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연애 중
1학기 기말고사가 끝이 났다.
교문 앞에 있겠다는 김재환의 문자에, 나는 종례가 끝나자마자 바로 교문으로 향한다. 김재환은 나를 보자마자 내 어깨를 감싸 안고 고생했다며 토닥여준다.
맛있는 것도 먹고, 카페에 하루 종일 앉아 얘기도 했다. 놀다 보니 시간이 늦어 집 앞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김재환이었다. 아무도 없는 거리를 말없이 걷다가, 나는 김재환을 조용히 불렀다. 재환아.
"응?"
"우리 헤어질까."
김재환은 내 말에 당황한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사실 나 같아도 그럴 것이다, 어이가 없겠지. 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었고, 싸운 것도 아닌데. 갑자기 헤어지자니.
나는 김재환을 쳐다볼 자신이 없어 바닥만 응시했다. 잠시 후에, 김재환은 조심스럽게 내 두 손을 잡고 허리를 굽혀 내 눈높이를 맞춘다.
"무슨 일 있어?"
"..."
"...아, 말하기 곤란하면 안 해도 되는데."
"..."
"근데, 그러니까. 음, 어..."
나는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하고 울어버린다. 김재환은 내가 울기 시작하자 더욱 당황한 듯 안절부절못한다. 굽혔던 허리를 펴고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오는 김재환이다.
한 손으로는 내 머리를 쓰다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등을 토닥이는 손길이 너무 다정해서. 김재환에게 더 미안해진다.
울음을 그친 뒤에도 바닥만 응시하는 내가 답답할 법도 한데, 김재환은 가만히 나를 기다려준다. 나는 숨을 뱉어내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김재환의 눈을 마주했다.
자신이 더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김재환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예쁘게 웃어 보인다.
"네가 말한 거, 어떤 이유인지 다 알아. 지금이 우리한테 제일 중요한 시기인 것도 맞고."
"..."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 항상 네가 우선인 거 알지, 너 스스로도."
"...응."
"잘 선택한 거야. 자책하지 말고, 울지 말고."
"..."
"...나 좋아하지?"
"...응, 많이."
"나도. 너 많이 좋아해."
집 앞에 도착하고, 김재환에게 인사를 하고 들어가려 했다. 김재환은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고, 뒤를 돌아보았더니 환하게 웃고 있는 김재환이 보인다.
"한 번만 더 안아보자."
나는 웃으며 그대로 김재환의 품에 안긴다. 김재환은 내 등을 토닥이며 나를 더 꽉 안아온다.
"열심히 하고, 힘든 일 있으면 말해. 혼자 삭히지 말고."
"응. 진짜, 고마워 재환아."
"우리 헤어지는 거 아니고, 잠깐 서로 일에 집중하는 거 맞지."
"...응, 안 헤어져. 미안해, 섣불리 그런 말해서..."
"미안할 것도 많다. 괜찮아."
"..."
"우리 조금만 더 고생하고, 다 끝나면 그때 편하게 보자."
"응."
나는 조금의 틈도 남지 않도록, 김재환을 꼭 끌어안았다.
5년째 연애 중
핸드폰을 정지시켰다. 김재환은 복도에서 한두 번 -우연히- 마주치는 것 빼고는, 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서로의 일에 집중을 했다.
하루는 감기에 걸린 날이 있었다. 다들 덥다고 부채질을 할 때, 나 혼자 담요를 둘렀다.
담요를 두른 것도 몸살 탓에 그런 것이지, 사실 감기는 며칠 가지 않았다. 하지만 잔기침 때문에 혹시 방해가 될까 봐 마스크를 쓰고 지내던 때가 있었다.
전 날에 약을 먹고 잔 덕분인지, 그날은 몸 상태가 괜찮았다. 기분 좋게 집을 나서고 학교에 도착했는데, 내 자리에 못 보던 것들이 올려져 있었다.
책상 위에는 마스크와 여러 가지 종합 약들, 그리고 포스트잇 하나가 놓여있었다. 누군가 잘못 올려둔 건가 싶었지만, 눈에 보이는 포스트잇으로 바로 잘못 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프지 마세요 속상해
-당신의 마니또❣-
하트 저렇게 쓰는 사람, 한 사람밖에 없는데 말이다.
잠깐 친구에게 갈 일이 생겨, 친구의 반 앞으로 갔다. 친구의 반은 김재환과 다니엘의 반이기도 했다. 나는 친구를 기다리며 김재환의 자리를 찾았다.
피곤했는지 그 짧은 쉬는 시간에 잠을 청하고 있는 김재환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반에서 적어온 포스트잇을 -김재환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김재환의 책상에 붙였다.
석식을 먹은 뒤, 다니엘과 마주쳐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 다니엘은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는지, 나에게 물었다.
"너 재환이한테 쪽지 줬지."
"...넌 그거 어떻게 아는데?"
"쪽지 하나 보면서 계속 실실 웃던데. 너 맞지? 뭐라고 썼는데."
"나 맞긴 한데. 김재환이 안 알려줘?"
"응, 절대 안 보여준다던데."
나는 웃으며 김재환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말을 남긴 뒤 교실로 향한다. 다니엘은 계속해서 궁금해하다가도, 공부 열심히 하라며 손을 흔들고는 제 교실로 들어간다.
김재환 진짜, 귀엽게.
마니또님 고맙습니다♥♥♥♥♥ 쪽쪽쪽
그걸 혼자 보고 있어, 또.
5년째 연애 중
수능 날이 되었다.
마지막 탐구까지 다 치고 대기하다가, 집에 가도 된다는 방송이 울려 학교를 나섰다.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항상 수능 후기를 들을 땐 몰랐는데, 직접 겪어보니 알 것 같았다. 내가 이 하루를 위해 몇 년을 고생한 거지.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께 가는데, 괜히 울컥해진다. 부모님은 수고했다며 나를 꼭 안아주셨다.
밥을 먹기 전, 핸드폰부터 바꾸자며 핸드폰 가게로 향했다. 개통을 끝내고, 나는 익숙한 번호를 눌러 문자를 보냈다.
< 재환아 나 폰 정지 풀고 바꿨어
보면 연락 줘, 다음 문자를 보내기도 전에 전화가 걸려온다. 나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바꿨어? 막 바꾼 거야?
"응, 너한테 제일 먼저 연락했어. 근데 왜 네가 더 신났어."
-네 목소리 들으니까 너무 좋아서.
계속해서 통화를 하다, 엄마가 잠깐 전화를 바꿔보라는 말에 핸드폰을 드렸다. 잠깐 통화를 하시더니, 다시 내게 핸드폰을 주신다.
김재환은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이따 다시 전화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차를 타고 미리 예약을 해둔 음식점을 향하는데, 익숙한 차가 보였다. 그리고 익숙한 실루엣도.
부모님들끼리 약속을 잡으신 듯하다. 우진이와 나는 차에서 내리고, 김재환에게 향했다.
"고생했어요, 형."
"바통 터치네."
"...저 아직 중학생인데."
둘의 대화를 듣다 웃으며 먼저 음식점에 들어갔다. 또 저렇게 놀다가 들어오겠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밥을 먹었다. 부모님들께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드라이브를 가셨고, 우진이는 친구와 PC방 약속을 잡았다며 먼저 간다고 했다.
그 자리에 남겨진 김재환과 나는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수다를 떨며 놀다가, 김재환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손과 발을 씻자마자 바로 김재환의 침대에 엎드렸다. 김재환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웃고는 내 위로 살포시 눕는다.
나는 괜히 무겁다며 김재환을 살짝 밀었고, 김재환은 장난스럽게 내 위로 더 올라오려 했다.
몇 분간 그렇게 장난을 치다, 눈이 마주치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짧게 입을 맞추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김재환은 누워있는 내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키고는, 눈을 감은 채로 내 입술 위로 제 입술을 겹친다.
나도 눈을 감고 김재환의 어깨를 잡은 채로 입을 맞추었다. 잠깐 입을 떼어낸 김재환은, 내 볼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제 어깨를 잡은 내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얹는다.
그리고는 손깍지를 낀 채로 다시 내 입술을 찾는다. 입을 맞추고 있는 도중에도, 서로가 웃는 것이 느껴졌다.
5년째 연애 중
"환이는?"
"볼일 보고 온대. 이따 전화 오겠지, 뭐."
"그럼 먼저 들어가자."
"응."
다니엘과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서 항상 주문하던 메뉴를 주문한다. 항상 같은 메뉴를 시키는 탓에, 이제는 사장님도 우리를 알고 계시는듯하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창문으로 가게 밖을 바라본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지금 시간이면, 야자 끝난 건가.
나는 잠시 추억에 잠긴다. 김재환과 함께 등교를 하고, 똑같은 일상을 보내다가.
지잉-
김재환의 생일이었지, 그때가.
"야, 전화 온다."
"..."
"재환인데."
"..."
"야, 야. 뭔 생각하는데."
"...어?"
"정신을 못 차리냐, 정신을."
안주 앞에 두고. 다니엘의 말에 나는 그제야 핸드폰을 바라본다. 부재중 전화, 모두 김재환이다.
여기로 온다는 김재환에 알았다며 전화를 끊은 뒤 다니엘을 바라본다. 다니엘은 웃으며 우린 변한 게 없는 거 같다고 한다.
곧이어 가게 안으로 들어와 내 옆에 앉는 김재환을 바라본다. 그런가, 그래도.
"왜."
"...아냐."
자리에 앉아 익숙하게 내 손을 잡는 김재환에 옅은 미소를 짓는다.
나는, 이런 사이가 좋다.
5년째 연애 중
[과거 完]
암호닉 ❤ㅎvㅎ❤ (오늘부터 암호닉 받을게요♥) |
*순서는 신청해주신 순입니다! ㄱ/ㄲ 균킹/굥차차/감자도리/강낭콩/구름/가람/갓제로/고덕/김짼/강아지는멍멍/고등어조림/꿈틀/괴도/게으른개미/간장계란밥/계속달립니닷/꾸루/김째니/곰탱이/그리즐리/고기만두/고먀미/김짼두/가을/강캉캉/거울기/기림/군밤/감자물만두/강낭/감자은/가스파드 ㄴ 내마음의어니부기/널조화해/니나노/녜리12/남융/녤니야/늘부/남고/녤루/노코멘트/나로/남트리/녤루/녤피치 ㄷ/ㄸ 대나무/대니/덩율곰/두동/다민/딥챙/달달/딸기모찌롤/디어/두둠칫/더드미/덧니참새/다다다/다음편/댄싱쥬스/등판39/떡잔치/디디미 ㄹ 루쇼/루키/로운/레인보우샤벳/롱롱/리본/로운/라온하제/루지/리안 ㅁ 밀르/마카롱/모카/모모피치/물만두/민현아어깨빵해조/밍뭉이/민향/미녀/마이쮸/민꾸꾸/망고주스/마요/말랑/멈무/미뇽/멜리멜리/미니츄 ㅂ/ㅃ 복숭아/뽀뇨/배나뮤/부산킹복숭아/뿌꾸/뽀또/별두개/쁘오뇨오/블체/백설탕/뿌야/볼륨/브잉/브룩/빨간머리/봄파카/봄봄이/빵빵/부기부기/뷔밀병기/보리/베팅✔ ㅅ/ㅆ 샘봄/소꿉친구재환/숮어/수 지/솜사탕/선물/순얼방음/사이다/설/석고상/세계최고메인재환/새현/상큼쓰/씽씽/센터/수니/숨/선몽/새벽별/사용불가/슬픔이/새살/숭숭뒤/쑤쑤/스물둘/숭아/사빠딸/새벽/삽 ㅇ 우지니최고야/으건츄/아마수빈/우진아여기봐/영쓰/윙지훈/아가베시럽/유한성/우즈/오니오니/애플파이/올라프/우뇨뇨/윤맞봄/애껴/어거스트/애슐리/어피치/애정/어이엄슴/여운/아몬드/연이/옹성우/윤솔/오늘도행복해/안녕지성아/에비츄/옹청/우주최강째니/안녕/여름동화/이리와짼쓰/아앙아/원너블/옹히/예또/옹뀨/오만원/여우별민현/얄루얄루/아재환아/윤윤이/월이/어화동동/유메/우주/엄찌/욤욤 ㅈ/ㅉ 지재/쟈몽/짱구/째니/주디/재재재/짼짼/졔졍/자몽쥬스/자연스롭겡/쮀니/재환은다죠앙/졔/째니짹/정팀장/쮸글/제니/정수기/쩨화나/주222/재짱/장댕댕/자몽슈/짹0610/짼째니/째환/정태풍/재화니화니/재환쓰/째화니쬭쨩해/지성박수/짜뇨/지나가다 ㅊ 츄츄/채움/체리/참새랑/체리베베/춍춍/친9 ㅋ 킹/킹만두/킹짼/코타/칸타타/코알루/쿠쿠밥 ㅌ 튭튭 ㅍ 파랑/푸름/포뇽이/포카/피치/풍차소년/푸린/퍼지네이빌/파인애플맛콜라/포도가시/포카리/포뇨부기브기/핑핑핑핑/푸우/필통/퍼플/포로링 ㅎ 환바라기/화니/하늘하늘/햄아/해령/호니/허니통통/호두/하누월/황제/헐쓰/핫초코/휘둘리는 둘리/하트/하핫종현/향기/화봄/햄/황달 0~9 666666/112/0809/0303/0128/000/1102/1111/0527/1158/0920/620/809/0846/95890/5년째00/0209/0315 A~Z AB/rice road/Cherish/lia/Marshsnail ★특수문자 ♡으거이여친♡/❤누텔라❤/☆별☆/#0613 |
과거가 끝났습니다!!!!!! ^v^ 짝짝짞!!!!!!!!
마지막 부분은 뭔가 익숙하지 않으셨나요?!? ㅋㅋㅋㅋㅋㅋㅋ 1화 마지막 부분이에요! ㅎvㅎ
사실 과거 에피 몇 개 더 있었는데, 흐름상 너무 질질 끌 수도 있어서 이렇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좀 급하게 끝낸 게 없지않아 있지만... ㅠvㅠ
다음 편부터는 오직!!! 현재!!! 이야기만 나올 거예요!!! 벌써 완결 생각하니 시원섭섭하네요 jnj
일단 완결은 35편으로 잡고 있습니다...!!! 예상이지 확실은 아니지만요! ㅎvㅎ
암호닉 신청도 다시 받을게용!!!!! 그리구 안녕 고딩 째아니... jnj 행복했다,,,
부족한 글에도 항상 예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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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답글 오늘부터 다시 달 예정입니다!!!!! 갑자기 알림이 가도 놀라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