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수, 나 왔다.
뭐야, 김여주 벌써 왔다 갔냐? 유리에 스카친가 스티친가 원래 붙어 있었는데 언제 곰돌이 붙였대.
야, 넌 내가 올 때마다 웃고 있냐 짜증 나게.
나만 늙잖아. 그래서 짜증 난다고. 넌 계속 예쁘니까.
야, 씨. 내일 수능인데 믿겨지냐.
내일도 2배속 강의 듣고 뻗을 것 같은데 이제 그딴 짓도 필요 없겠다 그치.
내가 문제 풀 때 연필 쓴다니까 네가 샤프가 더 편하다면서 필통에 샤프만 잔뜩 넣어줬었는데, 그때 얼마나 빡쳤는 줄 아냐. 샤프심 뚝뚝 끊길 때마다 옆에서 비웃었잖아. 그때 왜 그랬냐. 그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은데.
야, 은수야.
김여주는 나보다 너랑 더 친했냐.
우울증은 생각도 못 했고 자해하는 김여주도 상상이 안 돼.
그때 내가 못 들었으면 나만 평생 몰랐을 이야기였잖아.
나한테 한 번을 힘들다 말한 적 없던 앤데 넌 알고 있었냐.
솔직히 배신감 들어서 진짜 영원히 안 볼까 생각도 했었거든.
근데 그게 맘대로 되냐. 얼마를 보고 살았는데 그게 맘대로 되냐고.
지은수.
은수야.
너 진짜 내 말 듣고 있으면…… 진짜 내 친구면…… 여주 좀 살려주라.
어, 솔직히 무서워. 이젠 너도 없는데 여주도 없어져 버리면……. 그땐 난 뭐가 돼.
공중에서 분해되는 기분이라고 알아? 이런 거 존나 느끼기 싫다고.
한 명은 빌어먹을 공부 때문에 죽고, 또 한 명은 우울증 때문에 죽고.
그럼 나는…… 나는 어떡해.
은수야.
졸업식 날 꽃 있잖아.
그거 사실 내가 고른 거다.
꽃집 아줌마가 그냥 준 게 아니라 내가 골랐어.
꽃말도 다 검색해보고 포장지도 다 내가 준비한 건데 좀 아닌 척 해봤다.
지금은 다 알겠지만, 그때 많이 떨었어. 너 진짜 예뻤거든.
오늘은 한번 보고 싶다.
사진 말고 진짜 지은수.
보고 싶다고. 너.
리시안셔스 (Lisianthus) : 영원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