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꼬, 유주(여자친구) - 우연히 봄
귀여운 김재환
“진짜 너무해 성유리”
“... 삐졌어?”
“아니이.. 안 삐졌어.”
누가 봐도 거짓말이다.
입은 또 얼마나 튀어나왔는지.
정말 귀여워 죽겠다.
나에게는 귀여운 남자친구가 있다.
이름은 김재환, 21살 동갑이다.
재환이와 사귄지는 3년 정도 됐다.
“진짜 그냥 김재환이라고 저장돼있어?”
“...”
“정말 그냥 이름 석 자? 김.재.환?”
“아니이...... 미안해..”
그러니까 지금 김재환이 삐진 이유를 설명하자면 대충 이렇다.
내 핸드폰에 자기의 이름이 저장된 걸 보고 이러는 거다.
나는 원래 모든 사람을 이름 세 자로만 저장해두는 편이다.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저장해놨던 건데 너는 그게 꽤나 섭섭했나 보다.
풀이 잔뜩 죽은 모습을 보니 괜히 미안했다.
쪽-
튀어나오다 못해 곧 추락할 듯한 재환이의 잔망스러운 입술에 뽀뽀를 했다.
늘 그렇듯 김재환은 얼굴이 빨개졌다.
곧 나에게 부끄럽다고 투정을 부리겠지..
“야.. 성유리... 갑자기 하면 어떡해..”
역시나.
내 남자친구는 너무 귀엽다.
“그래서 싫어?”
“... 아니.”
“근데 재환아.”
"응?"
“나는 핸드폰에 네 이름이 뜨는 게 너무 좋아.”
“...”
“네 이름 볼 때마다 설레.”
입꼬리가 또 한없이 올라가는 사랑둥이 김재환이다.
재환이와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났다.
우리의 첫 만남이 영화처럼 운명적이었던 건 아니다.
처음에 우리는 그냥 친구였다.
서로를 괴롭히면서 희열을 느끼는 그런 사이.
언제부터 재환이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잘 모르겠다.
매일 밤 같이 하교를 하면서 나를 집에 데려다주던 때였을까.
아니면 엄마와 싸운 뒤 울고 있던 나를 다정히 달래주던 그때부터였을까.
고등학생 때도 재환이는 지금처럼 꽤나 순수하고 웃음이 많았다.
언젠가부터는 그 웃음이 예뻐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김재환 특유의 맑음이 나의 어두운 마음 한 편까지도 밝혀주는 느낌이 들었다.
“김재환.”
“응?”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당황한 듯한 너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도 재환이의 귀는 터질 만큼 빨갰던 것 같다.
“.. 뭐야.... 내가 하려고 했는데..”
“그런 게 어딨어. 그냥 아무나 하면 되지.”
“으아 성유리진 짜.. 선수쳤어!”
재환이는 울상을 지으며 머리칼을 여러 번 쓸어내렸다.
“대답은 안 해줄 거야?”
“아니아니아니아니 완전 좋아.”
열여덟의 내 남자친구는 지금처럼, 아니 그보다 더 사랑스러웠다.
우리의 연애의 시작은 조금은 우스꽝스러웠지만 그것마저도 나는 너무 좋았다.
“성유리.”
“어? 수업은 어쩌고?”
수업 시작 직전 내 옆자리에 불쑥 앉는 김재환이다.
“교수님 세미나 가셔서 오늘 휴강이래. 대박이지.”
좋다고 헐레벌떡 달려왔을 재환이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계속 나왔다.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가지. 왜 왔어.”
“너랑 같이 먹어야지. 나 친구 없잖아!”
...
김재환 친구들이 못 들은 게 다행인 것 같다.
이 상황을 봤다면 친구도 팔아먹은 나쁜놈이라고..
그렇게 말할 것만 같다.
재환이와 나는 운 좋게도 같은 학교에 오게 됐다.
같은 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수업을 마치면 항상 같은 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너, 아침마다 내가 좋아하는 초코우유만 가득 사오는 너.
그냥 모든 게 좋다.
그리고 언제나 한결같은 너는 더 좋다.
지겨운 내 전공 수업을 도강해준 재환이 덕분에 오늘도 점심을 같이 먹게 됐다.
배고파 죽겠다며 오랜만에 학식을 먹자는 너다.
치즈 돈까스 2개, 우리의 학식 단골 메뉴다.
학식은 치돈이 최고다.
둘 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아무 말 없이 먹기만 했다.
잘도 늘어나는 치즈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열심히 먹었다.
“어? 안녕하세요 오빠ㅎㅎ”
... 누구지?
“어..! 안녕. 밥 먹으러 왔어?”
“네! 오빠 저희 밥 언제 사주실 거예요?”
... 참 나.....
“나중에 사줄게.”
허...
어이가 없어서..
“네. 다음에 꼭 사주셔야 해요ㅎㅎㅎ”
“.. 누구야?”
“아 우리 과 신입생들이야. 풋풋하지.”
이게 바로 그건가..
여자들만 아는 여우 뭐 그런 거?
일부러 나 힐끔힐끔 보면서 말하는 거 다 봤는데.
여우같은 기지배들..
“... 너는 한 08학번 쯤 되나봐?”
“웅..? 왜 그래....”
“...”
재환이는 반듯한 외모에 성격도 좋아서 인기가 꽤 많은 편이다.
그럴 때마다 뿌듯하기도 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여기저기 웃어주는 김재환이 너무 미웠다.
“딸기빙수 먹으러 갈까..?”
“... 아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딸기빙수로 넘어가겠다 이거지..?
넘어가나 봐라.
“달다구리한 딸기가 막 섞여있을텐데?”
“...”
“마지막에 연유 뿌려서 먹으면?”
“... 가자.”
결국 나는 오늘도 김재환에게, 아니 딸기빙수에게 졌다.
나를 너무 잘 알아서 짜증난다.
돈까스는 언제 먹었냐는 듯 열심히 빙수를 또 퍼먹었다.
사르르 녹는 딸기 맛에 감탄을 하다가도 문득 아까 식당에서의 일이 기억났다.
짜증나 김재환...
“야.”
“..? 야?”
“그래. 야. 너 왜 아무한테나 막 웃어주냐?”
“...”
“예쁜 애들이 말 걸어주니까 좋았어?”
이게 아닌데...
왜 웃지.
“귀여워.”
“뭐가. 걔네가?”
“뭐래. 네가 귀엽다고.”
“... 장난치냐? 나 농담 아니야.”
“알아. 그래서 좋다.”
“...”
“이제 아무한테나 그렇게 안 웃을게. 약속해.”
겁나 말은 잘해 김재환..
그렇게 우리의 다툼은 또 시시하게 끝이 났다.
“이제 집에 가자!”
3년 전의 그때처럼 너와 함께 집에 가는 길은 언제나 좋다.
버스에서 내려 익숙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우리가 살던, 그리고 지금도 살고 있는 동네의 풍경들이 우리를 스친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너를 이렇게 사랑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먼 훗날 나의 마음속에도 김재환이라는 사람은 아주 큰 부분일 것이다.
늘 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함께하는 매일은 언제나 새롭다.
그냥 아무 말 없이 재환이의 품에 안겼다.
재환이의 익숙한 향기가 내 마음 속으로 밀려온다.
그 향기가 좋아서, 그리고 나를 꼬옥 다시 안아주는 네가 좋아서.
한참을 그렇게 안겨있었다.
오늘도 너와 함께여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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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분 안녕하세요ㅎㅎㅎ 자꾸 새 글만 데리고 오네요... 민현군 글 말고는 처음이라 떨립니닷. 도서관 로맨스를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좋아해주셔서ㅜㅜ 예상치도 못한 반응 정말 감사합니다..)( 신알신도 많이 눌러주셨더라고요ㅎㅎ 봄이 와서 그런지 이런 달다구리한 소재 밖에는 생각이 안 나서 오늘은 귀여운 남자친구 재환이 소환...! 재밌게 읽으셨나요?! 사실 이 글은 쓰면서도 그냥 엎어야 하나 고민을 엄청 많이 했어요 흐규.. 독자님들이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요ㅜ_ㅜ 청춘의 결말도 한 2-3회 정도는 더 쓸 거고 도서관 로맨스도 많은 분들이 원해주셔서 뒷 편 쓸 예정이에요! 시험이 이제 2주도 안 남아서ㅠㅠ 약 2주 정도는 못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청춘의 결말, 도서관 로맨스 말고도 그동안 재밌고 설레는 소재 많이많이 생각해서 시험 끝나고 왕창 쓸게요.... 시험.. 하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네요ㅋㅋㅋ 혹시 글로 읽고 싶으신 소재/멤버 있으면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댓글 쓰고 포인트 받아가세요 독자님들!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넘나 감사합니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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