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인정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클라우디 에스프레소 구조 |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클라우디 에스프레소 |
"내는 쫌 어려웠는데. 공부 마이 했음 쉬웠을 것 같다.
누나는 어땠어요?"
호텔경영론 시험이 끝나고 다니엘과 함께 집으로 가는 길.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은 종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그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내 마음이 그나마 다행이었던 이유는 중간고사였기 때문이다.
최소한 중간고사라는 핑계로 내 마음을 돌아볼 시간조차 없었던 게 나았다고 여겨졌다. 중간고사도 없었으면 생활이 엉망이 될 정도로 잡생각에 시달렸을 테니.
민현선배와는 왠지 그 날 이후로 마주하기가 껄끄러웠다. 그래서 솔직히 나는 민현선배를 피해 다니고 있었다.
아직도 내 마음에 대한 정확한 답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경과 짝사랑 중 무엇 하나라고 딱 고르는 건 여전히 어려웠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를 고르지도 못한 상황에서 민현선배를 보면 어느 한 쪽으로 훅 기울어질까 무서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감당해낼 자신이 없어서.
그런 나를 피하는 건 옹성우였다. 물론 내 추측이긴 했지만, 옹성우는 나를 피해다니는 것처럼 좀처럼 내 눈에 보이지를 않았다.
그러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면, 여태껏 내가 옹성우를 찾아온 게 아니라 옹성우가 나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옹성우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면 우리 사이에 공통분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 말은 곧 우리가 우연히 만날 일은 집이 아니고서야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또 그 이야기는 여태껏 옹성우가 나를 찾아오는 '노력'을 해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걸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와 이래 못 뭇노."
나는 민현선배를 피하고, 옹성우는 나를 피하고. 그러므로 자연스레 만남의 빈도가 늘어나는 건 다니엘이었다.
다니엘과 함께 했던 호텔경영론 팀플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겠다, 나는 졸았어도 다니엘은 열심히 필기한 덕분에 공부를 나름 해둘 수 있었던 시험도 끝났겠다,
어제 종일 공부하느라고 고생했는데 오늘은 맛있는 걸 좀 먹어야겠다며, 다니엘은 저가 쏜다고 했다.
네가 사는 거야? 그럼 맛있는 걸로 먹자. 장난 반 농담 반으로 건넨 말에는 후배한테 염치없이 밥 얻어먹는 선배가 된 데에 대한 약간의 자기비하도 섞여 있었다.
아무렴 뭐.. 맨날 돈에 쪼들리는 나보다야 부모님한테 생활비 받고 지내는 다니엘의 사정이 더 나을 텐데. 그렇게 막 양심적으로 살지 않기로 했다. 나한테 득 될 게 별로 없었다.
"어? 아니야.. 먹는데..."
호경론이야 끝났다만 호경론은 그야말로 시작일 뿐이었다. 왜 아직 화요일밖에 안 되었을까... 그 생각을 하니 기운이 쭉 빠지는 것이다.
다행히도 호경론 다음 수업은 지난주에 일찍이 시험을 봐버려서 당장 내일 시험을 준비하면 되었지만, 내일은 또 전공이 두 개라 마음이 절대 편할 수가 없었다.
다니엘은 나를 돈가스 맛집으로 인도해주었는데, 눈 앞에 돈가스를 두고도 마음이 편치 않아 깨작거리고만 있었다.
"잘 먹긴 뭘. 누나답지 않게 겁나 깨작거리는데. 먹여줘요?"
"됐네요."
"그라믄 좀 실하게 무라. 그래 먹고 우예 공부한다고."
알았다, 알았다. 하도 잔소리를 해대는 통에 돈가스 조각 하나를 통째로 입에 쑤셔넣었다. 그제서야 그라모. 그래 무야지. 하는 다니엘.
입에 돈가스가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또 우울함이 몰려왔다. 시험... 좋은데 싫다.
'시험 싫다'는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이 안 들어서 좋은데, 또 막상 공부할 걸 생각하니 싫다.
시험이라고 아르바이트까지 없는 건 아니니 밥 먹고 바로 매장으로 가야 한다는 건 더더욱 싫다...
누가 딱히 괴롭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괜히. 남들 공부하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더 싫게 만들었다.
- 오세요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허얼..... 대박."
예쁜 장식이 매력적인, 영국에서 온 귀한 접시 위에 곱게 올려진 브라우니 한 조각을 보며 나는 아르바이트 가기 싫다고 말했던 걸 취소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안 먹히는 밥을 다니엘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꾸역꾸역 먹어내고, 차마 옮겨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클라우디 에스프레소까지 왔다.
다니엘은 공부한다고 집으로 들어가고, 나는 그대로 매장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왔어, ○○가? 밥 먹었어?"
성운오빠가 갓 만들어낸 브라우니가 아직 따끈따끈한 채 실온에서 차가워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억, 이게 다 뭐예요?! 하며 놀란 내가 입을 떡 벌렸고, 성운오빠는 시험이니까, 왠지 너 우울해 할 것 같아서. 먹고 힘내라구. 하며 웃었다.
브라우니는 워낙 오랜만이고, 오빠가 만든 건 또 처음이라 놀라서 벌어진 입을 쉽게 다물 수가 없었다.
우와... 하며 딱 알맞게 꾸덕해 보이는 비주얼에 감탄을 하는 내게 오빠는 조금 더 식기를 기다려야 한다며, 지금 먹으면 뜨거워서 안 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와아... 오빠 짱이다. 꾸덕-꾸덕한 게 완전 내 스타일인데요?"
"응. 너가 꾸덕한 거 좋아한대서 최대한 꾸덕하게 했어."
뿌듯한 표정을 짓는 성운오빠가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세상 어느 집주인이 세입자가 시험기간이라고 우울해하지 말라며 브라우니를 만들어줄까.
진짜, 진짜로 정말 좋은 집주인을 만났다는 생각에 감동을 가득 담아 성운오빠를 안았다. 오빠 진짜 고마워요- 하는 말과 함께 내 손으로 오빠의 등을 토닥였다.
오빠는 아메, 아메리카노 내려줄게.. 하며 걸음을 옮겼다. 성운오빠가 내리는 아메리카노를 기다리며 나는 차츰 식어가는 브라우니를 기대가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사장님 이거 차별대우 아니에요?"
식어가는 브라우니를 나와 함께 바라보던 진영이는 장난이 가득 담긴 얼굴로 차별대우가 아니냐며 성운오빠를 향해 따졌다.
성운오빠는 너는 휴학했잖아, 인마. 했지만, 진영이는 아니 학교 다닐 때에도 안 해줬잖아요! 하면서 성을 냈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터졌다.
성운오빠는 야야, 복학하면 해줄게. 형이. 오늘은 ○○랑 같이 먹어. 하면서 진영이를 달랬다. 진영이는 와... ○○가 누나만 예뻐하고. 하면서 삐진 척을 했다.
옆에 선 지성오빠는 야, 그래도 ○○라도 같이 있으니까 얻어 먹는 거야, 배진영. 하면서 진영이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진영이는 너무하네... 다음 생엔 여자로 태어나야지. 하면서 중얼거렸다.
"여자로 태어나서 될 게 아니야. ○○로 태어나야지."
"아 형. 조용히 해-"
여자로 태어나서 될 게 아니라 나로 태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한 건 지성오빠였고, 손을 들어 지성오빠의 입을 막으려고 하는 건 성운오빠였다.
나는 알았냐 꼬맹아? 하면서 진영이를 툭 쳤고, 진영이는 참나... 저 여자로 태어나면 누나보다 예쁠 걸요? 하면서 팩트폭행을 했다.
인마... 말로 때려도 아프다고... 지금 내 마음 엄청 아프잖아.... 씨이...
"이쯤 식혔으면 될 거야. 얼른 먹어봐."
성운오빠는 브라우니가 담긴 접시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포크를 가지고 와서 크게 한 번을 떠 물었다. 입에 넣자마자 아주 눅진하게 제 형태를 뭉그러뜨리는 브라우니가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입이 움직여 얼른 한 차례를 삼키고 나니 그제서야 감상평을 말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맛있자나여..... 감동에 젖어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내 말에 성운오빠가 꺄르르 소리를 내며 웃었다.
진짜로 맛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딱 좋아하는 정도로 알맞게 꾸덕해서 좋았다. 내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손과 입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성운오빠는 한 차례 비워진 내 그릇에 조그마한 한 조각을 더 올려주었고, 진영이는 또 한 번 질투를 했다. 지성오빠는 으이그, 하면서 진영이 머리에 딱밤을 놓는 시늉을 했고.
성운오빠의 브라우니는 울적한 내 마음을 풀어주는 너무나 훌륭한 레시피였다. 그렇게 터질 것 같은 배를 부여잡고 일을 시작했다.
- 오세요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공부를 할 때에는 좀처럼 생각이 안 나는데, 이렇게 일을 하다 보면 문득문득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민현선배의 전여친을 보고 기분이 나빴는데, 옹성우의 귀에 남은 전여친의 흔적을 듣고 더더욱 기분이 나빴던 날이.
솔직히, 백 번 양보해서 민현선배에 대한 내 마음에 대해서는 그냥 내가 생각해왔던 게 틀렸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멋진 사람을 짝사랑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도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이 그랬다면 굳이 그걸 왜 몰랐을까 하고 내 자신을 내치고 싶지는 않았다.
"따뜻한 캬라멜 마끼아또랑 아이스 카페모카 한 잔씩이요.
감사합니다. 금방 자리로 가져다 드릴게요-"
그런데 옹성우에 대해서는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당시 옹성우에게 느꼈던 내 감정에 대해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편이 옳았다.
귀에 남아 있던 뚫은 자국이 자꾸 떠올랐다. 눈 앞에 갖다 대고 보라고 내민 것처럼 선명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함께 피어올랐다.
민현선배에 대한 마음을 인정하는 것보다 어려운 게 그때 내가 옹성우의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진 이유를 설명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내게 곰이냐고 물었던 옹성우의 말도. 내가 곰이라고? 내가? 하는 질문이 자꾸 남아 있었다.
설령 내가 진짜로 곰이라고 한들, 그 상황에서 옹성우가 내게 곰이라 한 건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그래, 거기까지는 용케 생각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였다. 그 후로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를 왜 피하는지, 그리고 나는 옹성우가 왜 불편한지. 나 또한 옹성우가 나를 피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는지.
아무리 고민해 보아도 익숙해질 수 없는 감정이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모르긴 몰라도 이 불편한 감정만은 빨리 좀 풀고 싶어졌다. 그런데 그러려면 옹성우를 봐야 하는데, 피차 시험기간이라 긴 말 하기도 어렵고.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려면 최소 일주일인데... 껄끄러운 채로 일주일을 있자니 그것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휴,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며 흐르는 물에 행주를 빨았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누나도 고생했어요- 시험 잘 보고요."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매장에는 늦게까지 손님이 많았다.
마지막 손님이 마감시간이 다 되도록 갈 생각을 하지 않아서, 최대한 기다려준 뒤 마감을 하니 평소보다 10분 정도 늦게 끝났다.
성운오빠는 이래저래 재료를 주문하고, 떨어진 부품을 사느라 늦게까지 노트북을 붙잡고 있어야 했고, 나와 진영이가 함께 마감을 했다.
이제는 제법 손발이 척척 맞아 처음보다 걸리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모든 일에는 절대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적절한 시간이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하여간 진영이는 쿨한 뒷모습을 보이며 멀어져 갔고, 나와 성운오빠는 각자의 짐을 챙겨 들고 집으로 올라왔다.
성운오빠는 내 가방을 들어준다 했지만 나는 그럴 필요 없다며 번쩍 들어올렸다. 그런 나를 보며 성운오빠는 또 한 번 웃었다.
"오, 고생 많았어요. 장사 잘 되었나 보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공부하다 물을 마시러 나온 건지 민현선배가 바로 보였다. 요 며칠 아주 못 보거나 보더라도 잠깐 보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물론 내가 피해다녔으니까.)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치니 묻어둔 생각이 다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심장도 좀... 원래보다 급하게 뛰는 것 같고.
분명 선배 자체가 달갑지 않았고, 미웠는데. 다시 보니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게 영 수상했다. 이렇게 되면...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힘들었겠다, ○○가. 시험기간인데 계속 일해야 해서.
괜찮아? 안 피곤해?"
특유의 다정한 얼굴로 물어오는 선배다. 이런 게 싫어서 며칠 간 그렇게 피하려고 노력했던 건데. 정신없이 뛰기 시작하는 심장은 그런 내 노력이 하나도 의미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네? 네... 괜찮아요. 멋쩍게 웃으려고 하는데 맘 놓고 웃을 수는 없어 언짢은 미소가 나온 듯했다.
이제는 선배 앞에서 마음 놓고 웃을 수도 없다니... 어쩌다 이렇게 불편해진 건가 싶었다. 아, 너무 어렵다. 그냥 전처럼 편하게 지낼 수는 없는 걸까.
"배는 안 고파? 라면이라도 좀 끓여줄까? 다시 공부해야 하잖아."
선배는 계속 다정했다. 시종일관 다정해서, 변함 없이 다정해서, 오히려 그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자꾸 내 가슴이 두근거리게 하니까.
탓할 건 다정한 선배가 아니라, 자꾸만 뛰어오는 내 심장이라는 걸 알았다. 나 민현선배 좋아하는 게 맞나봐. 이렇게 나 하나만 챙기기도 버거운 상황에 짝사랑을 하게 된 건가.
이럴 때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이미 시작되어버린 감정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빠르게 깊어지고 있었다.
"....어... 아, 아니에요. 괜찮...."
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 배에서 꼬로록, 하는 청명한 소리가 났다. 그야말로 아주 맑고 명확하게 선배와 나 사이의 공기에서 울린 소리였다.
성운오빠도 그 소리를 듣고 안 되겠다, 먹어야겠네. 하면서 신발을 벗고 부엌으로 향했다. 나는 하씨.... 조용히 마음 속으로 한탄하며 같이 신발을 벗었다.
민현선배는 성운오빠와 내 몫까지 더해서 라면을 끓였다. 집에서 공부한다던 다니엘은 자는 건지, 나간 건지 보이지 않았고, 옹성우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건가 모르겠네. 물어보고 싶어도 쉽게 카톡을 해볼 수도 없음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날 같이 감자튀김 먹지 말 걸. 부질없는 후회가 가득했다.
"...○○가, 꼬들꼬들한 면을 좋아하더라고. 형."
"그래? 그럼 식초 한 스푼만 넣자. 그럼 꼬들해져."
"올- 역시 셍언이형-"
식탁에 가만히 앉아서, 분주한 손짓으로 라면을 끓이는 민현선배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 민현선배 좋아하는 것 맞다고. 단순한 우러러 보는 감정이 아닌... 정말 좋아하는, 그것으로.
그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는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서였고, 둘째는 그렇게 인정해버리는 게 차라리 내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믿음이었다.
동경이든 짝사랑이든 무슨 의미가 있겠나. 어차피 일방적인 감정인데. 상대방은 나한테 어떤 생각이 있건 없건, 어떤 감정이 있건 없건, 나는 내 감정을 제어할 수 없는데.
"다 됐다- ○○야, 수저 가지고 와줄래?"
냄비 받침에 사뿐히 냄비를 내려놓는 민현선배다. 성운오빠는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냈고, 나는 수저 세 쌍을 꺼내 식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잘 먹겠습니다- 성운오빠의 젓가락이 들리면서 나는 민현선배를 흘깃 쳐다보았다. 맛있게 먹어. 내 눈을 마주보며 말해오는 선배에 또 한 번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때 나는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나, 그때 내 감정을 그렇게 쉽게 인정해버리는 게 아니었는데.
차라리 끝까지 부인했더라면,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를 했기 때문이다.
민현선배가 끓여준 라면으로 내 감정을 확정지은 뒤, 내가 스스로 그에 대한 후회를 하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옹성우에게는 곰일지 몰라도 자기객관화 만큼은 확실한 사람이라 더더욱 그랬다.
좋은 사람과 좋은 남자는 엄연히 다르다는 걸, 나는 그 후에 이어진 피눈물 나는 경험을 통해 겨우 깨달았다.
"형, ○○가 밥 안 먹이고 일 시켰어요?
천천히 먹어, ○○야."
"아니야. 브라우니도 먹었는데... 배 많이 고팠나봐.
안 뺏어 먹으니까 천천히 먹어- 체할라."
그렇게, 내 대학 마지막 학기를 보냈던 쉐어하우스에서의 시간은 내 인생 전체를 바꿔놓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인지하든, 그렇지 않든. 그와는 아무런 상관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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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편 암호닉(강과장 최종~오구쉐 1차 암호닉에 한함. 011편 업로드 전 등록된 댓글에 한함.) [녤부] [하마하마] [셸] [녤과장] [강달리엣] [에비츄] [어어] [일개사원] [율예] [포카리] [깡구] [비눗방울] [니나노] [꼬꼬망] [백설탕] [121027] [럽딥] [옹성우] [라온하제] [@불가사리] [0846] [구르밍] [구원자] [샤넬] [딸기시럽] [리본] [굥뷰죰햬] [마요] [녤꽃] [사용불가] [우즈] [지블] [피치수플레] [챠미] [딸기모찌롤] [강낭] [오늘도행복해] [분홍색솜사탕] [쑤쑤] [영이] [맥주톡톡] [메론바] [녤니짱] [숮어] [11023] [주여닝] [몽구] [해령] [자몽] [뚜띠따띠] [일이일공] [마카롱] [몽쟈] [찌부] [말랑] [송송아] [다녤잉] [초록하늘] [입학하자] [쌈장] [류아] [민향] 안녕하세요, Y사원입니다. 이번 주도 그닥 부지런하지는 못했지만 성실... 하고자 11편을 올리러 왔습니다. 이번 편은 드디어 오구쉐의 진면목을 좀 보여드리고자(?) 했어요. 무슨 말이냐면.. 제가 생각할 때 오구쉐의 진가는 저마다 다른 인물 간의 심리와 감정이거든요. 그동안 오구쉐를 쓰면서 이처럼 진중하고 세밀하게 여주의 감정을 표현해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너무 자연스럽게 술술 잘 써져서 기분도 참 좋고, 올리면서도 뿌듯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제가 지난 편 올리고 너무 혼자 우울해가지구 독방에 글도 올리고 막 찡얼거렸는데, 잘 다독여주신 소중한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큰 힘이 났고, 그래서 이번 편은 정말 부담이라기보다는 즐거움으로, 엄청난 집중력으로! 잘 써내려갈 수 있었어요. 늘 과분한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글로 찾아 뵐게요. 오늘은 음... 이따가 밥 먹고? 독자님들이랑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해요. 너무 오랜만이죠? 저 밥 먹고 다시 글잡으로 올 건데 혹시 저한테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 말 있는 분들은 같이 와서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들 즐거운 토요일 저녁 되시길 바라요! 오늘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