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ROMANCE
w.피크닉
중장편 팬픽 '라디오 로맨스' 커플링 : 메인커플 '찬백' / 사이드 커플 '카디'
# 극중 인물들 나이: 박찬열 '32' / 변백현 '25' / 김종인 '27' / 도경수 '24' / 권작가 '33' / DJ유빈 '24' 입니다.
# 라디오 로맨스 4편에서 시간적 배경은 2013 현재가 2012년 입니다. 물논 한편한편 진행할수록 해가 바뀌겠지만요.
CHAPTER 7. I've got a crush on you
" 우선 제목은 sweet honey 라는 곡이에요. 경수씨 음색을 잘 아시는 김창환 작곡가님께 부탁한 곡 이구요. "
" 제목부터 조금 낯간지럽네요. "
…그렇죠?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눈을 가늘게 뜬채로 웃는 경수의 모습에 종인은 조용히 눈을 꿈뻑거렸다. 하트 입술은 처음이다. 그런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꼭 경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 처럼 말이다. 저기, 김 감독님? 넋 놓고 경수를 지그시 바라보던 종인은 카페 탁자를 탁탁, 치는 시끄러운 잡음에 몸을 흠짓 떨었다.
"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
" 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디까지 얘기 했죠? "
" 감독님도 차암. 제목이 스윗 허니고 김창환 작곡가님이 지어주셨다는거, 까지요. "
" 이 노래의 모티브가 예전에 스윗스로우 분들이 진행하셨던 임시 라디오 프로그램 오프닝 곡 멜로디래요. 그 오프닝곡은 아카펠라가 삽입되었지만, 이번 우리 라디오 오프닝곡은 경수씨 목소리로만 나갈거구요. 한 40초 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
" 제가 잘할수 있을까요. "
저는 아이돌 가수고 또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평소의 활기찬 모습과는 대조되게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 그리고 축 처진 어깨에 종인은 말했다. 경수씨 믿어요. 종인의 말에 경수가 눈을 크게 뜬다.
" 다른건 몰라도 경수씨 목소리는 잘 알고 있어요. 경수씨 목소리, 밤 10시에 딱 맞는 목소리잖아요. 편안하고 잔잔하고. 하루를 마치기에 딱 좋은 목소리. "
" …그게 "
" 박 피디님이 경수씨가 녹음 했으면 좋겠다고 했을때, 그래서 바로 찬성했어요. "
" 좋아해야 하는거 맞는거죠? 그쵸. "
" 당연하죠. 노래 부르고 싶어도 잘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
저 엄청난 기회를 잡은거네요. 언제 그랬냐는듯 손에 들린 서류 뭉치를 더욱 꾹 쥐고 꽤나 결의에 찬 경수의 눈빛에 종인이 픽 웃음을 흘렸다. 우울하다가도 금방 활기차지고. 감정 변화 많은 성격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쩐지 경수는 밉지가 않다. 귀엽네. 종인은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뒤로 쓱 넘기고는 탁자에 팔을 괴었다.
" 가수 하림 노래 사랑이 시작된 날과 바다가 보이는 거리라는 곡을 믹스했어요. 사람들이 들으면 같은 노래 아닌가 할만큼요. 예전과 다른 오프닝 곡 형식을 새로 쓴거죠. 바다가 보이는 거리 앞 바이올린 파트가 전주로 흘러나간 다음에 잔잔한 노래 나올때 경수씨가 부르시면 되는거에요. "
" 그 노래, 들어볼 수 있을까요. "
" 당연하죠. "
" 어떻게요? "
" 내가 경수씨 그렇게 궁금해할줄 알고 작곡가님께 부탁해서 노트북에 노래 가져 왔어요. 한번 들어볼까요. "
네. 그럼 진짜 열심히 해야되요 알았죠? 종인의 말에 경수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경수씨 누구보다 성실하고 좋으니까 언제나 이런 모습 쭉 유지해주면 좋겠어요. 눈을 지그시 감고 노트북에서 흘러나오는 달달한 노래를 듣는 경수를 종인이 웃으며 바라보았다.
# 세월은 달콤한 멜로디처럼 부드러운 리듬처럼
그 날부터 우린 다르게 흘렀죠
거리에는 추억 만들 여러 곳들 우릴 기다리듯 환히 불을 밝혀주던
사랑이 시작되던 날. - 하림 '사랑이 시작된 날'
RADIO ROMANCE
W. 피크닉
" 경수씨, 어제 첫방송 어떠셨어요? 이걸 먼저 물어봤어야 했는데. "
" 좀 어려웠어요 헤헤. 아무래도 라디오는 처음이라서요. "
" 에이 아닌거 같은데? "
에이 아닌거 같은데. 거짓말 마요. 의자에 두 팔을 걸치고 능글맞게 웃어보이는 종인의 모습에 경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뭘 잘못한거지. 거짓말 한거 없는데. 사실 라디오 말고 예능 게스트를 몇차례 해본터라,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건 어렵지 않았지만 다른점이라면, 진행하며 자신이 이끌어가는 프로라 더 어렵게 느껴지던 바였다. 거기다가 게스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정식 디제이 아니던가. 경수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읽은 종인의 얼굴이 무뚝뚝한 얼굴과 확연히 차이나게 밝아졌다.
" 장난끼 심하던데. 평소엔 조용하더니. "
" 네? 감독님 저는 그게.. "
" 이거 이거 설마, 이중인격 아니에요? "
" 네? "
" 처음에 복도에서 만났을땐 이 인간이? 이러더니. "
" 아니 그건… 감독님이 막 장난 치시구 그러니까… 그니까 "
" 그러니까 뭐요? "
무,무튼 저 이중인격 아니에요! 감독님은 언제나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드시는 재주가 있다니까. 경수는 화르륵 불타오르는 볼을 차가운 손으로 쓰다듬으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 아니면 아닌거지. 더 의심가게..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던데. "
" 그럼 제가 뭐라구… 해야되요? "
" 에이, 사람 무안하게 왜 이렇게 진지해요? 개그를 다큐로 받아치네. 진짜 이중인격 아니에요? "
김종인 감독님! 워워, 알았어요. 안그럴게요. 순간 발끈하며 주먹을 불끈지는 경수의 모습에 방어 태세를 취하는 종인이지만 이미 크나큰 호탕한 웃음이 주체할 수 없이 터진 후였다. 정말 한대 칠 생각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경수의 어깨를 억지로 꾹 누른 종인이 한 손을 패딩 주머니에 넣었다.
" 하하 알았어요 미안해요. 장난도 못 치겠네. "
" 감독님 다음에도 이러시면 진짜… "
" 알았어. 알았어요. 여기 잠시 앉아있어요. "
" 어디 가세요? "
경수씨 놔두고 가려구요. 참지 못하고 튀어 나가려는 장난스러운 본능을 꾹 눌러 담은채 종인은 웃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뭐 좀 사올게요. 카운터 앞 그려진 팬케이크 그림을 손으로 가르키는 종인의 모습에 경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니에요, 제가 사올게요. "
" 경수씨는 그냥 앉아있어요. 바쁜사람 내가 억지로 부른거니까, 경수씨 스케줄도 있는데 나 때문에 쫄쫄 굶지 말고 먹어요. 차 안에서 먹어도 되고, 여기서 먹어도 되고. 그건 자유에요. "
" 아니 그래도 이 마끼야또도 감독님이 사주신건데… "
" 나 은근 짠돌이에요. 나중에 맛있는거 안 사준다고 뾰루퉁해 하지 말고 쏠때 받아 먹어요. 얼른 갔다 올게요. 또 방해하면 진짜 이중인격이라고 놀릴거에요. "
노래 수정하고 싶은 부분있음 체크해 두고요. 자리에서 일어난 경수를 또 한차례 앉힌 종인이 웃으며 가까운 거리의 카운터 앞으로 향했다. 진짜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능글맞고 장난꾸러기 같다가도 진지하고 한 없이 다정해지는 묘한 성격. 감독님! 뭔가를 많이 주문 하려는듯, 끊임 없이 말하는 종인의 모습을 바라보던 경수는 입을 떼려다 결국 뱉지 못한 말을 꿀꺽 삼키곤 중얼 거렸다. … 나 진짜 이중인격 아닌데.
#
「 변 작가, 지금 집에 갔으면 정말 미안한데 조정실로 와줄수 있어? 급하게 회의가 잡혀서 말이야. 」
「 회의요? 」
「 응. 박 피디님이 갑자기 긴급 회의 소집 하셨네. 」
박 피디님… 문자를 확인하던 백현이 순간 입술을 꾹 다물었다. 찬열과 그렇게 헤어진채로 여간 찝찝한게 아니라, 방송국 안을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던 찰나였기에 다행이긴 했지만 그 얼굴을 어떻게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이젠 변 작가님 죄송하단 소리 듣고 싶지 않아요. 차분한 얼굴로 말을 내뱉던 찬열의 얼굴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님에 고개를 세차게 저은 백현이 이내 정신을 차리곤 문자를 치기 시작했다.
「 저 어차피 방송국이에요. 금방 갈게요. 」
짧은 문자를 마친 백현이 손에 들린 핸드폰을 자켓 속에 집어 넣고선 빠른 걸음으로 로비 앞 엘레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3층, 2층, 1층. 띵. 왜인지 오늘 따라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듯한 엘레베이터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킨 백현이 열린 엘레베이터 안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걱정된다. 걱정되 죽겠다.
* * *
끼익. 듣기 싫은 소음이 귓가를 파고듬과 동시에 조정실 안으로 빼꼼 얼굴을 들이미는 백현의 모습에 조정실 안에서 무언가를 이야기하던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백현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한 발, 두 발, 조심히 발을 들여놓는 백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 죄송해요, 늦은거에요? "
" 아니야 변 작가. 우리도 막 시작한거라서. 얼른 앉아. "
권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백현이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찬열의 모습에 눈을 도록도록 굴렸다. 이럴땐 어떡해야 할까. 차라리 혼낼때 그, 매서운 눈빛이 차라리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저런 눈빛은 정말이지… 백현은 시선을 돌리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박 피디님 죄송해요. 백현의 말에 찬열이 고개를 끄덕인다.
" 괜찮습니다. 얼른 자리에 앉으세요. "
" 아 네… 근데 김 감독님이랑 경수씨 유빈씨는요? "
" 김 감독님이랑 경수씨는 오프닝 곡 상의하고 있을거고 유빈씨는 스케줄 때문에 불참 하셨어요. "
" 그렇구나.. "
그렇구나. 백현의 작은 끄덕임을 끝으로 조정실 안은 적막이 감돌았다. 사적인 자리와 다르게 진지한 분위기에서는 너무나 숫기가 없어지는 세 사람이 모이니 당연한 상황이었다. 이쯤이면 박 피디님 목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회의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하며 회의를 진행하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백현이 고개를 들었다. 히익. 백현의 시선에는 앞에 놓여진 회의 자료도 보지 않은채 저를 가만히 바라보는 찬열이 가득 찼다. 백현은 자료를 바라보는 권 작가의 눈치를 보며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 박 피디님, 회의 시작하시죠. "
" 아 권 작가님 죄송합니다. 그럼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
새 코너 기획 구성안은… 찬찬히 회의 내용을 읽던 백현이 들리지 않는 작은 한숨을 폭 내리 쉬었다. 검정색은 글씨요. 하얀색은 종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말 최악인 날인 것 같다. 이렇게 집중이 안되던 날이 또 있었던가. 이번 회의는 기획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조용한 조정실에 울려 퍼지는 찬열의 목소리에 백현이 빼꼼 고개를 들었다. 오늘은 유난히 운이 없는 날인것 같기도 하다. 유빈이 있을땐 항상 백현의 반대편 자리는 유빈이 차지하곤 했었다. 그 옆에는 찬열과 권 작가가 있었고. 그런데 하필 찝찝한 관계가 유지되는 날에 제일 부담스러운 반대편 자리를 앉다니.
" 음… 그럼 변 작가 의견은 어때? "
" 네? "
" 어디 아파? 왜 정신을 놓고 있어. 우리 새코너 기획, 어떻게 생각하냐구. "
" 아, 아. 전 찬성해요. 게스트를 많이 초대하는 일보다는 사연을 더 소개하는 방식으로 가는게 도움이 될 것 같구요. "
" 변 작가도 똑같은 생각이네. 근데 새 코너를 짜는건 어렵지 않은데 도입 할때까지가 문제지. 예전에도 하려다가 엎어졌잖아. "
내 생각엔 하려면 확실히 조정하는게 좋을것 같다. 권 작가의 말에 끄덕인 백현이 책상 밑, 땀으로 범벅이 된 손을 주물럭 거렸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이 있는듯 꼭 수업시간에 딴짓하는 학생 마냥 걸릴까, 조바심 나는 느낌이다. 툭. 그때였다. 손을 만지작 거리던 백현의 발이 뭔가에 의해 쳐진 것이. 백현은 고개를 슬쩍 숙이고 탁자 밑을 바라보았다. 찬열 발인듯 하다. 다리를 꼬고 있는 권 작가의 발이 백현까지 닿을리가 없으니 말이다. 뭐지. 확인한 백현이 고개를 들어 찬열을 흘끗 바라보았다.
" 박 피디님은 어떠세요? "
" 저도 좋습니다. 좋긴 하다만, 경수씨가 처음이라 잘 적응할지 모르겠네요. "
" 이런 방식이 경수씨에게 힘들까요? "
" 좀 그럴수도 있죠. 안 그래도 예능 출현하면서 밝은 모습을 보이던 아이돌이, 잔잔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갈아 타기가 쉽진 않겠죠. 이 케이스는 경수씨 뿐만 아니라 모든 가수들에게 해당될겁니다. "
아닌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백현이 뒷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저렇게 진지한 표정에서 나만 이러는 거구나, 하며 말이다. 또한 찬열같은 위인이 그런 장난을 할리가 없었다. 부스럭 거리는 백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건지, 슬쩍 바라보는 찬열의 시선에 재빨리 표정을 굳힌 백현이 고개를 숙였다. 툭. 그때였다. 또 한차례의 치임이 백현의 발에 느껴졌다. 이건 고의 같은데. 뭐야. 벌떡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산만하게 둘러보는 백현의 모습에 권 작가의 인상이 살풋 찡그려진다.
" 변 작가 왜그래? 화장실 가고 싶어? "
" 아니 그게 아니라… "
" 이런 진지한 분위기가 변 작가 정서에 안 맞아서 힘들수 있지만 우리 조금만 참자. 응? 힘내 변 작가. "
아니. 권 작가님 그게 아니구요. 백현의 억울함이 물든 표정에도 권 작가는 차갑게 고개를 돌리고 서류에 뭔가를 써내려간다. 이번 회의의 주 목적은… 권 작가의 정갈한 글씨가 오늘따라 백현에게 얄밉게 느껴진다. 결국 입술을 비죽이며 펜을 꼭 잡은 백현이 순간 풉, 하며 조용한 조정실에 울려 퍼지는 웃음 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에이 설마.
" 박 피디…님 무슨 일이라도? "
" 푸흡. 죄송합니다. 계속 쓰시던거 쓰세요. 그럼 새 코너는…크흠. 개편 후에 시작하는 건가요? "
" ..그렇죠 뭐. "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눈 앞에서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을 벌리고 바라보던 백현의 눈이 쭉 찢어지며 찬열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진짜 고의였더니. 입가에 미소를 잔뜩 띄운채로 억지로 웃음을 참는 찬열의 모습으로도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다. 꾸욱. 백현의 입술이 불썽사납게 깨물려진다.
" 변 작가님? "
" 네? 박 피디님. "
" 얼른 옆에 있는 큐시트나 보시죠. 아참, 그리고 청취자 프로필 명단도 좀 보시구요. "
지금 당장. 얼른요. 웃던 사람이 누구더라, 언제 그랬냐는듯 인상을 굳히고 자신을 바라보는 찬열의 시선에 백현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힘 있게 대답했다. 네. 제가 알아서 잘 하겠습니다. 머리를 거칠게 헝끄러트리며 꾹꾹 펜을 눌러 쓰는 백현의 모습에 찬열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저러다 펜 부러질라.
#
" 어? 비 오네. "
" 비와요? 안되는데… "
4시 반. 5시 반에 있는 스케줄이 있는 경수를 위해 조금 이른 시각에 카페를 나온 종인이 추적추적 거침 없이 비를 뿌리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비 오네. 사람들도 저마다 하나씩 형형색깔 우산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뜬다. 경수씨 비와요. 카페 끝에서 늦게 종인을 따라 나오던 경수가 쓰고 있던 남색 모자를 벗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 경수씨 매니저 분은 어디 가셨어요? "
" 아, 감독님 만난다고 혼자 왔어요. 비공식 스케줄이라 매니저 형 힘들게 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택시타고 가면 금방이에요. "
" 안되겠어요. "
종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강하게 내려치는 빗물을 손으로 어림했다. 겨울철에 드문 빗줄기이다. 금방 그칠 것 같지도 않은데. 잘 안잡히는 택시를 잡기 위해 우산 하나 없이 발 동동 구르며 다 맞고 있을 경수의 모습이 종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안될텐데. 데려다 줄게요. 급하게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낸후 패딩을 벗어 자신에게 넘겨주는 종인의 모습에 경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이건 왜.. "
" 이거 머리 위에 쓰고 와요. 카페에서 먼 곳에 차를 대서 좀 뛰어야 할거에요. "
" 그럼 감독님은… "
" 저는 그냥 일반인이지만 경수씨는 가수잖아요. 감기 걸리면 고생 할것 같은데. "
아니 괜찮아요. 그냥 잔말말고 따라와요. 종인은 경수가 도망갈세라 경수의 손목을 꽉 잡았다. 아니 감독님. 경수의 얼굴이 곤란함으로 물든다.
" 진짜 괜찮아요. "
" 연예인이 그래도 되요? 인기도 많은데, 그냥 가죠. 별로 멀지도 않잖아. "
아니 감독님… 갑니다. 넘어지지 말고 잘 따라와요. 말을 끊고 머리에 가지런하게 쓰여진 남색 모자를 꾹 눌러주는 종인의 손길에 경수가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차박차박. 머리 위에 패딩을 덮어쓰고 있지만 발 안으로 스며드는 많은 양의 빗물이 경수에게 차갑게만 느껴진다. 거의 다 왔어요. 수없이 떨어지는 빗물에 눈을 작게 뜨고 씩 웃는 종인의 모습에 경수가 몰래 울먹거렸다. 이상하다. 가슴이 떨린다.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
" 에이 타이밍 진짜 이상하네. 비 그쳤어요 경수씨. "
우리 운 진짜 안좋다. 그쵸? 차 문을 탁, 닫고 숙소 앞으로 걸음을 향하는 종인을 바라보던 경수가 따라 나섰다. 하늘이 참 원망스럽기도 하다. 태풍이라도 올 것 같이 비를 내리던 때는 언제이고 티끌 하나 없이 맑다. 종인의 도움으로 신발 하나 젖었지만 종인의 상태는 꽤나 심각해 보인다. 히터로 급하게 몸을 녹이긴 했지만 머릿칼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까지. 감독님 어떡해요. 경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뭐가요 경수씨? "
" 머리에서 물 뚝뚝 떨어지는데… "
" 괜찮아요. 집 가서 얼른 말리면 되죠. "
" 너무 긍정적이신거 아니에요. "
" 이 정도 쯤이야 뭐. 경수씨 안 젖어서 마음이 좀 놓여요. "
… 바보. 경수는 작게 중얼거렸다. 다 젖은 생쥐꼴을 하고 웃으며 어깨를 으쓱이는 종인의 모습에 괜히 더 미안해지는 느낌이다. 다 젖긴 했지만 이거 드세요. 웃던 종인은 순간 손에 들려지는 묵직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 경수를 바라보았다. 조금 젖었어요. 경수의 귓볼이 유난이 빨갛다.
" 이거 드세요. "
" 뭐에요? "
" …그,그냥 가서 드세요. 아까 컵케익 사주신거 보답이에요! "
" 경수씨. 경수씨? "
경수씨. 경수씨! 아무리 불러도 무엇하랴. 잔뜩 빨개진 얼굴로 종인을 바라보던 경수는 쿵쾅 거리며 이미 저만치 멀어진 후였다. 뭐지. 경수를 멍하니 바라보던 종인이 손에 들린 아기자기한 분홍색 박스를 보며 결국 풉, 웃음을 터뜨렸다. 컵케익이잖아. 살짝 열려진 박스 안에는 종인이 샀던 컵케익 종류와 똑같은 종류의 컵케익이 가지런히 자리 잡혀 놓여있었다. 귀엽네. 종인의 귓가도 경수를 따라 빨갛게 물든다.
#
" 변 작가님. "
길다면 길다 할 수 있는 1시간 여정의 기나긴 회의를 마친 백현이 탁자에 앉아 노래를 듣는 권 작가를 가만히 바라보다 머그잔을 들고 조정실 안을 나왔다. 으아 살것 같다. 확 트인 시원한 공기에 백현이 기분 좋게 미소를 내뱉었다. 한 시간 동안이나 자신을 바라보는 찬열의 모습은 고문이나 다름 없었다. 사람이 죽을때가 되면 안하던 짓을 한다던데. 머그잔을 들고 복도 창문 너머를 바라보던 백현이 낮게 들려오는 찬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 박… 피디님? "
" 왜 그렇게 놀라요. "
" 아니 그게 그냥 소리 못들어서요. 노,놀란거 아니거든요. "
아님 말구요. 고개를 까딱 거리곤 옆으로 다가오는 찬열에 백현이 결국 김 샌듯 픽 웃는다. 그런 백현에게 조심스레 다가온 찬열이 코로 스며드는 백현 특유의 냄새에 웃으며 말했다. 아까 장난쳐서 화났죠. 찬열의 말에 창 밖을 바라보던 백현이 시선을 치우고 창문 난간에 기대었다.
" 화났죠. "
" 화 났다면 어쩌실 건데요? "
" 화 났으면 화난거죠. 제가 뭘 어떻게 해요. "
" 그럼 왜 물어보셨대… 참. "
" 그냥 예의상으로? "
예의상이란 말이 더 기분 나빠요. 그냥 아예 물어보지 마세요. 장난스러운 백현의 말에 찬열이 작게 웃었다. 이제야 좀 웃네. 찬열의 말에 백현의 얼굴이 또 다시 시무룩하게 굳어진다. 왜 그래요. 찬열이 자세를 고쳐 백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찬열의 물음에 백현이 고개를 작게 흔들었다.
" 어울리지도 않는 행동을 하고 있네 변 작가님. "
" 아니에요. "
" 그럼 뭐가 문제에요? 뭐가 그렇게 밟히길래 변 작가님 표정이 이러냐구요. "
… 국장님한테 무슨 소리 들으셨어요. 한참을 머뭇대다 흘러나오는 백현의 음성에 찬열이 백현을 향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무소리도 안 들었어요.
" 너무 밟혀서, 그래서 물어봤어요. 괜히 나때문에 박 피디님 이미지 안 좋아지시는거 아닌가, 해서요. "
" 내가 그렇게 걱정 됬어요? "
" …큼큼. 뭐 당연한거죠. 그냥 평소에 하던대로 오지랖 좀 더 떨걸 싶구요. "
" 그랬으면 나 더 화냈을거에요. 진짜 아무소리 안들었어요. 걱정하지 마요. "
" 진짜요? "
그럼요. 눈을 크게 뜬 찬열이 작게 말했다. 찬열의 말에 안심이 된건지, 그제서야 백현은 웃으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따뜻했던 커피가 약간 식었지만 말이다. … 근데 변 작가님. 말 없이 적막에 찬 밖을 내다보던 백현이 찬열의 목소리에 만지작 대던 머그잔을 탁. 내려 놓았다.
" 네? "
" …혹시 이 방송보다 더 좋은 자리가, 아니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어떻게 하실거에요? "
" 그럴리가 없잖아요 하하. 이렇게 사고만 치는데. "
" 혹시나, 그냥 그렇게 된다면 말이에요. "
" …음. 피디님은 제가 나갔으면 좋겠어요? "
" 아니요. "
" 왜요? "
" 우리 친해지기로 했잖아요. 맞죠. 변 작가님이랑 같이 약속한건데, 기억 안난다하면 서운할거에요. "
당연히 기억하죠. 찬열의 진지한 모습에 백현이 밝게 웃는다. 찰랑. 목에 걸린 사원증을 내려다 보는 백현의 눈빛이 따스하기만 하다.
" 그래도 전 여기가 좋아요. "
" … "
"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고, 왠지 모르게 정이 가거든요. 피디님은요. "
" 저도 변 작가님이랑 똑같아요. 그럼 결정 난거네요. "
" 네? 그게 무슨. "
" 아니에요. 결론은, 계속 그 마음 유지해요. 지금 달리는 길만 바라보면서 열심히 하라구요. "
그럼 전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손을 탁탁, 소리나게 털고 웃으며 몸을 일으켜 복도 끝으로 걷기 시작하는 찬열의 모습에 백현이 다급하게 입을 떼었다. 피디님 죄송해요. 백현의 목소리에 찬열이 고개를 돌려 백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미안해요 피디님. 맨날 도움은 못되고 속만 썩여서… "
" 아니에요 내가 더 미안해요. 아까 변 작가님 내몬것도 그렇고 모든게 다요. "
짧은 말을 내뱉고 뒤를 도는 찬열의 모습에도 백현은 멀어지는 인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박 피디님은 나에게 잘못한게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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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피크닉 입니다!
벌써 라로가 7편을 맞이했네요 ㅠㅠ 이제 2분의 1이 지나간건가요? ㅠㅠ 반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랑을 시작하지 못한 찬백 카디들 그리고 독자님들께 죄송함을 표합니다 ㅠ.ㅠ
이제 다음편부터!!!!!!!! 경수의 라디오 진행을 볼수 있는건가요!!!!!!!!!! 소취소취 ㅠㅠ 실제로도 경수의 목소리를 들을수만 있다면..작가 쥬금
암호닉 신청해주신 사랑하는 독자님들 ♡
볼매님/ 꿍니님/ 라망님/ 됴종님/ 패릿님/ 바나나맛우유님/ 한시님/ 엘리얼님/ 호빵맨님/ 큥님/ 콘타님/ 탱탱볼님/ 함박눈님/ 은하수님/ 맹구님/ 정강이요정님/ 딸기밀크님/ 백뭉이님/ 모카라떼님/ 뚱이님/ 슬구님/ 도도하디오님/ 삐약이님/ 제이님/ 콜라님/ 매미님/ 치즈님/ 변백님/ 똥개님/ 되돌리다님/ 아리님/ 장이씽님/ 벚꽃님/ 지렁이님/ 됴아님/ 식탁님/ 페팽님/ 쪼니쪼니님/ 빵떡님/ 롤리팝님/ 짜요님/ 비울님/ 리플리님/ 라디오님/ 됴마됴님/ 찌롱님/ 사탕님/ 됴블리님/ 촹촹님/ 경수찡님/ 됴륵됴륵님/ 햇님님/ 낭랑찬혤님/ 르에떼님/ 양배츄님/ 파리채님/
# 양배츄님 죄송합니다 ㅠㅠ 제가 깜빡하고 독자님이 신청해주신걸 놓쳤나봐요 스릉합니다 !
암호닉 받습니다 ㅎ.ㅎ
* BGM : 투개월 - Brown 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