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간에 BGM을 바꿔주세요:)
멜로망스 - 부끄럼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황민현 번외
"..."
"..."
"..."
...아 어색하다. 침 넘어가는 소리만 들린다는게 이걸까.
사귀자, 우리. 그렇게 민현이의 고백이 있은 후, 어쩔 줄을 몰라 한참동안 아무말도 하지못하고 민현이에게 안긴 상태로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그제서야 조금 추운게 느껴져 코를 훌쩍이자, 민현이가 화들짝 놀라며 나를 품안에서 떼어냈다.
"아.. 추, 춥지."
"..조금."
"...아,"
"들어올..래?"
그렇게 우리집에 함께 들어와서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걸터앉아 어색한 거리만 유지하기를 10분. 이대로 있다가는 더 민망해질 것 같아, 먼저 입을 열었다.
"..뭐라도 마실래?"
"어? 아, 응 그래."
정적을 깨는 내 목소리에 흠칫 놀라더니, 어색한 듯 눈을 굴린다. 아, 예전에는 막 들이대도 부끄럽지 않았는데 정작 이렇게 되니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민망하고 부끄럽다.
부엌으로 가, 찬장을 열어보았다. 커피를 타려고 믹스커피 두봉지를 꺼냈다가 '아, 민현이 커피 못마신다고 했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옆에 있던 핫초코 두봉지를 꺼냈다.
무슨 얘기를 해야할까 생각하며 핫초코를 타서 침대로 가, 고개를 푸욱 숙이고 있는 민현이에게 내밀었다. 서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피하다가, 컵을 잡은 내 손과 그 컵을 받아드는 민현이의 손끝이 스쳤다.
"어,"
"아,"
"미...미안."
"아냐."
하.. 더 어색해졌다. 이제 무슨 얘기를 하지.
"..고마워."
"어?"
무슨 말이라도 해보려 입을 여는 순간, 민현이 입에서 나온 고맙다는 말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코코아."
"..."
"고맙다고."
"..아니야."
고맙다는 말을 하며 민현이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입꼬리에 또 심장이 뛰었다. 민현이 웃는게 저렇게 이뻤구나.
"우리 사귀는..거지."
민현이의 미소에 살짝 풀렸던 얼음장같던 공기가 다시 얼어붙는 것 같았다.
"..어?"
"아까 대답, 못들어서."
"아.."
본인이 말하면서도 부끄러운지 다시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마저 설렜다. 저 말을 하려고 얼마나 고민을 하고 용기를 냈을까, 싶어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누가 모태솔로 아니랄까봐, 눈동자 흔들리는 거봐.
"처음이야."
"응?"
"여자..친구."
"아.."
"그래서 나 많이... 서툴러."
민현아 너는,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말은"
어쩜..
"..잘.. 부탁한다고."
..그렇게 귀여워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황민현 번외
민현시점
"좋아해."
말해버렸다.
"나 너 좋아하나봐."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 입 밖으로 튀어나올것만 같았다.
"..나 사실 커피 못마셔. 그런데 그냥.. 너가 주는 커피 받고싶어서 말안했어."
"...민현,"
"나 지금 내가 무슨말 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니까 그냥 들어줘. 두서없는 말인거 알아."
후회와 쪽팔림, 부끄러움, 떨림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더 멋있게 말할걸. 더 생각하고 말할걸. 더 부드럽게 안아줄걸. 서투른게 느껴졌을까. 내 떨리는 숨소리를 너도 듣고 있을 것 같아 에라모르겠다, 하고 조금 더 꼬옥 끌어안았다.
"이젠 카페 지나갈때마다 너 생각이 나. 나 진짜 이상하지. 알아 이상한거. 근데,"
"..."
"그냥.. 너가 너무 신경쓰여. 내가 옷을 어떻게 입었는지, 밥을 먹었는지 신경 써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너가 없으니까. 허전해."
머리와는 다르게 입에서는 계속 하고싶은말만 튀어나왔다. 너를 안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온몸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아, 다리에 힘을 주고 눈을 꼭 감았다. 모든 신경이 너에게로 집중됐다. 내 품에 안긴 너의 숨소리 조차 선명하게 들리는것 같았다.
"민현아."
항상 듣던 너의 목소리가 오늘은 왜이렇게 소중할까.
"..응"
"..보고싶었어."
..사실 나도,
"사귀자, 우리."
...나도 좀 많이 보고싶었어.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황민현 번외
멜로망스 - 입맞춤
* BGM를 바꿔주세요!
"오늘도 황민현 만나냐?"
"응, 아마? 왜 너도 같이가게?"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다.. 아휴, 딸 시집보내는게 이런기분이구나."
"..뭐래."
민현이와 사귄지 어느새 두 달 하고도 2주가 지났다.
처음에 우리 둘이 사귄다고 나는 김재환에게, 민현이는 옹성우에게 말했을때 둘의 반응은,
"..."
"와, 열번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더니."
"..."
"껌딱지, 성공했네! 축하해! 푸흐 황민현 결국이럴거면서 튕기긴 왜튕겨 임마."
김재환은 할말을 잃었고, 옹성우는 평소처럼 개구지게 웃으며 나와 황민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김재환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건지 사귀기 시작하고 2주일간은 내가 민현이와 사귄다는걸 자꾸 잊어버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사실, 그때까지는 나도 실감이 조금 안나기는 했다.
"황민현 만나서 뭐하는데?"
"오늘 영화보기로 했어."
"너네 뽀뽀는 했냐?"
"풓,"
"아씨, 드러."
"아, 뭐 그런걸 물어봐!"
핸드폰을 두드리며 아무렇지 않게 묻는 김재환의 질문에 깜짝놀라 마시고있던 물을 뿜었다. 사실 사귀고 나서 초반에는 스킨십에 대한 생각도 했다. 고백할 때 포옹했는데, 그럼 포옹까지 진도가 나간건가? 다음은 뭐지? 어떻게 해야하지? 온갖 잡생각을 다했지만 사귀다보니 어느새 그런생각은 잊혀져, 한동안 생각나지도 않았던건데. 김재환 덕분에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 모가. 커플이 입술 맞대는게 어때서."
"그.. 그래도."
"하긴. 걔는 너가 첫뽀뽀겠네."
"아, 야!"
"아씨! 아 왜때려!"
그게 문제였다. 민현이는 내가 첫 뽀뽀일텐데. 내가 리드해야하나, 아님 기다려야 하나. 혹시 민현이도 기다리고 있는건 아닐까? 말도 안되는 생각이 또 머릿속에 가득 찼다. 아, 김재환 진짜. 왜 그런걸 물어봐서. 도움이 안돼요, 도움이.
"하..."
... 그렇게 지금까지.
민현이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고있는 지금까지. 그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않아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왜, 재미없어?"
나도 모르게 나온 한숨에 민현이는 내가 영화가 지겨워서 그런줄 알았던건지 내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여 소곤소곤 묻는다.
"..."
"여주야,"
"..어?"
"나갈까?"
"아, 아니야!"
미쳤다, 미쳤어.
그 순간에도 내 쪽에 몸을 기울인 민현이의 입술이 말할때마다 자꾸 눈에 밟혀 멍하니 아무말도 나오질 않았다. 결국 민현이가 나가자며 팝콘을 챙기려 다시 의자쪽으로 몸을 기울인 덕에 나에게서 멀어졌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계속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 하다보니 어느새 영화는 끝나있었다.
"영화 재미없었어?"
"어? 아니아니, 완전 재미있었어!"
"..그래? 그 주인공 죽을 때 되게 슬프지 않았어?"
"응? 아. 어, 완전 슬프더라."
"... 주인공 안죽었는데."
...아.
김여주 바보야. 모르면 그냥 웃음으로 떼우든가 하지, 굳이 아는척을 해가지고. 아 창피해, 이러다 내가 민현이 입술 생각하느라 영화 못본거 들키면 어떡하지? 아니, 이미 알고있는건 아닐까? 아. 쪽팔려. 진짜. 그렇게 계속 속으로만 자책을 하는데,
"오늘 컨디션 안좋은것 같아, 너."
"아, 아니 괜찮은데."
"집에 갈까? 데려다줄게."
"..그래."
이대로 더 민현이랑 같이 있다가는 지금처럼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할것 같아, 그냥 집에 가서 얼른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관과 우리집은 두정거장정도 되는거리였고, 우리는 헤어지기가 아쉬워 그 거리를 늘 손을 잡고 걸었다. 오늘도 민현이는 살짝 내손을 잡고 있었다. 민현이의 손은 항상 따뜻했는데, 오늘은 그 온기가 왠지 어색하다. 괜히 찔려서는.
"..다왔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는 시간이 흘러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고 나는 민현이에게 인사를 하려 손을 살짝 놓으려는데,
"우리 여기서 좀만 더 얘기하다 들어갈래?"
다시 덥석- 내 손을 잡아오는 민현이의 행동에 놀라 민현이를 올려다 보았다. 나에게 고백했던 그 날 그자리였다. 그 날 처럼 가로등이 켜져있었고 날 바라보는 민현이도 그 날처럼 따뜻했다.
"그럴까?"
그 자리에 서서, 서로를 마주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고 웃고만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민현이는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난 민현이 볼을 콕콕 찔러보고. 마주잡은 손으로 애꿎게 장난만치는데, 순간 눈이 마주쳤다.
이상한 공기가 우리 사이에 흘렀다. 괜히 뻘줌해져 하던 손장난도 멈췄는데 뚫어질듯 날 바라보는 민현이의 눈빛에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 고개를 숙이자, 민현이가 조심스럽게 내 턱을 살짝 늘어올렸다.
"왜 고개를 숙여."
"...그냥."
이 묘한 공기를 나만 느끼고 있는 것 같아서 민망했다. 민현이의 눈을 쳐다보자 살찍 미소를 띈다.
"..이쁘다."
"어?"
"이쁘다고."
심장이 목에서부터 발끝까지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쿵쾅대는 소리가 내 귀에 너무 선명하게 들리는 것만 같았다. 민현이의 눈이 살짝 풀리며 날 바라보았다.
"여주야,"
"응?"
날 쳐다보는 눈은 여전했지만 내 이름을 부른 민현이의 입이 머뭇거렸다.
"왜?"
"있잖아,"
"응."
"키스, 해도돼?"
참고있던 숨이 타악- 풀리며 온몸에 힘이 풀렸다.
민현이를 비추는 가로등, 그 아래 서있는 민현이, 그리고 그 앞에 서있는 나.
내 머리카락을 살짝 스치는 바람까지 모두 꿈인듯 몽롱했다.
"..."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을 하려고 입을 열면 심장이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숨을 고를 새도 없이 계속해서 심장은 쿵쾅거렸고, 흔들리는 눈동자를 애써 감추고 민현이를 바라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내 손목을 잡고있던 민현이의 손이 내 허리를 감싸안았다. 한손은 내 뒷목을, 한손은 내 허리를 살짝 감은손이 부드러웠다. 점점 나에게 다가오는것 같아 나도 모르게 눈을 피했다.
"...민현,"
입술이 닿았다.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민현이는 나에게 입술을 겹쳐왔다. 고개를 살짝 비틀고 눈을 감은 민현이의 속눈썹이 살짝 떨리는 것 같아 나도 눈을 꼭 감아버렸다. 그렇게 몇초간 있었을까. 잠시 입술을 뗀 민현이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곧 다시 입술을 부딪혀 왔다. 그저 입맞춤이 아니었다. 방금 전 보다 조금 더 깊고, 부드러웠다. 민현이는 왼쪽으로 돌려있던 고개를 다시 오른쪽으로 살짝 비틀며 좀 더 질척하게 입술을 겹쳐왔다.
"..."
그렇게 입술을 뗀 민현이는 살짝 붉어진볼을 하고 나를 쳐다봤다. 아무말 하지 않아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 허리를 감았던 손을 푼 민현이는 내 양쪽 어깨를 살며시 잡고 내 이마에 한번더 가볍게 입을 맞췄다.
너와 나의 첫키스는 이렇게 꿈만 같았다.
-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황민현 번외
에필로그
"그래서 뽀뽀도 안했다 이거지-"
"..."
"에- 황민현- 고자래요-"
"...하지마."
..나도 참고 있는건데.
예뻤다, 볼때마다. 나를 보고 웃는 모습도 이뻤고, 같이 걸을 때면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 살짝 보이는 옆모습도 넌 너무 예뻤다. 볼때마다 잡고 있는 손을 더 꽉 쥐고 싶었고, 와락 안아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네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혹시라도 내가 너무 성급하게 널 안아버리면 넌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계속 미루고 미뤘다.
하지만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왜냐면,
"영화 재미없었어?"
"어? 아니아니, 완전 재미있었어!"
"..그래? 그 주인공 죽을 때 되게 슬프지 않았어?"
"응? 아. 어, 완전 슬프더라."
"... 주인공 안죽었는데."
영화관에서부터 지금까지 너, 내 입술만 보고있는거 알아?
-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황민현
번외까지 끝났네요!
상,중,하 편 부터 번외까지! 기대해주시고 읽어주신분들 모두 너무 감사드립니다♡
감사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표현하고 싶어서 요청이 몇번 있었던 번외편을 들고왔어요!
그리고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신알신을 요청 해주신ㅠㅠ.. 분이ㅠㅠ 계셔서 제가 좋아하는 노래제목으로, 임시로! 필명을 설정해보았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더 좋은글, 설레는글로 꼭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