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정세운!” “뛰지마 좀” 나와 정세운. 정세운과 나. 뭐든지 급하고 눈치고자에다가 고3 나이답지 않게 칠칠맞는 나와 달리 겉모습부터 차분함 끝판왕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학생의 예를 들게 하는 정세운. 나와 정세운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놀라움을 가지게 하는, 서로에게는 징그러운 숫자 12. 그래, 12년지기 소꿉친구다. 난 불알친구라고 말하고 싶지만 잘나신 정세운께서 무슨 여자가 그런 단어를 올리냐고 질색해서 패스한다. 응 그래봤자 넌 내 불알친구야. 12년전 우리 옆집으로 이사온 7살 정세운은 7살 나에게 찍혀 지금까지 친구가 되었다. 뭐.. 어릴땐 내가 좀 못살게 굴긴 했지. 유난히 장난이 심했던 나라 정세운은 어릴때부터 나에게 치이고 살며 고생했던 유년 시절이 있었다. 근데 지금은 완전 딴판으로 변해 이젠 그냥 아주 나를 쥐어잡고 산다 부들. 지금으로 돌아오자면 나는 지금 먼저 학교를 갈려고 하는 정세운을 따라잡으려고 열심히 달려온 상태다. 그걸 본 정세운은 무표정으로 나를 반기는중. “아씨 개힘들어.. 진짜 너무하네, 어떻게 나를 버리고 갈 수 있어?!” “맨날 늦는 사람을 기다리는 나는 생각 안해봤어?” “..10분 밖에 안늦었는데!!” “그래- 평소에 20분이나 늦게 오는 성이름인데 10분이면 노력한거지.” .. 할 말 없게 만드네. 왜이렇게 나를 누르려고 안달이야? 아 어릴때 적당히 놀릴걸. 할 말이 없어 뚱하게 숨만 색색 고르고 있는 나를 본 정세운은 나른하게 피식- 웃는다. 아, 저 여유로움 또 나왔다. “고3인데 늦잠좀 줄여라. 수능때도 지각하면 어떡할려고.” “수능 안볼거야.” “하여간 한마디를 안져요.” ‘아 뭐!!수시 바로 붙으면 되잖아!! 최저 없는걸로 넣을거야.’ 여전히 삐진 체 앞만 보며 말하는 나에게 정세운은 달래듯이 말했다. “그냥 그때 내가 깨워줄테니까 나랑 수능 치러 가자.” “...” ‘이런 경험 같이 해봐야 나중에 또 추억얘기 할게 있지.’ 손바닥으로 나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여전히 나를 보는 정세운에 살짝 당황했지만 곧바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미친 존나 오글거렸어 방금. “세운아 선생님이 부반장이랑 같이 교무실로 내려오래.” 수줍게 귀를 붉히며 말하는 여학생을 보니 바로 감이 왔다. 여기 정세운 빠순이가 또 있네. 여학생을 보면서 ‘고마워’ 하며 미소를 짓는 정세운의 말에 빠르게 반을 나가는것도 보니 확실하다. “야 내려가자.” “아니 반장 이름은 알고 부반장 이름은 모른대? 뻔히 옆에 있는데.” 정세운은 그런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먼저 반으로 나간다. ‘아 왜 또 먼저가!’ 그래 믿기지 않지만 정세운의 적극추천으로 맡게된 내가 이 반의 부반장이다. 정세운은 이런 일을 귀찮아하는 나를 알고 있어 일부러 추천하였다. 나쁜놈. 정세운은 나와 같은반으로 3년동안 반장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전교회장선거에 나가보라고 다들 주변에서 얘기했지만 싫다며 딱 거절하는 정세운의 행동에 다들 의문을 남길뿐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나한테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모범생이면서 알다가도 모를 새끼. “담임 또 뭐시킬려고 부르는거야.. 고3인데 너무 많이 시키시는거 아님?” “고3치고는 넌 너무 멀쩡하게 지내는거 같은데.” “맞고싶냐.” 이새끼는 뭐만하면 시비야. 투닥거리며 나란히 교무실로 들어오니 선생님이 급하게 오시면서 우리에게 자습시간동안 옆 빈교실에서 수행평가 자료정리를 해달라며 임무를 맡기고 빠르게 사라지셨다. 멍때리며 자습시간을 보내는것 보다는 이게 훨씬 낫지뭐. ..근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데. 자료들을 집을려고 하는 나의 손이 무색하게도 이미 정세운이 빠르게 캐치하며 앞장선다. “야 이리줘. 같이 들고 가자.” “됐어 교실 바로 옆이야.” ‘무겁다고 찡찡거리는거 보기 싫어.’ 참내 말을 착하게 하는법이 없어요. 그래도 묵묵히 앞장서는 정세운이 고마워 조용히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자습시간이 시작된 복도는 정말 조용했다. 나와 정세운도 빈교실을 향해 가는동안 말이 오고가지 않았다. 그렇게 정세운 뒷통수만 보며 따라가는 나는 새삼 정세운의 뒷모습을 세세하게 관찰하였다. 언제 이렇게 키가 컸지. 얘가 이렇게 비율이 좋았나? 온갖 생각을 하며 걷고 있던 나는 갑자기 멈추는 정세운에 놀라서 같이 멈추고 말았다. 그리곤 뒤를 돌며 나를 보는 정세운에 당황한 나는 ‘ㅇ,왜..’ 라며 말을 더듬고 말았다. 아씨 바보같이 말을 왜 더듬고 그러냐. 그런 나를 본 정세운은 얼굴에 의문점을 가지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문열어달라고.” ..응? 문? ..아 벌써 교실 도착 했구나.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놀래는거야. 아 쪽팔려. 문을 열어달라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벌컥 열었다. 바로 들어가는 정세운을 뒤로 따라 들어가자 아무도 없는 교실엔 냉기가 흘렀다. 살짝 느껴진 추위에 몸을 살짝 움찔한 나를 본 정세운은 곧바로 히터를 틀었다. ‘아직 3월이라 추워. 겉옷 들고 다녀.’ 자리에 앉아 자료 정리를 시작하는 정세운에 ‘응 정세운이 챙겨서 나한테 주면 되겠네-‘ 라고 대답을 해주며 나도 옆자리에 앉았다. 나의 말에 어이없다는듯이 피식 웃는 정세운을 뒤로하고 우린 아무말없이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종이를 세는동안 손이 얼어서 버벅거리자 정세운은 제대로 하라며 나를 타박하기 시작했다. 억울함에 나는 손이 얼어서 그렇다고 반박하자 분주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곤 나를 가만히 보는 정세운이다. 뭐. 그렇게 볼거면 어쩔건데. 나도 시선을 맞추자 정세운은 곧 내손으로 시선을 돌려 손위로 자신의 손을 올려 맞잡았다. “ㅁ,뭐해” “손 얼었다며.” ‘풀어주는거잖아 차갑네.’ 손을 위아래로 비벼주는 정세운을 멀끄러미 쳐다보기만 하자 그런 시선을 느낀건지 나를 보며 피식 웃는다. “어릴때 맨날 손시렵다고 할때 핫팩줘도 던지고” “..그랬나” “어. 맨날 내손만 찾았잖아 너.” 그렇게 달달하게 내가 괴롭힌적도 있었나보네. 정작 나는 기억이 안난다. 그런일을 들어보면 정세운도 참 이럴때마다 한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조금 나한테 덤벼도 이런 사소한 기억이나 섬세함은 여전하였다. 열심히 내손을 비비는 정세운의 진지함에 피식 웃으며 얼굴을 관찰하였다. 키만 보다가 어깨도 보니까 많이 넓어졌다. 피부는 여전히 좋고 눈도 아직 순수하게 예쁘고 볼살도 조금 빠졌지만 아직 여전하고. 말랑말랑하게 생겼다. 그리고 이 공간도 조금은 말랑말랑한 것 같기도. “얼굴은 아직 그대로네.” “...” 나도 모르게 정세운의 볼을 콕 찌르며 입을 열자 나의 행동에 하던짓을 멈추고 조금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드는 정세운이다. 미친 방금 뭐한거야 나. 나를 가만히 쳐다보는 정세운에 오히려 더 당황한 나는 안절부절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니 그게.” “...” “그냥 얼굴보니까 옛날생각 났는데..” “...” “많이 변한거 같아서 그런말 한거야..!” “성이름” “어?” 횡설수설 말하는 나를 말없이 보다가 내이름을 부르는 정세운에 놀래서 여전히 당황한 눈으로 보며 대답하자 순간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곤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하며 정적을 깨는 정세운의 목소리였다. “넌 아직 그대로네.” 난 12년지기 소꿉친구에게 처음으로 설레고 말았다. 글잡에 세운이가 많이 안보여서 써봤어요ㅠ 읽고 댓글 당아주세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