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 에그 - 사랑한대 (With Windy)
청춘의 결말 16
“...”
“...”
“...”
이곳은 집 근처에 있는 술집이다.
내 옆에는 늘 그렇듯 민현이가 앉아있다.
그리고 내 앞자리에는 몹시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는 옹성우가 있다.
새초롬한 표정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옹성우와 그의 눈치만 보고 있는 우리 둘이다.
“내가 연락 안하면 평생 안 만나려고 했냐?”
“... 아니 그게 아니고....”
“...”
성우는 섭섭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
성우는 누가 뭐래도 민현이와 내가 다시 만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우리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서 괜히 미안했다.
“닭발 콜? 우리 성우가 제일 좋아하는 고^^”
“... 내가 그런 걸로 풀릴 것 같아?”
“ㅁ...미안...”
“뼈 없는 걸로. 오늘은 너네가 다 사라.”
나는 세상에서 제일 단순한 내 친구가 참 좋다.
셋이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일 날이 올 줄 몰랐다.
그래서 난 오늘밤이 더 행복하게 느껴졌다.
“너네 언제부터 다시 사겼냐?”
“...”
“...”
“그건 모르겠는데..?”
“에라이... 재미없게.”
“기념일 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어차피 결혼할 건데.”
........
지금 이 상황을 요즘 말로 하면 갑분싸..? 라고 하나.
점점 더 일그러지는 성우의 얼굴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서 너는 언제 연애한다고?”
“... 죽고 싶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후로도 민현이와 한참을 웃었던 것 같다.
“야 근데...”
“응?”
“놀라지 말고 들어.”
헐.. 설마.....
“요즘 좀 관심이 가는 사람이 생겼어.”
“헐.”
“헐.”
“근데 말을 못 걸겠어. 쑥스러워서..”
갓 변호사가 된 성우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부끄럽다는 듯 웃는 표정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잘 되면 말해줄게.”
사실 우리가 말은 안 해서 그렇지 성우는 누가 봐도 매력이 있는 남자다.
잘생긴 외모에 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탓에 인기도 꽤 많았었다.
그럴 때마다 늘 연애는 아직 생각 없다며 튕기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진짠가 보다.
미래 성우의 여자친구 분과 함께 만나 놀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계속 우리는 술병을 깠고 꽤나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헤어졌다.
술이 약한 편은 아니지만 남자 둘과 함께 마셔서 그런지 내 주량을 넘어선 것 같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년아.”
“응?”
“나 어지러오..”
“....”
“웅? 나 어지럽다구우...”
“그러게 적당히 마시라니까... 업혀.”
평소였으면 거절을 했겠지만.. 그냥 업혔다.
가만히 있어도 실실 웃음이 나왔다.
나 진짜 취했구나...
“근데 있짜나.. 술은 잘못이 없어..... 알아찌?”
“알았어알았어. 얼른 집에 가자.”
여기까지가 내 기억인 것 같다.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고 민현이는 곁에 없었다.
때 마침 울리는 벨소리에 놀라 핸드폰을 봤더니 민현이었다.
“ 유리야 일어났어?”
“...응.”
“가게 인테리어 때문에 오늘은 먼저 일찍 나왔어.”
“응... 현아 미안..”
“푸흡... 알면 됐어. 콩나물국 끓여놨으니까 꼭 먹고 가.”
“웅..”
민현이가 끓여준 콩나물국을 맛있게 먹고 얼른 작업실로 갔다.
일하랴 공모 준비하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
현생에 치인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래도 이번 글을 쓰면서는 힘들다는 생각 보다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이번에 내가 쓰고 있는 글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당당히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나와 같이 힘들었을, 그리고 현재 힘든 청춘들에게 힘이 되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
11시가 넘어서야 목표했던 분량을 다 쓰고 그때서야 집에 갈 수 있었다.
가게 오픈 준비로 피곤했을 민현이에게 오늘은 데리러 오지 말라고 했다.
괜히 민현이를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혼자 버스를 타고 가는 길도 나쁘지 않았다.
민현이와 함께 집에 오는 동안 그냥 지나쳤던 창밖의 가게들과 거리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봤다.
예쁜 간판이나 분위기의 가게들을 보며 민현이와 나중에 꼭 한 번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왔어? 피곤하지.”
정말 말도 못할 만큼 피곤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민현이의 품에 안기면 더 꼭 끌어안아 주는 민현이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겨우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억지로 씻긴 했지만 씻고 나니 피곤이 가시는 기분이었다.
“너무 야해 성유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상하지마 이 변태야.”
“자기야.”
우웩.
하루종일 장난칠 궁리만 하고 있나.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깔끔히 무시하고 대충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있었는데
“내가 머리 말려줄게.”
어색한 손길로 이리저리 머리를 말려주는 네가 너무 좋았다.
이렇게 하는 게 맞냐며 조심스레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는 네가, 그리고 거울에 비친 내 눈을 마주치는 네가 너무 좋았다.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다.
이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 옆에 눕는 네 모습에 또 웃음이 났다.
가만히 민현이 품 속에 누워있었다.
“유리야.”
“응?”
“너 어제 기억나?”
“... 나 취했을 때?”
“응.”
“사실 잘 안 나... 내가 뭐 실수했어?”
“푸흡... 아니. 또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거.”
갑자기 불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뭔데 그게..?”
“.. 비밀이야. 나중에 말해줄게.”
“뭐야 싱겁게.. 근데 현아. 너한테서 내 바디워시 냄새나.”
“너도 변태야? 냄새를 왜 맡아.”
“어허.. 그건 냄새가 아니라 향기라고 하는 거야.”
“그런 거야?ㅋㅋㅋ 우리 같은 향기 나겠다 이제.”
오늘도 역시 하루의 끝은 너였다.
지친 하루의 마지막에 네가 있어 행복하다.
이제 너는 나에게 가장 힘이 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 남자의 시점)
오랜만에 만난 성우 때문인지 신나서 방방 뛰는 유리가 너무 귀여웠다.
조금 과하게 마신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이렇게 취할 줄은 몰랐다.
내 등에 업혀 헛소리만 하는 유리 때문에 계속 웃음이 나왔다.
이 모습마저도 사랑스럽다면 정말 나는 미친 게 맞겠지.
“ㅅ라으.,..해..”
“뭐라고?”
“... 사랑해 미녀나..!”
유리가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한 건 처음이었다.
취한 너는 이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냥 너무 좋았다.
“뭐라고?”
너무나도 잘 알아 들었지만 또 듣고 싶었다.
“사랑한다구 항미년!!!!!!!!”
내가 더 많이 사랑해.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볼 때마다 가슴 벅찰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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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고갈이 돼서ㅠㅠ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렸네요. 오늘은 우리 옹도 등장했습니다ㅎㅎ 넘 귀엽죠! 성우의 러브스토리가 공개된 이유는.. 나중에 단편으로 찾아오기 위한 아주 약간의 스포..? 라고 생각해주세요! 민현여주 커플 16화도 달다구리하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흐흐.. 늘 많은 관심과 댓글 감사합니다 정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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