가 주춤거리며 침대에 앉는다. 심호흡을 한 성열이 명수의 눈앞에 손을 가져다대고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쓔불라쓔불떨뤼뤼쥐릉뚜빠뚭뚜르 "
" .... "
" 허헙! "
하고 기합을 넣더니 갑자기 명수의 어깨를 두 손으로 힘차게 팡!!!내려친다. 동시에 ' 으윽 ' 하며 신음을 흘린 명수가 몸을 움츠렸다. ' 다 됐다.' 하며 손을 턴 성열이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지친다며 침대에 풀썩 누웠다.
" 잔다.시끄럽게 하지마. "
" ...... "
명수가 쓰라린 어깨를 주무르며 진짜 잘 건지 곤히 눈을 감은 성열을 쳐다봤다. 약간 기분이 이상해진 것도 같고...진짜 행운이 따르려나 ? 의심쩍은 얼굴의 명수와 속으로 큭큭 웃고 있는 성열.
주문 ? 행운 ? 그런거 다 뻥이다. 내가 그런 거 할 줄알면 삼신할매 시다바리를 하겠어 ?
*
" 아무튼 한달동안 성열이 잘 부탁해..성열이가 좀 천방지축이라."
" 내가 무슨 천방지축이야. 아무튼 나랑 얘도 잉란 찾는데 주력을 다할꺼니깐 금방 찾을꺼야. "
" 그래... "
그래도 성열이가 곁에 있어서 그런지 조금 든든하긴하다. 철이 없고 생각이 짧긴 하지만. 명수와 성열이 투닥거리는 걸 지켜보던 성규가 잉란을 찾으러가야겠다며 방으로 향했다.
" ...우현아,자 ? "
" 아니. 시끄러워서 잠이 안 와. "
" 미안...성열이가 좀 시끄럽지... "
" 아침부터 잉란 찾으러 가게 ? "
" 응. 이왕 일어난 김에 가려고. 잠 깨워서 미안. 다시 자. "
" 같이 가자. "
" 응 ? "
" 같이 가자고. 너 혼자 찾는 것 보단 나도 같이 찾는 게 낫겠지. "
" 그,그래. "
' 왠일이지 '싶은 성규가 화장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다. 성열과 비슷한 차림의 성규.
" 근데 왜 인간의 옷을 입던거야,형은 ? "
" 나 ? 아,그냥...우현이네 어머니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그래서.. "
대충 머리에 물을 적셔 누르고 세수와 이만 닦고 온 우현까지 총 네 명이 모였다.
" 일단 나랑 우현이는 시내 중심을 찾아볼께. 너랑 명수는 이 근처..."
" 왜 내가 얘랑 가야해 ? "
" 야,죽을래 ? 나도 너랑 가는 거 기뻐서 날 뛸 정도는 아니거든 ? "
" 천사한테 말하는 것 봐라 ? "
" ...아...내 말은."
" 이성열,그냥 형이 하라는대로 해. 우현이랑 명수는 잉란 잡을 줄도 모르고 날 수도 없으니깐 너가 명수랑 가. "
" 쯥...알았어. "
못 마땅한 표정을 지은 성열과 명수가 내려가자 우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 정신사나워... "
너도 가끔... 성규가 뒷 말은 삼키고 얼른 내려가자며 우현을 이끌었다. 이제 아침 9시인데 일요일날 늦잠도 못 자고 이게 무슨 일인가싶은 우현이 따가운 햇살에 눈을 찌푸렸다. 날씨는 또 왜 이렇게 짱짱해.짜증나게...'야,근데 진짜.'하며 걸음을 멈춘 우현이 성규의 복장을 훑고 ' 보는 내가 더워디지겠다'하며 핀잔을 줬다.
" 천상에는 여름 옷 같은 거 없냐 ? "
" 계절이 없어서..."
" 쯧쯧...아,암튼 아침밥 안 먹어서 그런지 기운도 없고 배도 고프고..."
" 아,맞다! 너는아침 먹어야 되지...다시 가서 밥 먹고 올까 ? "
" 됐어. 그냥 가. "
우현이 배고픔을 느끼는 사람이란 걸 잠시 깜빡하고 있었다. 가방끈을 고쳐멘 성규가 슬금슬금 우현의 눈치를 살폈다.
" 왜 자꾸 눈치보냐. "
" 아니..그냥 너 자꾸 인상 찌푸리길래...화났나해서. "
" 화 안 났어. 햇빛이 존나 지랄나게 눈부셔서 그래. "
" 우현이는 그냥 집에 있어도 되는데,괜히...미안..."
" 존나 맨날 미안~미안~...니 유행어냐 ? 미안~미안~ "
성규의 말투를 따라하며 놀리자 또 '아...미안...'하며 정말 미안해한다.
" 미안해하지마. 너 때문이 아니라 울 엄마 생각해서 나온거니깐. "
" 으응. "
" 저 쪽부터 가보자."
뭔가 머쓱해진 기분에 우현이 먼저 앞서걸었다.
*
" 야,저게 뭐야. "
" 어떤거 ? "
" 저기 여자들이 들고 있는거. "
횡단보도앞 여대생들의 손에 들려있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테이크아웃 커피였다.
깔깔거리며 이야기하다가 한번씩 빨대를 물고 쪽쪽 빠는 모습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걸 느낀 명수가 비웃으며 '천상인가 뭔가 하는 곳은 저런 것도 없냐?'하고 비꼬아대자 ' 저거 없어도 여기보다 몇 십배는 행복한 곳이야.까불지마'라며 역으로 비웃음을 당했다. 아,자존심상해. 명수가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떨어져있던 빈 깡통을 걷어찼다.
" 야,나도 저거 사줘."
" 뭐를."
" 코피. "
" 커피겠지,인절미같은 놈아."
" 인절미 ? 그게 뭔데."
" 떡.찰진 떡. "
" 떡 ? 죽을래 ? 암튼 저거.사줘."
아니,얘는 나한테 돈 맡겨 놨나 ? 왜 이렇게 당당할까. ' 너 어제 너가 먹은 분식값은 어쩔건데 ?'라며 묻자 ' 대신 내가 너한테 행운을 부르는 주문을 걸어줬잖아.그리고 나 인간세상 돈없어.'라며 적반하장을 한다. 어쩔 수 없이 명수가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엔젤리너스로 향했다.딸랑거리며 까페 문이 열리고 향긋한 커피향과 시원한 에어컨이 명수와 성열을 반겼다.
" 어서오세요,엔젤리너스입니다."
" 너 뭐 마실꺼야. "
" 커피라고 했잖아."
" 아니 그러니깐 커피 중에서도 뭐 마실건데.메뉴를 말하라고."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멍청아. "
성열이 진심 너 멍청이 아니냐는 표정으로 명수를 쳐다봤다.' 멍청이는 너인 것 같은데...'명수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물었다.
" 휴우..너 단 거 좋아하냐,쓴 거 좋아하냐 ? "
" 멍청아.쓴 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어."
" 자꾸 멍청아,멍청아하지마라. "
" 바보야."
" 야,이게 진짜. "
" 암튼 빨리 사줘."
점원이 덜떨어진 둘의 대화를 듣다못해 친절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 어떤 걸로 주문하시겠어요 ? "
" 어...카라멜 마끼야또 ? 그거 달죠 ? 그거 아이스로 하나 주세요."
" 넌 안 먹어 ? "
" 난 커피 별로 안 좋아해."
대충 고개를 끄덕인 성열이 까페안을 살폈다. 계산대 바로 옆에 있는 판넬에 엔젤리너스의 유래가 적혀있었다.
[ 엔젤리너스 : 우리안의 "천사"라는 뜻으로 신의 선물 전달의 임무를 받은 세 명의 천사들이 전해주는 커피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첫 줄을 읽은 성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점원에게 물었다.
" 이게 무슨 말이에요 ? "
" 네 ? 어떤 거요 ? "
" 여기 써있는 글이요. "
" 아아~ 엔젤리너스의 유래입니다,손님."
" 이런 적 없는데. 천사들은 선물 배달 같은 거 안 해요."
" 예 ? "
" 아니 여기에 신의 선물 전달 임무라고 써있는데 이건 뭐 듣도보도 못한..."
의아한 표정으로 꼬치꼬치 캐물어대자 계산을 하고 커피를 받아든 명수가 얼른 성열을 데리고 까페를 나왔다.
" 야,너 니가 천사인 거 다 소문내려고 그러냐 ? "
" 쟤네들이 틀린 말 써놨잖아."
" 아오...쫌...이거나 먹어."
물기가 촉촉하게 맺혀있는 아이스 카라멜마끼야또를 성열에게 건냈다.
" 오,신기하게 생겼네 ? 킁킁...냄새도 좋고."
냄새를 한번 맡은 성열이 빨대를 입에 물더니 힘껏 빨아재꼈다.
컵에 담겨있던 생크림이 밑으로 반이나 가라앉는 걸 본 명수가 뜨악하는 표정을 지으며 '저렇게 빨면 뒷골 당길텐데'하며 걱정했다.
" 흐음. 달달하고 차갑고 맛있네."
" 머리 안 아프냐,그렇게 무식하게 먹으면 ? "
" 어. 안 아파."
" ... 근데 우리 그 잉란인가 뭔가 하는 거 찾아야하는 거 아니야 ? "
" 아,맞다.깜빡했네. 얼른 찾자."
벌써 커피를 다 먹어치운 성열이 가게 앞에 놓인 쓰레기통에 커피컵을 넣은 뒤 기지개를 켰다.사람들이 지나가며 하얀 옷을 입은 성열을 한번씩 스윽스윽 쳐다보고 지나가자 명수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 왜 인간들이 나 쳐다보는거야 ? 내가 너무 잘 났나 ? "
" 뭔 개소리야. 니가 옷을 그렇게 입고있으니깐 그렇지. 천사인 게 티나는 게 아니라 멍청한 게 티난다."
" 괜찮기만한데.. "
성열이 자신의 옷을 훑어봤다.
인간세상에 내려온다고 나름 신경써서 멋드러지게 입은 건데...오히려 성열이 보기에는 인간세상사람들이 더 촌스럽게 입었다.저 패션애송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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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안 느껴져. "
" 아직도 ? "
" 응... "
시내 중심 사거리에 위치한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잉란의 기운에 집중하던 성규가 어깨를 추욱 늘어뜨렸다. 고요하고 잔잔한 상태에서 홀로 집중을 한다면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빵빵거리는 경적소리와 사람들 떠드는 소리,발자국 소리,개 짖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성규의 집중을 방해했다. 성규의 옆에 앉아 손부채질을 하던 우현이 ' 잉란이 있을 만한 곳을 생각해봐.'라고 조언을 했다.
" 잉란이 있을 만한 곳 ? "
" 응. 잉란이 있을 만한 곳. 잉란도 자기 주인 찾으려고 여기저기 헤메고 있을거아냐."
" 모르겠어..."
" 흠... "
달달달 다리를 떨던 우현이 퍼뜩 떠오른 생각에 벤치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잉란이 갈 만한 곳 떠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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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몽은 매일 8~10시 사이에 연재됩니다
신작알림 필수구요!
댓글! ㅠㅠ 눈팅은 미워요~ㅜㅠㅜ
오늘은 제가 지각쟁이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