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하게 볼륨을 키워주세요. 노래를 꼭 들어주세요. 몰입감 Up Up!
이 글은 정말 이 노ㅓ래를 들어야 찰떡인데! 노래는 매드 소울 차일드의 ' Get back ' 입니다 다들 들어보세요!
신은 당신에게서 멀어지지 않았다
***
〃 너는 그 누구보다도 특별해. 〃
〃 사람들이 그러는 건, 네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 했기 때문이야. 〃
고아원이 화재로 불 타 재가 되어버린 후, 갈 곳이 없어진 날 거둔 건 고아원 원장이였다. 그녀에게는 언제나 빵 냄새가 풍겨왔고, 그녀는 언제나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마을 사람들에게 마녀라는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내게 떠나라 재촉했을 때도, 그녀는 내 손을 잡고 항상 나에게 말했다. 넌 소중해. 특별해. 그녀의 남편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했을 때, 마을 사람들은 나를 마녀라고 확실시했지만 그녀만큼은 나를 더 감싸 안았다. 그녀는 내게, 엄마와도 같은 존재였다.
〃 여길 떠나. 이 마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뛰어. 〃
〃 … … 〃
〃그래야 네가 산다. 그래야 살 수 있어. 〃
마을 사람들이 나를 찾으려 그녀의 집 앞으로 찾아왔던 날 밤, 그녀는 내게 여윳돈을 쥐어주며 말했다. 겁에 질려 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던 날, 그녀는 따스한 손으로 내 볼을 쓰다듬었다. 그게 그녀와 마지막 만남이었다. 우진에게 그녀에 대해 물어도, 돌아오는 건 그저 잘 지내고 있다는 말 뿐이었다. 밤마다 날 데려가달라는 기도 끝에, 또 하나의 기도를 했다. 어쩌면 날 데려가달라는 기도보다 더, 더 간절했을 지 모르는 소원.
-
고요했다. 세면대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살짝 열어놓은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만이 집 안의 정적을 감싸 안았다. 물을 가득 받아놓은 욕조에 누워 화장실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오래 되어 누래진 천장. 그 옆에 수명을 다 했는지, 깜빡이는 전등. 그런 전등을 한참 쳐다보다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매만졌다. 어제 본 그 남자. 내 주머니에서 떨어진 걸 봤다며 내 손에 쥐어준 반지. 보석도, 그 흔한 무늬조차 없고 그저 빛바랜 은색의 색을 띠고 있지만 어딘가 묘하게 마음에 박힌다.
그 흔한 무늬조차 없는 이 반지가 내 처지와 비슷해 보였다. 닳았고, 내세울 게 없는 반지가 마치 내 인생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평범해지려고 노력해도 결국 그들에게 섞일 수 없는. 다들 저마다의 색을 갖고 있지만, 빛바래 원색이 어땠는지 알 수 없는 반지같은 존재. 부정하려고 발버둥 쳐도 결국 더 깊은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갈 뿐이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평범해지고 싶었다. 그저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그녀는 내게 살 수 있다고 했다. 마을을 벗어나야 내가 산다고 했다. 하지만 살고 싶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 매번 약에 의지하는 것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침대 위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고통이었다.
〃 죽어버려. 〃
〃 계속 이렇게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나아. 〃
스스로 되뇌이고 또 되뇌였다. 고통에 허덕여 하루 하루를 지옥처럼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죽으면, 모든 게 끝나겠지.
눈을 감고 몸을 점점 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알 수 없는 희열이 몸을 감쌌다. 머리카락이 물에 닿고, 얼굴이 완전히 물 속으로 가라 앉았을 때, 귀에 맴돌던 물방울 소리도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던 바람 소리도 모든 게 삽시간에 사라졌다. 귀가 먹먹해지고 떨리던 손은 제 상태를 찾아간다. 몸에 힘이 빠져 축 늘어지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득해지는 정신에 여러 감정이 휘몰아쳤다. 두려움이었다. 두려웠다. 몸을 욕조에서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써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 죽고 싶다며.
정신은 희미해지고 물 안에서 손 발이 점점 무거워짐과 동시에 귓가에 속삭이듯 낮고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 죽고 싶다며.
- 막상 눈 앞에 닥치니까 두려워?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는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모든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기쁨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내가 죽으면 누군가는 내 죽음을 원망할까. 원망하고 슬퍼해줄까. 아니면 아무도 내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건 아닐까.
그 순간 떠오른 사람은 박우진도 그 누구도 아닌, 내게 반지를 쥐어준 남자였다. 눈 앞이 뿌옇게 된 것처럼 흐려져도 그 남자의 얼굴만은 뚜렷히 보였다. 한 번 더 만나고 싶었다. 한 번 더 얼굴을 마주보고 싶었다. 잠깐이었던 순간에 나는 그 남자에게서 무엇을 느꼈던 걸까. 나와 같을 지도 모른다는 동정심? 아니면, 이런 나를 구해줄 수 있다는 희망?
더 이상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아득해졌을 때, 귓가에 맴돌던 목소리도 정신도 점점 흐릿해져 그대로 눈을 감았다.
- …살아.
마지막 말은 듣지 못 한 채로.
.
.
.
.
.
.
.
.
.
눈을 떴을 때는 화장실 천장이 아닌 낯선 하얀 천장이 먼저 보였다. 밝은 불빛에 눈이 부셔 미간을 찌푸리다 옆을 보면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는 박우진이 보였다. 눈을 떴을 때 사람이 보이는 건 오랜만이네. 어지러워 깨질 듯한 머리에 손을 올려 이마를 누르는데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날 발견한 우진이 다가온다.
〃 미쳤어? 너 진짜 죽고 싶어서 그래? 〃
〃 … … 〃
〃 너 나 아니었으면 죽었어. 내가 문 따고 안 들어갔으면, 너! 〃
흥분을 감추지 못 해 소리를 지르면서도 떨리는 손을 주체 못 하던 우진은 갑작스레 말을 멈추곤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떨리는 모습이 마치 강아지를 잃고 서럽게 우는 어린아이 모습 같았다. 우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해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에 손을 대자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그는 내 손을 쳐내거나 밀어내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아.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우진은 이내 내 손목을 잡고 이불 안으로 밀어넣었다.
〃 추워. 몸살 기운도 있다더라. 〃
〃 한동안은 쉬래. 안정을 좀 취해야 한다 그러더라. 〃
의사가 밥 굶기냐고 하더라. 내가 매일 반찬 가져다 바치면 뭐해.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며 우진은 투덜거렸다. 자기가 의사한테 잔소리를 들어야 하냐면서. 그런 우진의 투덜거림이 싫지 않았다. 누군가 날 신경 써주고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게 다른 사람이 아닌 박우진이라는 게. 그게 새삼 고마워 우진에게 고맙다는 얘길하고 싶었다. 물론 입 밖으로 나올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우진은 아무 대답 없는 날 신경쓰지 않았다. 입을 여는 날보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날이 더 잦으니까.
그런 우진을 한참 바라보다 부르튼 입술을 겨우 떼어 말했다.
〃 물 마시고 싶어. 〃
〃 내가 그럴 줄 알고 물을 또…〃
준비했던 것 같은데 없네. 아니 진짜 너 깨어나기 몇 분 전에 물 샀었는데. 조금만 기다려. 금방 갔다올게. 이상하네. 내 말 한 마디에 열 번의 대답을 하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쉴새없이 말을 하던 우진이 나가고 나니 그제서야 병실 안은 조용함을 되찾는다. 또 다시 정적이었다. 죽는 걸 바래왔다. 살아가는 고통보다 죽음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죽고 싶었고, 죽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정말 그 순간만큼은 두려웠다. 알 수 없는 기분은 두려움이였고 무서움이였다.
두려움은 갑작스럽게 찾아와 내 가슴을 찔러댔다. 수 없이 많은 바늘로 가슴이 찔리는 기분이었다. 마을 사람들도 그 순간에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화염이 그들을 집어 삼켰을 때, 나와 같은 두려움에 빠져 허우적댔을까. 그들에게 그런 두려움을 느끼게 한 건 내 기도 때문이었을까.
온 몸이 뻣뻣해졌다. 주먹쥔 손에 힘이 들어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고 있었다. 눈을 감으면 그 큰 화염 속에서 날 향해 손을 뻗는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잔인하고 소름 끼치는 비명 또한 들려왔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건 나였을까. 그 화염 속에서 고통에 몸을 비틀고 있던 손이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숨이 턱 막혀왔다. 피가 거꾸로 역류하는 기분이었고, 손을 떼내려고 해도 더 강해지는 악력에 손을 쓸 수가 없었다.
〃 여기서 또 보네요? 〃
문이 열리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목을 조르던 손은 사라지고 귓가에 울리던 비명 또한 사라졌다. 순식간이었다.
〃 보호자 분이 안고 뛰어왔을 때 정말 죽은 줄 알아서 놀랐어요. 〃
그 남자다. 하얀 가운을 입고 날 바라본다. 죽는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 남자는 내게 다가와 보호자용 의자에 앉아 눈을 마주쳐 온다. 남자의 모습에 왈칵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다정한 목소리에 두려웠던 감정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 왜 죽으려고 해요. 뭐가 그렇게 괴롭혀요, 당신을? 〃
〃 … … 〃
〃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나는 당신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어쩌면 다시 못 볼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남자의 목소리는 떨려왔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음성이었다. 남자의 주먹쥔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확신이 들었다. 그가 나를 이 어둠 속에서 구원해줄 수 있을 거라는 걸. 이 세상에 날 구원해 줄 신 따위는 사실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이 사람이 나를.
구원해 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
-
어릴 적, 어둠이 집어삼킨 방 안에서 열어둔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내 눈 앞에서 없애주세요. 그 다음 날, 나를 괴롭히고 놀리던 한 남자 아이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어른들 말로는 고아원에 도둑이 들어 봉변을 당한 것이라고 했지만, 난 알 수 있었다. 내 기도에 답해준 것이다. 그 날부터 나는 나를 데려가달라는 소원을 빌고 또 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지지 않았다.
〃 난 신이 있다고 믿어. 〃
〃 그렇다면 왜 우릴 이런 감옥 속에 가두는 걸까? 〃
〃 … 그건 모르지. 그치만 하난 확실해. 〃
나는 이 어둠 속에서 벗어날 수 있어. 확신에 찬 어투로 말하는 나를 바라보던 남자 아이는 양 팔로 날 안으며 말했다.
- 그럼 신이 아닌 내가 널 구원해줄게. 이 어둠 속에서.
* 오늘도 이 글을 읽어주신 전지현 님! 감사합니다 ㅎ ㅅ ㅎ *
제가 너무 늦었죠 ;-; 늦은 건 확실하고 여러분들을 기다리게 했으니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
프롤로그 부터 너무 좋은 댓글을 받아서 쓰면서 부담도 많이 되고 즐겁기도 했는데 더 좋고 흥미진진한 글이 아니여서 너무 죄송합니다
그래두 재밌게 봐주셨다면 저는 정말 뿌듯합니다!
사실 이 글은 많이 어둡고 칙칙하고 끝없이 어둡습니다 ㅎ ㅅ ㅎ 앞으로 계속 어두울지 아니면 밝아질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다음 화부터는 더 많은 인물이 나올 예정입니다! 민현이와 우진이만 나와서 조금 서운했던 분들도 계셨겠죠 '>'*
더 많은 인물이 나올 예정이고 또 그 중에선 정말 중요한 역을 맡은 인물도 있을 겁니다!
제 연재 주기는 정말 매번 바뀔 예정이예요 ;-; 저는 대학생이고 아르바이트 또한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가 힘들더라구요 ㅜㅛㅜ 하지만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신 만큼 이번보다 더 빨리 2편 들고 오겠습니다 ㅎ ㅅ ㅎ
앗 그리구 저 암호닉 받습니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도 전 화에서 신청해주신 분들이 계셔서
한 번 받아보려구 합니다 암호닉 ㅎ ㅅ ㅎ 그럼 언제나 읽어주시는 분들 그리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