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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중국말입니다!

 

02

 

 

"장을 봐와야 할 것 같은데..."

 

중국에, 루한의 집에 와서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한국말을 해서 그런지 민석이 한국말을 끝마치는 법이 없었다.

매번 얼버무려서 이야기하는게 일상이었다. 

 

[빨리 다녀와!! 매일 늦게 다니기만 하고.]

 

콰이콰이 라는 한 마디만 알아들은 민석이 허리를 푹 숙여 인사하고 장바구니와 돈을 챙겨 나왔다.

하긴 요즘들어 조금 늦기는 했다.

이게 다 경수를 만나서였다.

 

.

.

.

 

그날이었다.

 

"탈북..? 탈북했어..?"

 

"왔어요..."

 

민석이 감격에 겨워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손을 잡았다.

남자애는 이게 꿈인가 생신가 싶어 민석을 쳐다보았다.

 

"이름이 뭐야?"

 

"..."

 

"이름~"

 

다른 사람의 입에서 우리말이 나오는 것이 너무나도 오랜만이라 말을 잃은 남자애를 보고 민석이 활짝 웃었다.

 

"도경수..경수예요"

 

"나이는?난 열여덟"

 

"나도..나도 열여덟"

 

게다가 동갑내기 친구였다.

중국에 와 힘들게 사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신 신께서 주신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각자 이름과 나이랑 이 동네에서 산다는 것만 알고 급히 헤어졌다.

민석이 먼저 다음에 또 만나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고, 경수가 먼저 티를 냈다. 

자신만큼 힘들게 사는 것 같았다.

조금 말하면서도 시간이 가는 것이 두려운건지 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다음에 또 만나자"

 

"그..그래..갈게"

 

도망치듯 뛰어가는 경수를 보며 민석도 반대방향으로 가서 나머지 찬거리들을 사 집으로 뛰어올라갔고, 늦었다고 중국말로 타박하는 여자에게 연신 사과를 했다.

 

.

.

.

 

[차 가져와. 두잔.]

 

방으로 들어가며 여자가 말했다.

 늘 저녁에 차를 즐기는 부부라서 차 가져오라는 말은 확실하게 알아들은 민석이었다. 

민석을 데려온 날 이후로 루한은 민석에게 말을 한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민석이 녹차 두 잔을 우려 방으로 가져왔다.

 

[당신 덕분에 요즘 재벌사모님된 것 같아. 좋아요]

 

[내 덕분은 무슨.]

 

[손도 예뻐졌어. 봐봐요]

 

루한의 아내가 루한에게 양손을 내밀어 보였고, 티비를 보던 루한이 아내의 손을 슬쩍 보고 핏하고 웃으며 손을 잡았다.

식모가 봐도 예쁜 부부였다.

차를 한 잔씩 건네고 방을 나오는 민석은 씁쓸했다.

자신은 꿈꿀 수 없는 미래겠지.

안정된 수입에 일하는 아이를 두고 어여쁜 아내와 밤에 차 한잔.

아직 북을 탈출했어도 위험하고 힘든 삶을 사는 민석은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쉬는 것도 사치이다.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오고, 마당과 신발장을 청소한 뒤 자야했다.

자정이 다 되어갔다. 문득 밤이 되니 경수가 보고 싶었다.

자기들만 아는 우리나라 우리동네에 대해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싶었다.

밤일을 마친 후 늘 그렇듯 피곤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

.

.

 

"일어나세요.아침 드세요"

 

[오늘 비번이야.]

 

루한이 우물우물 말했고, 알아들을리가 없는 민석이 계속 흔들었다.

루한이 짜증났던지 팔을 확 들었고, 그 바람에 민석이 제대로 맞아 자빠졌다.

루한이 일어나서 신경질적으로 자신을 한번 가리키고 창밖을 가리키더니 손으로 X자를 그려보였다.

오늘 가지 않는다고 한 바디랭귀지에 민석이 겨우 알아들은 듯 싶었다.

 

.

.

.

 

"그래서 아직도 얼얼했다니깐~"

 

"그랬구나.."

 

"이거봐봐 잠깐사이에 긁혔어.."

 

민석이 경수를 보면서 울상을 지었고, 경수는 예의 그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안바빠?"

 

"오늘은..맞아..조금 천천히가도 돼.."

 

"나도 그래~~~"

 

민석이 웃자 경수도 피식하고 웃었다.

 

"어? 나 너 웃는거 처음봐"

 

"그런가...?"

 

민석이 고개를 돌려 경수를 봤다.

경수의 왼쪽 볼이 푸르딩딩했다.

 

"너..볼이 왜그러니?"

 

"아무것도 아니..."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데?"

 

민석이 경수의 볼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렀고, 경수가 인상을 찌뿌렸다.

 

"너도...맞아..?"

 

민석이 물었고, 경수가 멍하니 계단 밑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살려고 온 건 아니었는데...그치...?"

 

"...보고싶다."

 

"고향에..가족이 있니?"

 

"있지..."

 

"그럼 혼자...?"

 

"원했던 건 아니지만...여동생은 지뢰를 밟아 두고 왔고, 아버지는..공안에 잡혔어.."

 

"아..."

 

"어머니는...어머니는 나중에 얘기해줄테니.."

 

"그래..."

 

"너도 얘기해봐"

 

"나는...북한에서도 혼자였고...탈북해서 베이징 도착한지 3시간만에 공안에게 잡혀서 다시 북한에 가다가 트럭 창살이 부서져서 거기로 탈출했어. 근데 같은 공안한테 또 잡혔는데 그 공안이 자기 집에서 일하라고 해서..그래서 이리로 왔지."

 

"음..."

 

"잡혔을 땐 이제 죽겠구나..했는데 다행히도 탈출했더라구."

 

 

둘의 웃음이 씁쓸했다.

아직 열여덟빆에 안된 어린 친구들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고도 아직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과 미래들이 그들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수가 문득문득 내뱉은 말로는 자신들은 그나마 좋은 경우라고 정말 편하게 지내는 거란다.

민석은 피식피식 웃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얼마나 편하게 사는 것이고 루한과 그 아내가 얼마나 착한 주인들이었는지 몰랐다. . . .

 

"오늘도 나왔네?근데 나 지금 아주머니 심부름 온거라서 급하게 가야돼.얘기는 못하겠다 미안해"

 

"시덥잖은 얘기하려는게 아니야."

 

간식거리를 사러 급히 내려온 민석을 경수가 붙잡았다.

평소에도 무표정이었으나 지금은 정말 심각했다.

입술마저 부들부들 떨고있는 형상으로 보아 중요한 이야기를 할 요량이었나보다.

몇대 맞을 각오를 하고 민석은 경수가 가자는 곳으로 갔다.경수가 민석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도망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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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도망갈까요? 민석이 불쌍해요ㅠㅠ차라리 도망갔으면 하는데..루한부부가 착한 주인이라니ㅠㅠ민석이가 더 험한꼴되나봐요ㅠㅠ엉엉 얼른 행쇼나 해버려라!!
10년 전
준멘뿐♡
행쇼하려면 조금...더 기다려야 해요!!! ㅋㅋㅋ 불쌍불쌍한 민석찡..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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