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행복을 꿈꾼다 07 |
성규의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점점 눈에서 사라져가는 하얀 병실. 그리고 우현과 명수의 말소리, 왁자지껄 들리는 간호사의 목소리와 티비소리는 점차 몽글몽글 사라져가고 성규는 새근새근잠들었다. 저 멀리 복도에서 터벅터벅 들어오는 명수, 우현의 어깨를 잡으며 말한다. " …가야지. 3시넘었는데, 이호원이 우리 여기 몰래온거 안되는거 알잖아. " 우현이는 무표정으로 자고있는 성규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새근새근 자고있는 성규를 놔두고 간다는 생각에 우현인 말이없었다. 성규가 먹고 남은 사탕 비닐을 부스럭거린다. 지금 가면… 또 언제 보는거야? 가야되나, 더보고싶은데. 명수는 정적을 깨우며 신발코로 바닥을 툭툭 찼다.…이호원 귀에 들어오면 끝장인거 알면서 왜그래. 퇴원도 일주일만 있으면 할거고, 그니깐… 걱정하지말고가자… 조곤조곤 말하는 명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우현은 웃으며 말했다, " 그래, 그래 가야지. 일단 가고… 다시 또 오면 안되? " 명수는 우현이의 말에 피식웃으며끄덕였다. 맘대로해, 성규의 볼을 우현이가 살살 손으로 어루만졌다. 보들보들 아기같은 김성규. 두근두근해…. 우현이는 성규의 머리칼을 조금 정리해 주고선 옆에 있는 사탕을 뒤적뒤적 고른다. 그리고선 딸기맛을 꺼내 우현이가 입맛을 다시더니 성규 옆에 놓는다, 끄적끄적 네임펜으로 무언가를 적는다. ' 퇴원 빨리하고 사탕 많이 먹어요, 다먹으면 또 사올게요 ' 우현은 성규를 뒤로한채 명수와 병실을 나간다, 우현은 가면서도 몇번이나 뒤돌아보며 성규를 본다…. 발소리는 없어져가고 병실문이 닫힌다. 김성규, 당신은… 나를 설레게 하는사람… * * * 우현은 명수와 조용히 다시 사창가로 돌아왔다, 명수는 로비로 향하고 우현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보스는 모르겠지…? 모를거야. ' 우현은 방에들어가 대충대충 겉에입은 마이를 던지고선 귀찮은듯 넥타이를 빼서 침대위에 얹어놓는다. 그리고선 침대에 풀썩 내려앉는다, 우현은 기분이좋아보인다. 눈을 감고 작게 흐뭇하게 웃어보이는 우현이는 놀러가기 하루전 어린이 마냥 싱글벙글하다. 동우는 들어오는 명수를 지나가다 우연히 보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들어올때 명수가 로비에 없었던걸 떠올려냈다. 우현이도 보이지않았던걸 깨달은 동우는,둘이 성규의 병원에 갔다온걸 알아차린듯 눈을 굴린다, 그리고선 호원이 있는 층으로 향한다. " 이새끼들……. 이호원이랑 같이 안갔…? " 모두 이해한 동우의 눈이 점점 커진다, 그리곤 입에서 흐엑- 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걸 이호원한테 말하면- 김성규를어떻게할까? * * * 호원이 탁자위에 앉아 책상을 토옥, 톡. 건드리고있다. 눈에는 살기가 비친다. 아까 동우가 들어와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럽게 말한내용이 머릿속을 맴돈다 우현이랑… 명수랑, 둘이 병원갔다왔나봐. 너없이. 호원은 흥미로운듯 웃어보이다가 갑자기 고개를떨군다. 김성규, 난 너에게 이런존재였나? 김명수, 내 충실한부하. 너가 어떻게… 어떻게. " 친애합니다 보스…. 전, 보스만을 따를겁니다. 5년동안 그랬듯이, 앞으로도 계속- " 호원의 눈알에 핏줄이 돋는다, 우현이랑…명수랑, 둘이 병원갔다왔나봐. 너없이 우현이랑…명수랑, 둘이 병원갔다왔나봐. 너없이 호원이 전화기를 딸깍 든다, 그리곤 익숙한듯 외워진 번호를 툭탁 툭탁 두드리더니 말한다. " 지금 당장 차 대기 시켜, " 이호원은 누군가에게 굴하지않는다, 절때 무너지지않고 넘어지지않는다. 스스로 감정을 잔인하게 풀어 해소하며 살아간다. 이호원은 지금, 김성규의 병원으로 향하려한다. 아무것도 모른채 사탕처럼 달콤한 꿈을 꾸고있는 김성규에게, 호원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빠른걸음으로 김성규의 병실을 찾아간다, 부들부들떨리고있는 호원의 손은 멈출줄모른다, 김성규의 병실문에 달린 유리에 성규가 비쳐보인다, 바구니안에담겨있는 사탕이 보인다, 호원이 입술을 꾹깨물고 핏줄을 세워보인다, 그리고선 비웃는다. 사탕박스, 풉… 얘가 어린애야? 지랄도 적당것해야지. 호원은 방에 들어가 새근새근자고있는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기를 다루듯 삭삭 쓰담는 호원의 손은 아직도 떨리고있다. 그리고 자기의 얼굴을 성규 얼굴 앞으로 아주 가깝게 가져가댄다, 성규의 색색, 숨쉬는 바람이 호원의 코에 닿는다. 피식 웃으며 살짝 얼굴을 비틀어 성규의 보들보들한 귀에 속삭인다. " 넌… 나한테서 벗어날수없어… " 그리고선 사탕세트를 들고 호원은 매몰차게 가버린다, 문을 끼릭- 닫고나서 호원은 바로 쓰레기통에 사탕바구니를 던진다음 발로 밟는다. 퍽-. 퍽-. 사탕들이 모두 잘게 부서져버린다, 성규를 생각하는 우현의 마음이 부셔져내린다, …모두 깨져버린다. 호원은 태연한표정으로 밟아내린다, 사탕조각이 이리저리튀고 쓰레기통에 있는 쓰레기와 사탕들이 섞여 형체를 알아볼수없게된다. 호원은 발을 털고서는 병원을 빠져나간다, 터벅터벅… 호원의 뒷모습은 누구보다 차가워보였다. 이호원은. 자고있는 성규옆에 사탕이있다, 이호원이 미처 발견못한…, 남우현의 사탕이. ' 퇴원 빨리하고 사탕 많이 먹어요, 다먹으면 또 사올게요 ' * * * 우현은 아침일찍 일어나 방들을 치우고있다, 오늘도 똑같은 냄새에 똑같은 환경, 우현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코를잡고 우욱- 헛 구역질을 내뱉는다, 기분탓인지 몰라도 요즘 방이 더러워진게 심해진거같다. 그래도 어제 성규를 만난생각에 방을 치우면서도 계속 피식피식 웃어보이는 우현. 왠지 우현은 요즘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는것을 많이 느낀다, 그렇게 방을 싹싹 치워나가고 방을 나가려 문을 열었는데…. 이호원이 서있다. 우현은 호원의 눈을 피해 땅을쳐다본다, 이호원이 나를 어떻게할까. 지금 찾아온걸 보면 나랑 명수와 병원을 간걸 알아버린건 아닐까 하며 불안하게 서있는 우현은 초조했다. 알아버리면 나를 반죽여버리는건 아닐까… 호원이 말을 꺼내려하자 우현은 눈을 질끈감았다. " 너 나한테 말할거 없어? " 호원의 첫마디가 나오자 우현의 등에선 식은땀이 흘려내렸다, 뭐라고 말해야할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판단이 안선다…, " 없는데요…. " 우현은 침을삼키며 결국 거짓말을 토해냈다. 이호원이 흐음- 하며 숨을 들이쉰다. 이호원이 알았다면 벌써 나를 찾아와 병신을 만들었을텐데 오늘은다르다. 왜 나한테 이러는거지? 우현이는 그게 더 무서웠다. 그냥 반죽일거면 죽이지…. 왜 날 이렇게…, 우현은 어떻게든 이상황을 빠져나가고싶었다. 명수는 지금 어딨을까, 명수도 나처럼 이런 일을 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호원은 다시 입을열어 우현에게 말을 건넸다. " 진짜, 말할거 없는거 맞지? " 우현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호원은 알겠다는듯 웃음을 짓고 가버린다. 아-다행이다. 우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역시 모르는구나 , 이호원은. 남우현은 이호원이 모른다고 생각하며 안도한다…, 바보같이. * * * 아아아- 또가면안되요? 명수가 복도를 걸어다닌다, 명단을 들고 꼼꼼하게 체크하는 명수뒤로 우현이 졸졸따라다닌다. 응? 가고싶은데, 명수는 미간을 잠시찌푸린다. " 아 좀 저리가요, " 우현은 입을 삐죽내민다, 2일밖에안지났는데 간다고 졸라대는우현을 보고 명수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든다, 저사람 진짜 안되겠다. 이호원이 알아차렸을수도 있는데 이렇게 또 가자고 하는걸 보니 어지간히 김성규가 보고싶나보다. 명수는 갈거면 혼자 갔다오라면서 다시 명단을 작성한다, 눈앞에 남우현은 보이지도 않는듯 투명인간 취급하는 김명수. 명수는 눈을 찡그리며 아-이것도아닌데, 고민하며 슥슥 명단을 써내려간다. 우현은 우울한듯 알았어요. 이러면서 뒤돈다. 우현의 어깨가 축 내려가있다, 명수는 명단을 보다 저 멀리 우현을 흘깃한다, 우현이가 우울해보인다. 명수는 한숨을 내쉬고서는 우현을 부른다. 우현이 뒤돌아 다가와서는 가는거에요?! 이렇게 싱글벙글 말하는데 명수는 딱딱하게 우현의 말을 자른다, 단. 혼자. 우현의 눈이커진다. 어떻게 혼자 갔다오라고 당황하는 우현을보고 명수는 말한다. " 제가 계속 같이 가줄수는 없잖아요 그니까 혼자갔다와요 " 우현은 잠시 고민하는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알았다는 듯 인사를 남긴다. 명수는 빠른걸음으로 가는 우현이의 뒷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쉰다. 저렇게 좋아해서야, 시련이 닥치면 얼마나 슬퍼하려고… 바보같네, 일단 내가 보스한텐 숨겨줘야지…. 다시 명수가 명단을 써내려간다. 우현은 옷을 챙겨입고 사창가를 나온다 햇빛이 오늘따라 밝다. 하늘엔 구름한점없고 맑은날씨…. 우현은 기분좋은듯 머리로 불어오는 바람을 헛만진다, 머리카락을 슥슥 만지며 하늘을 한번보고, 웃음을 흘린후 버스를 잡는다. 사창가는 이렇게 어두운데, 밖은 이렇게 밝고 생기넘치는구나… 우현의 입꼬리가 쓰게 올라간다. 우현이 병원으로 걸어가고있다, 앞에선 이런저런 얘기하는 사람들과 환자복을 입은사람이 걸으며 바람을 쐬고있다. 오늘은 참 기분 좋은날이구나…, 이러면서 어색한듯 주위를 둘러보는 우현은 사창가에 익숙해진 티가 물씬 풍겼다. 병원에 들어가려는순간 옆에 익숙한 몸이 보여 잠시 멈칫, 옆을 보자 성규가 보인다. … 우현의 입가에 웃음이 비친다. 성규는 의자에앉아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고있다, 갈색 빛의 머리가 햇빛에 반짝거리는걸보고 우현은 뒤로 가서 성규의 귀에 속삭인다 " 날씨좋다 " 성규는 귀를 매만지며 뒤를 돌아본다, 우현을보고는 페헤, 웃는다… 바보같애… 바람에 성규의 머릿결이 흩날린다, " 또 왔어요?… " 성규가 머리를 매만지며 부끄러워한다, 볼이 발그레해지는걸 보니 우현은 싱긋 웃어보이며 옆에앉는다. 성규는 무언가를 말하려는듯 오물조물 입을 움직이다가 말을 꺼낸다. " 어…, 사탕 잘먹었어요. 쓴 글씨도 잘봤고… " 성규는 입술을 깨물며 주위를 둘러본다, 왠지 어색한 기분에 눈을 살짝 감았다 떴다. 한동안 성규와 우현의 사이에 말이없자 우현은 땅이 꺼지듯 땅만 내려보고있다. 우현이 고개를 들자 성규가 무언가를 계속 보고있다, 우현은 왜그러지? 하며 성규의 시선이 향하는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솜사탕 가게가 보인다 성규는 입을 벌리고 쳐다보고있다. 꼭 어린애 마냥 솜사탕을 쳐다보고 있자 우현은 사주고싶은 마음에 말을 꺼낸다. " 사줄까요 저거…? " 성규의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우현에게 들릴 만큼 두근두근 주체할수 없는 심장에 입을 열지못한다. 우현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솜사탕가게로 달려간다, 그리고선 핑크색 솜사탕을 가르키더니 잠시후 솜사탕을 가지고 돌아온다. 성규는 부끄러워 우현을 보지도 못하고 손만 만지작 거리고있었다, 우현이가 솜사탕을 건네주며 말한다 " 먹어요… " 웃는 우현을 보고 성규는 네에… 받고선 야금야금 싱긋 웃으며 먹는다, 우현은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느낀다, 바람이 솔솔 불며 솜사탕이 흩날린다. 갑자기 먹는 성규가 예뻐보여 머리를 살짝 쓰다듬는다, 머리카락 한올한올을 정리해주는 우현의 손길을 느낀 성규는 볼이 발그레해진다. 솜사탕처럼 달콤한 날…,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김성규는. 솜사탕이 입에 묻자 우현은 닦아주려고 고민하다 손을 내린다. 어색한듯 헛기침을 내는 우현은 누구보다 귀여워보인다. 뭍히고… 먹지말아요, 우현의 차가운손이 발그레 해진 성규의 입가 주위에 닿았다. 우현의 손짓 하나하나에 반응 하는 김성규, 콩닥콩닥. 가슴은 뛰고… 우현은 성규의 입가에 뭍은 솜사탕을 닦고선 웃어보인다. 어느때보다 달콤한시간…, 하늘은 맑고 바람은 솔솔분다, 이대로…, 그냥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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