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쳤다.
배고프다.
가족들이 보고싶다.
내 말에 숨겨진, 칼 같이 나를 자해하는 변명들은 내 감정을 깁숙히 쑤셔왔고, 그안에 터지는 눈물들은 더이상 흘릴 시간따윈 없다는걸 잘 알고있지만
또 주저앉아 현재상황에 펑펑 목놓아 울기시작하는 나 였다. 현실직시가 필요하지만, 내 뇌 와 내 몸은, 각자 다른 길을 걷는 사별한 부부처럼
그렇게 목놓아울다, 뚝 그치고 난 다시 일어나 병원안을 떠돌아다닌다. 발바닥이 추적추적하다. 곪아져있던 피 가 맺힌 봉오리가 터진모양이다.
상관않고 난 꿋꿋하게 걸었다. 하지만 걸어도 내 손에 닿이는건 문 손잡이였다. 다시 왼쪽으로 돌아서서가도 문 손잡이가 내 손에 잡혔다.
반복했다. 언제라도 길이 나올까 싶어, 난 누군가 나에게 나갈 기회를 주는데도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괜한 바램을 기다리고있었다. 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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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다시한번 기억이 나는것이있다.
난 이 병원인지 모를 이 건물에 있었단것, 그리고 내 손을 항상 잡아주고 따스하게 날 안아주던 한 사람이있었다는것.
난 여자친구가 있었는걸까? 항상 나에게 꽃을 선물하고 하트처럼 생긴 입술로 날 향해 웃어주었던 사람이있었다는것.
행복했던 과거 였다.
난 또, 병신처럼 행복했던 과거나 추상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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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눈을 감고있는 나에게 다가오는 한 발자국소리, 이제 질린다 차라리 죽이라면 죽일테지 귀신이라면 보이지도않는데 별로 무섭지도않다.
내 감정은 매말라져갔다.
"한심하다"
내 귓가에 박히는 가시같은 말 이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말이다. 하지만 괜히 인상을찌뿌리고 욕을내뱉곤 일어났다.
그 남자는 일어나는 내 팔목을 잡았다. 홱, 하고 빼려고 했지만 그 남자는 내 팔목을 강하게 잡아왔고, 내 입에선 아! 하고 탄성이 터졌다.
남자는 나에게 말했다.
"기회는 내가 주는게 아니야, 니가 만드는거지"
그리고 내 팔목을 잡아쥔채, 남자는 어딘가로 걸었다. 그리고, 내 손에 잡히는건 손잡이였다.
남자는 내 귀에다 대고 말을했다.
"이건 내가 주는 기회야, 니가 만든기회는 이제 없어. 문을열고 너 스스로 나갔으면 했는데, 이제 내가 명령할게 나가"
나 스스로 기회를 내가 만들면 난 쉽게 도전하지못하고
남이 나에게 기회를 주면, 난 그제서야 일을 한다.
그리고 성공이든 실패를 한다.
난 문 손잡이를 손에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문을 활짝열었다. 그리고 뜨거운 아스팔트가 내 발바닥에 닿았고, 난 무섭지만 벽 하나 의존하지않은채 앞으로 걸어나갔다.
미칠듯이 밝은 불빛이 따듯하게 내 몸을 감싸고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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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이형.., 태일이형 어떻게 됬어요?"
"후.. 다행히, 심장은 다시 뜁니다"
"..아..태일이형.., 가..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어찌될지는 저희도 몰라요"
"..네?"
"이태일 환자가 일어나는건, 본인에게 달렸으니깐요"
"이번엔 내가 정말 마지막으로 주는 기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