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비어진 책상위로 어느새 새 파일들이 가득차올랐다. 강력반과 관련된 서류가 사라지고 혼자 담당하게된 소매치기사건, 폭행사건 관련 서류들이 책상위로 즐비하게 늘어섰다.
강력반 서류와 함께 반납해버린 권총 대신에 핫팩을 주워들고 오늘도 혼자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외근 다녀오겠습니다.”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을걸 알면서 혼자 당당히 외친채 밖을 나섰다. 순식간에 얼어붙을것 같은 차가운 바람이 얼굴로 불어왔고 차가운 공기에 핫팩도 빠르게 식어갔다.
이런 날씨에 혼자 소매치기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니, 내 자신이 비참하긴 한데 죽어도 강력반에서 내 발로 나갈 생각은 없었다. 내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은행에서 돈을 뽑아서 나오다 봉투에 들어있던 현금 50만원과 함께 가방을 그대로 소매치기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따라 은행 CCTV 부터 확인을 들어갔다.
피해자가 은행을 나오자마자 오토바이가 지나가며 가방을 낚아챘다. 타이밍이 딱 대기하고 있던것 같은데 이 놈들 아무리봐도 전문가 냄새가 난다.
“강남경찰서 강력1팀 김여주 입니다. 소매치기 사건 관련해서 조사 중인데 협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CCTV좀 돌려볼 수 있을까요?”
먼저 오토바이가 나타난 지점부터 확인하기 위해 은행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CCTV를 확인했고 예상대로 놈들은 카페 앞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기다리며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게 번호판까지 검은 봉지를 덮어씌어 가린게 딱 봐도 한 두번 소매치기를 한게 아닌것 같아 보였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서 출발했고, 대기장소가 어디인지는 확인했으니 놈들이 어디로 도주했냐가 그 다음인데. 오토바이로 지나가는 거리를 따라 일일이 CCTV를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놈들이 도망간 방향을 따라 편의점, 부동산, 음식점 등에 다 들어가 확인을 해봐도 그냥 쌩-하고 그 앞을 지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코너를 돌면서는 도로로 진입한 놈들이라 경찰서에 들어가 도로 CCTV를 돌려보며 확인을 해야했다.
막막함에 한숨을 크게 내쉬면 하얀 입김이 내 마음속 고민의 깊이를 눈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 추운데 혼자 밖으로 돌아다니고만 있다니, 게다가 점심 먹을 시간도 놓쳐 혼자 밖에서 해결해야 했다.
방금 협조요청을 했던 편의점에 들어가긴 너무 부끄러우니까, 조금 더 걸어 다른 편의점에 들어가 삼각김밥과 컵라면 하나를 집어들었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익기를 기다리며 앞을 바라보니, 유리창에 반사되어 비치는 내 모습이 보였다.
“김여주. 처량하다, 처량해.”
이 시간에 여기서 혼자 컵라면이나 먹는게 백수면 백수지, 이게 무슨 경찰이야. 괜히 신경질이나 툴툴 거리며 컵라면에 물을 버리려 쓰레기통으로 들이부으면, 올라오는 뜨거운 수증기에 손이 뜨거워 그만 컵라면을 놓치고 말았다.
“앗, 뜨거!”
순식간에 내 손을 떠나간 라면은 처참하게 쓰레기통안으로 들어갔고 뽀얀 라면 면발은 마치 처량한 내 모습처럼 힘없이 늘어져있었다. 아 진짜 짜증나, 되는게 하나도 없어.
라면에 이어 캔 음료수를 따다 손톱 끝이 부러지질 않나, 차타고 지나가는 신호마다 빨간불에 다 걸리질 않나. 오늘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 끝도 없이 최악인 하루였다.
이따만큼 튀어나온 입을 가지고 따뜻한 히터에 틀어져있는 사무실로 들어오니 꽁꽁 얼었던 얼굴이 녹으며 온몸이 간질거렸다. 그 간질거림마저도 짜증이 났다.
“다녀왔습니다.”
책상에 앉아 차갑게 식어버린 핫팩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보니 책상에 새로운 핫팩이 놓여있었다. 누군가가 챙겨두었을 핫팩인데, 이렇게 직접 주지 못하고 몰래 줄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뻔하지.
더 심술궂은 마음에 새 핫팩을 책상 저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절대 쓰지않을거야.
다시 서안으로 들어온 내가 또 해야할 일은 경찰서의 컴퓨터로 도로 CCTV망에 접속해 놈들이 도망간 방향을 일일이 다 찾아내야했다. 그 주위의 카메라를 다 돌려보며 그 오토바이가 보이면 이리로 갔구나, 그럼 그 다음 길에 위치한 카메라를 전부 다 돌려보고 오토바이가 나타는 장면을 찾고. 그렇게 무한반복이었다.
범인이 어디까지 도망갔을 줄 알고 그런 방식으로 범인의 도주로를 찾으며, 팀 전체가 해도 꼬박 하루는 넘게 걸리는 작업을 혼자 해야하는게 너무 막막해서 신경질적으로 책상에 엎드렸다.
“퇴근시간 지났어. 여주는 퇴근하고, 나머지는 회의실로 집합.”
또,또. 나만 빼고 하는 회의였다. 평소같았으면 그냥 자리에 앉아서 주고 받았을 말도 나에게 작전내용이 흘러가지 않게 하기위해 다들 한곳에 모여 소곤소곤 이야기하거나 회의실로 가 이야기를 했다.
그럴때마다 느껴지는 소외감은 배로 더 내 오기를 자극했다.
정확히 45분이 지나서야 회의가 끝이났고, 내가 갔을거라 예상했던 형사님들은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를 보며 주춤했다.
“조직안에 있으니까 연락을 못한데. 근데 이거 너무 못할 짓,......여주 너 퇴근안해?”
“다 퇴근하실때 까지 저도 일할려구요.”
“우리 다 숙직실에서 잘거야.”
“그럼 저도 숙직실에서 잘게요.”
***
샤워실에서 샤워까지 마친 뒤 개운한듯, 개운하지 않은 마음으로 숙직실 문을 열면,
“이거 여주가 알면 심각한,
그래서... 내일 아침으로 뭘 먹을까?”
갑작스런 나의 등장에 급히 말을 바꾸는 하형사님이셨다. 들어도 못들은척 비어진 침대에 털썩 앉으면 담배를 피러 나간다는 하형사님과 윤형사님이셨고 성우는 눈치를 보다 슬쩍 형사님들을 따라 나갔다.
황형사님과 나만 남은 이 공간에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다. 황형사님도 이를 느끼셨는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진심으로 제가 나가길 바라십니까?”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 황형사님이 다시 침대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끝까지 나에게 주지 않았다.
“필요없다고 했잖아.”
“그동안 범인한테 두드려맞고, 납치 당하고, 칼에도 찔려가면서 일한 제 열정도 필요없었습니까?”
“강력반 형사들은 다 그래. 찡찡거리지마.”
얼음장보다 차가운 황형사님의 말이 가슴을 콕콕 찔렀다. 침대에 올려 두었던 손이 이불과 함께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럼, 황형사님 휴대폰 바탕화면은 왜 시사회 보러간 날의 제 사진이며, 술취한 사람 집까지 데려가시는것도, 소개팅 나가지말라고 하신것도 다 그냥 황형사님의 의미없는 친절이에요?”
“......버릇없게 ‘요’자 쓰지말고 '다' 나 '까'로 사용해.”
끝까지 나를 한번도 쳐다보지 않는 황형사님의 모습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루종일 겪었던 서로움이 몰려와도 지금 이 앞에선 울고 싶지 않았다.
혼자 모래라도 퍼 먹은듯 목이 꽉 막히는 기분에 밖으로 나가려 숙직실 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제야 옆으로 나를 슬쩍 쳐다보는 황형사님의 시선이 느껴져 다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저 소개팅 나갈겁니다. 소개팅이고, 미팅이고, 선이고 닥치는대로 남자 다 만날겁니다. 매일 밤마다 클럽도 갈거고 가서 마음에 들면 원나잇도 할겁니다. 황형사님 보란듯이 다 할겁니다. 근데, 죽어도 강력반은 안나갈겁니다.”
그리고 힘차게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보란듯이 쾅- 문을 닫았다. 몰려오는 자괴감에 앞,뒤 가리지않고 아무도 없을 옥상의 공원으로 향했다.
찬바람을 좀 맞으니 그제야 마지막 말들은 하지말껄, 유치하게 그게 뭐야.. 하고 창피함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 그 말들을 주워 담을 수 없어 괜히 벤치에 앉아 애꿎은 신발 코를 땅으로 툭툭 쳤다.
“청승맞게 이게 뭐냐?”
눈치를 보며 나갔던 성우가 한손에 두꺼운 자켓을 들고 걸어와 나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그리고 “아이고-“하는 아저씨 소리를 내며 벤치 옆에 걸터앉았다.
“청승맞으니까 이러고 있지.”
“혼자 사건 담당하려니까 많이 힘드냐?”
“학창시절에도 안당해본 왕따를 여기서 당한다, 내가.”
나의 말에 성우는 딱히 할말이 없는건지, 말을 아끼는건지 한팔을 내 어깨에 기대듯 걸치고 하늘을 바라봤다.
“대체 내가 알면 심각한게 뭔데? 그것만이라도 좀 알자. 응? 옹성우, 한번만.”
“........ 다른건 몰라도, 이번 작전에서 여주 너 배제시킨다는 황형사님 의견, 그건 나도 전적으로 찬성이야. 나도 내 친구가 매번 다치는거 못보겠다. 그래서 이번 작전만큼은 못 알려줘. 대신에, 이번 작전 끝나면 다 털어놓고 육회에 술 거하게 한잔 살게. 그러니까, 딱 이번 한번만 봐주라.”
“..........”
“여주 네가 다른 팀가서 안전하고 편하게 일하는게 좋은 선택인것 같으면서도, 경찰 준비할 때 부터 같이 강력반 하나만 바라보던 너인걸 내가 제일 잘 아는데. 그래서 나도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하늘만 바라보며 이야기 하던 성우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긴 하품을 쩌억- 내뱉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번 더 내 어깨에 걸쳐진 옷을 여매주었다.
“바람이 차다. 조금만 있다 얼른 내려와.”
***
♩♪♪♪-
같은 알람이 울리는데도 숙직실에서 잠을 자면, 경찰서 안이라는 느낌 때문인지 유독 눈이 잘 떠졌다. 침대에 누워 크게 기지개를 한번 키고 몸을 일으키면, 숙직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야... 나만 늦잠이라도 잔 기분이잖아.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일어나려 하면, 내 침대로 들어오는 눈부신 아침햇살을 가려주고 있는, 누군가 햇빛을 가리기위해 침대에 걸쳐놓은 수건이 눈에 들어왔다.
멍하니 그 수건을 바라보면 특유의 섬유유연제 향과 수건에 곱게 새겨넣은 이름이 세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황민현’
짜증나, 차갑게 할거면 차갑게 하던가. 챙겨줄꺼면 평소처럼 챙겨주던가. 하나만 할것이지 왜 앞에선 얼음장이면서 뒤에서 이렇게 다 챙기는건데. 그럼 나는 도대체 어떡하라는거야.
알다가도 모를 그의 마음에 또 복잡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외근 다녀오겠습니다.”
오늘도 홀로 외근준비를 마치고 열쇠함에서 차량의 열쇠를 꺼내오면 그 짧은 틈에 책상에는 못보던 목도리가 올려져 있었다.
목도리에서 풍겨나오는 향기만으로도 누구의 목도리인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다. 나를 빼고 회의하느라 자리를 비운 황형사님의 자리에 빠르게 목도리를 다시 올려놓고 밖으로 향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반항이었다.
어제는 혼자 하루종일 툴툴 거렸다면, 오늘은 마음을 달리먹어 혼자 나온 외근을 즐기자고 마음 먹었다. 이왕 혼자 나온거 밖에서 농땡이도 좀 부리고,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자!
은행에서 좀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커피나 한잔 할까, 카페로 들어서 잠시 자리에 앉으면 밖으로 익숙한 오토바이가 눈에 들어왔다.
검은 봉지로 번호판을 다 가린 검정색 오토바이. 그리고 그 옆에 기대어 서서 담배를 피고 있는 두명의 남자들.
그곳에 서서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있는것 같았다. 딱, 기다려. 현장 검거해서 빼도박도 못하게 해줄테니까.
빠르게 은행으로 들어가 빈 봉투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보란듯이 밖에서 봉투를 가방에 집어 넣었다. 놈들이 나를 의식했고 피고 있던 담배를 발로 비비며 불을 껐다. 좋아.
그리고 도로쪽으로 가방을 돌려메고 최대한 천천히 걸었다. 그러면 뒤쪽에서 오토바이의 엔진소리가 점점 가까워져왔다.
예상대로 한놈은 운전을 담당하고, 뒷쪽에 앉은 한놈은 손을 내밀어 가방을 낚아채려 했다. 놈들이 다가올 때를 끝까지 기다렸다가 가방을 낚아채는 순간 팔에 온힘을 주어 순간적으로 그 남자를 잡아당겼다.
손쉽게 딸려와야할 가방이 아닌 자신을 잡아당기는 나로 인해 뒷자리에 탄 남자는 오토바이에서 떨어졌고, 그 떨어지는 충격으로 인해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앞의 남자는 중심을 잃고 옆으로 넘어졌다. 순식간에 오토바이에 있던 두 남자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 소란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강남경찰서 강력팀 김여주입니다. 두 사람 다 소매치기 사건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
화려한 조명과 함께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귀를 괴롭혔다. 그 시끄러운 소리에 리듬에 맞춰 내 심장도 쿵쿵 거렸다.
현장에서 범인들을 체포한덕에 수사할 시간도 줄였고 그 덕에 오랜만에 금요일에 칼퇴를 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빨리 퇴근해 집에서 금요일 보내자니 심심함이 몰려왔고, 때맞춰 단체 카톡방에서 클럽에 갈 사람을 찾는 친구의 물음에 ‘매일 밤마다 클럽도 갈거고 가서 마음에 들면 원나잇도 할겁니다.’ 라고 당당히 소리쳤던 내 자신이 생각나 홧김에 나도 간다고 말해버렸다.
이 나이를 먹고 처음와보는 클럽에 친구를 따라 쭈볏거리며 입장하면, 자기만 믿으라며 큰소리 쳤던 친구는 물만난 물고기처럼 스테이지로 훌훌 떠나버렸다.
차마 저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갈 용기가 나질 않아, 여유롭게 위에서 사람들을 내려보는 사람인척 2층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모두가 음악에 맞춰 움직이고 신나는 음악이 귓가를 울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니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잊혀지는것 같았다. 하지만 짜증나는건 멍하게 있으면 있을수록 자꾸 황형사님이 생각난다는거였다.
여기서만큼은 다 잊자, 김여주.
위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면 유독 여자들이 몰려있는곳에는 잘생긴 남자들이 있었다. 바에 서있는 저 남자는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저 서있을 뿐인데도 주위에 제법 여자들이 몰려들었다. 어째 저 남자도 황형사님을 닮아보였다. 이정도면 중증인가...
그리고 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성우와 하형사님도 보였다. 응? 잠깐만.
다시 고개를 돌려 아까 전 잘생긴 남자를 다시 바라보면 황형사님을 닮은게 아니라 바에 서있으면서도 물만 홀짝이는 저 행동마저 황형사님이 맞았다. 다들 여기서 뭐하는거지?
그들끼리 놀러왔다기엔 지나치게 여자나 춤에 관심이 없어보였고, 무엇보다 옹성우가 저렇게 가만히 앉아있을리가 없었다. 그리고 형사님들이 주변을 살피는 눈빛이 딱 잠복근무중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에게도 그런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의 형사 짬밥을 이용해 주위를 살피면, 검은 정장을 입고 돌아다니는 몇몇의 남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느낌상 분명 우리가 쫒던 그 조직원들이 맞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2층 비상구 문이 열렸고 그곳을 통해 많은 20명 가까이는 되보이는 여자들이 줄을 지어 안으로 들어왔다. 맨앞에는 조직원들이 서있고 여자들의 무표정, 몸에 남은 멍자국들. 분명 클럽을 즐기러 온 여자들이 아닌 이 조직과 연관된 여자들이 분명했다.
그 여자들은 방문 앞에 멈추어 섰고 문이 열리자 다들 그 방으로 줄지어 들어갔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곳에 형사들이 잠복하고 있고 조직들이 움직임을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충동적으로 몸이 움직여 그 여자들의 맨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줄을섰다.
그리고 천천히 한걸음씩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미쳤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놈들한테 뛰어들다니, 진짜 김여주 제정신이 아니다, 너.
조금은 두려운 마음에 난간 밑에 있을 성우와 하형사님, 황형사님을 바라보면 여자들을 따라 줄서있는 나를 발견한 형사님들이 모두 토끼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네, 저 사고친것 같아요. 불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애써 여유로운척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여전히 그들의 표정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성우는 당황한듯 계단을 통해 올라오려 했고 그런 성우는 하형사님이 겨우 잡았다.
손에 든 휴대폰을 살짝 들여보였고 빠르게 손을 움직여, 술먹을 때 자주 사라지는 나를 위해 깔아두었던 위치추적 어플을 켰다. 성우가 휴대폰을 들어보인 내 행동의 의미를 알아주길 바라면서.
다시 시선을 거두고 천천히 앞의 여자들을 따라 걸어들어가니, 제법 커다란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큰 테이블과 U자 형태의 의자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가득 앉아있었다.
그 남자들앞에 여자들이 가로 일렬로 줄을 섰고 마이크를 잡은 남자의 신호에 맞춰 움직였다. 생각보다 크고 이상한 분위기에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좋지않은 상황임은 알것만 같았다.
“차렷.”
그 말에 모든 여자들이 정면을 바라봤고 눈치를 보며 나또한 정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든 내 앞에 검은정장을 입고 바깥쪽 의자에 앉은, 다니엘이 보였다.
다니엘 또한 나를 발견했고 우리의 눈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대체, 니가 왜 거기 있는거야?
‘짝짝’
남자가 박수를 두번 치는 신호를 보내자 여자들이 모두 뒤를 향해 몸을 틀었다. 당황 했지만 이내 나도 급하게 뒤로 따라 돌았고 다시 한번 ‘탁탁’ 박수소리에 제자리를 향해 뒤돌았다.
“저, 맨 오른쪽에 여자 선택하겠습니다.”
다니엘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오-하는 소리와 함께 “많이 급한가 보네.”하는 말들이 달려왔다. 대체 뭐가 급하다는건지.
하지만 마이크를 잡은 그 남자는 “너무 빠르잖아, 좀더 천천히 둘러봐.” 하며 다니엘의 의견을 묵살했다.
‘탁탁’
그리고 남자의 그 신호에 또 한번 여자들이 몸을 움직였다. 여자들은 그 신호에 맞춰 빠르게 원피스의 지퍼를 내리고 옷을 벗었다. 짧은 순간에 속옷하나 걸치지 않은 여자들의 나체가 들어났다. 하지만 여자들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었다.
“뭐해?”
남자가 마이크를 떼고 나에게 물어왔다. 여자들을 따라 옷을 벗어야하는걸 머리는 아는데 몸이 따라하질 못했다. 대체 왜 여자들이 옷을 벗고 있으며, 이 곳은 지금 뭘하는건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가만히 서있으면 남자의 고갯짓 한번에 다른 남자들이 내 팔을 잡고 빠르게 원피스 뒷쪽의 지퍼를 내렸다.
내 발로 이곳에 들어와 놓고 여기서 반항하거나 사고를 치면 혹 수사를 망치는건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곳에서 옷을 벗을 수는 없잖아. 여기서 이 남자들의 손길을 쳐내야 할지, 받아드려야할지 고민하는 순간 다니엘과 동시에 한 남자가 일어섰다.
“저 여자, 내가 선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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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해외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짐도 안풀고 바로 글부터 올린 작가입니다! 칭찬해주실꺼죠..? ㅎㅎ 여행하는동안 틈틈이 글쓰느라 글이 이번에 흐름이 매끄럽지 않기도한데 이해해주세요 ㅠㅠ 그리고 독쨔님들 댓글 이번엔 답해드리지 못했지만 한분 한분 다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답니다 ㅎㅎ 많은 독쨔님들이 여행 잘갔다오라고 예쁜말 해주신덕에 즐거운 추억만들고 왔어요 ㅎㅎ 독쨔님들이 보고싶은거 빼곤 다 좋았네요 ㅠㅠ 기다려주신 고마운 독쨔님들께 또 멘붕만을 남겨드리는 작가이지만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아♥ ❤️소중한암호닉❤️ [정태풍][꼬꼬망][@불가사리][참새랑] [여울][마요][꼼데민현][강댕땡] [배낭맨소녀][후렌치후라이][강낭][문달] [황달][녤니짱][새벽이슬][백지] [809][지오][포로링][루지] [0209][황소][뜻산][0118] [황밍횽][민민][뿡치버섯][듐] [1010][구르밍][친9][릴라이] [9094][여름][어도러블][몽구] [킹제77][푸린][박쏠로][체리콕] [맑음][꾸까][소리없는아우성] [발암과함께사라지다][0226][센터] [뿜뿜이][그리즐리][블루22][째로베로스] [우리샘][영휴][복숭아자두][금우] [황제호빵][포테이토피자][굥뷰죰햬][홈런볼] [콩너블][코난][포도][퍼플] [얼음][몰랑몰랑][두부햄찌][우리원부인] [CR][슈퍼파워황제][뱃살공주][블루황] [리본][톨비][도리][곱대][머스크] [1232][홀롤로][황형사의향수][녜리요정] [황꽃][황배박하][쥬니랍][지망] [수다링] [전지적여우시점][만두만두][마니] [짱요][비누냄새][ㅇㅇㅈ][쿱] [사용불가][줄리][안눙눙][둥둥] [샤프] [feat.][배배][비회원] [즈쿠][나나나][다니][너끼돈] [옹성우][#0809][토마토마조아][박참새짹] [버드][다니][뷔밀병기][오늘도행복해] [온새미][초록딸기][촬뤼][밀혜] [겨울][텍스트황][코코][뿐뿌니가조아요] [탱자][파랑토끼][황베리][옹황] [다민][봐봐봐][당근] *암호닉 신청은 언제든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