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조용할 일 없는 강력반이라지만, 오늘은 옆팀에서 조선족들이 단체로 조사를 받고있었다. 그때문인건지, 아니면 알아들 을 수 없는 단어들이 자꾸만 들려서인건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잘 들리지도 않는 전화벨소리를 겨우 캐치해 전화를 받으면, 우리가 담당하고 있던 조직들 자료가 새로 들어온게 있으니 가지러오라는 전화였다.
그렇게 자료실에 들러 한가득 산을 쌓아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려하면, 누가봐도 이 경찰서가 처음인듯, 멀끔한 정장을 빼어입은 단정한 스타일의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저기, 죄송하지만 여기 강력2팀이 어디있습니까?”
“아, 저 따라오시면 됩니다.”
약간은 어눌한 말투를 쓰는 사람이 2팀을 찾는걸로 봐서 아무래도 그 조선족들의 통역을 담당해줄 사람이 온것 같았다.
“이리주세요, 제가 들게요.”
“아, 아닙니다!”
하지만 말보다 빠르게 내 짐을 들고간 남자였다. 꽤 큰키에 딱 봐도 잘생긴 외모인데, 이런 매너까지 가졌다니. 그동안 이곳에 일하면서 나도 모르게 가졌던 중국인이라는 편견이 다 깨져버리는것 같았다.
“강력1팀... 어, 형사에요?”
내 사원증과 비슷한 목걸이에 적힌 글자를 읽던 남자는 제법 놀란눈으로 나에게 물어왔다. 그러더니 “이렇게 예쁜 여자가 형사해도 돼요? 사람들이 체포해달라고 다 나쁜짓하면 어떡해요.” 하며 예쁜말도 해왔다.
외국인이라서 가능한 특유의 예쁜말로 나를 웃겨주던 그 남자의 이름은 라이관린이었고 예상대로 통역사가 맞았다. 자신을 편하게 관린이라고 불러달라던 남자는 사무실안에 도착해서도 끝까지 짐을 들고 내책상 위에 직접 올려주었다. 그리고 내손을 잡아 부담스럽지 않게 살짝 입을 맞추었다.
“고마워요, 공주님.”
그렇게 또 멋진걸음을 뽐내며, 관린씨는 2팀으로가 인사를 했다. 외국인은 다 저런가 신기해하며 고개를 돌리자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팀원들이었다. 원체 오글거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 정말 문화충격을 받은것 마냥 벌어진 입을 다물줄을 몰랐다.
“여주도 왔으니까, 짧게 공지사항 전파할게요. 우리일도 바쁜데 최형사를 가르친다는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에, 다시 원래 부서로 복귀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러니 다들 평소처럼 일해주시면 됩니다.”
황형사님의 간결한 말에 모두가 티나지 않게 주먹을 쥐며 ‘예스!’ 하는 동작을 선보였다. 나 또한 드디어 해방이라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져 성우를 바라보았다.
“걔가 자꾸 우리 여주를 괴롭혀서, 괴롭히지말라고 우리 민현이가 최형사한테 잘해준건데, 그래도 안되서 결국 보내버렸네-. 어제 민현이가 발령조치 명령해도 안간다고 회의실에서 그렇게 우기는통에 겨우 달랬잖아. 우리 여주가 얼~마나 소중했으면 그랬겠어-?”
그렇게나 좋으실까. 조금은 많이 과장된 윤형사님의 말이 그저 웃겼다. 그나저나 어제 하루종일 회의실에 같이 있던 이유가 그거였다니 마음이 조금 풀리기도 하고 복귀조치가 내려진 최선배가 통쾌하기도 했다.
팔을 쭉-피고 스트레칭을 하니 몸도, 마음도 시원해진 기분에 가득 받아온 서류를 집어들었다. 새로들어온 정보를 파악해서 회의 때 보기쉽게 요악하는게 오늘 나의 일이었다.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이 조직은 예전부터 온갖 더러운일에는 다 손을 데던 놈들이었다. 그래도 요즘은 제법 조용히 지내 크게 관리대상이 아니었는데 최근 시장에서 한바탕 싸움이 일어났고 그 조직원들끼리의 싸움인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렇게 한장 한장 넘기다보면 눈에 익은 얼굴이 보였다. 어젯밤 꿈에, 홀로 싸우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자도 보였다. 그리고 뒤쪽에 우두커니 서있다 등에 칼을 꽂은 남자도 보였는데, 그자가 이 조직의 보스였다.
순간 꺼림칙한 기분이 들면, 그 보다 더 빨리 떠오르는 다니엘의 모습에 애써 생각을 엇눌렀다.
“집중하는 모습도 너무 예뻐요.”
“아, 깜짝이야!”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요.”
다른 생각을 없애기 위해서 종이가 뚫어져라 홀로 눈싸움을 하고 있으면 바로 뒤에서 관린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에요. 벌써 가시는거에요?”
“아뇨, 점심시간. 혹시 밖에 나가서 점심 먹을 수 있어요?”
“아니요!!!
......오늘 우리팀 다같이 점심먹기로 한거, 제가 말을 안했네요. 다같이 돈까스 어때요?”
타이밍적절한 황형사님의 말에 관린씨는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나중에 보자는 말을 남기곤 나가버렸다.
“중국인이 그렇게 잘생긴줄 처음 알았어.”
“근데 여주 너한테 마음있는거 아니야?”
“내가 봤을땐, 김여주 지금 즐기고있어.”
“아니, 신기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받아만준거죠.”
“나,나는 민현이가 이렇게 잘생긴게 더 신기하다!”
오늘따라 이야기 흐름이 이상한 윤형사님을 보며 웃다가 돈까스를 썰기 위해 포크와 나이프를 손에 들었다.
“여기. 이거 먹어.”
내 손에 들린 나이프가 무색하게 반듯히 썰린 돈까스를 내 그릇과 바꿔들고가는 황형사님이셨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콘 옥수수를 자신의 그릇에서 내 그릇으로 옮겨주셨다. 그리고 황형사님의 트레이드 마크인 달달한 눈빛과 함께 “많이 먹어.” 란 말도 잊지않으셨다.
이건 그냥 황형사님의 수많은 친절 중 하나일 뿐이다. 머리속에서 수없이 되뇌어봐도 가슴은 설레어오기만 했다.
등따시고 배부르면 졸음이 찾아온다고 나른한 햇살까지 받자니 너무 졸려 10분 정도 남은 점심시간을 책상에 엎드려 보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엎드리면, 마찬가지로 내 옆자리인 성우도 엎드려 나를 바라봤다.
“옹성우, 앞에 카페에 크림빵 먹고싶어...”
“시간없어....잠이나자....”
하긴, 식욕보다는 수면욕이 더 강한 나이기에 졸림을 이겨내지 못하고 감겨오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꿈에서 크림빵을 찾으러가다 지각하는 꿈을 꾸었고 좋지않은 느낌에 눈을 뜨면, 이제 막 점심시간이 끝나있었다. 다른 형사님들이 보기전에 얼른 옹성우도 깨우고 커피를 타먹을까 일어서면, 나갔다 오신건지 거친 숨소리와 함께 이 추운날에 땀을 뻘뻘 흘리며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황형사님이셨다.
그리고는 곧바로 나에게 걸어와 책상에 작은 포장케이스를 올려두셨다. 종이 케이스 틈사이로 살짝 들여다보면 꿈속에서 그렇게 애타게 찾았던 크림빵이 보였다. 깜짝 놀래 눈으로 황형사님을 찾으면 어느새 자리로 돌아가게시는 황형사님이셨다.
마주친 눈에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를 건네면 수즙으면서도 잘생긴 미소로 대답해주시는 황형사님 이셨다.
한가득 쌓아올린 파일을 방패삼아 조심스럽게 케이스를 뜯었다. 안에는 그토록 보고싶던 크림빵이 탐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손으로 조심스럽게 찢어 아무도 보지못하게 빠른속도로 빵을 입에 집어넣으면 달달한 크림이 입안으로 번져갔다.
단걸 먹으니 좋아지는 기분에 소리없이 발을 동동 굴리다 또 다시 빠르게 입에 집어넣기를 반복했다. 내가 성우와 한 이야기를 들은걸까, 얼마남지 않은 점심시간에 빠르게 달려갔다가 온것만 같은 황형사님이 자꾸만 생각났다. 그렇게 싫다, 싫다 했으면서 이런 달달한 친절에 자꾸만 녹을것같았다.
한번 황형사님 생각을 시작하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게 매번이라 그 일이 시작되기전에 얼른 다시 서류파일을 열었다.
그렇게 일에 집중하면 옆팀의 시끄러운 소리도 점점 멀어져갔다.
“여주야, 자료파악 다했어?”
“아, 거의 다해갑니다.”
고개를 들고 대답하면, 갑자기 책상 칸막이 벽에 기대어 계신 황형사님이 고개를 숙이고 웃기 시작하셨다. 영문을 몰라 바라만 보고 있으면 입술을 쭉 내밀고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톡톡 치셨다.
그 입술을 바라보자니, 또 한번 꿈에서의 입맞춤이 떠올랐다. 그래서, 지금 뽀뽀해달라구요...?
도통 알수없는 표정을 짓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결국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미시는 형사님이셨다. 황형사님의 큰 손은 점점 나의 얼굴을 감쌌고,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내 입술을 쓸었다.
“묻히고먹네, 귀엽게.”
하루가 다르게 더해가는 잘생김과 달달함에 돌이 되버린듯 넋이나가 황형사님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손가락에 묻은 크림을 가볍게 쪽하고 먹는 황형사님의 모습마저도 너무 멋있었다.
크림빵보다도 더 달달한 이남자의 행동에 미웠던 마음이 결국 녹아내렸다. 이리도 쉽게 녹아버릴거라면, 그동안 왜 스트레스 받아하고, 힘들어한건지. 그런 마음을 다 뛰어넘을만큼 너무 치명적인 남자였고 매혹적인 사랑이었다.
***
“야, 황민현. 동네방네 김여주 좋다고 자랑할 일 있냐?”
“그치만, 아까는 너무 귀여워서...”
퍽-
잠시 화장실에 갔다 물기를 머금은 손을 바지에 대충 슥슥 닦고 화장실을 나오면, 바로 옆 남자 화장실에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내 귀가 정상이라면 윤형사님과 황형사님이신데, 방금들은 그 대화가 맞는내용인건지 내 귀를 의심했다.
“여주는 네가 좋은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너무 들이대면 역효과라고.”
내가 잘못들은게 아니라는걸 알려주듯 윤형사님의 목소리가 한번 더 들려왔다. 그제서야, 오늘 하루 무언가 이상했던 윤형사님의 행동이 다 이해가 되었다.
정말 황형사님이 나를...? 그 동안의 친절이 모두다 진심이었어? 어떨결에 알아버린 황형사님의 마음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얼떨떨했다. 일방적인 나의 마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마음이 양방향이 되어버릴줄은 몰라서 벌써 황형사님의 고백이라도 받은듯 마음이 두근 거렸다.
“그치만 너무 예쁜걸 어떡해요.”
***
사랑에 빠진 기분이라는게 이런걸까? 서류속 남자들의 정보를 봐도, 178? 우리 황혀사님은 183이나 되는데~, 29살? 황형사님이랑 동갑이네. 이렇게 온통 황형사님 생각뿐이었다. 저 옆팀에 가득 앉아있는 조선족 사람들을 보면서 저사람들도 이런 사랑을 해봤을까? 하는 생각들만 들었다.
그냥 지나가다 황형사님 마음을 우연히 들어버린 주제에,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고 있었다.
“좋은일 있어요?”
“어, 관린씨. 이제 가는거에요?”
“네. 일 하는 동안 이 형광등 보다 여주씨가 더 빛나서 힘들었어요.”
와, 저런말은 어떻게 생각하는거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면 우리팀 형사님들은 눈으로 ‘재수없어.’ ‘별꼴이야’ 라고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 중에서 황형사님은 제법 초조한 눈빛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관린씨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놀려주고 싶다는 나쁜마음이 자라났다.
“넥타이 흐트러진것좀 봐요. 너무 열심히 했나봐요.”
제법 키가 큰 관린씨의 흐트러진 넥타이를 천천히 정리해주고 있으면, 얼굴이 뚫릴것처럼 따갑다가 결국 누군가 이리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주야, 아까 자료 브리핑좀 해줘.”
“관린씨 바래다드리고 바로 가겠습니다.”
지금 이거, 질투하는건가? 해도 너무 귀여운 황형사님의 질투에 웃음이 나올뻔한걸 겨우 참고 뻔뻔하게 대답했다.
“여주씨, 혹시 쉬는날에 저랑 별보러 갈래요?”
“별이요?”
“네. 여주씨 눈속에 있잖아요.”
남들이 했다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인데, 외국인이라 그런가 분위기 있게 소화하는 관린씨였지만 그래도 웃음이 나왔다.
“미안하지만, 지금 바빠서요.”
그래도 끝까지 예의바르게 관린씨의 말을 끊은 황형사님은 그대로 나의 팔을 잡아 끌고 자신의 자리로 데려가 옆 간이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눈으로 저멀리 관린씨가 가는지 체크하며 나를 바라봤다.
“자료도 없이 브리핑합니까?”
“아, 맞다.”
또 한번 귀가 빨개진채 허둥대며 자리에서 자료를 찾으시는 황형사님의 모습에 “자료는 저한테 주셨잖아요.” 하고 웃으며 일어섰다. 자신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듯 풀이죽은 황형사님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대로 꼭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긴 경찰서더라.
***
‘추운날씨에 몇일간 비 소식이 없었는데요, 날이 풀리면서 오늘 밤 9시경부터 비소식이 있습니다. 밤새 내리는 비가 그치고 나면, 또 한파가 불 예정이니...’
퇴근시간이 한시간 정도 지나고 홀로 서류를 정리하다 사무실 TV의 날씨 뉴스가 들렸다. 오랜만의 비였고, 그 뒤로도 비소식은 잘 없었다. 그날이 오늘인가....?
꿈에서 본 그 남자 조직들, 그 놈들이 저번에도 컨테이너 창고에서 일을 벌인적 있어 위치 또한 알고 있었다. 위치또한 아는데 비소식이 오늘밤이라니, 시선이 자연스레 창박으로 향했다. 짙은 어둠이 잔뜩 깔려있었다.
오늘인지 아닌지도 모르니까 멀리서 확인만 하자, 확인만.
아무리 강력반 형사라지만 이렇게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는 마찬가지로 무서웠다. 아무도 없는 골목을 지나 코너만 돌면 바로 꿈에서 봤던 그 창고과 창고입구의 공터가 나올거다.
코너를 돌고 숨을 죽여 한걸음 한걸음 이동하면, 모래바닥에 쓸리는 운동화소리까지도 예민하게 들렸다. 그렇게 조금 더 창고의 입구로 다가가면 제법 많은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
“이 거지같이 더러운데서, 손에 더러운 피는 다묻힌 니가 여자 때문에 이 조직을 나간다는게 어이가 없는데,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신입새끼들 10명 데꼬왔다. 조건대로 이 새끼들 혼자 다 이기면 내보내줄게."
꿈에서 들었던 대사들도 들렸다. 오늘이구나. 그에 맞게 하늘에서도 한방울씩 비가 떨어졌다. 떨려오는 숨을 죽이며 벽에 딱 붙어 옆으로 한걸음씩 이동했다. 어떡하지? 신고를 해?
조금 더 가까이 듣기 위해 한걸음씩 입구 울타리쪽으로 이동하면,
“혼자서 죽도록 싸,”
툭-
마찬가지로 꿈속의 대사가 들렸고 그 대사는 내 발에 의해 소리를 내려 굴러가는 병에 의해 끊겨버렸다. 조용한 곳에서 홀로 천천히 청량한 소리를 내며 데굴데굴 굴러가던 유리병은 한참을 굴러가 울타리 쇠창살에 막혀 멈추었고, 그 유리병이 멈추자마자 “뭐야, 잡아!!” 하는 남자의 소리가 들렸다.
놀라 도망가려했던 나의 몸은 누군가에 의해 돌려졌고 놀라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그 남자는 내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빠르게 다른 손으로 자신의 입에 검지를 가져다대며 조용히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모자를 푹 눌러썼지만 그 익숙한 형태와 눈이 다니엘이라고 말해주고있었다.
다니엘이 반갑고 안심이 되기도 잠시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발걸음 소리에 다니엘과 나는 손을 잡고 함께 달렸다.
주위 곳곳이 컨테이로 막힌 이곳은 마치 미로같았고 우리 보다 이곳을 잘아는 조직원들은 우리가 가는 길 반대로 돌아나와 우릴 막아서고 있었다.
그렇게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무렵, 저 멀리 막다른 골목이 보였다. 하지만 다니엘은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고 점점 나의 걸음이 느려지면 우리를 빠르게 쫒아온 한 조직원이 내 어깨를 잡아챘다.
내 손을 잡고 앞을보고 달려가는 다니엘은 눈치를 채지못했고, 나는 다니엘의 손을 놓고 빠르게 남자의 팔을 쳐냈다. 그리고 그 남자가 밀쳐나는 틈을 놓치지않고 힘을 주어 발로 차면, 배를 맞은 남자는 힘없이 밀려 쓰러졌다.
놀란 다니엘은 다시 나에게 달려왔고 쓰러진 남자와 나를 한번씩 확인하다, 저 뒤에서 쫒아오는 남자들을 보고 다시 내손을 잡고 달렸다.
그리고 컨테이너와 컨테이너 사이 가로로는 사람 두명이 서있을만한 길고 좁은 골목에 우린 다달랐다.
“쥐 새끼들처럼 도망쳐봐야 소용없어.”
“도망친거 아닌데, 유인한거지.”
꿈에서 본 대로 10명쯤 되어보이는 조직원들은 여유롭게 웃으며 우리를 좁고 긴 골목으로 밀어넣었다. 하지만 다니엘의 얼굴엔 이유모를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남자들은 점점 우리에게 다가왔고 다니엘은 잡고 있는 손을 당겨 나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나는 막다른 골목 가장안에, 그리고 다니엘은 그런 내앞에 았었다.
“누나, 쫌만 있어요.”
고개를 살짝 돌려 말하던 다니엘은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고, 앞으로 고개를 돌리던 그 순간부터 다니엘의 눈빛은 바뀌어져 있었다.
검은옷을 입은 남자들은 먼저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다니엘이 일부러 유인을 한거라는 말이 사실이었을까, 좁고 긴 공간탓에 상대는 10명쯤이나 되지만 막상 다니엘을 공격하거나 싸우려면 1:1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맨 앞에 있던 남자가 다니엘에게 주먹을 날렸고, 다니엘은 빠르게 이를 피하며 남자를 잡아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트렸다. 그리고 그 남자가 당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그저 뒤에있는거 밖에 할 수 없었다.
한명이 쓰러지면, 곧바로 뒤에 남자가 달려 들고 쓰러지고. 반복이었다. 중간 중간 쇠파이프를 들고 있던 남자도 있었지만 오히려 다니엘에게 무기만 제공해 줄 뿐이었다.
다니엘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날렵한 턱선을 따라 땀이 흘러내렸다. 댕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다니엘이 들고있던 쇠파이프가 땅에 내려졌고 그 앞에는 모두 몸을 감싸쥔채 쓰러져있는 남자들이 있었다. 그제야 다니엘은 손으로 얼굴의 땀을 닦았다.
“저 새끼 뭐야.....”
그 중 그나마 상태가 괜찮던 남자가 입을 열었고 그 소리에 다시 다니엘이 파이프를 잡으려하면 이내 뒤로 물러서며 도망가버렸다. 그리고 그 남자를 시작으로 모든 남자들이 서로를 챙기며 도망가버렸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던 나로서는 멍할 수 밖에 없었다. 늘 큰 강아지 처럼 웃기만하고, 항상 순수하게 잘 따라주던 아이인데 눈빛이 바뀌고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혼자 상대해 낸게, 당황스러울만 했다.
“누나, 괜찮나. 다친데 없죠?”
자기 뒤에 나를 숨겨놓듯 해놓고는 남자들이 가자마자 내 상태를 확인하는 다니엘이었다. 진심으로 걱정가득한 눈빛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면 이제야 안심이라는듯 나를 품으로 끌어 안는 다니엘이었다.
“진짜, 내 이럴줄알았다. 약속했잖아요, 말하기로.”
“미안해...”
“내 안왔으면 어쩔뻔했어요. 걱정 되 죽겠다, 진짜로.”
부슬 부슬 내리는 비에 어느새 젖어버린 다니엘의 머리가 보였다. 진짜 네가 오지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매번 나를 챙겨주는 네가 너무 고맙고 든든해서 이제는 안심이라서, 천천히 팔을 들어 나를 안고 있는 다니엘의 등을 안았다.
음침했던 이곳에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다니엘 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음침했던 분위기에서 그냥 분위기 있는곳이 되어버린것만 같았다.
뒤쪽의 은은한 가로등이 저 멀리서 너를 비추었고, 촉촉히 내리는 비 처럼, 촉촉히 젖은 눈을 한 너는 조심스럽게 한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쥐었다.
“키스하고싶다.”
그리고 나를 응시하던 너의 눈이 내 입술을 향해 내려갔고 너의 얼굴은 , 너와 나의 입술은 점점 가까워졌다.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 속, 내 고개가 먼저 돌아갔다.
그러자 다니엘은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이다가도 이내 자신이 쓴 모자를 내 머리에 씌었다.
“비맞으면 대머리된대요.”
그 뒤로 집을 바래다주는 내내 다니엘은 잔소리를 멈추지않았다. 그 걱정되는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잠자코 내 잘못이다 듣고있으면 어느새 집앞에 다달랐다.
“그래도, 그 사람은 살렸잖아.
오늘 정말 고마워, 조심히 들어가!!”
빠르게 혼자만 인사를 마치고 웃으며 손을 흔들던 여자는 이내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던 남자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손으로라도 억지로 가려보려했다.
“내 진짜, 못산다.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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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멤버의 깜짝등장은 관리이었습니다!! 아무도 못맞추시더라구요 ㅠㅠ 그리고 저번편에서 여우가 왜 민현이랑 하루종일 회의실에 있었는지도 밝혀졌죠?ㅎㅎ 다녜리와의 키스.. 궁금해 하신분들이 많으셨는데 역시나 우리 미녀니를 버릴 수 없는 여주죠.. 다녜리와 여주의 감정선은 좀 더 뒤에서 알려드릴게요!! 그나저나 앞으로 나아갈 이야기들이 수두룩한데 이상하게 전 이렇게 달달하거나 밝은 내용은 안어울리나봐요 ㅠㅠ 문체나 문장 이음이 유치해지는 느낌이랄까 ㅠㅠ 미녀니랑 예쁘게 알콩달콩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맘대로 안되네요 ㅠㅠ 하지만 많이 부족한데도 늘 달려와주시는 독쨔님들을 위해 열심히 해볼게요 암호닉 신청은 언제든 댓글로 적어주세요! ❤️소중한암호닉❤️ [수다링] [전지적여우시점][만두만두][마니] [짱요][비누냄새][ㅇㅇㅈ][쿱] |
아, 독쨔님들게 강한 스포하나 드리자면 저 조직과의 만남은 이제 시작입니다..^^
주말 잘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