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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아로아








대륙의 주인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다. 이는 명백한 진리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나라가 세워지고 멸망하기를 반복하며 대륙은 변화의 과정을 거쳐왔다.

그러나 변화의 혼돈 속에서도 한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환관이 날뛰기 시작하면 필시 그 나라는 멸망한다는 것이다.




고대부터 환관은 황제의 최측근으로, 엄청난 부는 물론이며 일부는 황제를 능가하는 권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종국엔 제 입맛에 맞는 허수아비 황제를 세워 뒤에서 조종하기 시작하니, 내부부터 곪기 시작한 나라가 오래 갈 리 없었다.

그럼 그 후에는 어떻게 되느냐고?









권력자가 사라지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빈자리를 채우기 마련이다.

바로 그녀처럼.













황후. 그녀는 수도인 황성에서 서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변방 지역 출신이다. 아무리 미모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황성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데 어찌 그녀가 황후의 자리에 올랐을까 싶지만, 이곳이 황성을 제외하고는 은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빛나는 금이라는 뜻의 금화(金華)성. 이름에 걸맞게 금화의 거대한 광산에서는 끊임없이 황금이 나왔고, 이는 은나라 전체 금 생산량의 9할을 차지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본래 왕이 존재하고 왕실이 통치를 하던 소국(小國)이었다. 비록 약 백여 년 전에 있던 전쟁에서 패해 은나라에 귀속되었지만, 은나라 황실에 충성을 맹세한 당시의 왕이 살아남아 이곳의 성주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그 후손이 성주의 자리를 물려받으니, 그가 바로 황후의 아버지이다.



금화성 성주의 금지옥엽 무남독녀. 옛 왕실의 후손이니 그녀의 몸에는 어느 정도 고귀한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금화의 황금 광산과 잘 훈련된 사병들은 훗날 그녀의 것이 될 터. 이만하면 태자비는 아니어도, 친왕-황태자를 제외한 남자 황족에게 부여되는 칭호-의 정실 자리쯤은 쉽게 차지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녀는 태자가 아닌 2황자 윤기와 혼인을 했다.




여주와의 혼인은 지존의 자리에 오르고 싶었던 황자 윤기와 훗날 황제의 외조부가 되고 싶었던 금화성 성주의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진 합작품이었다. 아직 그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기 전, 그러니까 여주가 아직 어린 소녀였을 당시의 이야기이다. 천연두로 며칠을 앓던 태자 윤홍이 세상을 떠났다. 한순간에 비워진 후계의 자리를 두고 열 명이 넘는 황자들은 경쟁하기 시작했다. 허나 2황자 윤기에게는 그 싸움에 낄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는 황자. 황실에서 윤기의 위치는 딱 이 정도였다.



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황자. 그 꼬리표는 계속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아무리 힘없는 어미를 두었다고 하여도 결국엔 똑같은 황제의 자식이거늘, 그라고 해서 지존의 자리에 오를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황위에 대한 갈망으로 윤기는 늘 목이 말랐다.



그리고 금화성의 성주. 그는 야망도, 열등감도 큰 사람이었다. 시대를 조금 잘못 타고났다는 이유로 저들이 황제라는 이름으로 거들먹거리는 꼴을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자존심을 마구 할퀴었다. 황제가 될 수 없다면 그 위에 올라주리라.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금지옥엽 여주를 황궁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동안은 여식의 나이가 아직 어리다는 핑계로 곁에 두고 있었으나, 이제는 혼인을 하여야 할 나이. 마침 딱 맞는 상대가 있었다. 버려진 황자, 그렇기에 제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사람. 천하를 얻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자가 바로 2황자 윤기였다.



그래서, 손을 잡았다.



혼인 이후, 금화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윤기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세를 부풀려갔다. 부는 권력을 불러오는 법. 언제 버려진 황자 취급을 했냐는 듯, 금화성이 그의 뒤에 있으니 윤기에게 줄을 서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순식간에 후계 싸움의 중심에 서게 된 윤기는 친왕의 작위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하였다. 모두들 이변이 없는 한 그가 다음 황제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 예상하였다.








이변(異變).

황제는 뜬금없이 5황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가 후계로 5황자를 지목하고 세상을 떴다는 소식이 들어오자마자, 윤기는 금화의 사병들을 움직였다. 5황자는 어질지 못하고 악행을 일삼아 황제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억지 명분을 내세운 윤기는 아우를 죽이고 마침내 스스로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생모 귀인 이씨가 황태후로 추존됐고, 여주 또한 정실로서 황후에 책봉되었다.













**











윤친왕부(玧親王府).




“황후마마, 황궁에서 가마가 왔사옵니다.”





모든 측면에 금사로 수 놓인 봉황이 가득한 가마는 황후만이 탈 수 있는 봉황 가마가 분명했다. 윤기가 황위에 오르고, 그녀 또한 황후로 책봉되면서 윤친왕부의 하인들은 바삐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곳을 떠나 황궁으로 옮겨가야만 한다. 이보다 꿈같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녀가 사랑하는 것은 딱 세 가지였다. 금은보화, 권력, 그리고 명예. 이 세 가지를 얻기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년시절부터 유독 반짝이고 예쁜 것이라면 무조건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렸고, 권력이야 금화성 성주의 딸로서 늘 누려온 것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허나 명예는, 명예는 아니었다. 아직 부족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황자의 정실 자리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이제 황후의 자리에 오르니, 비로소 모든 것이 그녀의 편이 된듯한 기분이었다.



황제가 보내온 모란과 봉황 자수가 박힌 황금빛 대례복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각각 황후를 상징하는 모란과 봉황 장식은 오직 황후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나풀거리는 치맛자락이 그녀의 다리를 기분 좋게 간지럽혔다.







“황후마마, 이만 가마에 오르소서.”



“그래.”




윤친왕부를 떠나 황궁까지 이어진 황후의 행차에 만백성들은 일제히 엎드려 예를 표했다. 바야흐로 황후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















은나라의 황궁은 그 끝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황제가 국사를 돌보는 태화전을 시작으로 아름다움으로 소문이 자자한 어화원, 반대로 악명이 자자한 완의국까지. 그 규모가 정말이지 어마어마했다. 칸수로 따지면 구천 칸이 넘으니 처음 입궁한 궁인들은 심부름 길에 길을 잃어 종종 꾸중을 듣곤 했다. 그러나 단 한 곳, 황후전으로 향하는 길만은 잊는 사람이 없으니 참 희한한 일이었다. 이유가 무어냐 따져볼 필요도 없다. 황궁에서 황후전이 보이지 않는 곳은 없기에 그렇다.



여주가 황후의 자리에 오르며 내린 명령 덕에 황후전 건물은 처마부터 기둥까지 모든 곳이 금박으로 뒤덮인 상태였다. 낮에는 햇빛을, 밤에는 달빛을 받아 온종일 눈부시게 빛나는 황후전을 처음 보는 사람은 이곳이 황제의 침궁이냐고 물을 정도였다. 내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로부터 황실의 지나친 낭비는 곧 국고의 소진으로 이어져 국가가 멸망의 길을 걷는 데 일조를 해왔다. 그 때문에 은나라 황실 사람들은 과거의 일들을 거울삼아 사치를 경계하고, 검소함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헌데 내궁의 수장인 황후가 사치에 앞장을 서고 있으니 당연히 황후전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하나둘 나올 수밖에. 실제로 그중 일부 대신들은 직접 황후전에 주청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국고도 아니고, 본궁이 사가의 재물을 좀 가져다 쓰겠다는데 그것이 그리도 문제가 되는가?”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뭘 어쩌겠는가. 설령 할 말이 더 남았다 하더라도 지닌 목숨이 한 개인 이상 그걸 입 밖으로 낼 용기가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물며 황제조차도 이를 용인하고 있는데 황궁에서 감히 어느 누가 황후의 심기를 건드리겠는가? 세도란 그런 것이었다.







또 한가지. 황후는 매관매직을 일삼곤 했는데, 서역에서 건너왔다는 진귀한 발명품은 하루면 그녀의 손에 들어가 있었고, 각종 금은보화들도 전부 황후전으로 들어왔다. 덕분에 바빠진 건 황후전 나인들뿐이었다. 물건을 들고 찾아온 이들의 이름을 아버지께 살짝 말씀만 드리면 그 진귀한 물건들이 온통 내 손아귀에 들어온다지? 황후로선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죄책감 따위는 가져본 적도 없었다.




과거시험에 통과해 관리가 되겠다고 어디 사찰에 틀어박히는 것은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다. 책을 달달 외울 시간에 황후에게 바칠 금은보화를 구하라.

이런 말들이 떠돌 정도이니 무얼 더 말하겠는가.



도대체 무얼 믿고 이러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황후는 당당히 대답할 자신이 있었다.




제가, 그리고 우리 금화성이 존재하는 한, 황상께서는 마마를 어찌하지 못하십니다.

아버지의 말을 믿고,




[방탄소년단/민윤기] 황 후 화 00 | 인스티즈


“부인, 내 말했던가? 그대를 은애하고 있다고.”




어느 무더운 여름날, 무심코 말을 건네던 그의 빠알간 귀를 기억하고 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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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소재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작가님 ㅠㅠ 신알신 누르고 가욤~~~??
6년 전
독자2
꺄아아아아ㅏ 명작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저도 신알신 누르고 가요!
6년 전
독자3
문체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신알신 신청하고 갑니다

6년 전
독자4
헉 윤기가 엄청 좋아하나보네요 그러니까 저렇게 당당할 수 밖에.. 앞으로도 재밌을거같아요! 신알신 누르고 갑니다 ㅎㅎ
6년 전
독자5
신알신 누르고 가요!!
점점 흥미진진할 것 같아요
혹시 암호닉 받으신다면 [월아]로 신청합니다!

6년 전
비회원138.222
재밌어요>< 잘읽고갈께용~~~~다음편도 기대기대!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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