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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호우 썰




춥잖아, 지훈씨. 내려가서 얘기해요, 우리.

지훈씨, 위험하니까..응? 내려와, 일단.



순영의 말에 지훈은 그저 난간 위에 앉아 멍하니 풍경을 바라본다. 흔들거리는 다리가 참 얇으면서도 위태롭다고, 순영은 생각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지훈이 순영을 바라보다. 선생님, 나한테 존댓말 같은 거 안 써도 돼. 지훈의 말에 순영은 머리를 굴린다. 전혀 예상할 수가 없는 사람이라 지훈의 말을 따라줘야 하는지 아닌지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순영도 알고 있다. 제가 하는 말이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말이라는 걸. 환자를 위한 진심을 내뱉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무뎌진 삶에 탱탱볼처럼 들어온 사람.



그렇잖아. 나는 그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지훈씨가 왜요,


.....


충분히 가치 있어요.




순영의 말에 지훈은 별안간 크게 웃었다. 웃을 땐 눈이 접히는 것도,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도 다, 참 애 같은데. 속으로 삼킨 외마디는 순영의 가슴께를 간지럽힌다. 몸을 뒤로 젖혀가며 웃던 지훈은 난간 위에서 중심을 못 잡은 듯 순간 비틀댔다. 얼굴이 굳어져서는 손을 뻗으려던 순영이 아차 싶어 어색하게 손을 거두고는 옆머리를 긁적인다. 그런 순영을 보던 지훈이 웃음을 멈추고는 손가락을 뻗어온다.



선생님, 나는 사람 잘 안 믿어.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진심인지 다 느낄 수 있어.

툭하면 눈치보면서 하던 일이 그거니까.

그래서 말인데, 선생님은 내가 그 말, 믿을 거 같아?



결국엔 다 떠나더라. 그래,...그러더라. 지훈의 말에 순영은 입술을 축였다. 목이 조여왔다. 단추를 하나 풀어낸 순영이 고민에 잠긴다. 하는 소리들은 다 어른인 듯 싶어도 결국은 아직 그도 여린 사람이라, 뭐라 답해줘야할지 감이 잡히지가 않아서. 잡 생각을 떨쳐내려 고개를 흔듦과 동시에 난간에 다리를 올리고 일어서는 지훈에 순영은 다급해진다. 어, 어, 잠깐만! 지훈씨! 순영의 외침이 무색하게 지훈은 폴짝 뛰어 옥상 바닥에 내려왔다. 선생님 겁쟁이네.



일단 감기 걸리면 곤란하니까 이거, 이거 걸치고.


곤란해진다고?


....


내가? 아니면, 선생님이?


...지훈씨가 곤란하지. 여기서 약 더 늘리면 위험해.




다행히 지훈의 맘에 든 답변이었는지 지훈은 순순히 발걸음을 옮긴다. 다행이네, 속으로 생각한 순영이 지훈을 따라 발걸음을 돌린다. 그런 순영의 속을 진짜로 읽은 것인지 이내 휙 돌아서서는 선생님 때문 아니야. 피곤해서, 그래서 들어가는거야. 라고 쏘아붙이고는 다시 걸어가는 지훈이지만. 순영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지훈의 귀를 붉게 물들게 한 게 찬바람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는 몰라도 귀여운 건 귀여운거다.




-


배경은 난간, 널 믿을 거 같아? 라는 대사와 뛰는 동작으로 연성!

다정하고 능글거리는 순영이 너무ㅠ좋ㅠ아ㅠ

*독방에서 쓰던거라 아마 구독료는 계속 없을거에요!

*워낙 이것저것 다 먹어서 여러컾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원하시는 커플링과 설정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음에 데려올게요, 절반이 그런 글이라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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