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글거림 최대인 이상한 남자 박지훈이 지금 당장 보고 싶다 공지 필독 부탁드립니다!
눈을 떴다. 익숙하지 않은 시야에 눈을 감았다 뜨기를 몇 번, 어느정도 이 배경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넌 네 나이대 애들에 비해서 너무 성숙해.'라는 소리를 밥 먹듯이 들어온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무서워한다거나, 떠는 일 없이 항상 내가 놓여진 환경과 배경에 적응하려 애썼다. 그게 하루 이틀, 몇 달, 몇 년이 되다보니 그 '미친듯한' 적응력은 나를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에 잠식당하지 않게 했다. 설령 내가 놓여진 배경이 이러한 배경이어도 마찬가지로.
"깼어?"
"......"
"아무 반응이 없네."
"......"
"안 무서워?"
"......"
"우리 예쁜이는 혹시, 말을 못 해?"
나를 '예쁜이'라고 지칭한 그 남자는 내 곁으로 다가와 제 손 끝으로 내 턱을 올려 제 눈과 내 눈이 마주하게 했다. 이미 알고있었다. 이 남자는 나를 죽이던지, 길들이던지, 절대 내가 원래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지는 않으리라는 걸.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마주한 남자의 얼굴은, 그에 대한 감상평은 한 마디로, 예뻤다. 대충 봐도 예쁜 눈과 코, 입, 그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자세히 마주했을 때 몰려오는 그 아름다움. 참, 내가 어떻게 될 지도 가늠이 안 되는 상황에서 한심하게도 날 잡아온 남자의 얼굴이나 보며 감탄이나 하고 있으니, 멍청한 인간이다 나도.
"괜찮아 예쁜아, 죽이지는 않을게."
"......"
"내가 잘생긴 건 알겠는데, 목소리는 언제 들려줄 예정이야?"
"......"
"목이 건조해서 그런가, 잠깐만 기다려봐. 물 가져다줄게."
"...... 왜."
"어? 말 했다."
"왜 날 잡아온 거예요?"
"...... 할 말이 그게 다야?"
아마 이 남자는 내가 '살려주세요' 혹은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하는 등의 말을 예상했겠지만, 나는 그런 건 하나도 궁금하지 않고, 그 많은 여자들 중에 왜 굳이 나를 데려왔냐 이게 궁금했다. 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예쁜 여자들-우리가 흔히 칭하는 자연 미인부터 시작해 성형 미인까지 전부 다 포함한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그런 세상 속에서 왜 굳이 아무 것도 아닌, 그냥 살아지는대로 살던 날 데려온 이유, 그것밖에 궁금한 건 없었다. 남자는 내가 물어본 질문에 한동안 차분히 생각하는 듯 싶더니 이내 예쁜 웃음을 지으며 한 마디를 뱉었다.
"예쁘잖아."
"안 예쁜데요."
"예쁜데."
"저보다 예쁜 사람 많은데요."
"아니라니까."
"아닌데요."
"조그만 게."
"그 쪽도 그다지 그렇게 톨 (Tall) 하신 스타일은 아닌 것 같은데."
"말 잘 하네. 괜히 죽이지는 않는다고 단정지었나."
"죽일 거면 빨리 죽여요. 헨젤과 그레텔도 아니고 뭐 많이 먹이고 죽이게요? 인육 먹게 생기지는 않았는데."
남자는 내 말을 듣고 한동안 깔깔 웃어대더니 예쁜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제 손을 들어 내 뺨을 쓰다듬으며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당돌하기까지 하네, 귀여워. 라며 아까 보았던 그 예쁜 미소를 한 번 더 지어보았다. 물론 내가 안 귀엽다며 반박하려는 걸 깨닫고 아 알았어, 귀엽다고는 안 할게. 라며 제 말에 대한 부정을 하더니, 그 새를 못 참고 아 근데 진짜 귀엽다고 하면 안 돼? 귀여운데? 라며 장화 신은 고양이마냥 눈을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날 바라본다. 저 눈을 한 번만 팍 찌를 수 있으면 좋을텐데-예쁜 거고 뭐고 일단 빡치는 게 더 컸다-.
"넌 왜 살려달라고 안 해?"
"많이 데려오셨나봐요, 익숙하네."
"아니 예쁜아, 오빠는 그런 스타일 아니야. 오빠 믿지."
"우리 할머니가 절대 오빠 믿지 이런 말 믿고 따라가지 말랬어요."
"넌 따라온 게 아니라 납치 당한 거잖아."
"그게 문제지만요."
"근데 진짜 귀엽다고 하면 안 돼?"
배고파요. 내 말을 듣자마자 제가 했던 질문은 그새 잊었는지 우리 예쁜이 배고프면 안 되지, 그럼. 하며 당당하게 문 밖을 나서더니, 몇 분이 지나지 않았는데 내가 있는 방 안으로 머리를 쏙 집어넣고는 예쁜아... 혹시 요리 할 줄 알아...? 라며 또 다시 장화 신은 고양이를 제 눈에 소환해오셨다. 할머니랑 같이 살면서 요리는 많이 해봤는데 이 남자한테 해주기는 영 걸린단 말이지.
"요리는 나중에 결혼해서 남편한테만 해주려고 했는데."
"너 이제 결혼 못 해."
"안타깝게 됐네요. 다음 생에 결혼하죠 뭐."
"오빠는 어때?"
"별론데요."
"잘생겼다며!"
"잘생긴 거랑 결혼이랑 어떻게 같아요. 얼굴 그건 오래 못 간대."
내 말을 듣고는 우리 엄마가 잘생기면 다 된댔는데... 난 그래서 미래 창창하댔는데... 하며 혼자 생각에 골똘히 잠긴 사이-내가 요리하는 30 분 내내 저 고민 하나만 한 것 같다- 기본적인 요리를 끝마치고 식탁 위에 차렸다. 남자는 인상을 팍 쓰고 고민을 하다가 내가 상을 차리자 바로 활짝 웃고는 고민 따위는 없었다는 듯 식탁 의자에 두 손 모으고 앉아 발을 동동 구르며-7 살인 줄 알았다- 얼른 앉아 빨리 밥 먹자 며 나를 의자에 앉혔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먹기를 잠깐,
"너 근데,"
"네."
"나한테 납치 당한 건 알고 있지."
"그걸 모를리가요."
"안 무서워?"
"네."
"다행이네."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져두고는 다시 밥 먹기에 열중한다. 근데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상하기는 했다. 내가 눈 뜬 곳은 일반 드라마에서 보던 납치 당했을 때의 익숙한 배경이 아닌 남자의 침실이었고, 처음부터 속박같은 건 당하지도 않았으며-애초에 내가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날 보러 들어왔을 때도 무서운 모습은 커녕 예쁜 미소만 지으며 다가왔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이 남자는.
"그 쪽도 궁금한 거 물어봤으니까 나도."
"응 뭔데?"
"예쁘, 그 이유 말고 날 데려온 진짜 이유."
"......"
"뭔데요."
"...... 그건, 다음에, 나중에 알려줄게."
"뭐길래 이래요."
"우리 밥 먹자, 후식은 먹고 싶은 거 없어?"
"아이스크림이요."
"겨울이야."
"어쩌라고요."
"조그만 게."
"그 쪽도 그다지 톨 하지는 않다니까 그러네."
근데 너 언제까지 나한테 그 쪽 그 쪽, 할 거야? 라며 물어오길래, 그 쪽이 이름 한 글자도 안 가르쳐줬잖아요. 라고 대답하자마자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낮은 목소리-물론 마주한 지 한 시간 됐다-로 박지훈. 이라고 제 이름을 가르쳐주며 아까 봤던 예쁜 웃음과는 다르게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여튼, 이 인간 비밀이 굉장히 많은 인간이네 진짜. 뭐 자기가 공개하기 싫다는데 억지로 아픈 곳을 들춰낼 필요는 없는 거고, 물론 관심은 굉장히 많았지만 이제 관심 없다는 말투로 저는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이요. 라고 했더니만,
"쭈쭈바 먹어."
"뭐야, 좋은 집 살면서 납치해온 사람한테 그 정도의 호의도 못 베풀어줘요?"
"베스킨라빈스 멀어."
"됐네요, 안 먹어 안 먹어."
"조그만 게 진짜,"
"박지훈 씨 그다지 톨 하지 않다니까요?"
박지훈 씨? 분명 그 쪽이라고 부를 거냐고 해서 이름을 물어봤고, 당연히 이름을 알았으니까 이름 그대로 불러준 것 뿐인데 이번에는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입술을 부리마냥 삐죽 내밀고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지훈 오빠, 나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내 말에 안 그래도 큰 그 두 눈은 더 동그랗게 떠지고, 입술은 서서히 벌려졌으며, 목 끝부터 빨개지는 게 눈에 보였다. 저게 뭐라고.
"얌전히 기다려, 네가 기대할만한 그런 비밀의 방은 없으니까 아무데나 들어가서 구경해도 되고 밖에 나오지만 마."
"그럼 밖에 나가고 싶어지는데."
"나 안 가."
"얌전히 기다리려고 딱! 마음 먹었었어요."
"그래 기다려, 다녀올게."
박지훈이 나간지 한 시간이 흘렀나, 베스킨라빈스가 멀기는 더럽게 먼가보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자연적인 거로 봐서는 도시는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이런 곳에 살아 이 인간은. 그렇게 생각하기를 잠깐, 이 상황에 너무도 익숙하게 적응한 나에게 위화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적응 능력은 뛰어났지만 누구와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타입은 아니었을 뿐더러, 나를 납치했다는 남자가 나가지 말라고 했다고 정말 그 말을 잘 듣고 나가지 않는 것도-어차피 나가봤자 헤메다가 굶어서 죽을 걸 안다- 이상했다. 나조차 내가 적응이 안 되네.
"오빠 기다렸지!"
"아이스크림 왔어요?"
"... 너 먹지 마."
"오빠 보고 싶었어요."
"응 나도 자기야."
"미쳤어요?"
"아 왜."
"박지훈 씨, 아, 아니 노려보지 마요. 부리 집어넣어. 그래, 그, 오빠랑 저랑 만난지 두 시간 됐거든요. 왜 이래 갑자기."
"그럴 수도 있지."
염병. 그냥 다 때려치고 탈출이나 할까.
TALK |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예요 8ㅁ8... 급 현생에 치여서 글을 잠시 놓았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흘렀을 줄 몰랐어요...... 미안해요 여러분 ㅠㅠ 이 글은 갑자기 연성대사 검색하다 삘 타서 작성하게 된 글입니다...... 연성대사 보자마자 지훈이가 확 떠올라서 썼는데...... 그냥 삘 타서 쓴 거라 맞춤법도 틀릴 수 있고 이상한 문맥이 발견될 수도 있는데 그건 예쁘게 봐주시고 예쁘게 댓글에 '요런 거 존내 이상합니다!'하고 예쁜 말투로 남겨주세요 8ㅁ8 저 울어요...... 이 글을 과연 이어서 쓰긴 할까 싶은데...... 삘 타면 이어서 쓸게요 다음에 또 봐요 진짜 안 없어질게요 ♡
+ 이전에 작성했던 썰은 다시 재정비 후 더 예쁜 글들로 고쳐서 찾아뵐게요! 아 물론 완결나지 않은 썰들에 한해서만요 ♡ 담에 봐요 ^___^
++ 아니 여러분 저 방금 글 올렸는데 초록글 뭐예요 ㅠ ㅠ 나 운다......
+++ 처음에 작성한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었던 점 죄송합니다 ㅠ ㅠ 생각을 제대로 안 하고 글을 올린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ㅠ ㅠ 사실 지훈이의 행동에는 그다지 큰 의미는 없어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범죄가 아니라 여주를 구했다? 쪽이 더 맞는 것 같아요 ㅠ ㅠ 근데 그 내용을 당연히 저만 알고있다보니 독자 분들께는 조금 기분 나쁘게 다가왔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 편은 지훈이의 시점으로 뵐게요 모두들 좋은 밤 보내시고 빠르면 내일 봅시다 우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