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일 곱 마리와 나 05
W.대롱
" 이름아, 이따 퇴근하고 집으로 바로 올거야?"
" 응? 왜?"
" 너 오면 맛있는 거 사오려고."
내 인생의 장르가 바뀐지 벌써 두 달 정도 되어가는 것 같다. 처음에는 진짜 적응도 안되고 내 인생에 갑자기 일곱 명이나 끼어드는 것 같은 생각에 싫기만 했었는데,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 조금씩 익숙해지고 나니 식구가 생긴 것만 같은 기분이다. 가족처럼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집의 공유일테다. 처음에는 분명 각자 사생활을 존중해주기로 했었는데, 밤이고 낮이고 쉴새없이 울려대는 초인종 때문에 한 달전에 그냥 비밀번호를 알려줘버렸고 그 이후에는 뭐 거의 같이 산다고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지내고 있다.
" 이름이 회사 끝나고 나랑 같이 치맥할건데 형도 올래?"
다만 내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 정도가 문제일까. 생각해보니 오늘 지민이랑 맥주 먹기로 했었지. 치맥이라는 지민이의 말에 호석오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보니 두달간 알게된 사실들 중에서 제일 신기했던 게 이거였다. 신기한 것도 아닌가? 이 오빠는 치킨을 못먹는다는 거. 오빠가 새여서 그런지 날개 달린 건 못먹겠단다. 치킨을 못먹다니 생각할수록 마음 아픈 일이다.
" 나 갈래. 나도 퇴근하고 가도 되지?"
" 언제는 뭐 허락 맡고 온 것처럼. 나가자, 늦겠다."
언제 들어왔는지 내 옆에 앉아 말을 꺼내는 태형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는 집에서 나왔다. 아, 진짜 놀랐던 거 하나 더. 얘가 선생님이란다. 그것도 고등학교 선생님. 임용고시 진짜 어렵다던데. 이렇게 애교 많은 성격으로 어떻게 애들을 가르칠지 한번쯤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출근할 때만 되면 떨어지기 싫어서 어쩔 줄 몰라하는 태형이를 볼 때면 더욱 궁금해진다. 쉬는 시간 됐는데도 애들한테 붙어있는 거 아닌지 몰라. 오늘도 역시 떨어지기 싫어하는 태형이를 억지로 보내고는 지민이와 함께 석진오빠 차에 올라탔다.
" 왔어? "
" 뭐 먹어?"
" 아침에 배고파서 야채랑 과일 섞어서 샐러드 만들었어. 먹을래?"
" …아니."
야채랑 과일이라고 해봤자 오늘 샐러드도 역시 당근이랑 사과밭이잖아. 오빠나 많이 먹으라고 얘기해주자 석진오빠는 해맑게 응, 이라고 대답하고는 다시 샐러드를 오물오물 먹는다. 회사에서는 겁나 예민하고 차갑고 그런 이미지였는데 … 회사에서 나오기만 하면 이렇게 뭐랄까, 사람이 180도 바뀌는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생활하고부터 석진오빠가 맨날 출근할 때 카풀해주는데, 이게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잠이 솔솔 온다니ㄲ ….
" 도착했어, 일어나봐."
" … 나 언제 잠들었어?"
" 아침에 석진이 형 차만 타면 맨날 자면서 뭘."
역시 오늘도 잠들었네. 하품을 하며 차에서 내리자 석진오빠는 어느덧 원래 내가 알던 그 차도남과 같은 모습으로 변한 채 백미러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보고 있었다. 뭔가 입모양이 '역시 잘생겼어.' 이런 느낌이었는데 잘못 본 거겠지?
" 아니, 오늘 내 얼굴 좀 심하게 괜찮은데."
" … …."
" 내 미모가 과해, 과해."
잘못 본 게 아니였네. 백미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석진오빠를 쳐다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주차장을 벗어나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석진오빠와 지민이, 아니, 이제 팀장님과 지민 씨라고 불러야겠지. 이 둘과 함께 타자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 속에 가득해졌다. 아, 아프다하고 회사 조퇴하고 싶다.'
애완동물 일 곱 마리와 나
조금만 더 있으면 은혜로운 점심시간이라는 생각에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모니터는 바라보지도 않고 시계만 보고있을 무렵,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책상 위에 놓여있던 내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당연히 태형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생각 외로 남준오빠다. 어, 잠시만, 남준오빠가 왔다는건 ….
" 뭘 그렇게 뛰어와."
" 오늘 재판 잘 끝난거지? 그래서 맛있는 거 사주러 온거지? "
" 이제 잘 아네."
" 밥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지, 내가."
고기! 스테이크! 남준오빠는 검사인데, 재판이 잘 끝나면 꼭 나한테 와서 맛있는 걸 사주더라. 기분 좋을 때 주인을 보고싶은 그런 심리라는데 … 어떤 심리든 나야 행복할 따름이다. 행복한 발걸음으로 남준오빠를 따라 걷고 있는데 핸드폰에 드르륵- 하고 진동이 느껴졌다.
「 어디야? 오늘 점심 나랑 안먹어?
- 짐니짐니」
「 뭐야 누구랑 밥먹으러 갔어? 지민이도 찾던데.
- 토끼팀장님」
지민이랑 석진오빠였다. 생각해보니 나올 때 오늘 남준오빠랑 밥 먹는다고 말해줬어야 했는데, 너무 배고프다보니 밥 생각에 말도 못하고 나와버렸다. 그 둘에게 '남준오빠 와서 밥먹고 올게.' 라고 보내고는 핸드폰을 닫자 주머니 속에서 계속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다들 맛있는 거 냄새는 귀신 같이 알아가지고 따라오려고 … !
" 애들한테 전화 와?"
" 응, 어떻게 해? 오라고 해?"
" 아니, 난 너만 사줄건데. 둘이 먹자."
" 그러자, 그럼."
분명 석진오빠랑 지민이가 계속 연락해서 귀찮게 굴꺼라면서 핸드폰을 잠시 꺼두라는 오빠의 말에 알겠다며 핸드폰을 끈 상태로 코트 주머니 깊숙히 넣은 채 행복하게 밥을 먹었던 것 같다. 점심시간에 스테이크라니! 고기라니! 오빠가 맨날 재판에서 이겼으면 좋겠다. 그렇게 한참을 고기에만 열중했을까,
" 오빠 지금 몇시야?"
" 아직 너 점심시간 15분 정도 남았어."
" 음, 그럼 내가 회사 주변에서 커피 사줄게."
슬슬 다 먹은 것 같아 시간을 보려고 핸드폰을 열었는데 … 부재중이 13통이다. 역시 다들 끈질기구만. 전화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열어보니 의외로 4통은 같은 부서 상사한테 와있었다. 회사에 무슨 일 생겼나. 갑자기 걱정되는 마음에 계장님한테 전화를 하자 그녀는 생각보다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 이름 씨! '
" 네, 계장님. 회사에 무슨 일 있어요? 저 지금 들어가는 중이에요."
' 진짜 엄청난 일이 있죠! 전화를 왜 꺼놓은거야.'
" 왜요?"
' 지금 회사에 정국이 왔어요! 이름 씨랑 아는 사이라던데. 여기 다 난리가 났어요.'
아, 이 무대뽀 여우 놈이 …. 옆에서 무슨 일 생겼냐고 묻는 남준오빠한테 빨리 회사로 태워줄 수 있겠냐고 부탁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얘는 왜 연락도 없이 회사로 오는거야. 아니 핸드폰은 내가 꺼놨지만 … 그리고 회사에 있는 김석진이랑 박지민은 뭐하느라 얘를 그냥 둔거냐구. 이제 회사에 가면 모든 여직원들이 찾아와서 어떻게 아는 사이고 왜 왔는지 엄청 물어볼텐데. 벌써 지끈대는 머리를 붙들고 한숨을 푹 쉬는 나를 태우고 남준오빠의 차는 빠르게 회사까지 도착했다. 오빠한테 가볍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차에서 내리자 벌써 저 멀리 사람들이 몰려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로 여우 같은, 아니 여우 전정국이 고개를 내밀었다.
" 누나!"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전정국이 '누나!' 하고 소리 치자 모든 시선이 내게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나 이렇게 나한테 시선집중되는 이런 분위기 싫어하는 거 자기가 제일 잘 알면서. 나를 보며 베실베실 웃는 전정국을 보며 확신했다. 저 여우, 내가 전화 안받고 꺼놔서 삐진게 분명하다.
♡
와, 이번주 날씨가 진짜 살얼음이네요ㅠㅠ.
약속이 있어서 나가려고만 하면 다리부터 얼어버리는 것 같아요 흑흑..
저번에도 이 얘기 했던 것 같은데,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여름 감기만 무서운게 아니라구욧 (콧물 쓱)
저는 이미.. 틀렸습니다ㅠㅠ..
모두 꽁꽁 싸매시고 추운 겨울 건강하게 납시당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