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 금요일에 만나요
김家네
김민석/33/선진그룹 사장
어렸을 때부터 틀에 박혀서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살아왔던 그였다. 하라는 대로 공부하고, 하라는 대로 대학을 졸업해서, 아버지의 바람대로 회사에 들어와 아버지가 준 직책으로 일했다. 그는 그게 싫지 않았다. 집도 부자고,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도 갈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가 있고, 만족하지 못할만큼의 조건은 제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동생들과 달리 한 번의 반항도 없었다. 첫째면 첫째답게 행동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좌우명삼아 살아왔던 그에게 신입 메이드가 들어왔다. 원래 일하던 메이드가 다치는 바람에 단기알바로 구한 건데, 이상하게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제 곁에서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목적은 일하러 들어온 건데도 불구하고 힘든 일을 시키면 제가 더 열이 뻗쳤고, 제가 아닌 다른 사람과 붙어있으면 생전 안 하던 질투까지 느껴졌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자꾸 집착하게 되고, 제가 회사에 가있는 동안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죽겠고, 한 시도 떨어지면 안될 것만 같다. ㅇㅇ이 해주면 모든 다 좋다. 아저씨 소리도 좋고, 타박도 좋고, 잔소리도 좋다. 그래서 하루빨리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안절부절할 바엔 내 손에 쥐고 놓아주지 않는 게 훨씬 낫겠다 싶었다. 저 해맑은 목소리도, 예쁜 얼굴도, 사랑스러운 몸짓도, 다 제 거여야만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김민석 거.
김종인/30/前 태권도 국가대표
종인이 태권도를 시작한 건 제 몸을 지키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남을 지키기 위해서도 아닌 반항의 수단이었다. 지겹도록 들은 회사에 들어오라는 아버지의 말에 진저리가 난 종인의 최후의 방법이었다. 어쩌다보니 태권도였고, 어쩌다보니 국가대표가 됐다. 별 이유도 없었고, 별 생각도 없었는데, 메이드가 들어온 이후로 모든 게 달라졌다. 별 거 아닌 신입메이드였다가 순식간에 제 마음속으로 스며들 듯 들어왔다. 저 작고 하얀 손을 놔주고 싶지 않았고, 점점 마음이 깊어질수록 ㅇㅇ을 더 원하게 됐고, 그러면 그럴수록 더 가지고 싶어졌다. 헤어졌던 여자친구를 다시 잡는 것처럼 ㅇㅇ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애절해졌다. 부상으로 그만둔 태권도 국가대표라고 하면 저를 대단하게 보는 ㅇㅇ을 보면 괜스레 뿌듯해지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회사도 무심코 내뱉은 ㅇㅇ의 말 한 마디 때문에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ㅇㅇ으로 인해 저도 느낄 정도로 점점 변해가는 모습이 두려워졌는지 안 좋아하는 척 괜히 ㅇㅇ에게 툴툴대고, ㅇㅇ앞에서는 유치해져만 가고 숙맥처럼 옷깃만 스쳐도 가슴이 고장난 것처럼 쿵쾅댄다. 제가 일을 시켜놓고선 ㅇㅇ이 힘들어하면 혼자 자책하고, ㅇㅇ이 다른 남자와 붙어있으면 말보다 행동으로 대처하며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ㅇㅇ을 애써 무시했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했는데, ㅇㅇ이 자꾸만 좋아진다. 아닌 척 하려고 했는데, 걷잡을 수 없이 마음이 커져버린다.
김준면/28/선진그룹 팀장
민석처럼 잘나지도 못했고, 종인처럼 반항 한 번 못하고, 종대처럼 응석받이할 나이도 아니라 저는 항상 중간이라고 생각해왔었다. 그래서 대학졸업 후, 답답한 한국생활에 도피처로 유학을 택한다. 낯선 외국 땅에서 있기를 4년, 이젠 제발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아버지의 말에 여지껏 한 번도 포근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처음 왔던 외국땅만큼 낯설게 변한 집에 웬 낯선 손님이 와있다. 유학이 뭐라고 준면을 우러러보는 이상한 메이드인데, 준면보다 한참이나 어리면서 유학을 갔다와서도 의기소침해있는 저의 어깨를 두드려줄만큼 마음이 따뜻하고, 따지고보면 고용주인 준면에게 제 할 말 딱딱 내뱉을만큼 건방지다. 평소 제 성격이었으면 자르고도 남았을텐데 ㅇㅇ에게는 그러지 못한다. 무엇 때문인지 유리다루듯 항상 조심하게 된다. ㅇㅇ이 떠난다는 생각만 하면 초조해지고, 처음부터 단기알바로 구한 형이 원망스럽고, 좀 더 일찍 귀국하지 못한 저도 미워진다. 제 성격처럼 혼자 전전긍긍해하다 생애 처음으로 제 마음을 고백하고 대답없는 ㅇㅇ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친구처럼 행세하기 시작한다. 대놓고 질투하고, 대놓고 스킨쉽하고, 대놓고 좋아한다, 사랑한다 속삭인다. ㅇㅇ이 저에게 아무 감정 없는 걸 알면서도 매달린다. 아니까 더 매달린다. 자꾸 이러면 한 번이라도 돌아봐주지 않을까, 한 번이라도 제게 사랑을 말해주지 않을까, 준면은 그렇게 ㅇㅇ을 사랑하고 있었다.
김종대/24/대학생
아주 어릴 때부터 저보다 형들을 더 중요시했던 부모님 때문에 애정결핍이 생겼다. 하지만 자랄수록 그대로인 부모님에 비례로 애정결핍이 심해졌다. 그래서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ㅇㅇ에게 더 아이처럼 매달리고, 메이드라는 핑계로 더 자주 찾아부른다. 급하게 불러놓고 저와 놀아달라고 떼쓰고, 일하고 있는 ㅇㅇ에게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 종대를 오빠임에도 마냥 귀여워해주는 ㅇㅇ때문에 종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하다. 제 생일을 함께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아무도 관심없었던 제 과제를 도와줄 사람이 생겼다. ㅇㅇ과 더 있고 싶어서 여태껏 손댄 적 없던 시간표를 조정하고, 집에 있기 싫어서 꽉 채웠던 시간표에 공강을 만들어내고, 바쁜 형들과 달리 한가한 대학생인 게 처음으로 감사했다. 아침을 같이 먹고, 다른 메이드들이 말려도 굳이 청소까지 함께 하는 종대는 그런 ㅇㅇ을 뺏기고 싶지 않았다. 옛날부터 외로워서 제 몸 지키기 급급했던 종대가 ㅇㅇ으로 인해 화도 내고, 웃기도 하며 어느 새 남을 위로해줄 줄도 알았다. ㅇㅇ과 함께 못 다자란 마음이 커가며 종대도 ㅇㅇ에게 다른 사람 앞에선 내놓은 적 없던 제 노래를 불러주고, 아무도 몰랐던 제 비밀을 털어놓고, 누가 들을세라 고백을 속삭이기도 한다. ㅇㅇ에게 의지해서 제 모든 걸 줄 수 있을 것만 같이 행동하는 종대는 점점 더 ㅇㅇ이 아무도 몰랐던 비밀을 털어놓은 밤처럼 소중해진다. 소중해진만큼, 더 좋아진다.
경호원들
루한/25/GUARD 소속 경호원
사생아라는 꼬리표는 제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끈질기게 붙어 떨어지지 않는 꼬리표는 어린 루한에게 눈치보는 법을 가르쳤고, 항상 주눅들게 만들었다. 아버지에게 버리듯 저를 내팽겨치고 떠난 엄마의 얼굴을 본 건 언제였는지 생각도 안 나고, 아버지와의 추억도 그닥 많지는 않았다. 유일하게 위로받는 건 제게 먼저 다가와준 크리스였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크리스가 조금씩 키우고 있던 경호업체에 제일 먼저 들어간다. 아는 동생이라고 봐주지 않는 강도 높은 훈련이 계속 돼도 여태 살아왔던 지옥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경호원이 돼서도 별 생각 없었는데 선진그룹의 파티에 배치받은 이후로 말이 달라졌다. 그렇게 주목받을 정도의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캄캄해서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ㅇㅇ은 예뻤다. 제가 눈을 못 뗼만큼, 본 목적을 잊고 다가갈만큼. 항상 크리스가 강조하던 정신 바짝차리고 긴장을 늦추지 말라던 경고는 뒷전이고 ㅇㅇ과 함께 있기 바빴다. 뒤늦게 제가 경호원이 된 이유가, 계속 해야할 이유가 생긴 남을 지켜야하는 경호원치고 무심한 성격이었던 그가 닭살돋는 짓을 하기 시작하고, 성실했던 그가 ㅇㅇ때문에 한 잦은 무단이탈로 크리스에게 혼나도 딸바보 아빠처럼 그저 웃기만 한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의 ㅇㅇ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챙겨주고 싶고, 힘든 메이드 일을 그만두게 하고 제 옆자리에 머물게 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라도 제 것으로 만들고 싶다.
타오/26/GUARD 소속 경호원
적성에 안 맞았던 일을 과감하게 그만두고 크리스 밑으로 들어가 경호 일을 시작했다. 계획했던 일도 아니고, 그저 돈은 벌어야해서 경호일을 택한 그의 무덤덤했던 마음에 동요가 일었다. 일을 하면서 동기부여가 되고, 혼자 앞서서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여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가볍게 시작했던 ㅇㅇ을 향한 마음이 깊어져갈수록 그는 ㅇㅇ이 제 옆에 있었으면 했다. 오다가다 만나는 사이말고, 일 적으로 만나는 것 말고, 여자 대 남자로 만났으면 했다. 그래서 혼자 상상했던 미래를 이뤘으면 했고, ㅇㅇ도 저를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는 게 바빠서 뒤늦게 찾아온 첫사랑은 생각보다 파장이 컸다. 시도때도 없이 떠올리게 하질 않나, 자꾸만 안고 싶어지게 만든다. 제 어깨에 기대 잠든 ㅇㅇ의 입술을 훔친 봄날에도, 더워하는 ㅇㅇ에게 그늘을 만들어줘 ㅇㅇ의 웃음을 본 여름날에도, 쌀쌀한 날씨에 제 품에 파고든 ㅇㅇ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가을날에도, 너무 추워서 서로의 손을 꼭 붙든 겨울날에도 그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며칠이 지나도, 몇 달이 지나도, 몇 년이 지나도 아마 그대로일 것이다. 하늘과 땅이 갈라져도 제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다. 그 말마따나 아지라이 흩어지는 기억들처럼 여전히 ㅇㅇ에게 머물러 있을 거라고 ㅇㅇ에게 약속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하는 연인처럼 애틋하게 말했다. 널 떠나지 않겠다고, 계속 좋아하겠다고.
크리스/29/GUARD 사장
조폭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잇고 싶지 않아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모든 걸 청산하고 경호업체를 차린다. 말보다는 눈빛으로 일대를 정리하고, 점점 규모가 커지는 GUARD는 커지는 규모만큼 맡은 일도 더 커졌다.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다 받는 GUARD는 선진그룹을 맡은 이후로 달라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GUARD의 사장인 크리스가. 정신없는 선진그룹 파티장에서 더 정신없는 입구에서 일일이 초대장을 확인하며 사람들을 들여보내는데 초대장도 없이 들어가려는 여자를 잡아 세우자 자신이 이 집 메이드라며 발끈했다. 그 집 장남이라는 남자가 저를 째려보며 여자를 데려갈 때까지 크리스는 정신없는 장소때문인지 바람에 흩날리는 여자가 남기고 간 향기때문인지 어지러웠다. 그 때부터 여자는 어지럽게 제 눈에 아른거렸다. 경호를 하면서도 사람들 틈속에서 여자가 보이는 것 같고, 지나가는 사람마저 다 여자로 보인다. 상사병처럼 앓아대던 크리스와 그를 앓게 했던 ㅇㅇ이 다시 재회했던 날, 크리스는 내리는 벚꽃처럼 여자를 품에 안았다. 내리는 벚꽃처럼 달큰했던 여자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연인처럼 저를 애타게 했다. 제게 없던 감정을 만들어내고, 표출하게도 하고, 안 하던 말까지 하게 만드는 여자를 지켜주고 싶었다. 아버지에게 도망치듯 한 경호일이었는데, 이제는 경호의 본래의 목적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었다. 누구도 아닌 사랑하는 여자 덕분에.
레이/23/GUARD 소속 경호원
격식을 차린다 어쩐다 하면서 입는 정장도, 정장엔 빠질 수 없는 넥타이를 매는 것도 다 불편했지만 그래도 경호원이 되고 싶었다. 막연하게 했던 생각이 아니라 죄책감 때문이었다. 혼혈인 제게 유일하게 다가와줬던 한국 친구가 성적 비관으로 자살해 죽고, 매일 밤 꿈을 꿨다. 저를 자책하는 게 대부분인 꿈 때문에 상담도 받고, 나쁜 생각까지 하다가 우연히 경호원에 대해 알게 된다.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마음이 남을 지켜야된다는 사명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경호업체 중에 단연 탑이라 불리우는 GUARD에 신입으로 들어가고, 어느 정도 훈련을 거친 후에 맡게 된 일이 선진그룹 일이었다. 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며 걱정하던 그의 생각을 멍하게 바꾼 건 넓고 호화로운 선진그룹 집에서 만난 여자였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작은 몸으로 돌아다니는 여자를 눈으로 집요하게 쫓으며 제 마음도 어느 새 여자를 쫓아다녔다. 처음으로 좋아한 여자이니만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처음봤으면서 그가 제일 싫어했던 남자들처럼 치근덕댔다.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순수한데, 좋아하면 할수록 자꾸 안고싶고 뽀뽀하고 싶은 마음은 그러지 못하다. 저를 변태로 모는 여자에 기분이 나쁠법도 한데 그마저도 좋다는 듯 해맑게 웃는 그에게 ㅇㅇ은 죄책감에 어두웠던 날의 빛이었다. 빛처럼 눈부셨고, 예뻤다. 그만큼 좋았다. ㅇㅇ이, 좋았다.
경쟁그룹
도경수/29/MODERN TIMES 사장
대한민국 최고 규모의 잡지회사 MODERN TIMES에는 한 가지 철칙이 있다. 도경수 사장실 근처에도 가지 말고, 관심조차 갖지 말라. 이런 이유때문에 200여명 넘는 직원 중 사장의 얼굴을 제대로 본 직원은 몇 안된다. 그래도 사장이랍시고 일은 똑부러지게 잘 하는데 그 흔한 회식에도 얼굴 한 번 비춘적 없고, 높은 간부들과의 회의에서도 부드러운 표정은 볼 수 없다. 사장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도 미동 한 번 없던 경수는 겁도 없이 제 사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메이드에게 흔들린다. 회사의 철칙이 있는지도 모르는 메이드는 책상에 제가 부탁받은 일만 던져놓고 사라졌다. 아직 정신을 채 차리기도 전에 이미 몸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 가지고 싶은 건 꼭 가져야하는 성격의 경수는 어떻게든 그 메이드를 제 소유욕 안에 가두려 한다. 그래서 ㅇㅇ에게 불쑥 찾아가고, ㅇㅇ이 회사라도 오는 날엔 로비로 달려나가기까지 했다. 스킨쉽 싫어하고, 결벽증까지 있지만 ㅇㅇ만 보면 물고 빨고 놔주지 않는다. 그렇게 냉정하기만 했던 도경수 사장이 ㅇㅇ이 화가 나면 안절부절 못하고, ㅇㅇ을 위해서라면 안 하던 애교도 부린다. 회사에 관련된 스케줄만 짜던 사람이 ㅇㅇ과 데이트할 생각에 아무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런 사장님의 모습이 나쁘지 않았던 직원들은 모른 체 했다. 사장님의 없던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도, 일 하기 싫다며 징징대는 모습도, 사내연애 금지인 회사에서 ㅇㅇ과 데이트 하는 모습도.
변백현/30/JEANS 사장
우리나라 최초로 외국 수출을 가능케 한 옷 브랜드 사장인 백현은 제 나이답지 않게 동안이고, 제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똑똑했다.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사람을 살갑게 대하지 못하고, 입에 발린 말을 할 줄 몰라서 말을 직설적으로 내뱉는다. 몇 안됐던 여자친구가 생겨도 오글거리는 말도 잘 못해서 차인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매사 서툴다. ㅇㅇ에게 대하는 것도 서툴고, ㅇㅇ에게 전하는 진심도 서툴다. 그랬던 그가 ㅇㅇ을 생각하면서 선물을 사고, 절대 난 안 그럴 거라고 그랬던 기념일을 챙기고, 그저 쉬는 날이었던 크리스마스에 의미를 둔다.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ㅇㅇ의 손을 잡고, ㅇㅇ을 안아보고, ㅇㅇ에게 입을 맞추며 백현은 ㅇㅇ이 점점 좋아졌다. ㅇㅇ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을만큼의 돈이 있어서 감사하고, 아무 의미 없었던 ㅇㅇ과 같이 있을 수 있는 집이 있어서 감사했다. 혼자 쓸쓸하게 있었던 회사도 ㅇㅇ과 같이 있어서 따뜻해졌다.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이 더 이상 생각 안날만큼 백현은 행복했다. 행복해서, 그래서 ㅇㅇ과 계속 있고 싶었다. 누구의 도움없이 자란 어린 시절을 보상받고 싶었는지, 잠깐 머물렀던 고아원의 캄캄한 공간 속 저를 잊고 싶었는지 백현은 ㅇㅇ에게 기댔다. 그저 옷이 좋았던 어린 시절의 백현처럼, 지금은 그저 ㅇㅇ이 좋다.
오세훈/25/IN HEAVEN 사장
ㅇㅇ이 회사로 찾아올 땐 그 날의 회사분위기는 180도 변한다. 어린 나이에 팀장 자리를 꿰차고, 회사를 꽉 쥐고 있는 오세훈 팀장의 영향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냉정하기만 했던 오세훈 팀장이 봄처럼 환해지는 날은 ㅇㅇ을 만났을 때뿐이다. ㅇㅇ이 회사로 찾아와 팀장실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낸 날에는 보고서를 못 썼다고 갈굼 당하는 일도 없고, 어깨 위에 있는 건 머리가 아니라 장식용이냐며 직원들 다 있는 앞에서 쪽팔리게 깨지는 날도 없다. 회사식당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점심을 안 먹던 세훈이 ㅇㅇ을 위해서 회사식당으로 직접 데려가고, 그의 비서에게도 예외없었던 질타도 ㅇㅇ앞에서는 삼가한다. 그만큼 세훈에게 ㅇㅇ은 큰 존재였고, 세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큰 주식회사를 일궈낸 것치고는 일을 하면서도 제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주저않고 일곱살 난 아이처럼 막무가내였던 세훈을 타이르고 바꾼 건 ㅇㅇ이었고, 제멋대로인 세훈때문에 곤란해하는 비서를 해결해주는 것도 ㅇㅇ이었다. 유일하게 세훈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ㅇㅇ임을 남들뿐만 아니라 세훈 본인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게 핑계였는지도 모른다. 그걸 핑계삼아 안 봐도 됐을 ㅇㅇ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그걸 빌미삼아 한 번 더 입을 맞추고, 그걸 변명삼아 사랑한다는 소리를 말하고, 들었다. 그렇게라도 듣고 싶었다. 세훈이 생각하는 ㅇㅇ의 예쁜 입에서 나오는 사랑한다는 소리를.
박찬열/31/찬준건설 사장
젠틀하고, 직원들 생각 많이 해주고, 배려깊은 박찬열 사장에겐 그가 이중인격이라는 소문이 있다. 실수한 직원을 앞에선 잘 격려해줘놓고 뒤에선 그만두라고 압박을 줬다는 이야기는 이미 직원들이 한 번쯤은 다 들어봤을 얘기였다. 그럼에도 찬양하는 여직원들과, 그럼에도 아무 말 못하는 남직원사이에서 기세등등한 찬열을 바꾼 건 이야기 속 직원도 아니고, 그의 아버지도, 누구도 아닌 무려 경쟁그룹의 메이드였다. 싸가지없는 찬열이 제일 싫어하는 구질구질한 메이드일뿐인데 한 번 만난 이후로 제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고 저를 괴롭힌다. 그 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가 없고, 완벽주의자였던 찬열이 실수하게 되고, 결국 아버지에게 불려가 아이처럼 혼나기까지 한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ㅇㅇ을 불러 정신 나간 소리를 해본다. 그 이후로 허파에 바람 찬 것처럼 실실 웃어대는 찬열은 확신했다. 제가 저 애를 좋아하는 거라고. 그리고 이중인격에 이제는 나사 하나 빠진 사람이라고 회사 내에서 화제로 떠올랐던 찬열이 변해갔다. 절대 외부인 출입이 안 된다던 찬열이 제일 먼저 그 규칙을 어기고, 정시퇴근을 준수해야된다던 찬열이 ㅇㅇ과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위해 제 비서를 떠밀듯 퇴근시켰다. 비싼 선물 부담스러워 하는 ㅇㅇ을 위해 직접 밖을 발로 걸어다니며 적당한 선물을 찾을 줄도 안다. 변해가만 가는 찬열이 직원들은 그저 무섭지만 본인은 그저 좋다. 보고있어도 보고싶은 ㅇㅇ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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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앙용하세여... 그동안 잘 지내셨죠?ㅠㅠㅠㅠㅠ 전 죽는 줄 알았어요......^^ 개학 첫 날부터 야ㅋ자ㅋ 하남비를 기다리고 계실 예쁜 독자님도 계시겠지만 끄적여놨던 거 한 번 올려봐요! 이런 거 쓰신 작가님은 없는 것 같아서 올려봤는데 있으면 빛삭..........ㅎㅎㅎ.... 불맠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을 거예요 제목 너무 오글거렼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메이드......ㅋ.. 오글거리지만 그래도 잘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하남비도 곧 들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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