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눈이 온다. 베란다 문을 열면 많이 내리는 하얀 눈들이 정국의 얼굴에 닿는다.
한발자국 움직여 앞으로 향하면 25층이라 꽤나 높아 다른 사람들이라면 다리에 힘이 풀릴 것이다. 큰 건물들은 환한 빛을 비추었고.
가끔은 생각해본다. 내가 여기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내가 떨어진 걸 보는 사람은 그게 평생 트라우마겠지.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싶지는 않다.
제 29화_
그 어느 때보다 그대
여린 사람이길
눈은 더 오기 시작했다. 이틀동안 아무 소식 없던 하늘에선 결국엔 전정국에게 벌을 준다.
택시에서 겨우 내려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서자 엘레베이터는 10층에서 내려오고있다.
빨리. 빨리 내려오라는 말만 내뱉었다. 엘레베이터를 타자마자 두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제발 그에게 아무일도 없길 하고 말이다.
문 앞에 서서 초인종 벨 버튼을 눌러도 안에선 아무 대답도 없었다.
급히 외워두었던 집 비밀번호를 치고선 문을 열었다. 집 안을 어두컴컴했다.
현관 센서등이 그나마 이 집을 환하게 비춰주었다.
누군가 이 집에 들어온다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가 집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쩔뚝이며 빠른 걸음으로 거실에 도착했을 땐.. 나는 늦지 않았었다.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채로 베란다 앞에 서있는 전정국의 어깨가 먼저 보였다.
누군가 어깨에 올라타 괴롭히는 것처럼 축 쳐져있었다.
"정국씨…."
"……."
내 목소리에도 전정국은 움직이지않았다. 고개도 움직이지 않은채로 밖을 내다보는 전정국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위험하게 거기서 뭐해요… 이리와요."
"너 진짜 말 안 듣는다."
"……."
"그만 나오라고 했잖아."
"…눈이 오잖아요."
"……."
"눈이 싫다면서요. 저 그쪽 못 본 이틀동안 그쪽 많이 생각했어요.
많이 힘들어 할 거 아니까. 그래서.. 더 찾아오지도 못 하고 그랬어요.
그때 내가 가란다고 간게 너무 신경쓰여서 잠도 못 잤어요."
"……."
"밤에 잠에 못 드는 사람은 그 하루에 미련이 남아서래요. 정국씨는 지금 그 미련이 뭔지
스스로도 알지 못 하잖아요. 그래서 잠에 취하게 되고, 그 잠으로 스트레스를 풀고요.
충분히.. 충분히 저랑 같이 있다보면 그 미련이 뭔지 찾을 수 있고, 극복할 수 있어요."
"……."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조금이라도 내가 말실수를 하면 큰 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를 놓아줄 수 없다.
"뭘 자꾸 혼자 짋어지고 있어요. 조금은 내려놓아도 돼요. 너무 부담 갖지말고..응?"
"……."
"저요. 정국씨가 짊고있는 힘듦의 절반.. 아니! 다 가져가라고 해도. 괜찮아요..
저도.. 저도 예전엔 우울증이란 게 왔었어요. 근데.. 옆에 화영이가 좋은말만 해주니까 저는 괜찮아졌어요..
이게 사람마다 다르니까..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제가 정국씨 도와줄게요."
그에게 거의 다 왔을 즈음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눈이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우울증이란 게."
"……."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아니라고 끊어먹어. 이젠 누구한테 힘들다고 붙잡고 하소연 하는 것도 안 해.
어느샌가 그 사람들한텐 내 하소연이 걸림돌이가 되어버렸고, 결국엔 그 사람들에겐 내가 짐일 뿐이라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아 내가. 그래서.. 더 날 미워하게 됐어."
"……."
"나는 그냥 힘든데. 그 힘든 이유도 모르겠다는데. 사람들은 내 힘듦을 논리적으로 따지기 시작했어.
진짜 답답한 건.. 뭘 하던간에 모든 감정들은 내 것이 아닌 것 처럼 제어가 되지 않으니까.. 그게 더 스트레스인 거야."
"……."
"아침마다 눈을 뜨면 어두운 밤보다 무서웠어. 차라리 밤인 게 더 좋았을 정도로.. 잠에 들면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아무 걱정도 없이 있어도 되니까. 차라리 그냥 죽으면 되겠구나 싶었어.
언제는 약 한통을 다 먹고 앉아있는데 진짜 죽는구나 싶을 정도로 가슴이 답답하고 괜한 엄마 생각도 나고 그러더라.
정신을 잃는줄도 몰랐는데. 눈 감았다 뜨니까 응급실이었어.
위세척 하면서 그 괴로운 순간에도 다시는 이 짓을 하지말아야겠다.. 보다는 다시는 눈을 뜰 수 없는 자살법을 써야겠다."
"……."
"나를 구하려고 애쓰는 의사가 얼마나 미워보이는지.. 그 의사가 나보고 뭐라는지 알아?"
그의 목소리가 먹먹해졌다. 그는 울고있었다.
"사람들한테 노래 들려줘야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냬.. 왜 멍청한 짓을 하냬.
난 죽는 게 내 스스로 편하기에 제일 좋은 방법이었는데.. 그게 멍청하대. 내가.. 멍청하대.
남들은 힘들면 극복을 하고 마니까. 나도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의사가 너무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었어.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괴로웠어. 언제는 채수빈이 구석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어. 항상 다시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사랑했던 사람이 이젠 무섭고, 제발 그만했음 좋겠어."
"……."
"나 좀.. 죽여줘."
"……."
"나 좀 죽여주라.. 노여름. 나.. 이렇게는 못 살아."
나는 그의 허리춤을 꼭 안았다. 참으려고 했던 울음은 그의 우울증처럼 이기지 못 하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 좀 제발 하지마요. 내가 미안해요.. 내가 미안해. 힘든 거 알아주지 못 해서 미안해요.
늦지않았으니까.. 이제라도 내가 손 잡아줄게요. 죽어도 대신 내가 죽을게..
내팽겨치고 싶어도 조금만 참아줘요. 응? 나 그쪽 죽으면 못 살아.. 눈물은 창피한 게 아니니까.
내 앞에선 그렇게.. 편하게 울어도 돼…."
"……."
"당신은..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이제 모르겠지만. 내가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줄게요.
귀찮다고 날 내쳐도 나는 그쪽 옆에 끈질기게 붙어서 더 귀찮게 할 거야."
"……."
꼭 허리를 껴안던 손을 풀고선 그의 앞에 섰다. 밖에 환한 빛들 덕에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그의 얼굴이 조금은 보였다.
그의 볼에 손을 대었다. 눈물에 젖은 볼이. 며칠을 굶어 들어가버린 볼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아무 의미도 없는 눈을 하고선 내를 다려다보는 그의 눈의 의미를 난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점점 그와 같이 붙어다니면서. 그의 옆을 지키면서 알아갈 예정이다.
"왜 울어."
"……."
"내가 뭐라고. 자꾸 우는데."
"제가 이렇게 그쪽한테 오지랖 넓히면서 귀찮게 하는 거요.
그리고 그쪽 때문에 자꾸 우는 거."
"……."
"덕분에. 덕분에 이틀동안 떨어져 지내면서 느꼈어요."
"……."
"저 그쪽 좋아해요."
"……."
"사랑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거 보면, 그쪽 사랑해요."
전정국은 나는 하염없이 내려보았다. 아무말도 없이 서로 눈만 바라보았을까.
그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그의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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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워!! 이번편 엄청 역대급 짧은..그런그런... 그런.. 찔리니까.. 밤에 올..수 있음 올게여 헤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