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억
"생각해 보니까.. 우리 이제 늙었어요. 27살이면 어우..
시간 너무 빨라요. 1년 훅 간다니까."
"넌 26살이잖아."
"아, 그래도 그쪽이랑 학교에서 같은 거 배우면서 같이 나이 먹었거든요."
여름이의 말에 정국은 팔짱을 낀채로 거울에 비친 여름이의 뒷통수를 보았고
그 모습이 괜히 어린 아이처럼 보여 픽- 하고 웃었다.
여름이 왜 또 웃냐며 찡찡거리면 정국은 그 말을 무시한채 엘레베이터에서 내린다.
제 32화_
미안하다 사랑한다
초인종소리에 내 집인 것 마냥 인터폰 앞에 다가가 버튼을 눌렀다. 내 모습을 본 전정국은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20층에 사시는 아주머니가 카레가 가득 담긴 냄비를 나에게 건내주었고, 나는 감사하다며 연실 웃기 바빴다.
그걸 방 문 앞에 팔짱을 낀채로 서서 켜보던 전정국은 신나서는 냄비를 들고 주방으로 오자
그제서야 입술을 천천히 열어보였다.
"뭘 그렇게 많이 줬대."
"그러게요. 우리 먹으라고 준 거니까.. 음! 오늘 밤엔 카레!"
"카레 좋아해?"
"네. 예전에 엄마가 되게 자주 해주셨는데.. 정국씨는 좋아하는 음식 있어요?"
"딱히."
"없을 것 같더라. 아, 맞아요. 저 보고싶은 영화 있는데. 같이 봐주면 안 돼요?"
아무말도 없이 나를 계속 쳐다보는 걸 보면 저건 무슨 영화냐 묻는 것 같아서
으음.. 하고 영화 제목이 떠오르지않아 간신히 생각해내서는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이 영화도 예전 거예요.
근데 엄청 슬프대요! 거기 유덕환도 나온대요. 하하."
"유덕환 때문에 보려는 거냐?"
"아, 그것도 뭐 없지않아 있는.."
"걔는 너 몰라."
"누가 뭐래요.. 그냥! 예전에 좋아했어서! 그냥 보려는 거거든요."
틀으라는듯 턱짓으로 티비를 가리키길래 잽싸게 쇼파에 앉아 리모콘을 손에 쥐었다.
내 옆에.. 아 옆이라고 하기에도 뭐한게 굉장이 멀리 떨어져서 앉았다.
멀찍이 떨어져 앉은채로 티비에 시선을 고정시키는데
조금만 더 가까이 앉아도 되겠다 싶어서 천천히 그의 옆으로 붙었더니 전정국은 팔짱을 낀채로 티비를 보다 나를 내려다보았다.
아주 뻔뻔하게 그의 팔을 꽉 잡은채로 방긋 웃었다.
"같은 쇼파에 앉았는데 멀찍이 떨어져서 앉을 일?"
"더워. 떨어져."
"겨울인데."
"집은 따듯하잖아."
"제가 그렇게 싫어요?"
그 말에 내 이마에 세게 꿀밤을 맞추기에 정말로 아파서 이마에 손을 댄채로 뒤로 물러나니
그는 이제 막 시작한 영화에 시선을 둔다.
결국엔 아까보단 아니지만 조금 멀찍이 떨어진채로 앉아 티비를 보는데
자꾸만 내가 좋아했던 배우분이 나올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되었다.
막 잘생긴 얼굴은 아닌데 매력있게 생겼고 막..
"끄아하..끄으으흐!!"
내 말에 바로 리모콘을 집어 전원을 끄려고 하기에 아! 하고 입을 다물었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올 때마다 좋지만, 전정국과 비교를 하게 되었다.
확실히 전정국이 잘생겼고, 전정국이 더 몸이 좋고, 전정국의 손이 더 예뻤고, 전정국의 목소리가 더 좋다.
대놓고 전정국을 턱을 괸채로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니 티비를 보던 시선을 돌려 나를 향하는데
눈빛이 전혀 당황한 표정이 아니라 진짜 그냥 '뭘 쳐다봐' 이 표정이라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별로 안 슬픈데요? 이거 보는 사람들은 다 울었다던데."
"그러게."
그렇게 난 영화가 끝난 뒤에
"넘무 쓸퍼욥..흐으으으..."
진짜 이렇게 뭔가를 보고 서럽게 울어본 것은 9년만인 것 같다.
예전에 김석진과 같이 본 영화 이후로 말이다.
쇼파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자 전정국은 그런 내가 어이가 없는지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
…
…."
작게 웃지마요. 그냥 웃으라구요.. 웃긴 거 아니까.
화영이 일하는 곳에 또 찾아온 태형은 화영이 일 하는동안 계속해서 괴롭혔다.
괴롭혔다고 하기보단 얼굴을 더 보려, 얘기를 더 나누고싶은 마음에 자꾸만 입지도 않는 옷을 샀고
옷을 고른다는 핑계로 1시간을 넘게 서서 화영을 지켜보기도 했다.
하필 사장이 이틀정도 안 나온다고 하자 태형도 그걸 아는지 화영을 찾아 온 것이다.
10시는 되어서야 가게를 닫을 수 있었고
5시에 와서 9시 30분이 되어서야 가게에서 나간 태형에 화영은 피곤한지 하품을 길게 늘어뜨리며 가게에서 나왔다.
안 그래도 월세도 내고, 핸드폰 요금까지 내면 거지가 되는 상황이라 기분도 안 좋은데 김태형이 귀찮게 하니 더 짜증날 법도 했다.
가게 문을 잠그고서 뒤를 돌아보았을까.
"딱 10시에 나오네. 오늘은 손님 별로 없어서 다행이다 그쵸."
"핸드폰 배경화면 보니까 꽃이던데. 꽃 좋아하는 것 같아서 꽃 좀 사오느라."
태형이 뒤로 숨겨두었던 꽃다발을 화영에게 보여주자 화영은 한숨을 내쉬고선 그 꽃을 받았다.
오늘따라 조금은 자신에게 덜 차가운 화영에 태형은 이제 좀 자신에게 관심을 두나 싶어 신나서는 웃어보였다.
화영이 태형을 무시한채로 방향을 틀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자 태형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진짜 당당히 다닌다. 얼굴 팔려도 괜찮니?"
"아이. 저 여사친 많다고 소문 나있어서 누굴 만나도 다들 신경 안 써요."
"너는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 얘기 하지마."
"에?"
"그런 말 여자들은 싫어해.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가 여자랑 친해서 관계가 복잡하다.
그럼 벌써부터 속으론 불합격이라고."
"그래도 그쪽은 나 불합격인가?"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쪽 합격인 날 없어."
"당신 솔직하게 말해서. 연예인이란 직업이 아니었다면 나한테 이렇게 찝쩍 거리지도 않을 거잖아.
네가 연예인이라 그런 잘생긴 얼굴로 아무한테 들이대면, 다 받아주겠지 싶어서 행동 하는 거 아니냐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나 아무한테 찝쩍 거리지는 않는데."
"여태동안 당신이 나한테 했던 행동들이 그렇게 보이게 만들었어."
"자기 잘난 거 알고 이렇게 무례하게 구는 거 아닌가?"
"상대방이 좋다는데 대놓고 무시하고, 대놓고 상처 주는 거 말이야."
화영은 그 말에 태형의 발 앞으로 꽃다발을 툭- 던져놓고선 말했다.
"그쪽은 당사자가 싫다는데 계속 따라다니잖아.
그건 스토커나 하는 또라이짓이야."
"철 좀 들어. 내가 이래서 연예인들을 싫어해. 얼굴 믿고, 돈 믿고, 직업이름 믿고
까부는 년,놈들이 하도 쳐 많으니까. 사람들이 연예인이란 직업을 우습게 보는 거 아니야."
화영이 그 말을 하고선 정류장쪽으로 걸어가자 태형은 그런 화영을 잡지도 못 한채
그 자리에 서서 벙쪄있었다. 찝쩍이라는 말 조차도 누군가에게 들어본적이 없기에 당연히 당황할만도 했다.
나참.. 하고 한참 벙쪄있던 태형은 자신의 옆으로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팬이라며 달려들자 곧 방금 얼굴과는 다르게 환하게 웃어주었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카레를 먹었다. 정말 내숭 하나도 안부리고 밥을 많이 퍼서 우걱 우걱 먹었더니
나의 맞은편에 앉아서 숟가락으로 밥을 뒤적거리던 그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거지냐."
"거지?"
"며칠 굶은 사람처럼 먹어."
"카레 좋아한다니까요.. 먹기 싫으면 억지로 먹지마요! 제가 먹을게요!"
"그러던가."
카레를 먹다가 갑자기 전정국의 얼굴을 보는데 과거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한 번쯤은 지나가다가 하나 정도는 본 것 같은데.. 갑자기 궁금해서 인터넷에 그의 이름을 치려고 했을까.
"아까 지하철에서 그쪽 팬들이 말하는 거 들었는데요. 저 움짤 생겼다요?"
"생겼다요는 어디 말이냐?"
"그냥 애교라고 생각해요!"
"뭔 움짤."
"혼자 나온 것도 아니고, 얼굴이 나온 것도 아니지만! 짜잔!"
짜잔- 하고 움짤을 찾아 보여주자 그의 표정이 딱히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왜요..?"
"일반인 사진을 멋대로 찍고 지랄이야."
"헐..지랄.."
"와 욕하는 것 마저도 설레고 난리야.. 노여름!!"
한심하다는듯 한숨을 쉬고선 줘보라며 손을 뻗길래 핸드폰을 건내주었더니 블로그 주소를 보는듯 싶더니
곧 그 블로그 주소를 복사해 자신에게 문자로 보낸다.
"뭐 해요?"
"삭제 하라고 해야지."
"오.. 왜요?"
"이런 거 퍼져봤자 뭐가 좋다고."
"이미 다 퍼졌음 어떡해요..?"
"다 내리면 돼."
"우와.. 역시 대형 기획사는 다르구나."
"다리."
"안 떨게요."
막상 그가 내 핸드폰을 가져가 사진을 내린다고 하니 괜히 설렜다.
내 얼굴이 노출 되는 게 걱정 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또 심장이 떨려와서 카레를 먹다말고 얼굴을 가리고 발을 동동 굴리니
그는 또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핸드폰을 내 밥 옆으로 둔다.
"근데 정국씨 꽤 많이 달라진 거 알아요? 처음에 우리 만났을 때 기억나죠?"
"안 나."
"왜요. 한달전인데 기억 안 난다고?"
"응."
"치.. 내 말에 대답도 안 하고, 초면에 나 무시하고.. 뭐 물론 지금도 무시 많이 하지만."
"깁스 언제 풀어."
"아.. 깁스요? 내일 병원 가야 돼요. 왜요? 같이 가주게요?"
"아니."
"기대도 안 했어요. 어차피 나오지도 못 하니까."
"그래."
뭐야.. 저게 끝이야? 치.. 하고 괜한 밥만 뒤적거리다 한입에 크게 먹는데
그가 내 큰 입을 보고선 콧방귀를 끼는데 괜히 나까지 웃겨서 푸핰- 웃느라 사방에 밥알들이 다 튀었고
그는 인상을 쓴채로 나를 한심하게 보았다.
카톡 소리에 핸드폰을 보면.. 조금은 익숙한 이름이 나의 가슴을 똑 콕콕 찔렀다.
[잠깐 시간 될까.]
내 표정이 굳자 전정국은 궁금한지 턱을 괸채로 나를 한참 바라보았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에게 물었다.
이번에야말로 전정국의 마음을 조금은 알고싶어서였다.
"김석진이."
"그걸."
그의 반응은 차가웠고, 나 역시 이런 반응이 나올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조금은 더 가까워졌다고 믿었기에 물어봤던 거였다.
내 말에 대꾸도 않는 그가 미웠다. 이젠 익숙해질만도 했지만 상처 입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는 아팠고, 표현법이 서투를 수 있으니 이해를 해야겠다 싶어도
조금은 나도 속이 좁아서 먹던 밥을 다 먹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가 일어났고 올려다보고 싶어도 자신이 없어서 가만히 손장난만 치는데 그는 나게에 무신경한 말투로 말한다.
"먹고 가."
"알았지."
그는 웃고있지 아무 표정 없이 얘기하고 방으로 들어갔지만
나는 그가 방에 들어가고나서야 웃을 수 있었다. 진짜.. 진작에 저렇게 말해주던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나영희는 집에서 어깨 마사지를 받다가 석진이 왔다는 말에 잠시 중단을 하고선 의자에 앉아 석진을 올려다보았다.
석진은 자신을 다리 꼰채로 올려다보는 여자를 한참 바라보다 웃으며 말했다.
"저 이제 정국이랑 그만 어색하고 싶어요."
"저 이제 서른입니다. 애 아니고, 다 컸어요. 그때야.. 저희 어머니랑 친한 친구분이시니까.
모든 부탁에 거절도 못 하고 하라는대로 했지만.."
"나 지금 머리아파서 죽을 것 같은데. 나중에 얘기할까?"
여자는 피곤하다며 곧 방으로 들어갔고, 석진은 홀로 서서 한숨을 내쉬었다.
끝을 맺으려 얘기를 하러 오면 나영희는 석진의 말을 항상 끊어냈다.
그러다 여름이에게 온 카톡 답장에 석진은 급히 집에서 나왔다.
김석진이랑은 우리 집 앞에 있는 카페 뒤에 있는 주차장에서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보는 사람들이 많을테니 일부러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보기로 한 것이다.
주차장으로 오자 김석진이 차에 기대 서서 담배를 피고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담뱃불을 껐고,
나는 그쪽으로 다가가 조수석 문을 열어 먼저 차에 올라탔다.
따라 탄 김석진에겐 담배냄새가 심하게 났고, 나는 인상을 쓴채로 창밖을 보았다.
그렇게 한동안 어색할 정도로 정적만 흐르다 김석진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고마워. 시간 내줘서."
"응."
"뭐하고 있었어?"
"그냥 있었어."
"전정국 집에?"
"둘이 만나?"
김석진의 말이 나의 말문을 막히게 만들었다. 김석진의 표정을 보면 정말 진심이라는듯 말하는 게 너무 싫었다.
왜. 이제와서 나에게 사랑했다고 말해주는 걸까.
"나 솔직하게 말해서 너한테 못된 짓 많이 했고, 너한테 용서 받아야 할 것도 되게 많다고 생각해.
그래서 널 만나면 사과먼저 해야겠다 싶었어."
"
…미안한데. 별로 예전 얘기는 듣고싶지 않아서."
"
…미안해. 너랑 헤어지고나서 많이 후회했어. 내가 잘못한 게 많은 걸 아니까. 그래서 더 연락을 못하겠더라."
"네 번호 아직도 기억해. 번호 안바꿨더라. 그 번호 나랑 같이 맞춘 거잖아."
"그때는 아무말도 안 하다가 이제와서 이런 말 하는 이유가 뭔데."
"나는 오빠보다 3살이나 어렸어. 그런 나도 누군갈 사랑하는 법 쯤은 제대로 알고 있었다고."
"오빠는.. 나를 사랑했다고 말할 자격이 안 돼. 오빠는 사랑을 잘못 알고있어."
"진짜로 사랑했다면.. 그 사람에게 사랑받는 느낌을 줬어야지."
"지금 다시 시작하면? 너한테 사랑받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면."
"6년동안 버리지 못 했던 것들은 겨우 버렸어. 마음정리 다 됐어.
솔직히 말해서.. 처음 오빠는 전정국 집에서 마주쳤을 때.. 그때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하루종일 울었는데.
"연기하면서.. 그렇게 계속 행복하게 살아. 나같은 평범하고 뚱뚱하고, 오빠만 좋아해주던 사람은 잊고."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서 내린 화영은 저 멀리 보이는 여름에 야아! 하고 달리다 빙판길에 순간 넘어질뻔했고
여름이 멀리서 조심하라며 또 덩달아 달리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다행이도 부러진 다리쪽은 괜찮은지 넘어져서는 헤헤- 웃는 여름에 화영이 미친년- 하고 푸하하 웃었다.
여름이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고선 화영이 예전 생각이 난다며 여름이에게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기억나냐? 빙판길에 너 자빠졌는데. 김석진이 혼자 일어나라고 손 안 뻗어줬잖어.
그때 열라 웃겼는데. 너 표정 진짜."
"왜 그래.. 너야말로 예전에 언제지? 고삼때! 빙판길에 넘어지면서 나 붙잡고 넘어져서 같이 넘어졌잖아."
"담임이 둘다 똑같이 무릎에서 피난다고.. 우리 둘이 닮았다고. 하는짓도 똑같다고 패트와 매트라고 했잖아."
맞아, 맞아- 하고 둘은 어린 소녀들처럼 계속 웃기 바빴고 뒤에서 둘의 얘기를 듣던 어떤 남자는
저 얘기가 저렇게 배까지 잡고 웃을 얘기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석진이 집으로 가다가 갑자기 차를 돌려 정국의 집으로 향했고, 문 앞에 서서 한참을 있다가 초인종 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자
석진은 크게 소리쳤다.
"나 노여름 만나고 오는 길이야. 여름이 대해서 할말도 있고 그래서 찾아왔어.
잠깐이면 돼."
그 말에 정국은 얼마 안있어 문을 열어주었고, 석진을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현관문 앞에 있는 방문에 기대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정국을 보았다.
항상 그랬다. 정국은 2년 내내 저 표정을 하고 나를 본다.
"고맙다."
"용건만 말해."
"추운데. 좀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면 안 될까.
길게 얘기 안 해."
그 말에 정국은 말도 없이 등 돌려 먼저 식탁 의자에 앉았고, 석진도 의자에 앉았다.
웬일로 매일 불을 꺼놓고 있던 애가 불을 키고있자 신기한지 석진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불 켜져있는 건 또 오랜만이네."
"여름이 만나고 많이 달라졌다고 윤기도 많이 느낀다더라.
정국은 여전히 무심한듯 석진을 보았고, 석진은 그런 정국을 한참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선 말했다.
"둘이 만나?"
"뭔 개소리야."
"채수빈처럼."
"여름이도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으면.. 조금은 앞선 네 감정.. 숨길 필요 있다고 생각하는데."
"네 입에서 채수빈 이름이 왜 나와. 평생 속죄하고 살아도 모자를 판에."
"뭐? 채수빈처럼 보내고 싶지 않으면?"
"지랄."
"그깟 일 하나 때문에 이렇게 얼굴 붉히는 거 그만하자."
"어? 나도 답답하다. 정국아.. 이제 그만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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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 해주신 건! 내일 수정할게여!-!.. 그리고.. 이번 브금은
핳 제가 만든 건데.. 뒤에 좀 아련아련한 브금 들어보면 거기에 정수기 소리 무엇?
후...... 이어폰 끼지마세여!!! 빼애애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