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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어떡해!!"
내가 미쳤지! 진영이 황급히 복사를 취소시켰다. 복사를 9장만 한다는 것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이 떨려 99장이나 복사를 할 뻔했다. 아무리 신입이라지만 실수가 잦은 진영이 혹시 누구 본 사람이 있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넥타이 끈을 느슨하게 풀었다. 그 때 누군가 다가와 진영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우리 인원 수가 이렇게 많지 않은데."
"네, 네??"
"아흔 아홉명이면 진영씨 커피 탈 때 많이 힘들겠어요."
아, 공팀장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대학을 졸업한 후 회사에 겨우 취직한 진영에게 어린 팀장은 조금 많이 낯설었다. 더욱이 젊은 나이에 능력도 좋고 얼굴도 호감형에 모든 사람에게 매너있고 서글서글한 인상을 주는, 그야말로 '엄친아' 같은 인생을 살아왔을 찬식 앞에서는 늘 기가 죽었다. 저기 그게…. 진영의 변명이 시작될 낌새가 보이자 찬식이 됐어요. 단칼에 말을 끊었다. 공팀장은 나한테만 저래! 진영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지금 제가 뭐라고 했다고 화내시는 거 아니죠?"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팀장님."
"입술은 왜 깨물어요. 상처나면 보기 안 좋아요."
"네에…죄송합니다."
"뭐, 저한테 죄송할 건 없구요.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하나하나 잘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셨으면 좋겠다, 이런거죠."
찬식이 작게 웃어보였다. 마치 자신을 비웃는것만 같아 진영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소심한 성격에 말도 못하고, 함부로 대할 상대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복사된 종이를 챙겨들고 뒤돌아섰다.
"오늘 저녁은 드실거에요?"
이제 저녁도 못 먹게 하려나보네. 저녁도 먹지 못하고 꼼짝없이 찬식이 시키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우울해졌다. 안 그래도 입맛이 없을뿐더러 평소에 밥을 함께 먹어주던 정환이 오늘 집안사정으로 일찍 퇴근한다고 했던 것이 떠올라 고개를 저었다. 그래, 신입이 어리버리해서 일도 잘 못한다고 뒤에서 수군거리던데 오늘 어디 한 번 열심히 해보자. 진영이 제가 할 일이 더 있을까요? 묻자, 찬식이 잠시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가 푸하하, 웃었다. 비웃는 것도 아니고 정말 보는 사람마저 기분좋게 하는 웃음이라서 진영은 찬식의 얼굴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왜 이렇게 일만 하려고 해요."
"…팀장님이 자꾸 시키셨잖아요."
소심하게, 볼멘 소리로 찬식에게는 들릴 듯 말듯 내뱉은 진영의 말에 찬식이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헉, 아무리 그래도 상사한테 이건 예의가 아닌가. 하지만 정말 많이 시키긴 했는걸! 나 어제도 집에 늦게 갔는데!
"…내가 그랬나."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제가 무례했던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진영씨."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던 진영이 찬식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손목에 찬 시계를 한 번 들여다본 찬식이 진영이 복사한 종이를 한 장 꺼내 훑어본 후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같이, 저녁 먹으러 가요."
"…네??"
"일 많이 시켜서 화나신 거 같은데, 제가 밥이라도 살게요."
…아, 예상치도 못했다. 왠지 더 큰일이 난 것만 같은 기분에 진영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저, 괜찮은데…저 화 안났어요……. 대답하자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오늘은 많이 안 시킬테니까 6시 반에 정문 앞에서 기다려요. 먼저 가면 내일은 야근입니다. 웃으며 말하곤 제 갈 길을 가는 찬식의 뒷모습에 속으로 작은 욕을 중얼거리는 진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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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어, 찬아."
"…계속 느낀건데 형 어디 아파요?"
아니야, 안 아파! 지나칠 정도로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는 진영의 모습에 조금 의아해진 찬식이 걸음을 멈추고 진영의 앞에 섰다. 손을 뻗어 열이 있나 확인차 뺨을 만지려 하자 그 손을 아플 정도로 내려치는 진영의 모습에 찬식이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
"…형."
"…미안."
진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찬식이 푸스스, 웃어보이며 형 배고파요? 묻자, 흠칫 놀란 것이 눈에 다 보이는데도 진영이 거칠게 고개를 흔들었다. 찬식이 진영을 품에 꼭 안고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괜찮으니까, 못 참겠으면 먹어도 돼요. 대신 이렇게 안고. 찬식이 눈을 질끈, 감았다. 진영의 날카로운 이빨이 목을 뚫고 들어온다고 해도 참을 수 있을것만 같았다. 찬식의 허락에도 진영은 그저 가만히 있었다.
"…왜요? 갑자기 먹기 싫어요?"
"…싫어."
"……,"
"내가 너 피 먹으면, 진짜 내가 너랑 다르다는 걸 실감할 거 같아서 무섭단 말이야."
"……형, 저는……."
"그니까 그냥 이렇게 안아줘."
진영의 말에 그제서야 찬식은 웃을 수 있었다. 우리 형 힘들겠네. 찬식이 진영을 품에 안은채로 등을 토닥이자 잔뜩 굳어있던 어깨가 축, 처진다. 진영이 찬식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단내. 솔직히 찬식이 자신의 목을 거리낌없이 내주는 것을 보고 감동도 받았지만 미안하고 씁쓸한 마음이 더 컸다.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나서, 사랑하는 사람을 눈 앞에 두고도 피 냄새에 흥분을 느껴야하는건지. 오늘따라 밤공기가 더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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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
"하나만 물어봐도 돼?"
아직 외출할 시간이 남은건지, 제 어깨에 기대 눈을 붙이고 있던 그거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 말을 들어주려는 듯 보이는 그의 태도에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나를 왜 납치한거야?"
"……."
"내가 물어보면, 안 되는 거야?"
그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크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제가 왜 납치당했는지도 모르겠고, 뭘 잘못했는지도 도통 모르겠으니 답답해 죽을 지경입니다. 차라리 저를 가둬두고 돈을 요구한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해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의 태도는 마치…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럼 이름이나 가르쳐줘."
"왜? 돌아가면 신고하려구요?"
"어."
"…찬식이요. 공찬식."
제 대답에 조금 웃어보이며 대답한 그의 이름. 드디어 듣게 되었습니다. 웃는 모습이 멋진 사람입니다. 그의 표정과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보아 거짓으로 지어낸 이름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제 머리를 몇 번 쓰다듬던 그가 나지막히, 제 귀에 속삭였습니다.
"돌아가면, 진짜 내 이름으로 신고나 해줘요."
"……."
"물론 그럴 수 있으면."
묘한 그의 대답에 그냥 고개를 숙여버렸습니다. 제가 돌아갈 수 없을거라는 말일까요? 어쩐지 더 깜깜해진 미래에 눈 앞에 흐려졌습니다. 그가 제 눈을 잠깐 내려다보다가 물었습니다.
"이름이 뭐에요?"
"어?"
"제 이름만 알려주면 억울하니까."
"…정진영."
왠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혹시 제가 나중에 풀려나거나 도망쳤을 때 제 이름을 이용해서 다시 잡을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그를 속이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의 얼굴과 목소리에서 나쁜 의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제 이름을 듣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물어보는 것 같았으니까요. 제 대답에 그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소년의 목소리로 그는 제 이름을 몇 번이나 불렀습니다. 정진영, 정진영, 정진영. 정말로 마음에 든다는 듯이. 그리고 제 입술에 한 번 입을 맞추었습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수줍은 척 말을 걸까 섹~~시~~~하게 볼까~~~~~~~~~~ |
놀라지 말아요 조각이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댓글 보고 공영 조각 써놨던 거 생각나서 오늘 ㅇㅇ에 올렸던 조각이랑 합쳐서 올려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죄송해요 즉석에서 써낸 글이라 똥글......... 33333은 사실 써놓은게 더 많은데 숨기고 있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들 조각 써놓은건 더 많아서........나중에 모아서 올릴게요!!ㅋㅋㅋ기다려주시는 분들은 없..겠...지만...엉_엉 설 연휴에 방에서 공영 조각글 올리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뭔가 슬프면서도 좋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연휴 되세요!!ㅋㅋㅋㅋㅋㅋㅋ
암호닉 못 챙겨드려서 죄송해요..........조각조각 땃따따
짤은 설레는 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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