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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 유로파
episode . 9 [장기자랑준비]
10조 구성원은 그럭저럭이었다. 각 조가 6명씩이었고 10조는 나와 변백현, 김준면, 가끔 보던 동기 김종대, 구희수라고 하는 조용한 남자선배 한 명과 착해보이는 여자선배 한 명이었다. 아마 내가 10조로 오면서 남자 비율이 조금 많아진 것 같았다. 조장은 김준면이었고 엠티 장기자랑 회의로 우린 학교 앞 까페에 모여서 첫 인사를 나누는 중이었다.
“ 다들 한번씩은 본 얼굴들이고 나이도 대충 다 알지? ”
김준면이 리더쉽있게 회의를 진행하기시작했다.
“ 일단 확실히 정하자. 장기자랑 춤으로 할 지, 아니면 노래로 할 지.”
“ …… ”
“ …… ”
다들 말을 못 꺼내고 있자 김종대란 애와 변백현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시작했다. 변백현은 김종대와 친한 모양인지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내놓기 시작했고 노래는 여럿이서 하기힘드니 춤쪽으로 하자는 의견으로 기우는 것 같았다. 그리고 김종대는 변백현만큼이나 말이 많았다.
“ 그래,그럼 춤으로 하자.”
“ 형! 형! 좋은 생각났어요! ”
김종대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말하면서 손드는 건 뭔지 모르겠다. 손들고 말하는것도 아니고 말은 이미 하고 있으면서 손을 든다.
“ 응. 뭔데?”
“ 작년얘길 들어보니까 야하고 자극적일수록 호응이 쩌는 것 같더라구요.”
“ 응. 그렇긴했지. 작년에 아마 내 동기랑 신입생 한 명이 내귀에 캔디? 그거 하고 그 조 일등했을걸.”
“ 그럼 우리도 해요, 커플댄스! ”
김종대가 신이 난 듯이 미리 해왔다던 구상을 늘어놓기시작했다.
“ 일단 커플로만 밀고 나가면 조원이 별로 참여안했다고 까일수도 있으니까 다같이하는 안무 하나랑 커플 안무 하나. 이렇게 넣는거에요. 좋죠? ”
“ 음…나쁘지않은데 다들 춤 춰봤어? 종대라고 했나?”
“ 네네. 전 고등학교때 조금 춰봤었어요.”
“ 저도 춰봤어요.”
김종대는 모르겠고 변백현은 고등학교때 축제라면 환장을 하고 달려들어 항상 센터를 맡았다. 변백현을 보러 옆 여고에서 놀러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구희수 선배와 여선배는 못 추지는 않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 경수는? ”
김준면이 내게 물었고 조원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향했다.
“ 얘 잘 춰요! 쬐깐해가지고 되게 귀여워요.”
변백현이 씨익 웃으며 내 볼을 꼬집었다. 지도 쬐깐한 건 마찬가지면서.
“ 좋아. 그럼 춤으로 하자. 장기자랑 구성은 종대 말대로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어때? ”
다들 동의하자 김종대의 광대가 승천했다.
“ 단체 안무는 고등학교때 했던 거 조금씩 섞어서하면 될 것 같은데 커플 안무가…”
모두의 시선이 여선배에게 향했다.
“ …나? 아, 난 정말 못 해. 단체도 간신히 따라잡을텐데 커플댄스까진 내 몸이 조금 버겁다.”
진심이 묻어나는 여선배의 말에 우리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때 슥슥 눈치를 보던 변백현이 조용히 의견을 꺼냈다.
“ 그럼 어쩔 수 없는건가요? ”
“ 뭐가? ”
“ 여장…”
여장 얘기가 나오자 모두들 얼굴이 어두워졌다. 다들 하기싫은건 마찬가지일거다.
“ 아, 커플댄스를 해야 일등인데…”
“ 내 말이…”
변백현과 김종대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난 잠시 상황을 지켜보다가 김준면에게 말했다.
“ 그럼 제가 할게요, 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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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도. ”
“ 왜 ”
“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
치킨을 사들고 내 자취방에 온 변백현은 아예 자고 갈 모양인지 옷까지 갈아입었다.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변백현에게 건넸다.
“ 제발 하나만 물어봐.”
“ 너… 준면이형 좋아하지? ”
캔맥주를 받아든 변백현이 다 안다는듯이 날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까먹고 있었다. 변백현 눈치빠른거. 난 딱히 부정할 마음도 없었다.
“ 몰라. ”
“ 뭘 몰라야. ”
“ 말 그대로 모른다고. 좋아하는지 아닌지.”
“ 너 괜히 쑥스러우니까 그러는거지? 다 알아, 임마.”
알긴 개뿔. 난 쯧, 혀를 차며 치킨을 뒤적거려 날개를 찾았다.
“ 그래도 그렇지, 거기서 준면이형을…”
난 피식 웃었다. 내가 먼저 나서서 여장을 한다고 했을때 변백현이 내 허벅지를 툭툭 치며 제정신이냐고 물었었다. 먼저 나서는걸 싫어하는 나를 잘 아는 변백현은 내가 정신이라도 나갔는 줄 알았나보다. 그리고 김준면이 나에게 괜찮겠냐며 물었고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제가 할게요. 보니까 저 말고 딱히 여장할 사람 보이지도 않는데.'
' 그렇긴한데… '
' 그대신에, 남자역은 준면이형이 해줘요. '
그때 김준면 표정은 핸드폰에 찍어놨어야했다.
' 내,내가?'
' 헐. 대박! 형. 딱인 것 같아요. 형이 이거 하면 백프로 우리가 일등이에요! '
그리고 김종대가 부탁도 안 했는데 먼저 떠벌거리며 보태기 시작했고 김준면은 조장으로서 안 한다고 뺄 수가 없었는지 애써 웃으며 '그래,그럼'하고 동의했다.
“ 어쩌려고? ”
“ 어쩌긴 뭘 어째. 내 꺼로 만들어야지.”
“ 흠…”
변백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닭다리를 뜯었다.
“ 근데 뭐 추게? ”
“ 아직 딱히 생각한 건 없어. 니가 뽑아와봐. 최대한 야하고 끈적한거로. 너 김종대? 걔랑 친하더만. ”
“ 질투하는고야~? ”
“ 지랄떤다. ”
“ 아, 근데 괜히 준면이형한테 죄짓는 거 같아.”
“ 시끄러. 자고 갈꺼야?”
“ 엉. 어차피 내일 오후 수업 하나밖에 없으니까. 집가기도 귀찮고. 침대 넓잖아.”
“ 너까지 누우면 존나 좁거든? ”
옷장을 열고 얇은 이불을 꺼내 침대위에 올려놨다. 말을 이렇게 해도 사실 변백현이 자고가면 편한게 많다. 알아서 깨워주고 나가서 도시락도 사오고. 변백현에게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참 좋은 친구를 둔 것 같다. 한참 치킨을 먹으며 작은 TV로 영화를 보고 있을때 누군가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 응? 누구지? ”
변백현은 입가에 잔뜩 치킨기름을 묻힌 채, 벌떡 열리는 현관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난 얼른 변백현 눈치를 살폈다.
유일하게 내 자취방 비밀번호를 아는 두 인간. 하나는 변백현, 그리고 또 하나는,
“ 하이, 도경… 미친! 이게 누구야! 내 똥강아지! ”
박찬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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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episode.10 [하는 척만 해요,우리]
조회수는 참 좋은데...
한마디씩만해주고가세여...ˇ_ˇ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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