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램(GLAM) - Give It 2 U
1. 월요일 - 도경수
"경수야!"
"그러다 넘어져. 천천히 와도 돼."
"너 얼른 보고싶어서."
"말은 잘해."
"그래서 싫어?"
"아니."
"경수야."
"응?"
"또 월요일이 돌아왔어."
"나는 너 있으니까 월요일도 괜찮은데. 넌 안 그래?"
"... ..."
"안 그래?!"
"아니. 밀당 좀 해봤어."
"사람을 들었다놨다하는데 뭐 있지?"
"히히. 그래서 나 싫어?"
"아니. 예뻐죽겠다."
같이 학교로 향하는 길. 월요병에 허우적거려도 그 곳에서 구해줄 경수가 있어서 월요일 아침은 퍽 활기차다.
"우리 같은 반이기까지 하면 참 좋은데."
"매일 붙어다니게?"
"응."
"선생님이 일부러 우릴 떼어놓으신 게 분명해."
고등학생 생활 전부를 경수와 보낸 게 과언이 아닐정도로 경수와 내가 사귀는 건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까지도 모두 알고 있다. 이럴 땐 착한 경수도 나 때문인지 변해버린다.
"그래도 이렇게 아침에 걷는 것도 난 좋아."
"말도 예쁘게 해."
"우리 좀 있음 3주년이야. 시간 되게 빠르다. 그치?"
"너랑 있어서 그런가봐."
고개를 돌려 살풋 웃는 경수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수많은 시간동안 아무 탈도 없이 잘 사귀었다면 거짓말이다. 싸우기도 엄청 싸웠고, 홧김에 헤어지자는 말을 했어도 우린 잘 이겨내었다. 대부분이 경수가 날 잘 타일러준 덕분이지만.
"이것 봐. 벌써 학교 도착했어."
"그러게. 아직 시간 좀 있으니까 운동장 걸을래?"
"응. 좋다!"
경수와 사귀면서 느낀 건, 연인사이에 서로를 믿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거였다. 항상 징징대고 철없이 굴고 하고싶은대로 다 했던 내 손을 잡아준 경수덕에 우린 지금까지 나란히 서있다.
"비왔나봐. 운동장이 젖었어."
"언제부터 온 거지... 어젠 빗소리 못 들었는데."
"오늘 끝나서도 비오면 어떡해?"
"내 가방에 우산 있어. 같이 쓰고가자."
"오, 경수 짱!"
이렇게 항상 완벽해보이는 경수도, 그렇지 않은 경수도 별로 상관없다. 그런 모습에 실망하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그런 것에 시간낭비해봤자 돌아오는 건 없다.
"오, 도경수 ㅇㅇㅇ."
"아침부터 눈꼴 시렵게. 교실이나 들어가!"
"아- 부럽다 부러워."
친구들의 질투어린 부러움에 괜히 뿌듯해지는 건 그와 내가 붙잡고 있는 손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서, 경수가 더 좋아진다.
"이제 들어가자. 종 치겠다."
"응. 잘 가."
"그게 끝?"
"왜?"
장난치는 그에게 미간을 좁히자 그가 짓궃은 웃음을 입가에 걸치고 이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ㅇㅇㅇ."
"응?"
"사랑해."
2. 화요일 - 김종대
"ㅇㅇ아."
"왜."
"나랑 놀자."
"안 돼. 이거 마저 풀고."
"아아아아ㅏㅏ아아 놀아줘. 놀아줘."
"징징대지 말고. 기다려. 이 문제만 풀고."
"나보다 문제가 더 중요해? 그런 거야? 응?"
어찌보면 남녀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 같지만 김종대의 징징거림은 거의 일상이다. 이거 내 소듕한 학원 숙제인데... 하.... 오늘도 역시나 김종대 때문에. 결국 집 가서 열라 해야겠군.
"뭐하고 놀 건데."
"딱히 놀 게 필요한가? 나는 지금 이렇게 있는 것도 좋아."
"사실 나도 그래."
활짝 웃어보이는 나를 잠시 멍하니 쳐다보던 그가 이내 예쁘게도 웃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웃음이다.
"나른해."
"나한테 기대."
창가가 바로 옆이라 봄바랑이 솔솔 들어오니 그에게 기댈맛난다.
"예뻐죽겠네."
"누구? 나?"
"응. 너. ㅇㅇㅇ."
"그런 말 갑자기 하지마."
"왜? 부끄러워서?"
"당연하지."
"얼굴이 좀 빨개진 것 같은데?"
"아니거든?"
"귀엽긴."
"근데 다음 교시 뭐야?"
"...수학. 아, 꼭 잘 나가다 저래!"
"종대야."
"ㅇ, 어?"
다정하게 제 이름이 불려지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자주 불러줄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종대."
"어?"
아직도 멍한 정신을 다시 깨워주니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지 웃으며 대답한다. 자기가 더 귀여우면서.
"우리 수학공부 열심히 하자."
"........싫은데.."
"나랑 같이 하면 괜찮아. 내가 알려줄게. 알겠지?"
"알겠어....."
그래도 징징대면서도 내가 하고싶다고 하면 불평없이 같이 해주는 종대밖에 없다. 애같아도 의지하게 되는 이유같다.
"종쳤다. 책 피자."
"피자나 먹었으면 좋겠다......."
"씁."
"할 거거든?"
"좋다. 종대랑 같이 공부하니까."
"넌 맨날 하면서."
"너랑 하니까 좋은 거야. 어, 쌤 들어오신다. 이제 쉿."
아직 내게 불만이 남았는지 볼이 잔뜩 부풀어있다. 하여튼 아직 애라니까.
"ㅇㅇ아."
진짜 애도 아니고, 집중을 못해. 수업시간엔 말 시키지 말라니까. 나를 작게 부르며 어깨를 톡톡 치는 통에 옆을 돌아보자 볼을 찌른다. 아 정말 언제적 장난이야. 놓쳐버린 문제 풀이에 짜증을 내려할 때, 그의 웃음이 봄바람에 녹아들며 그가 입모양으로 말했다.
'사랑해.'
3. 수요일 - 변백현
"배켠아!"
"왔어?"
"오늘 잡채 나왔더라. 완-전 배불러."
"맛있었겠다."
"뭐야. 너 또 점심 안 먹었어?"
"ㅇ, 아니..."
"이 웬수야! 내가 점심 꼭 챙겨먹으랬지."
"노래하다보니ㄲ..."
"노래고 나발이고 네 몸부터 챙기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어디가?"
"매점 가야할 거 아니야."
"같이 가."
"뭐가 웃겨. 웃지마. 안 먹고 석식까지 어떻게 버티려고."
"나 사줄 거야? 뭐 먹지?"
"너 일부러 점심 안 먹었지."
"아닌데?"
슬슬 입꼬리가 승천하려는 거 보니 나랑 매점가려고 일부러 안 먹은 게 분명하다. 어휴. 자기 여자친구 속 타는 것도 모르고.
"자기는 왜 안 먹어?"
"나는 밥 먹었잖아."
"에이, 그래도 먹어!"
"네가 사줄 거냐?"
"아니."
"그럼 들고 있는 빵이나 열심히 드세요. 멍뭉아."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왜. 싫어? 내가 부르는 건데?"
"아니. 예뻐죽겠어."
"그래서 말인데... 나 한 입만."
"그 소리 왜 안 나오나 했다."
"보니까 먹고 싶네?"
말은 그렇게 해도 많이 먹으라는 듯 빵봉지를 더 벗겨주는 백현이의 빵을 한 입 베어물자 우유가 없다는 게 생각이 났다.
"우유가 없다. 내가 지금 가서 사올게."
"됐어."
"목 막히잖아."
"너 있잖아."
"내가 우유냐?"
"나한텐 너만 있으면 뭐든 다 돼."
어느 새 다 먹은 빵 봉지를 버리더니 내 손을 잡고 일어난다. 남자라 그런가 겁나 빨리 먹네.
"여기 교실로 가는 방향 아닌데?"
"알아. 음악실 갈 거야."
"왜?"
"비밀."
음악실에 뭐 놓고 왔나?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마냥 신나서 그의 손을 잡고 졸졸 따라가자 기타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웬 기타?"
"여기 앉아봐. 네가 사준 빵 먹은 값 하는 거야."
어리둥절하게 서있는 나를 끌어당겨 의자에 앉힌 그를 멀뚱멀뚱 쳐다보자 헛기침을 두어번하더니 말한다.
"안되겠다. 눈 감아봐."
눈도 감고 고분고분 말을 듣자 곧 기타소리에 어우러진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밥도 먹었겠다, 빵도 먹었겠다. 따뜻한 날에 멍뭉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몸이 늘어진다. 의자 등받이에 완전히 기대 그 목소리를 다 담아내고 있자니 노래가 어느 새 끝나버렸다.
"눈 뜨지마."
"왜?"
"눈 뜨지말고 들어."
"응."
"ㅇㅇㅇ."
"... ..."
"사랑해."
4. 목요일 - 김민석
"고마워."
남들과 다르게 월요일보다 목요일을 더 힘들어하는 내 특이한 성격 탓에 민석이만 고생이다. 축 처진 내 기분을 맞춰주다 지칠법도 한데 언제 매점에 갔는지 책상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한 가득이다.
"비가 와서 더 그런 가봐."
그의 손을 잡으며 기대 말하자 내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어제 또 늦게 잤지? 오늘부터라도 일찍 자."
"그게 잘 안 돼. 민석이 네 생각하느라."
"하여간 예쁜 소리만 하지."
"말만 예뻐?"
"너도 예뻐. 예뻐죽겠어."
"헤헤."
"좋아?"
"너 있어서 더."
"내가 사왔으니까 저거 다 먹어야한다?"
"응. 당연하지."
"좀 있음 종 치겠다."
"아아- 더 우울해질 것 같아."
"빨리 내가 사온 것 먹고 우울 걷어내."
"알겠어. 뭐 먹지? 새콜달콤?"
"나도 줘."
새콤달콤 하나를 까서 그의 입에 넣어주는 척 넣었다 뺐다 장난하다 내 입으로 넣어버리자 삐진 듯 입을 비죽인다.
"삐졌어?"
"아니."
"이제 진짜 까줄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또 그의 입에 넣었다 뺐다 장난하니 이번엔 진짜로 삐진 눈치다. 큭큭대며 웃다 그의 팔에 매달리자 내 애교에 안 넘어가려는 듯 팔을 뺀다.
"진짜 삐졌어? 미안해-"
"됐어. 내가 까먹을 거야."
"그럼 나 까줘."
달래도 소용없을 것 같아 내게 장난칠 기회를 주자 좋아하며 새콤달콤을 까기 시작한다. 내 입에 들어가랑말랑 애태우는 새콤달콤을 살짝 물어 빼내려고 했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그의 손가락을 물어버렸다.
"자국났어."
"나 살짝 깨물었는데?"
"아파."
"미안해-"
"완전 아파."
그답지 않게 계속 걸고 넘어지는 약간은 이상한 그의 행동에 진짜 다쳤나싶어 그의 손을 살피는데 자국은커녕 그저 살짝 붉어진 것뿐이다.
"죽을래? 놀랐잖아."
"놀랐어?"
얼굴을 가까이 대며 묻는 그를 보자 괜히 심통이 나 이번에는 내가 삐졌다.
"진짜로 자국난 줄 알았잖아."
놀란 마음에 살짝 울먹이며 대답하자 그가 웃으며 내 의자를 잡고 제 쪽으로 당긴다.
"깜짝아!"
"울지마, ㅇㅇㅇ."
"ㄴ, 내가 언제 울었다고..."
"사랑해."
5. 금요일 - 김종인
"종이나-"
[어디야.]
"우디 종이니 나 어딨는지 궁그매여?"
[궁금해. 어디야.]
"음.... 여기 ㅁㅁ숭집!"
[거기서 꼼짝말고 가만히 기다려. 내가 갈테니까. 알겠지?]
"...응. 빨리와아-"
친구와 한 잔 두 잔 먹다보니 술에 너무 취해 내 주사로 꼭 나오는 전화 한 번씩 돌리기의 첫 타자는 언제나 내 남자친구 종인이다. 항상 이런 패턴에 지칠법도 한데 종인이는 군말않고 내게 달려온다. 원래는 종인이와 끊고도 전화번호부 순서대로 전화를 해봐야하는데 오늘따라 주량을 초과해서인지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주사도 마음대로 못 부리겠다.
"우디... 종이니 온다구 했눈데.... 자면 앙대는데...."
"ㅇㅇㅇ."
"종이니 목소리다!"
숨에 차올라 헐떡이면서도 내 이름을 부르는 종인이는 나를 잡고 제 등에 나를 업힌다.
"종이니 진짜 왔나봥. 종이니 냄새나!"
"그래. 나 왔다."
쌀쌀한 가을날씨에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비벼대자 그가 간지러운 듯 괜히 자세를 고쳐잡는다.
"종이나."
"왜?"
"바람이 불어서 날아갈 것 만 같아."
"그랬어? 근데 지금 충분히 무거우니까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이씨.... 나 하나도 안 무겁거든!"
그의 장난스러운 말에 풀린 눈으로 그의 어깨에 머리를 박으려던 걸 힘이 없어서 머리를 가누지 못해 졸지에 그의 목에 뽀뽀해버렸다.
"엥? 이게 아닌데....?"
"......ㅇㅇㅇ."
"으응?"
"넌 오늘 죽었어. 잠 다 깨게 해줄게."
불안함이 엄습하는 가운데 그가 내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너 가벼워. 예뻐죽겠어."
"그치! 나 가벼워... 가볍단 말이... 야..."
그의 목에 감겨있던 손에 힘이 점점 풀리며 잠에 들려는 찰나,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ㅇㅇ아."
"......응...?"
느릿느릿한 대답을 기다려준 그는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랑해."
6. 토요일 - 오세훈
"너 미워."
"잘못했어."
"됐어."
오랜만의 술자리니까 제발 보내달라며 나를 살살 구슬리길래 정말 술 먹은지 꽤 된 것 같아 보내줬더니 연락두절이 되버렸다. 내가 그러라고 보내준 줄 아나. 11시 이후로 연락두절이었다가, 새벽 3시에 전화해선 제 목소리대신 시끄러운 거리 소리만 들려주더니 또 연락두절이었다가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우리 집으로 찾아와 비는 중이다.
"자기야아-"
"연락두절이 뭐냐, 어?"
"미안해요."
"내가 걱정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진짜 진짜 미안해- 그렇게 시간이 지났을 줄 몰랐어."
"됐어, 됐어."
"아아- 자기야. 진짜 내가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응? 응응?"
그렇게 애교부린다고 내가 눈 하나 깜짝할 것 같...
"또 한 번 그래봐."
"진짜 다신 안 그럴게!"
깜짝하네. 그래도 어떡해. 귀여운데.
"피곤하다, 피곤해."
"미안해 자기야."
"이제 그만해도 돼."
"으아- 그럼 좀 누워야겠다."
침대로 다이빙하듯 눕는 그를 보며 나도 침대맡에 걸터앉았다.
"잠 와?"
"응. 자기한테 사과를 너무 열심히 했더니."
"그러게 사과할 짓을 하래?"
툴툴대면서도 그의 팔에 살며시 눕자 그가 나른해진 몸짓으로 날 끌어안는다.
"너무 신나서 그랬어. 자기 냄새 좋다."
"웃지마. 나 아직 몽땅 다 풀린 거 아니니까."
"알고 있어."
눈을 감으며 웅얼거리는 그의 입이 자꾸 신경쓰여 나도 모르게 뽀뽀해버렸다. 나도 내가 먼저 뽀뽀했다는 사실에 놀라있는데 그는 미동도 없다. 다행히 잠들었나싶어 놀라 일으켰던 몸을 다시 뉘이는데 그가 날 잡아당겼다.
"ㅇ, 안 잤어?"
"잠이 오겠어? 누가 자꾸 뽀뽀해대는데?"
"그건 그냥 나도 모르게...."
"괜찮아. 예뻐죽겠으니까."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그래도 예쁘다니 뭐, 기분은 좋네.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막지못하고 웃어대자 이번엔 그가 뽀뽀한다. 무거운 눈꺼풀을 다시 감는 걸 보니 진짜 잘 모양이다.
"자?"
눈 감은 그의 모습에 나도 잠이 와 그의 품에 더 파고들었다.
"아직 안 자. 근데 네 냄새 맡으니까 더 졸려졌어."
"그럼 자."
"이따가."
"응? 왜?"
"아직 못한 게 있어서."
"뭔데?"
설마 이상한 장난치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잠 다 깨게 괴롭혀줄 거라고 굳은 다짐으로 그를 올려다보니 그가 잠 잘 자는 아기처럼 살짝 미소짓더니 말한다.
"사랑해."
7. 일요일 - 김준면
"오빠-. 오빠?"
"어, 잠깐만!"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게 오빠네집에서 데이트하기로 한 날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오빠 집을 보고싶어 오빠 집도 볼 겸 데이트도 할 겸 겸사겸사 왔는데 오빠가 신발장을 급하게 정리하는 소리가 들린다. 귀엽게.
"많이 기다렸어?"
"아니."
그가 열어주는 문 안으로 들어와 현관부터 둘러보자 집이 좋아보인다. 우리 오빠 잘 사나봐.
"오빠."
"응?"
"청소한 거 완전 티나."
"그런 건 속으로만 생각해."
그렇게 안 생겨가지고. 완전 귀여워. 그게 오빠 매력이긴 하지만. 점심을 만드는 그를 뒤로하고 집을 찬찬히 둘러봤다. 전체적으로 집이 좋긴 한데 인테리어가 너무 삭막하다. 내가 화분이라도 사줘야지.
"내가 뭐 도와줘?"
"아니야. 다 됐으니까 식탁에 앉아있어."
"점심이 뭔데?"
"콩국수."
"아싸. 맛있겠다. 안 그래도 더웠는데."
"너 싫어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다."
"근데 어쩌나. 완전 좋아하는데."
식탁으로 쪼르르 달려가 내 집처럼 수저마저 놔버리고 얼른 먹고 싶다는 눈빛을 가득 보내자 콩국수를 놓아준 오빠가 유치한 질문을 해온다.
"콩국수가 좋아, 내가 좋아?"
"음......"
"그게 고민할 거리야?"
"당연히 오빠지!"
"좀만 늦었어도 콩국수 안 줄 뻔했어."
"잘 먹겠습니다!"
장난스럽게 내 코 끝을 톡톡치던 오빠가 내 말에 졌다는 듯 맞은편에 앉았다.
"어떘어?"
"맛있었어. 완-전."
"다행이다."
"여러모로 고생했어."
"그래서 좀 피곤해."
그래도 웃어보이는 오빠에게 설거지는 내가 하겠다고 하자 나중에 자기가 해도 된다며 나를 말린다. 진짜 해주고 싶은데. 하도 말리니 어쩔 수 없이 쇼파에 앉자 그릇들을 대충 물에만 담궈놨는지 금방 나를 뒤쫓아 앉는다. 긴장했던 몸이 풀리는지 내 무릎을 베고 누워버린다. 역시 홈데이트는 무리였나. 오빠에게 미안해져 화분얘기나 할까싶어서 오빠를 불렀다.
"오빠."
"응?"
"내가 화분사줄까?"
"왜?"
"오빠 집은... 음... 뭐랄까, 너무 심플하달까?"
"그래. 네가 해주면 나야 뭐든 좋지."
"그럼 어디다 놓을까?"
대답없는 그 대신 그의 집 구석구석을 눈으로 살피며 화분 놓을 마땅한 곳을 찾아보는데 갑자기 그가 잘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근데 오빠 잘 키울 수 있..."
눈을 감고 있을 줄 알았던 그가 눈을 뜨고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느껴지는 당황스러움에 눈만 갈 곳을 잃었는데 그런 나를 보던 오빠가 가볍게 웃었다.
"귀엽긴. 네가 여기 들어와 살면 되지."
"응?"
"네가 나랑 같이 살면서 화분키워줘."
이게 프러포즈인가. 잠시 헷갈려하다 멋쩍게 대답했다.
"나도 잘 못 키워."
"괜찮아. 예뻐죽겠어."
"갑자기."
부끄러움에 헛웃음을 흘리며 다시 화분을 어디다 놓으면 좋을지 둘러보려는데, 오빠가 내 볼을 잡아당겨 뽀뽀했다. 뜬끔없는 뽀뽀에 정신을 못 차리는데, 뜬금없는 사랑고백이 이어졌다.
"사랑해."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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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신 분 없죠...?
제가 썼지만 진짜; ㅗㅗ커플ㅗㅗ;;;;;
여러분 앙용? 시험망치고 돌아온 작가예요ㅋ.. 수상한 메이드랑 는 주말쯤 올 거고, 하남비는 그 후에나 오지 않을까싶네요ㅠㅠ
이번 건 그냥 옛날에 써뒀던 거 풀어봐요! 골라보는 재미의 엑소? 하지만 oh글ㄱㅓㄹiㄴㄷr....☆★
쉬는 동안 더 손곶아되는 바람에 안 설레시면 작가를 탓하세요ㅠㅠㅠㅠ 흡흐급ㅎㄱ... 그리고 보고싶었어요 글을 안 써서 금단현상 오는 줄.....^^
그럼 주말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