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환. 김재환. "
" 쓸데없는 얘기면 하지마. 지금 바빠. 좀 많이 바빠. "
칠판에 이것저것 공지사항을 적고 있는 세운이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문득 든 생각에 김재환의 이름을 부르자 녀석은 귀찮은 어투로 답했다. 니가 뭐하는데 바ㅃ.. 가만히 시선을 돌려 왼편에 앉은 김재환을 바라보자 신나게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녀석이다.
퍽-
" 뒤질래. "
" ...아, 아파. 아파. "
녀석의 어깻죽지를 한 대 퍽 때리고 다시 세운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세운이 말이야. 그리고 아까 하려던 얘기의 운을 뗀다.
" ..니가 할 얘기가 그래. 세운이 얘기 말고 더 있겠냐. "
퍽.
" 아, 여주야. "
" 세운이 여자친구 사귀면, 엄청 엄청 잘해줄 거 같아. "
이름을 불러오는 김재환을 무시한 채 하려던 말을 그대로 내뱉자 어이없는 시선이 나를 따랐다. 그에 아랑곳하지않고 고정된 시선 끝에는 우리반 서기인 여자애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세운이의 모습이 걸렸다.
" 진짜. 누군진 몰라도 솔직히 복받았다. "
" 여주야. "
" ...? "
" 내가 이제 세운이 연애 모습도 상상해야 되냐.. "
새삼 감탄한 어투로 말을 잇자 김재환은 진지하게 내 이름을 불러왔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그런다. 그 모습에 괜히 민망해져 코를 훌쩍였다. 킁..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
" 여주야. 숙제 해왔어? "
깜짝..아. 민망함을 채 이겨내기도 전에 우리 쪽으로 다가온 세운이가 김재환이 앉아있는 제 자리 책상 위에 공책을 꺼내놓으며 말을 걸었다. 당황한 나머지 어..어, 아, 숙제.. 숙제가 뭐였더라.. 하며 말을 얼버무리자 약간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세운인 이내 웃음을 흘렸다. 설마, 오늘도? 하는 물음에 그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 하하.. 숙제가 있는 줄 몰랐네.. "
" 야- 세운아. "
" 응? "
" 아까 김여주가 뭐라고 했는 줄.. "
" 아, 재환아!! "
그 어색한 틈을 김재환이 캐치하지않을 리 없었다. 말을 전하려는 김재환의 모습에 다급하게 녀석의 어깨를 꾹 짓누르며 어금니를 물었다. 재환아. 좀. 눈치 좀. 어? 다급한 내 목소리에 세운인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릴 번갈아 쳐다봤고, 김재환은 흐흥 하며 신이 난듯 웃었다.
" 김여주가 너 여친 생기면 엄청 잘할 거 같대. 정세우~ "
그리고 녀석의 말은 이미 입 밖으로 흩어지고 난 후였다. 아, 김재환..! 인상을 확 구기며 놈을 바라봤을 때는 이미 앉아있던 자리에서 도망치는 김재환의 뒷모습만 남아있었다. 쓸데없이 이런 데엔 눈치가 좋아서 내 반응을 예상한 녀석은 이미 제 자리로 홀랑 도망가버렸다. 아.. 그냥 한 얘기였는데.
" 세운아. 그게 뭐냐면..! "
" ..... "
" 아니, 그냥 너 워낙 착하니까. 애들한테도 잘하고.. 내가 뭐 마음이 있는 거는 아니고. 세운아. 알지? "
" 아씨.. 진짜. 그냥 한 얘기였는데. 민망하게.. 김재환 저거 진짜.. "
둘만 남겨진게 괜히 민망해서 혼자 책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재환이를 바라보다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린 세운이에게 횡설수설 말을 내뱉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평소답지않게 눈도 못 마주치고 설명하며 손을 움직이는 내 모습에 세운이는 얼마안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 웃는 모습에 혼자 속으로 안심하는 마음이 들었다.
" 고마워. 여주야. "
" ..어? "
" 칭찬.. 아니야? "
그리고 이어진 말에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맞아. 칭찬이지!
" 그리고 여자친구가 생기면. "
" .... "
" 아마, 잘 하지 않을까? "
이내 수줍게 웃음 짓는 그 모습을 보며 그때는 정말 생각했다.
정세운이랑 연애 하는 사람은,
누군진 몰라도 정말, 좋겠다고.
전교회장 정세운 w.리틀걸
Episode 9. 연애 초기
연애하자. 연애하자...
연애..
그 날은 정말이지. 머릿 속에 그 말만 웅웅 거려서 잠을 이루질 못했다. 아니, 연애하자라니. 사귀자. 좋아한다. 도 아니고.. 연애하자라니. 그 말이 또 세운이다워서 괜히 더 설레버린 나였다.
' ..응! '
' .. 떨린다. 여주야. '
묘한 떨림에 둘 다 민망한듯 터져버린 웃음을 끝으로,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 야야. 세운아. 오늘 끝나고 농구하자. "
" 아, 오늘은 여주랑.. "
" 야, 김여주. 오늘 진짜 급해. 니가 좀 양보해. 세운이. "
근데 원래 연애라는게..
" 안돼- 오늘 지난번에 문 닫은 맛집 가기로 했단말이야. "
" 그 집 오늘도 문 닫았대. "
" ..뭔소리야. 아, 진짜. 김재환. "
" 아무튼, 문 닫았대. 여주야. 세운아. 오늘 꼭이다. 진짜 제발. "
" ..어, 재환아.. 안되는.. (곤란) "
" 김여주는 내가 처리할게. 세운아. "
그러니까, 이렇게 험난한.. 아니, 원래 이런거냐고. (이마짚)
연애를 시작한 이후 솔직히 주말 외에는 별다른 데이트를 하지 못했다. 주말에도 별 다를 거는 없는게, 둘이서 만나면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세운이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게 현실이었다. 만나서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러가거나, 가끔은 공원을 걷기도 했지만 이건 이전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었기에 연애가 원래 그냥 다 똑같은 건가 싶었다.
근데 기어코 잡아놓은 약속마저도 이렇게, 어제는 밴드부 연습으로 불려가더니 오늘은 김재환이 저렇게 억지를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니. 이쯤되면 내가 연애하고 있는 사람이 연예인인가 싶기도 하고..
" .. 그냥 농구해. 세운아. 주말에 가면 되지. "
" 여주야. "
" 역시 김여주. 그래. 세운이랑 사귀려면 마음이 넓어야.. "
퍽-
" 오늘만 농구해. 주말엔 나랑 놀구. 알지? "
그럼에도 역시나 오늘도 지고 마는 김여주, 그리고 매를 버는 김재환이었다. 세운이는 미안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고 그 얼굴을 보면 또 마음이 풀려버리는 터라 나는 진짜 괜찮다며 세운이를 달랬다. 그래. 우리 세운이가 또 농구를 잘하는 걸 어쩌겠어..
**
토요일 아침, 세운이와 만날 생각에 들떠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마쳤다. 한참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거실 쇼파에 누워 휴대폰을 하다가 약속 시간이 된 것을 확인하고는 요즘 수상하다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엄마에게 하하, 수상하긴..! 누가 봐도 수상한 사람처럼 대답을 한 뒤 급하게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아- 엄마, 나 저녁 먹고 들어올거야!
가벼운 발걸음으로 약속 장소인 집 앞 버스 정류장 쪽으로 향하자 먼저 와있는 세운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 세운... 으악!! "
나름 깜짝 놀래키려고 뒤로 다가가 이름을 부르며 세운이의 어깨 쪽에 손을 올리려는데 그 타이밍에 대뜸 뒤를 돌아버린 세운이의 모습에 놀라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세운이도 놀란건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보며 주저 앉아버린 내 모습에 어쩔 줄 몰라했다.
" 어.. 여주야. 뒤에 온 줄 모르고.. "
" 헝.. 진짜 깜짝 놀랬어. 와. 진짜. 세운아. "
" 괜찮아, 여주야? "
당황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숨을 고르는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 눈을 맞추는 세운이었다. 마주친 얼굴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푸흐, 아니.. 너는 왜 앉아.. 내 말에 세운이도 민망한지 뒷머리를 긁적인다.
" .. 갈까? "
" (끄덕) 응. 가자. 헤헤. "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흘리자 먼저 일어난 세운이가 손을 내밀었다. 잠깐 맞닿은 손이 따뜻해 부끄러움이 밀려와 괜히 잡았던 손을 빼며 버스 전광판 쪽을 가리켰다. 어, 3분 뒤면 버스 온다. 세운아..!
시내로 나온 우리는 지난번에 가기로 약속했던 맛집에 가서 밥을 먹고, 아기자기한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셨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나눴고, 다음에는 같이 공부를 해보는 건 어떠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같은 하루였다.
"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 "
" 그치- 이제 패딩 입어야되나봐. "
" 다음엔 따뜻하게 입고 나와. 여주야. "
" 응! 알겠어! "
집으로 향하는 길, 날씨가 추워졌다는 세운이의 말에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내 모습을 옆에서 걸으며 바라보던 세운이가 웃음을 짓는다. 이내 다가온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얼굴이 화끈거려 자꾸만 시선을 피했다.
" 근데 세운아. "
" 응- "
" 어.. 아니야. "
문득 걸음을 옮기다 떠오른 생각에 세운이를 불렀다가, 원래 연애가 이런걸까? 다시 그 질문을 삼켰다. 연애라고 해봤자, 임영민과 했던 그 연애가 첫 연애였기에 이런 걸 알리가 없었다. 그 때는 뭘하든 마냥 좋았으니까. 이걸 하자고 하면 이걸 하고, 저걸 하자고 하면 저걸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설레는 건 당연하다치지만 무언가 자꾸만 더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인게.. 그럼에도 또 부끄러워서 말을 삼켜내고는 걷고 있는 세운이의 손을 힐끗 바라봤다.
" 여주야. "
그리고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어깨를 움찔하며 세운이의 얼굴을 바라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따듯한 온기가 느껴졌다.
" 잘할게. "
" ...어? "
" 제대로 연애라는 걸 처음 해봐서, "
" ..... "
" 서투를 수도 있는데. "
" 서운한 거 있으면 꼭 말해주고. 내가 잘할테니까. "
세운이의 말에 그제서야 느꼈다. 세운이도 이런게 처음이라서 어색한게 맞는건데. 괜한 걱정에 마음을 심란하게 했구나. 하고.
" 손, 계속 잡아도 돼? "
" ..어, ..응! "
" 가자. 여주야. "
특별함은 없어도, 처음이니까 오는 기분 좋은 설렘이 있다는 걸.
슬쩍 바라본 세운이의 귀가 붉었다.
**
<에필로그>
세운 ver
여주에게 고백을 한 이후, 세운도 마찬가지로 고민이 많았다. 좋아하는 마음이 앞서 연애를 시작했지만, 연애라는 것도 해본 사람이어야 안다고. 내가 하고 있는 이게 연애가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종종 스치곤 했다.
" 야, 세운아. 김여주가 막 귀찮게 안해? "
" 귀찮게 하긴.. "
" 끄흥, 난 너네 사귄다는게 신기해. 막, 아무튼 그래. "
재환의 제안에 하게 된 농구를 마치고 개수대에서 땀에 젖은 머리를 씻어내는데, 대뜸 재환이 그랬다.
" 우리 여주야 뭐, 정세운님 좋아하시는 거 꽤 오래됐고- "
" ..... "
" 세운이 너도 내가 봤을 때는 김여주 좋아하는 거 같긴 했는데. "
" ..그래? "
" 근데도 암튼 신기해. 게다가 김여주 부끄럼 엄청 타잖아. "
그리고 그 말에 세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여전히 여주는 제 눈을 잘 쳐다보지 못할 때가 많았다. 종종 손이라도 스칠 때면 놀란 눈을 하고서 횡설수설 말을 돌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습도 귀여워서 이내 생각하고 웃음을 짓는 세운이었지만. 뭐야. 설마 김여주 생각하냐. 그 모습을 보고 진저리난다는 듯 눈썹을 찌푸린 재환이 고개를 저었다.
" 그래도 세운아. "
" .... "
" 형이 해주는 말이니까 잘 새겨들어. "
이내 의미심장한 얼굴을 한 재환이 고개를 두어번 끄덕거렸다. 형은 뭐야.. 세운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 너무 김여주 배려하려고만 하지 말고. "
" ..... "
" 연애는 혼자 하는 거 아니고 둘이 하는거야. 알지? "
" 아.. "
" 끄흥, 방금 좀 멋있었어. 그치그치? "
재환이 뿌듯하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아무튼 세운이 니가 너무 착한 거 아는데. 그게 너네 연애에 독이 되진 않길 바래서 그래. 임마. 장난끼 있던 얼굴을 지우고 짐짓 진지한 얼굴을 한 재환이 형 간다- 세운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생각이 많아진 세운이었다.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세운이 글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ㅠㅡㅠ 최근에 재환이 글을 남기고 갔었는데 작가의 사정이 있었어서 (해당글 작가의 말 참고) 흑.. 그래도 오늘은 가져오고 싶어서 쉬는 날이라 가져왔어요! 아참 독자님들 감기 조심하세요........ ㅜㅜ 작가는 감기에 죽어가고있습니다.. 진심으로 조심하세요ㅠㅠ 아 그리고 세운이 복면가왕 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노력 부른 걸 브금으로 언젠가 꼭 단편을 써오겠어요 너무 잘어울려요 세운이ㅠㅠㅠㅠㅠ 암튼 오랜만인데 재미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연애... 어렵...워요...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굿밤되시고 감기 조심하세운♡ + 아참.. 요즘 이 더보기 기능이 자꾸 피씨에서는 안되네요ㅠㅠ 부득이하게 에필로그는 밖으로 뺐어요.. 나머진 모바일로 그냥 하겠는데 글 연재는 피씨가 편한지라.. 그리고 오류가 잦아졌는데 왜그런지 모르겠네요 흑흑 주르륵님 고쳐주세요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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