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X 정기고 - 썸 (Feat. 릴보이 Of 긱스)
아까 까맸던 방은 창문에 커튼을 쳐놔서 몰랐는데 이런 방에서 보니 햇살이 참 따스하다. 방 전체가 다 하얘서 신기해하며 여기 저기 두리번거리다 주인없는 방에서 이러는 건 아닌 것 같아 방문을 닫고 나오자 복도 맞은편에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누구세요?"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내 쪽으로 걸어오며 아직도 방문고리를 잡고 있는 내 손을 보고있는 남자를 보자 아차싶었다. 그냥 대충 훑어보고 나올 걸 그랬나보다.
"아 저..."
"오늘 새로 온 메이드야?"
"네. 죄송해요. 빨리 나갈게요."
최대한 굽신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남자 옆을 지나가려던 찰나에 남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잡았다.
"잠깐만. 이리와봐."
가려던 몸을 틀어 남자를 바라보자 잔뜩 기대하는 눈초리로 내게 말하며 나를 바라봤지만 아까 일 때문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내게 남자가 말했다.
"아무것도 안 해."
자기를 믿으라는 눈빛으로 내가 다가갈 때까지 쳐다볼 것 같아서 슬금슬금 곁으로 다가가자 그걸론 만족하지 못했는지 제가 더 다가왔다.
"이름이 뭐야?"
"ㅇㅇㅇ이요."
"몇 살이야?"
"21살이에요. 근데..."
"왜 그래?"
"제가 지금 집 살펴보던 중이라...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남자의 다정한 눈빛에 어쩔 줄 몰라하며 빨리 이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우물쭈물 말을 꺼내자 갑자기 남자의 표정이 환해졌다.
"나랑 같이 가자! 나 심심해. 할일도 없어. 그리고 내가 우리 가족 중에서 우리 집 제일 잘 알아."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자기 집인데 누가 자기 집을 모를까싶지만 의욕 가즉한 얼굴이 나를 흔들었다. 하는 수 없이 남자를 따라가려하자 신난 목소리로 먹던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버리더니 내게 말한다.
"나는 김종대. 스물 넷이야."
"아, 안녕하세요."
"너 나이도 애기같은데 냄새도 애기냄새 나."
제 소개를 하는 남자에게 무어라 대꾸해줄지 마땅하지 않아 어색한 인사를 건네자 뜬금없는 말과 함께 별안간 나를 끌어안았다. 하... 내가 장난감도 아니고 왜 자꾸 끌어안고 난리.....
"이제 맨날맨날 나랑 놀아주면 안 돼?"
"네?"
"나 심심해..."
나보고 어쩌라는 거...; 멀뚱멀뚱 눈만 깜빡이는 나를 보며 기분좋은 아이처럼 웃은 도련님이 내 볼을 쥐었다.
"오늘 내가 같이 돌아다녀줄테니까 놀아주면 안 돼? 나랑 놀자."
"......"
"응? 제발..."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구는 도련님때문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자 내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대고 내 눈을 쳐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아까 네가 나왔던 방은 내 방이고, 그 옆은 종인이 형 방이야."
"그 죄다 까만 방이요?"
"벌써 갔다왔어? 종인이 형 안 마주쳤지? 형 되게 까칠해서 마주치면 좋은 소리 듣지는 못할 거야."
나를 데리고 방에서 나와 차근차근 일러주는 도련님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멈칫했다. 이미 마주쳐서 진한 키스까지 하고 왔다는 말은 삼키고 그저 열심히 설명하는 도련님의 말에 맞춰 맞장구를 쳐주자 복도의 끝, 2층 난간에 서서 방을 하나하나 손 끝으로 가리킨다.
"저 방은 우리 엄마아빠방인데 둘 다 잘 안 들어와.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방은 우리 엄마아빠 옷 방. 저 두 개는 안 들어가는 게 좋아. 엄마가 싫어하거든."
"그렇구나."
아까 봤던 이모의 말과 똑같이 말하는 도련님의 손가락이 거실을 지나쳐 맞은 편 방으로 옮겨갔다.
"저긴 준면이 형 방. 지금은 유학가서 없는데 오늘 온댔어. 그리고 우리 뒤에 있는 방은 민석이 형 방."
"도련님들이 많네요. 다들 나이가 어떻게 돼요?"
"민석이 형은 서른 셋, 종인이 형은 서른, 준면이 형은 스물 여덟. 나는 아까도 말했듯이 스물 넷."
"우와. 다들 의외로 나이가 많네요."
"그래도 우리 형들 다 동안이야."
그건 이미 아까 첫째 도련님을 보고 깨달은 사실이었다. 레알 낫닝겐. 어떻게 그 얼굴이 서른 셋일 수가.
"집은 이렇게 넓어도 아까 내가 말해준 방말고는 진짜 쓰는 방은 별로 없어. 거의 다 창고나 아무것도 없는 게 대부분이야."
"감사했어요."
"이제 어디가?"
"음... 청소하러 가야하지 않을까요."
"그럼 일 없을 때 나랑 꼭 놀아야 돼. 약속어기면 뽀뽀할 거야!"
궁금한 눈빛으로 내게 묻는 도련님에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이제 이모를 찾아봐야겠다 싶어서 살짝 웃음지으며 대답하자 잠시 멍했던 도련님이 해맑은 얼굴로 돌아와 어마무시한 말을 남겨놓고 복도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나를 부르는 이모의 목소리에 1층으로 내려가자 손걸레를 쥐어주신다.
"오늘은 준면 도련님 귀국 날이니까 방 청소 좀 해요, 주기적으로 하고 있긴 한데 그래도 먼지가 쌓여있을 수 있으니까."
"네."
"도련님 방은 저기예요."
뭐야, 시급받는 것치곤 일이 너무 쉬운데?ㅎㅎ 그냥 청소돼있는 방 또 청소하는 거잖아? 쉽게 쉽게 생각하며 이모가 알려줬지만 이미 알고있는 방문을 패기있게 열자 햇빛탓에 밝은 방 안이 한 눈에 들어왔다. 깔끔하기보다 허한 느낌의 방 안을 둘러보다 대부분이 경영에 대한 책으로 가득한 책장을 손가락으로 한 번 슥 쓸자 굳이 청소하지 않아도 될만큼 깨끗하다. 들고 있는 걸레가 무색해질만큼 먼지 하나 없는 방이라 괜히 내가 청소 했다가 더러워질까봐 태평하게 침대에 앉아있자 푹신한 침대탓인지 따스한 날씨탓인지 잠이 쏟아진다. 청소하는 시늉이라도 해야하는데 자꾸만 나른해진다. 강의 들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나는 영원히 잠을 이기지 못하나봐.......... 그래도 잠 자는 건 좋......... ㅇ...... ㅏ.........
* * *
얼마나 잤을까, 눈을 뜨고 싶지 않은 마음에 침대에 몸을 더 파묻다 문득 내가 이불까지 덮고 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아함에도 이불의 따뜻함에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 있다가 청소를 제쳐두고 잠을 잔 내가 떠올라 벌떡 몸을 일으키자 시야 바깥쪽으로 누군가 앉아있는 게 보였다.
"잘 잤어?"
고개를 돌리자 어버버하게 있는 나완 달리 온화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고 내 옆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남자가 보였다. 설마 준면이라고 오늘 귀국하시는 도련님...??ㅎㅎ.. 첫날부터 잘리게 생겼네ㅋㅋ... 알바가 도련님 침대에 자고 있다니.. 나란 년.... 내게서 눈을 떼지 않는 도련님은 잊은 채 한참을 나레기거리며 자책하고 있었을까, 그런 나를 이상하게 여긴 도련님이 제 얼굴을 내게 들이댔다.
"어디 아파? 열은 없는데..."
내 이마에 손을 얹어보는 도련님이 물어본 잘 잤냐는 말도 비꼰 것 같지는 않았는데 알바가 이러는데도 마냥 봐주는 거 보면 분명 마음씨가 태평양일 거다.
"아, 아니에요. 안 아파요."
"그럼 다행이고. 이제 안 잘 거야? 계속 있어도 되는데, 내가 같이 누워서 재워줄까?"
"네?!"
"농담이야. 새로 온 메이드야?"
"네."
"나는 김준면. 스물여덟."
"저는 ㅇㅇㅇ, 스물하나예요."
부자들은 농담하는 스케일도 다른지 기겁하는 내게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어준 남자가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더 이상 침대위에 있을 수 없어 어정쩡하게 일어나있자 남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당장이라도 도망갈 것처럼 그래? 내가 싫어?"
"아, 아니... 그냥 제가 잠들어버려서..."
시계를 보니 그렇게 많이 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잘못 한 건 잘못한 거였다. 이모가 보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괜찮아."
"그래도..."
"아까 자는 거 예뻤는데, 다시 와봐."
괜히 잠들었다 싶기도 하면서 낯간지러운 말을 내게 내뱉는 남자에게 주춤거리며 다가가자 내 팔을 확 잡아끌어 제 무릎에 앉혔다.
"ㄱ, 그냥 옆에 앉아도 되는데..."
"싫어. 안 놔줄 거야."
아이처럼 내 허리를 끌어안고 내 품 속에 파고드는 도련님의 고른 숨소리만이 방 안에 울렸다.
"도련님. 저녁 드시게 내려오세요."
노크소리에 뒤이어 급작스레 들리는 이모의 목소리에 급하게 일어나 걸레를 손에 쥐고 청소하는척 하자 도련님이 큭큭 웃어댔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도련님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던 이모가 다시 한 번 도련님에게 말한 뒤 방문을 닫고 주방으로 향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러니까 우리 꼭 비밀연애하는 것 같다."
혹시 그 모습을 볼까 긴장해서 한숨을 내쉬는 나와 반면에 저런 태평한 소리나 하고 있는 도련님을 보자 순간 열이 뻗쳤지만 다행히도 이성을 되찾은 내가 방에서 나가려하자 여유롭게 침대에 앉아있던 도련님이 나를 가로막았다.
"벌써 가게?"
"도련님도 저녁 드셔야하잖아요."
"아, 맞다. 그럼 같이 가면 되겠다. 그치?"
끝끝내 나와 함께 방을 나서는 도련님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고개를 주억거려주고 쓰지도 않은 걸레지만 빨긴 빨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나와 헤어지기 아쉽다는 듯 주방으로 향하는 준면도련님을 등지고 화장실을 찾아 가려는데 등 뒤에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나 기다린다면서."
"어? 언제 오셨..."
"마중나온다 그래놓고 김준면이랑 같이 방에서 나오고."
"아- 제가 청소하느라 들어갔...었는...데..."
"너 미워."
내 말을 끊고 칭얼대는 도련님에게 당당히 대답하다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는 눈빛에 눈치를 살피며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자 내게 다가와 내 손을 잡아당겼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
"퇴근까지 일찍 했는데."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리는 도련님을 어떻게 달래줘야하나 고민하다가 혹시나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일단 도련님을 떼어놓으려 하자 날 안은 손으로 내 허리를 꾹 쥔다.
"자꾸 이럴래?"
"......"
숨소리도 다 들릴 가까운 거리에서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도련님때문에 눈만 굴리고 있는데 누군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뭐하는 거야."
본능적으로 뒤돌아보려는 내 얼굴을 잡고 제 얼굴을 마주보게 한 도련님이 누군지 모를 내 뒤너머 남자에게 쏘아붙였다.
"보면 몰라? 연애 중이잖아."
"뭐?"
갑작스러운 도련님의 말에 나도 놀랐지만 뒤의 남자도 놀란 듯 만만치 않게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의 남자가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급기야 내 손목을 잡아채 날 돌려세웠다.
"신경 꺼."
몸이 돌려지자 보이는 준면 도련님이 날 잡아끌어 제 뒤에 숨기려는데 다시 민석 도련님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내 손목을 잡아챘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고 인소에 나올법한 장면같지만 두 사람 사이에 튀는 스파크가 그 따위 생각은 모조리 잊게 했다. 두 사람에게 잡혀있는 손목을 빼내려고 하면 할수록 더 세게 쥐는 탓에 내 멘탈도 날아갈 것만 같았다. 왜 손목은 두 개인 거야....ㅠㅠ
"무슨 일이죠?"
"ㄴ,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주방에 계시다 거실에서 나는 소리에 무슨 일이냐 묻는 이모가 보시기 전에 잡혀있는 손목을 급하게 빼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서있자 의심쩍은 얼굴로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시는 이모였다. 하..... 이모가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는 탓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한숨을 내쉬자 둘 중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내게 다가왔다.
"넌 가서 밥이나 먹어."
"싫어. 그리고 얘 내 거거든?"
이게 어딜봐서 스물여덟과 서른 셋의 대화.........? Aㅏ..... 유치의 극을 달리는 두 사람을 내버려두고 성큼성큼 거실을 벗어나자 서로를 노려보고 있느라 나를 보지 못한 두 사람이 뒤늦게 나를 불렀지만 그마저도 무시하고 이모에게로 향했다.
"무슨 일 있었어요?"
"별 일 아니에요. 이제 저 뭐하면 돼요?"
"오늘은 첫 날이기도 하고, 집도 갔다와야하니까 지금 퇴근해요. 내일 7시까지 와야한다는 거 잊지 말구요."
"네."
"옷은 아까 갈아입었던데 가면 있을 거예요."
"네. 안녕히 계세요."
착실하게 고개까지 숙이고 나온 후에 이모의 말대로 아까 있었던 방으로 향하자 아침에 입고 왔던 옷이 가지런히 걸려있었다. 그래도 헤어진 마당에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입고 갔던 쉬폰 원피스가 하늘거렸다. 갑갑했던 메이드복에서 내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니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방에서 나와 집에 가려는데 어디를 가신 건지 아까까지만 해도 거실에 있었던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또 잡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언제 온 건지 종인 도련님이 나와 함께 집 밖으로 나왔다. 어느 새 옆에 서있는 종인 도련님을 올려다보는 나를 무심히 쳐다보며 집 옆에 마련돼있는 주차장에 대고 차키를 누르더니 내 손을 잡고선 입을 연다.
"태워다줄게. 가자."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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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썼지만 너무 오글거려.......... 오글거려도 좋져....??ㅎㅎ 그렇다고 말해요.. 하남비는 내일 3p로 찾아옵니다!
그리고 맨날 쓰는 걸 까먹는데 암호닉은 항상 받아요! 그럼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