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빚쟁은 인기가 있는 여배우야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언제나 개념있는 발언만 해서 대중들에게 평판도 좋은 편이야
어린 나이에 성공해서 좋은 아파트에 혼자 사는데 집이 너무 넓으니까 항상 스케쥴을 마치고 돌아오면 외로워
처음에는 외로움을 어떻게 이겨볼까 하다가 반려견도 길러보았는데 결국 스케쥴때문에 자주 챙겨주지 못해서
부모님 집으로 보내게 됐어. 그러다가 너빚쟁을 뭘 하게 되었냐면 블로그를 운영해. 물론 너 빚쟁인 걸 숨기고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말이 블로그지 너빚쟁은 그 블로그에다가 소설을 연재했어. 연예계를 다룬 소설은 너무 실화같아서
진짜 관련 종사자가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평소 너빚쟁이 배우 생활하면서 느낀 감정을 담백하게 잘써서 호평이 많아.
아마 조만간 출판사에서도 연락이 올 것 같아.
아파트는 한 층에 두 집만 있는 구조야
성격도 털털하고 언제나 사람들에게 사근사근한 너 빚쟁은 맞은 편에 살았던 이웃하고 친하게 지냈어
그 집에는 나이든 노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아들과 딸들이 다들 결혼해서 밖에 나가 살기 때문에
항상 큰 집에 두분만 계셨어. 그 분들도 언제나 외로워했는데 너 빚쟁이 매일 음식도 챙겨드리고
스케쥴이 비는 날에는 항상 가서 얘기도 많이하고 재롱도 피우니까 손녀처럼 되게 귀엽게 보셨지
그러다가 너 빚쟁은 꽤 오래 해외에서 촬영을 하게 되었어. 자신이 없으면 외로워하실 앞집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끔 생각이 나서 선물도 몇개 사고 촬영도 완벽하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
조금 쉰다고 한게 너무 푹 자버린거야. 밖이 조금 어수선한 기분이 들어서 현관문을 열고 나와봤더니
이삿짐들이 밖으로 나와있었어. 놀라서 앞집으로 들어가니까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것저것 주문하시다가
너 빚쟁을 보고 한걸음에 달려오셨어. 해외에 나가있던 아들 가족이 이번에 한국에 들어오게 됐는데 한집에 살게 되신거야.
너 빚쟁은 조금 서운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사시게 되어서 행복하시겠다고 같이 좋아해줘.
할머니 할아버지도 이제 너빚쟁을 자주 못본다는 생각에 아쉬우신지 반찬 이것저것을 주시면서 앞으로도 종종 연락하라고 해
그렇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사를 가셨고 집은 몇 주 째 비워져 있었어.
하루빨리 새로운 이웃을 만나고 싶은 너빚쟁은 종종 부동산에 가서 앞집 언제 들어오냐고 물어보기도 했어.
그러다가 드디어 오늘 새로운 이웃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너빚쟁은 이제 남은 일분 일초가 기다려지는거야. 이웃이 누가 올지가 궁금하니까
스케쥴을 갔다왔는데 집 앞에 박스가 쌓여있었어. 새 이웃이 온거지
그래서 너빚쟁은 들뜬 마음으로 초인종을 눌러. 대답이 없어서 너빚쟁은 한번 더 눌러봐
얼마나 지났을까 문이 벌컥하고 열리는데 더운 공기가 밀려와.
그리고 급하게 옷을 걸쳐입은 느낌이 나는 남자가 너빚쟁을 바라보고 서있어.
너빚쟁도 여자치고는 키가 큰 편에 속하는데 그 남자의 얼굴을 보려면 고개를 한참이나 들어야 했어.
눈이 마주친 순간 그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무덤덤하면서도 귀찮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어
"무슨 일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