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화둥둥 내 사랑아 -09 그건 누군가를 사랑한 죄밖에없다.
"....."
"....고남순.."
아무말않고 남순을 바라보던 세찬이 무거운 공기를 깨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러나 남순은 무슨생각을하는건지 손바닥에 손톱이 박혀 피가나고있는것도 모른채 세찬의말에 답하지않았다.
손바닥에서 천천히 새어나와 바닥을 동그랗게 적시는 핏자국에 세찬이 남순의 손을 잡으려했지만 초점없는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남순에 아무것도 할수가없었다.
"...전이제,어떡해야 돼요..?"
"......."
"..나때문에 누나가 울었어요,한번도 내앞에서..운적이없었는데,.."
그렇게 말하고 남순은 다시 목이메이는지 가쁜숨을 내쉬며 눈을깜빡였다.
마치 더이상 우는모습을 보이기 싫다는듯이,멍하니 바라보는 세찬에 오기부리듯 충혈되어 벌겋게되어버린 눈을 똑바로 다시뜬다.
"...나때문에 그사람이 힘들어해요,"
".........."
"그리고 당신도."
그말을 하고 고개를 푹숙인 남순이 저가 아닌 다른이의 눈물로 적셔가는 바닥을 곧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침묵을 지킨지 얼마나 지났을까,세찬이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순을 저에게로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
따뜻한 품과는 달리 미동도없이 차가운몸에 세찬이 알겠다는듯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아직도 꽉쥐고있는 남순의 손가락들을 하나하나 펴주면서,
"..어떡해야 하냐고?"
"......"
"뻔하잖냐,이 멍청한놈아.."
그가 태워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마다했다.
그렇게 아무생각없이 현관문을 열어젖히다 문득 흥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자신이 생각나 닫히려던 문을 잡아세우곤 그를보았다.
역시나 아직도 저를 바라보고있는 세찬이 남순이 뒤돌아볼거라곤 생각도못했는지 살짝 놀라는 모습이 눈에들어왔다.
그리고 천천히,아주 천천히 놀란그의 얼굴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짐을들고 먼저 찾아간곳은 전의 '우리'가 아닌 나와 누나가 사는 '우리'의 집이였다.
그렇게 보내고 하루도안되어서 돌아오는 자신을 보면 남서는 뭐라고할까. 미련한놈이라고,나쁜놈이라고 말하면서 때릴까? 아님 욕을할까?
쓸데없는 궁금증을 품으며 들어간 진짜 내집은,오래간만이라는 생각도 들지않을만큼 자연스러운 공기를 품고있었다.
그리고 내 쓸데없는 궁금증들 중의 답은 아무것도 없었다.
"고남순..."
"누나"
"너,너.....흐어어엉..."
우연히 방에서 나온 누나가 저를보고 놀라 우는모습에,남순은 웃으며 말한다.
"나왔어 누나"
그때 잠깐 볼때는 몰랐는데 누나는 눈에띄게 수척해져있었다.
그 안쓰러운 모습에 남순이 미안해하듯 아무말못하자,누나가 퉁퉁 부은눈을 반으로 접어 웃어보인다.
자신은 괜찮다고,분명 밥도 잘안먹고 저를 기다렸을거면서,그저 남서는 괜찮다고만 했다. 그리고 저번의 못다했던 얘기를 남순에게 털어놓듯 말했다.
"....허억...헉...."
쉬지도 않고 달려와 멈추어선 그의 오피스텔 문앞,남순은 제누나가 했던 얘기를 천천히 곱씹었다.
『박흥수,옛날부터 누나친구였어. 너좋아한지는 3년쯤됐고.』
"하아...."
『처음에는 지켜만보더니,부탁하더라..』
",,..박흥수씨!!!"
『그래서 내가도와줬어.그러니까 박흥수 그 븅신새끼 미워하지마 남순아』
이제서야 퍼즐처럼 어리둥절했던 일들이 딱딱 맞추어져갔다.
자신이 멍청하게 와인에 취해 남자인걸 고백하려 할때 키스해서 입막음한 박흥수.
동성애를 논할때 불쾌한표정이 아닌 어찌대답해야몰라 굳은표정이였던 박흥수.
그리고...그렇게 싫은척을 했지만 온몸에 술냄새와 담배냄새를 풍기고 있던 박흥수.
거기까지 생각한 남순이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못하고 아이처럼 문앞에 주저앉아 울었다.
안울겠다고 몇번을 다짐했는데,그의 생각에는 도저히 참을수가 없다.
참을수없이 미안하고,참을수없이 박흥수를 좋아해서.
".......왜 또 웁니까..."
".....흐아아...흑.."
어느새 문을연 흥수는 전보다 더 단정하지못한 모습이였다.
자신의 볼품없이 마른모습은 상관않고 남순에게 왜이렇게 말랐냐며 안아올리는 그에 매달려 눈물을 쏟아냈다.
너무도 다정하고 따뜻한 그의 품에,자신의 몸까지 전이되는 온기를 느끼며 남순은 고했다.
그리고 흥수의 손과 자신의 손에끼워져 빛나고있는 반지를 보며-
"..좋아해요...너무좋아해.."
그 눈물젖은 고백에 흥수가 힘없이 웃어보인다.
"그걸왜 이제 말합니까..."
흥수에게 안아올려져 그의방으로 가는동안에 거실과 부엌에서 굴러다니는 술병들과 아무렇게나 버려져있는 담배꽁초에 그동안 흥수가 어떤생활을 했는지 남순은 어렴풋이 알수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같이누워있던 그가 잠에들자 남순은 가만히 흥수의얼굴을 바라보았다.
전에는 그런생각을 안했었는데,이런게 콩깍지란 걸까? 저때문에 망가져도 여전히 잘생겨보이는 그에 남순이 방금까지 목놓아 울던 사실을 까먹었는지 베시시 웃어보였다.
흥수는 많이 피곤할것이다. 얼굴에도 그렇게 쓰여있고,저가 돌아와서 안심했는지 밀린 잠부터 자는것같아 남순이 조심조심 침대에서 내려와 부엌으로 향했다.
혹시나 하여 열어본 냉장고엔 역시나 텅텅 비어있었고,음식도 전혀 해먹지않은듯 부엌엔 먼지가 쌓여있을정도였다.
남순은 먼저 굴러다니는 담배꽁초들과 술병들을 흥수가 깨지않게 조심히 청소해 밖에 내어놓고는,먼지가 내려앉은 주방도구들을 청소한다음 슬쩍 부엌을 통해흥수의 얼굴을 보았다.
세상물정모르고 죽은듯 잠에빠져있는 모습에,남순이 안심하고 밖으로 향하였다.
"...무거워..."
냉장고에 채워넣을 음식들을 하나하나 아줌마에 빙의된듯 신선도를 따지며 고르다 보니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은 시간이였다.
끙-남순이 마트로고가 박힌 커다란 봉지두개를 한손에 하나씩 든채 오피스텔 문앞에 겨우서서 한숨돌렸다.
아직도 그는 자고있겠지?그렇게 생각하며 문고리를 잡아돌리려 봉지를 내려놓으려는데,순간 무서울정도로 빠르게 문이열렸다.
".....!!!!!"
깜짝 놀라 비켜선 남순이 어딜가는지 가쁜숨을 내쉬며 문을 열어젖힌채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흥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흥수는 무슨생각을 하는지 남순의 손에들린 마트봉지를 가만히 바라보더니,이내 멍하니 서있는 남순의 몸이 부서져라 세게 안았다.
그행동에 놓친 봉투에서 감자가 데굴데굴 굴러가는걸 본 남순이 흥수를 떼어놓으려 당황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지만 흥수는 꿈쩍도 하지않았다.
"...흥수씨..저기.."
"가만히.....잠시만요..."
"......"
아이처럼 자신을 껴안은채 가만가만 숨만내쉬는 그에 남순이 왜그러느냐고 물으니,흥수가 남순의 어깨에 제얼굴을 파묻으며 말했다.
"..또 저두고 어디 떠나는줄알았습니다.."
"........"
"남순씨가 옆에 없었을때, 심장이 내려앉는줄 알았다구요..."
".....죄송해요."
갑자기 나타나선 갑자기 사라진 자신에 흥수는 얼마나 놀랐을까,그렇게 생각한 남순이 마저쥐고있던 마트봉지를 내려놓고는 그를 마주안아주었다.
엇박으로 쿵쿵 뛰는 두개의 심장에 남순은 이제야 몸이 따뜻해 지는 기분이였다.
-------------------------------------------------------------
드디어 다음편이 마지막화네요 휴ㅠㅠㅠㅠㅠ부족한 글솜씨에도 항상 재밌다고 봐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드려요ㅠㅠ
무슨생각으로 쓴줄모르겠네여..ㅠ
밑에는 암호닉신청해주신 고마운 분들!^*^~
----------------------------------------------------------
키티장갑 초파 비랑 Roseto 뿌꾸뿌꾸 데이드림 흥미니 베가 플틱 뚜비
모태솔로 공삼공구 납치범 언년 두부 남순토끼 바삭 항상오는독자 딸기규
정주행 변기덕 매끈매끈열매 담요 연두 이경 하이헬로 김우빈 방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