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형 친구 전원우 01
더위에 찌들은 민규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하복을 펄럭여. 아, 더워. 하고는 다녀왔습니다. 하는 민규. 어쩐 일로 에어컨을 틀었데..형! 하면 부엌에서 컵 두 손에 쥔 전원우가 머리만 쓱 내밀고 민규, 안녕. 하고 느릿느릿 말하지. 헉. 한 민규가 소파에 널부러진 수건으로 땀 닦고 형. 오랜만에 왔네요. 그럼 원우가 또 살짝 웃으면서 너네 형. 과제 때문에 죽으려 해서. 밖에 더워? 하면 민규가 으레 ..좀? 많이는 안 더워요. 하고 허세부리지. 근데 빨래통에 수건 갖다 놓으러 가는 민규 등이 다 젖어 있어서 작게 웃는 원우. 뒤돌아보니까 원우 앞에 마주 앉은 제 형이 과제 때문에 거의 반 죽어가. 태생이 다정해서 그거 보고 어휴, 등.신..하다 가도 밥 먹고 하는 거지? 설마 그 나이 먹고 밥도 못하는 건 아니니까. 그치? 하고 괜히 틱틱대는 민규. 근데 형 찔리라고 한 말에 원우가 손가락 꼼질거리면서 나 밥 못하는데..라고 웅얼거렸으면. 미친, 좇됐다, 싶은 민규는 뒤늦게 수습할거야. ..혀..형은 못해도 돼요! 얼결에 뱉은 말에 원우가 느릿하게 고개 올려서 쳐다보면 허, 더워. 하고 손부채질 하던 민규가 잘생긴 사람은 한 두개 쯤 못해도 된대요. 난 다 잘해서 흠이지만. 하고 어깨 한 번 으쓱. 제 형은 표정이 썩어들어가서 미친놈..정신이 나갔네, 저거. 더위가 저렇게 무서워..이러는데 원우는 가만히 보다가 민규 눈 마주치면서
...그러게. 민규는 다 잘하네.
생긴 것도 잘생겼고. 다정하고.
손재주도 좋다. 그치?
하고 해사하게 웃는 원우에 또 한 방 먹은 민규 비틀대며 냉장고로 걸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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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형 친구 전원우 02
민규가 원우를 알게된 날은 7년 전 처음 이 동네에 이사왔을 때. 원우를 좋아하게 된 날은 3년 전 겨울. 원우랑 민규 형인 민제는 중학교 들어가서부터 친해진 사이. 민규 형인 만큼 민제도 사람 챙겨주고 하는 걸 잘해서 금방 친해졌겠지. 그래서 서로 집에도 많이 놀러가고. 민규에게 원우는 그저 형 친구였었지. 적어도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종업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민규는 어김없이 제 집에 있는 원우를 보며 인사하고 방에 들어가겠지. 아무런 감정이 없었으니 지금처럼 치대는 것도 없었고. 원우도 그냥 손 한 번 흔들어주고 그러다가 밤 돼서 간다길래 형 잘 가요. 하고 티비 보고있는데 민제가 이 새끼, 또 깜빡했어! 염병할..언제까지 챙겨줘, 내가! 하고는 방에서 목도리를 들고 나와. 그리고선 민규에게 야. 전원우 찾아서 둘러주고 와. 5000원 줄게. 스프링처럼 튀어오른 김민규는 바로 나가. 걸음도 느린 원우를 금방 찾긴 찾았는데 주저앉아 있는 모습에 곧바로 가진 못하고 그냥 지켜보지. 혼자 중얼거리는 것 같아서 흠칫 했는데 알고 보니까 슈퍼에 있다가 엄마 잃어버린 아이랑 대화 중인 원우.
애기, 엄마 잠깐 선물 사러 가셨나본데..
뚝. 형이 전화 한 번 해볼게. 엄마 번호 알아?
와-, 똑똑한데, 애기. 이거 먹어. 바나나맛.
하며 애 손을 꼭 붙잡는 원우가 달리 보이는 민규. 아이를 좋아하는 민규인데 그런 아이한테 자상한 원우가 조금 다르게 보이는거지. 원래 그냥 느리고 조금 답답한 형인 줄 알았거든. 뒤를 도는 원우때문에 제 존재를 알린 민규가 저한테 걸어오는 원우를 멍하니 봐. 이제 보니 눈이 조금 째진 게 제가 입이 닳도록 말하는 이상형이랑 똑같은 거 같기도 하고. 그 위에 안경을 쓰고 있는 꼴이 퍽 잘 어울리고. 목도리를 안 해서인지 온 몸의 끝은 빨개졌음에 피부는 하얀 원우. 그 날 그 시간. 민규는 깨달아. 아, 정말 어이없게도, 난 전원우를 좋아하게 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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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형 친구 전원우 03
그 후로 민규는 한동안 자처해서 제 형의 노예로 살았어. 집으로 돌아와보니 원우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거야. 그냥 방금 본 모습으로는 어린 아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정도? 그렇다고 형한테 무작정 가서 나 방금 원우형한테 반했어. 라고 할 수도 없고. 결국에는 원우형과 이제라도 친해지고 싶어졌다며 핑계를 대. 그리고 원우한테도 혼신의 힘을 다해 치댔지. 평소에는 말도 안 섞었으면서 괜스리 원우가 놀러와있으면 형, 우리 형보다 공부 잘 하죠? 하고 모르는(척하는) 문제를 물어본다던가. (이 때 조곤조곤 풀이를 알려주는 원우의 목소리에 앞으로 그냥 다 물어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민규.) 티비를 보고있으면 끼어들어서 보면서 자꾸 말을 건다던가. 저 요리 좀 해요, 저녁 먹고 가지... 라며 밥도 해주고. 처음에는 왜 이러나..싶었던 원우도 몇 주 지나니까 웃으면서 먼저 말도 걸고 하더라고. 이렇게 노예와 치댐으로 살아온 3년 동안 민규는 원우에 대해 깨달은 게 크게 5가지가 있어.
첫째. 전원우가 느리고 답답한 이유는 배려심 때문이다. 민규가 원우를 보면서 답답하다고 느꼈던 모습들은 친구랑 얘기할 때 제 의견을 하나도 피력하지 않거나 금방 해결될 거 같은 일을 어떡하지, 하면서 오래 고민한다던가, 그런 것들인데..좋아하고 나니 그 뒷모습까지 보이더라. 예를 들면 버스를 타야하는데 하도 늦게 타길래 형, 빨리 올라타요. 했더니 뒤에..할머니 뛰어오시는데..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화장실에서 나오질 않길래 들어가봤더니 남자애 하나가 끙끙거리며 손 닦고 있는 걸 도와주고 있지 않나. 또, 하루는 다 큰 남자애들이 무슨 잠옷파티를 하겠다며 집을 차지한 적이 있었거든. 민규는 징그럽다며 자리를 피했고. 그렇게 책상에 앉아서 나름 공부를 하고 있는데 시끌벅적한 와중에 원우 목소리는 하나도 안 들리는거지. 그래서 또 하자는대로 끌려가고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한 민규야. 문제집에 몰두해서 문제를 풀던 민규가 갑자기 조용해진 듯 한 집에 이때다 싶어 컵을 들고 나와. 친구들이 다 장난기가 많아서 혹시라도 만나면 가만히 두질 않거든. 근데 거실에 원우랑 다른 친구만 남아있더라고. 다른 형들은요? 민규의 말에 원우가 느릿느릿 대답해. 아..마트 갔어. 뭐 좀 먹어야겠다던데. 끄덕인 민규가 원우를 자꾸 힐끔 보면서 냉장고로 가는데 원우가 계속 제 친구한테 먼저 말을 걸고 있는거야. 뭐야, 말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물을 다 따르고 뒤를 돌았을 때는 친구가 화장실에 간 상태라 원우한테 말을 걸어.
형 말수 없는 줄 알았는데.
....응?
형들이랑 있을 때 말 별로 없잖아요.
아..순영이가 말하다가 괜히 다른 의견 들어오고 이러면 무안해해서.
.....
근데 또 지훈이는 말 안 걸면 티를 안내니까.
민규는 그제서야 생각해. 여태껏 봐왔던 모습들은 그저 배려심이 깊은거구나. 고개를 대충 끄덕이고 다시 들어가려는데 원우가 다시 입을 열어.
근데 민규는 기억력이 좋네.
그런 것도 기억하고 있고.
..아니면, 나한테 관심이 많은건가?
....
....농담이야, 민규야. 뭘 그렇게 굳어있어.
원우는 의도치 않게 항상 제 맘을 움켜쥐는 거 같아. 방금도 그래. 약간은 어색하게 웃은 민규가 답해. 형한테 관심 많죠,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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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게임하면 라면도 먹여주는 민규..저는 먼 훗날에 말하고 싶어요...
아 얘네는..진짜다..!(feat. 차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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