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One - For a While
012. 희망고문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클라우디 에스프레소 구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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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인지 다행인지, 좋아하는 마음을 인정해버리고 난 뒤 민현선배를 대하는 건 오히려 그 전보다 더 수월했다.
수요일 1, 2교시는 쉐어하우스에서 나와 민현선배 단 둘만 수업이 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부의 수요일에는 함께 학교에 간다.
내가 일어난 시간에 민현선배가 깨어있지 않으면 내가 민현선배를 깨우고, 민현선배가 먼저 깨면 나를 깨워주고, 그런 식이었다.
오늘은 내가 먼저 일어나 민현선배를 깨웠다. 감고 있던 눈을 떠 잠에서 깨어난 모습이 흡사 사막여우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민현선배가 사막여우를 닮았다는 말을 해준 뒤로 민현선배의 행동 중에 사막여우를 발견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만큼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인다는 뜻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선배. 근데 우리 좀 늦어서..."
"해먹을 시간은 안 되구. 가는 길에 토스트 사먹을까?"
"네. 좋아요."
"그래. 그럼 준비하자."
민현선배를 조금이라도 더 재울까 싶어서 기다렸던 게 결국 집에서 아침을 못해먹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었다.
공용화장실에서 이를 닦고 있는 민현선배 옆으로 가 칫솔에 치약을 묻혔다. 거울에 나란히 비친 모습이 연인 같아서 괜시리 볼이 붉어졌다.
민현선배는 아무 생각 없었겠지만, 나는 이런 순간을 좀처럼 놓치는 법이 없다. 옹성우는 내게 곰이라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이렇게나 민감한데.
하여간 웃기다니까, 옹성우. 슬프게도 녀석은 아직도 나를 피하고 있었다. 그날로부터 꽤 되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말이다.
좀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무슨 그렇게 큰 잘못을 했다고 나를 그렇게 피하냐고, 묻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나와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내가 지나가도 단 한 번의 눈길조차 주지 않는 옹성우와 어떤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햄치즈야채토스트 두 개요."
"제 껀 제가 낼게요."
"아냐. 시험 잘 보라고 사주는 거야."
"..감사합니다."
학교 가는 길에는 토스트 포장마차가 하나 있었다. 9시가 가까워 올수록 포장하는 학생이 많았는데, 아직 여유가 있는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되어서 먹고 가기로 했다.
거기 어묵국물도 떠먹어요. 이모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민현선배 몫과 내 몫의 어묵국물을 나란히 종이컵에 떠 우리 앞에 두었다.
이모님 뒷편에 자리한 자그마한 텔레비전에서는 아침드라마가 하고 있었다. 나와 민현선배는 무의식적으로 그 드라마를 바라봤다.
특별할 게 없는 아침. 별 다를 게 없는 드라마와 토스트인데도 왠지 민현선배가 옆에 있으니 특별하게 느껴졌다.
멍하니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한 민현선배를 향해 내가 먼저 운을 띄웠다.
"저.. 선배, 지난 번에 여자친구랑은..."
"누구.... 아."
"....."
"누가 그래? 여자친구라고."
"알려줬어요, 다니엘이."
"...그랬구나.
별 일 없었어. 공부하려고 헤어진 거고 아직도 공부하는데 다시 만날 수는 없으니까."
"....."
"내가 좀 그래. 여러 개 동시에 같이 못해서."
그 말은 곧 앞으로도 여자를 만날 여지가 없다는 의미로 들렸다. 그렇다면 나한테도 별 수 없겠구나. 나도 별 가망이 없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차라리 잘 되었다 싶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또 말도 안 되는 희망이 싹을 틔우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그래도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그 괜찮은 사람이 나라는 게 아니라... 뭐, 만약에 괜찮은 사람이 나타나더라도, 그럴까.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민현선배는 말을 이었다.
"그래도 또, 모르지.
이런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을까?
...잘 모르겠네."
그건 내게 엄청난 여지로 느껴졌다.
토스트를 다 먹고, 이모님을 향해 '잘 먹었습니다!'하는 인사를 남기고 돌아서서 학교로 가는 동안, 선배의 말을 자꾸 곱씹게 되었다.
혹시라도 그 여지가 나를 향한 걸까. 그럴 수도 있을까. 그러지 않더라도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혹시라도 그 여지를 내게 줄 수도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 즈음부터.
그런 고민이 점점 나를 깎아내려가고 있는 건 모르고, 무의식 중에 내 자존감을 점점 눌러가고 있는 건 모르고 말이다.
"시험 잘 보세요, 선배!"
"응. ○○가도. 이따 집에서 보자."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싱긋 웃는 그 모습이 참 예쁘다 생각했다.
예쁘고 스윗한 사람, 그러나 내게 남겨줄 여지는 없는 사람.
그게 황민현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그걸 몰랐다.
- 오세요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시험이 끝났다. 구름이네 단체카톡방에는 다들 시험 끝났으니 술이나 마시자는 성운오빠의 제안이 올라왔다.
다니엘과 민현선배는 그렇다고 쳐도, 옹성우는 내가 있다고 하면 안 올 줄 알았다. 그런데 클라우디에서 성운오빠를 기다려 오빠 차를 얻어타고 식당에 도착하니 옹성우와 민현선배, 다니엘이 사이 좋게 자리잡고 앉아있었다.
"여요!"
다니엘이 나와 성운오빠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와 성운오빠는 자연스레 남은 자리에 앉았다.
우리 술 마실 건데 같이 가겠냐고 지성오빠와 진영이에게 물었더니 구름이네 멤버들끼리 즐기라며 손사레를 쳤다.
성운오빠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피곤했는지 조수석에 앉아 꾸벅 졸았다. 성운오빠가 벨트를 풀어주는 손길에 잠에서 깨어났다.
오빠의 차에는 오빠에게서 평소에 나는 향이 났다. 그리고 좌석이 어찌나 편안한지 등을 대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내가 어디서나 잠을 잘 자서가 아니라, 성운오빠의 차가 너무 편해서라고 핑계를 대며 꾸벅 잠들어버린 나를 합리화했다.
그래도 잘잤네...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며 자리에 앉는데, 자리에 앉을 때 반수면 상태였음이 분명하다.
"......."
"......"
정신 못 차리고 옹성우와 마주보고 앉은 걸 보면 말이다. 나 왜 여기 앉았지... 게다가 옆자리는 민현선배다. 옹성우 옆이 다니엘.
졸지에 셋 사이에 끼어앉게 되어버린 나는 정신이 번뜩 들면서 아, 자리 잘못 잡았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진짜... 잠들어 있었나 보다.
"어... 네, 그리고... 참이슬 두 병이랑, 하이트 세 병이요."
"네, 민증 좀 보여주시겠어요?"
민증을 보여달라는 직원의 말에 화색이 도는 건 성운오빠다. 이야- 나 이 나이까지 지금 민증검사를, 어? 막, 하네. 헤헷. 하면서 자랑스레 민증을 꺼내 보이는 성운오빠.
형, 요즘은 검사 안 하면 안 돼요. 큰일 나요. 하는 민현선배의 팩트폭행과 그런 건 그냥 착각하게 두어야 한다는 다니엘의 말이 이어졌다.
나와 마주 앉은 옹성우는 아까부터 단 한 마디를 하지 않았다. 대놓고 선을 긋겠다는 태도로 느껴졌다.
당장 마주보고 있는 옹성우와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옆에 앉은 민현선배와도 옹성우의 눈치를 보느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니엘에게 스스럼 없이 말을 건네기엔... 자리가 좀 멀었고. 여튼 그렇게 불편한 술자리가 시작됐다.
"○○야. 왜 이렇게 못 먹어. 이것도 좀 먹어봐."
"...고맙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깨작거리는 게 보였던 건지 민현선배는 내 밥그릇에 고기를 얹어주었다. 가득 채워둔 술잔도 가득 채워진 채로 그대로다.
짠- 하며 술잔을 내미는 민현선배에 나도 잔을 들어 챙, 하고 부딪혀 주었다. 그 소리에 가만히 밥상에 시선을 고정하고 밥만 먹던 옹성우가 고개를 들었다.
술을 넘기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옹성우가 느껴졌다. 나는 비워진 술잔을 상 위에 내려놓고 옹성우를 쳐다봤다. 옹성우는 시선을 돌려 성운오빠에게 말을 시켰다.
....뭐하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뜸 왜 쳐다봤냐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 옹성우가 주는 시선은 시선대로 느끼고, 옆에 있는 민현선배는 민현선배대로 의식해야 하는 이 상황이 정말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니엘이는 입대 언제라고?"
"아, 형. 쫌."
"아니 형이 까먹어서 그래."
"4월이요. 김재화이랑 같이 간다."
재환이와의 동반입대 사실을 알리는 다니엘의 말투는 덤덤했지만, 그게 전혀 덤덤할 수 없는 사실임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다.
게다가 니엘이 말고는 다 군필이라 굳이 내가 이해하는 티를 내려고 하지 않아도 다들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민현선배는 으으, 하며 넌더리 난다는듯 리액션을 했고, 옹성우도 내내 굳히고 있던 얼굴을 풀고 니엘이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다니엘은 와 그러케 보노. 하며 술잔을 비워냈다. 형이 따라줄게. 하며 옹성우가 소주병을 들었다. 햄, 이거 맥주잔이다. 하는 다니엘의 말이 이어졌으나,
솔직히 입대 얘기 나오면 소주 이 만큼은 마셔줘야 되는 거 아니냐. 며 옹성우가 소주를 냅다 부어버렸다.
결국 꿀꺽꿀꺽 잘 받아마신 건 다니엘이 원래 주량이 좋아서 그렇다. 나는... 꿈도 못 꾸지. 자연스레 절레절레 고개가 저어졌다.
"민현이도, 시험 얼마 안 남았지?"
"옙. 시험 하나 끝나니까 진짜 얼마 안 남은 것 같네요, 더."
"그치.. 근데 아직 기말도 남았잖아."
"죽겠어요. 형. 죽을까봐요, 그냥."
민현선배는 고개를 저으며 물을 들이켰다. 물을 들이킨다는 건 술의 치사량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더 이상 먹이면 처치하는 우리가 피곤해지기에 이제 민현선배에게는 술을 그만 주어야 했다.
민현선배의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은 3월. 원서접수는 2월이니 기말고사가 끝나는대로 매진해야 했다.
선배는 이번 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그냥 경험으로 보는 거라고 했지만 1년에 한 번 보는 시험이 어쩌 그냥 경험일 수 있으랴.
그말은 완전히 올인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힘은 주고 본다는 뜻일 것이다. 붙으면 좋고, 안 붙어도 한두 번은 더 해볼 수 있겠다는 거겠지.
아니면 우리에게 표현한 그 이상으로 선배에게는 더 절실하고 간절한 시험일 수도 있다. 표현하는 것만 믿기엔, 민현선배는 생각과 고민이 깊은 사람이었다.
"성우도? 성우 공채 언제지?"
"저는 뭐 다음달 정도면 쭉 나올 것 같아요, 형."
"어때? 넣어볼 거야?"
"넣어보긴 하는데... 모르겠어요."
옹성우는 자신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나운서는 공채 한 번에 많이 뽑아봐야 공중파 방송사 기준 두 명이라고 했다.
한 자리에 이천 명 정도가 몰리는데, 종편이 공중파보다 많이 뽑는다고 해도 그 만큼 더 많은 지원자가 오니 더 나을 것도 없다고.
일단 넣는대로 넣어보긴 해야 하는데, 길고 지리한 경쟁이 될 것은 분명했다.
경쟁률이 박터지는 걸로 따지면 민현선배보다는 이 쪽이 더 빡셌다. 단순히 공부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니 더 힘든 건 맞는 말.
그래도 성우, 잘 할 거야. 하는 민현선배의 말이 이어졌고, 그럼. 성우는 잘 풀릴 거야. 하며 성운오빠도 맞장구를 쳤다.
나도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지금 상황에서 괜히 한 마디 던지는 것도 우스운 꼴이라 참았다. 옹성우는 고마워요. 하며 싱긋 웃던 얼굴을 굳혀 나를 쳐다봤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얼굴이 어쩐지 좀 무섭기까지 했다. 그렇게까지 겁을 줄 건 또 뭐냐... 사람 뜨끔하게.
"천천히 마셔라, 누나. 뭘 그렇게 때려붓노."
괜히 무안해서 또 채워진 잔을 벌컥벌컥 비워내니, 날 지켜보던 다니엘이 한 소리 했다.
나는 남은 한 방울까지 모조리 털어넣은 잔을 상 위에 내려뒀다. 옹성우는 나를 보며 얕은 한숨을 쉬었다.
한숨? 네가 왜 한숨을 쉬냐. 그것도 날 보면서.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고 있자니, 나를 쳐다보는 옹성우의 눈빛이 너무 차가워서 계속 못 보고 있겠다. 눈을 돌려 민현선배를 봤다.
"천천히 마셔, ○○야. 물 마실래?"
민현선배는 제 앞에 있던 물병을 들어 내 물컵을 채워주었다. 옹성우는 물컵에 들어차는 물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장실 좀 다녀온다는 게 이유였다.
나는 감사합니다. 하고 민현선배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속이 상했다. 괜히 속이 상했다. 옹성우에 대한 원망은 아니었다. 다만, 민현선배를 좋아한다고 인정을 해도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다.
왜 이런 걸까, 도대체 이건 무슨 찌꺼기같은 감정일까. 고민을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아 불편했다. 체 했을 때 속에 뭔가 얹힌 것처럼 답답하고 좀, 거북했다.
그래서 그 답답함을 해결하고자 계속 술을 때려부었는데, 결국 그 사단이 난 거다.
- 오세요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성우 시점)
저럴 줄 알았다. 민현이형과 다니엘은 따라준 적도 없는데, 저렇게 혼자 벌컥벌컥 마시다가 저렇게 취해버릴 줄 알았다.
취해버린 ○○○는 히죽히죽 웃기 시작했다. 나를 보면서도 히죽, 성운이형을 보면서도 히죽, 괜히 제 밥그릇을 쳐다보며 히죽.
내 옆의 다니엘은 누나 취했다. 우짤꼬. 하며 혀를 찼고, 나는 그제서야 좀 마음을 놓고 녀석을 쳐다볼 수 있었다.
얄미워 죽겠는데, 쳐다보고 있으면 겨우겨우 묻어두었던 감정이 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게 더 원망스러웠다.
성운이형은 ○○가 취한 것 같다며, 이제 집에 가야겠다고 말했고, 채워진 술잔을 하나도 비워내지 않은 민현이형이 운전대를 잡았다.
잔뜩 취했음에도 일말의 정신이 남은 ○○는 배가 너무 불러 차를 타지 않겠다며, 걸어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다니엘은 억지로 ○○를 차에 태워보려 하다가 ○○가 엄청난 똥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포기했다.
우짜노. 하는 다니엘을 향해 내가 말했다. 형이 업고 갈게. 에? 다니엘은 제 귀를 의심하는 모양이었다.
"형이 업고 갈게. 니엘이 너도 차 타고 가."
"...아니, 햄..."
"..얘 혼자 걸으면 넘어져. 내가 업고 갈테니까 너는 차 타고 가."
"...그게 아니고,"
"출발해요. 민현이형."
다니엘은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으로 나와 ○○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는 다니엘의 넓은 등을 떠밀어 차에 태우고 문을 닫았다.
민현이형이 운전하는 차는 그렇게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덩그러니 남겨진 나와 ○○○는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다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야, 업혀."
"시른데... 걸어갈 거야."
내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걸어가던 녀석이 몇 발자국을 채 옮기지 못하고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그러니까 업히라고 말했잖아. 나도 모르게 타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화를 내려던 건 아닌데, 아차 싶었다.
혹시나 해서 표정을 살피니 취해서 그런지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녀석 앞에 내 등을 댔다. 몇 초가 지났을까, 녀석은 내 어깨에 제 팔을 올려 업혀왔다.
"....."
"......"
취한 녀석은 무거웠다. 그럼에도 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나는 내 자신에게 이미 인정해버렸지만 녀석은 1도 모르는 그 감정 때문이었다.
무게가 있다 보니 빨리 걸을 수는 없어 차근차근 걸음을 옮겼다. 식당으로부터 조금 멀어지니 사람도 적어졌고, 시끄러움도 덜했다.
그제서야 새액, 새액, 하는 녀석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자나..?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에 녀석이 웅얼대는 소리를 냈다.
"...너 왜 나 피하냐아... 오성우...."
".....오성우 아니고 옹성우인데."
"토 달지마, 인마. 씨이..."
취했으면서 예민하다. 웃음이 나와 피식,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더니 웅얼거리는 목소리를 이어간다.
왜 나 피하냐구우... 엉? 왜 나 모른척 하냐구.... 오성우....
"내가 너 좋아하니까."
어차피 ○○○는 지금 잔뜩 취했다. 녀석은 이렇게 취하면 필름이 끊겨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지난 번에도 그랬으니, 오늘도 마찬가지로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난 사실을 그대로 말했다.
녀석이 취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낼 수 없었던 용기, 용기라 하기도 어렵지만 그래도 내 딴에는 내보는 용기였다.
"근데 너는 민현이형이 좋다고 하니까."
"....."
"그럼 나도 마음 접을 시간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정적이 흘렀다. 내 진심이었다. 나는 진심을 전했다. 설령 녀석이 잔뜩 취해있을 지라도 말이다.
이게 내 솔직한 마음이었다. 나는 네가 좋은데, 나는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그 마음을 인정했는데, 너는 민현이형이 좋다고 하니까.
그럼 거기다 대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 내 마음 접는 수밖에 더 있냐.
절반은 진심, 절반은 녀석을 향한 내 원망이었다. 그게 실체를 알 수 없게 뒤섞여 결국은 원망 어린 진심이 되었다.
녀석은 답이 없었다. 나는 녀석이 잠들었을 거라 생각하고 그대로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을 왜 네가 접냐..."
○○○가 낸 목소리였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걷는 방법을 까먹어, 잠시 동안 그 자리에 서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내가 접어야지...
...근데 아직 안 접혀."
불분명하지만 귀에 박히는 소리는 또 명확했다. 너의 말이라면 이렇게나 재빠르게 알아 듣고, 찾아 듣는다.
우스운데 웃을 수만도 없다. 이게 내 진심이라서.
"그래서어... 아직은 좋아할라구.
..아직은 그래두... 민현선배 좋아할라구우."
'아직은'이라는 건 일단은 끝을 전제로 한다는 건가.
바야흐로 희망고문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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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편 암호닉(강과장 최종~오구쉐 1차 암호닉에 한함. 012편 업로드 전 등록된 댓글에 한함.) [분홍색솜사탕] [녤과장] [니나노] [백설탕] [구르밍] [구원자] [말랑] [셸] [녤부] [에비츄] [깡구] [0846] [@불가사리] [강달리엣] [해령] [어어] [녤니짱] [비눗방울] [주여닝] [마카롱] [칸타타] [라온하제] [사용불가] [리본] [영이] [럽딥] [11023] [알바생] [꼬꼬망] [피치수플레] [크뽀] [몽구] [샤넬] [맥주톡톡] [굥뷰죰햬] [121027] [찌부] [우즈] [챠미] [메론바] [일개사원] [하마하마] [찻잔] [민향] [묭묭이] [옹성우] [초록하늘] [송송아] [류아] [포카리] [쑤쑤] [강낭] [다녤잉] [입학하자] [둡돌고래] [지블] [슬] [뚜띠따띠]
안녕하세요. Y사원입니다. 설인데 가족과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가요? 꼬박 4주만에 왔네요. 생각보다 공백이 길어져 죄송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워너원도 약간 액땜이라면 액땜인 사건을 겪고 시기를 지나서, 느린듯 빠른 시간이 갔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일이 바쁜 건 아니었는데 이래저래 일 외적으로 여러가지 크고작은 사건이 있었어요.ㅎㅎ 앞으로는 조금 더 자주 찾아뵙겠다는.. 오늘도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구 ㅠ_ㅠ 그치만 사랑하는 독자님들과 또 사랑하는 오구쉐를 계속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니까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할게요. 아 그리고 강과장부터 해가지구 파불이 엄청 많이 생겼더라고요 ㅠ_ㅠ 저번에 인티 한 번 서버 어떻게 된 이후로 그랬던 거죠? 다시 끼워넣지는 못할 것 같고.. 어째야 하지... 그냥 두어야 하나...ㅠㅠ 고민이 되네요.. 흑흑.. 다른 작가님들은 어찌하시려나요. 의견 있으신 분들은 말씀해주셔용!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올해는 저희도 워너원도 작년보다 더 수월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글이 여러분에게 또 따수운 위로가, 한 번쯤 멈추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글 올릴게요. 오늘도 구름이네를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