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환아."
"응."
"우리 하루만 존댓말 써볼래?"
"...응?"
김재환은 내 자취방 바닥에 누워 만화책을 읽다 무슨 소리냐는 듯 옆에 앉아있던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그런 김재환을 웃으며 바라본다.
"갑자기 무슨 존댓말이야."
"누나라고 불러달라고 하면 너 안 불러줄 거잖아."
"너도 나 오빠라고 안 부를 거잖아."
"...아, 존댓말 써보자. 한 번만. 응?"
나는 김재환의 한 손을 잡고 한 번만 써보자며 칭얼거렸다. 김재환은 내 행동에 작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럴 때만 애교 부리고...'라며 중얼거렸다.
김재환은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더니 마주 잡고 있던 손을 더 꽉 잡았다.
"뭐 어떻게 쓰고 싶은데. 호칭은?"
"...재환 씨?"
재밌겠다. 다니엘은 반에서 김재환과 있었던 일을 내게 말해주었다.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여서, 일부러 자신도 티를 안 내겠다고 했다고.
김재환이 그렇게 말을 해도 다니엘은 나에게 슬쩍 알려주려고 했나 보다. 그런 김재환이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한참 웃으며 다니엘과 얘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뭐 해, 여기서?"
아, 재환이다. 나는 다니엘과 마주 보고 있던 고개를 돌려 김재환에게 인사를 했다. 김재환의 표정은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았다.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나는 다니엘에게 인사를 한 뒤 김재환에게 다가갔다. 김재환은 내 손을 잡더니 쉼터와 조금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다니엘이랑 무슨 얘기했어?"
"응? 그냥 공부 힘드냐고..."
"...아. 다른 말은 안 했지?"
"응."
김재환에게 미안하지만, 모른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김재환은 내 대답에 안심을 했는지 표정을 푼 뒤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독서실 다시 갈 거지?"
"응, 이제 가야지."
"가자. 데려다줄게."
김재환과 독서실 앞에서 헤어진 뒤,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려는데, 묘하게 물건 위치가 달라진 것 같은 내 책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분 탓이겠지. 나는 스톱워치 버튼을 누르고,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선생님께는 거짓말을 해서 죄송했지만,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야자를 뺐다. 김재환이 학원을 마치기 전에 학원 앞에서 선물을 들고 기다릴 생각이었다.
집에서 모든 것을 챙기고 미리 써두었던 편지를 조금 꾸미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흘렀고, 김재환의 학원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사람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곧 김재환도 나오겠다 싶어 학원 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올 때까지도 김재환은 나오지 않았다.
혹시 오늘 학원을 가지 않은 건가. 서프라이즈로 하려고 했지만, 걱정이 되어 주머니를 뒤적거려 핸드폰을 꺼낼 때였다.
김재환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학원 앞을 나왔다. 나를 알아보지 못한 건지, 그냥 지나쳐가는 김재환이다.
다급한 마음에 김재환을 부르려다 아까 꺼냈던 핸드폰에서 짧게 진동이 울려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오늘 늦게까지 연습해야 될 거 같아서 같이 못 갈 거 같아. 미안해. 오늘 독서실 가지? 그때까지 시간 맞춰서 데리러 갈게. 공부 열심히 해.]
나는 김재환에게 온 문자를 한 번,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걷고 있는 김재환을 한 번 보았다.
김재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5년째 연애 중
김재환의 자취방에서 같이 영화를 보고 있을 때였다. 내가 짧게 하품을 하자 김재환은 그런 내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장난스레 내 볼을 찌른다.
내가 그런 김재환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더니, 김재환은 내 행동에 옅게 웃음을 짓는다.
"너 어렸을 때도 가끔 이랬는데."
"뭐가?"
"내 손가락 잡고 안 놨을 때 꽤 있었어."
"...왜 그랬지? 넌 손 안 피했어?"
"피할 이유가 뭐가 있어."
나도 편안했나 보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웃음을 터뜨리고는, 다시 영화에 집중을 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영화가 끝이 나고 찌뿌둥한 몸 탓에 기지개를 폈다. 김재환은 기지개를 다 펴고 가만히 앉아있는 나를 뒤에서 장난스럽게 끌어안고는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백허그 자세로 한참을 누워있었을까, 김재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뒤에서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잠이 든 것 같았다.
나도 느리게 눈을 깜빡이다 김재환 쪽으로 몸을 돌린 뒤, 김재환의 자는 모습을 구경하다 졸음이 몰려와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는 여전히 김재환의 자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웃으며 그런 김재환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잡고 있던 손을 떼어내고 침대에서 일어나려 함과 동시에, 조심스러운 손길이 내 손을 다시 붙잡았다.
"...어디 가."
"아, 나. 화장실."
금방 잠에서 깬 탓에 평소보다 잠겨있는 김재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대답에 김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 손을 떼어내고는 금방 오라는 대답과 함께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그런 김재환의 모습을 지켜보다 화장실로 향했다.
미쳤다, 미쳤어. 화장실로 가는 그 짧은 거리에, 이 생각을 몇 번이나 한지 모르겠다. 내 손을 붙잡으며 어디 가냐고 묻는 김재환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화장실에 오면서 뛴 것도 아닌데, 심장은 왜 이렇게 빨리 뛰는지도 모르겠고. 고개를 짧게 젓고는 화장실에 있는 거울을 확인했다.
"...아."
얼굴은 또 왜 이렇게 빨개져 있는 건지 모르겠다.
5년째 연애 중
김재환은 귀에 꼽아놓은 이어폰 탓인지, 누군가 제 뒤를 따라오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게 나라는 것도 당연히 모를 거고.
나와 김재환에게 익숙한 공원으로 걸어간 김재환은, 벤치에 앉아 여전히 땅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선뜻 다가가지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그랬는데, 김재환이 이어폰을 빼고 양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 쥐는 것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재환아."
"..."
김재환은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놀란 듯 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김재환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고개를 돌리던 김재환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참고 있었던 눈물을 터뜨리는 김재환이다.
편의점에서 산 따뜻한 커피를 김재환에게 건네준 뒤 김재환의 옆에 앉았다. 김재환은 말없이 커피를 받고는 두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그 상태로 한참을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김재환을 재촉하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었고, 김재환은 할 말을 정리하는 듯 보였다.
"...혼자서 속으로 삭히면 될 줄 알았어."
"..."
"힘든 게 당연한 시기고, 또 나 혼자 힘든 게 아니니까."
"..."
"근데, 나도 사람이다 보니까 한계가 오잖아."
김재환은 말을 멈추고는 한숨을 푹 쉬더니,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게 부담이 되니까, 더 힘들었어. 목소리가 내 마음대로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
"...그래서 오늘은, 너 만나서 웃을 자신이 없어서. 너 먼저 보내고 머리만 조금 식히고 가려고 했는데."
막상 너 보니까 좋고, 웃음부터 나오더라. 김재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재환의 앞에 섰다.
김재환은 그런 내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서로 눈을 마주한 채로 가만히 있기도 잠시, 나는 그대로 몸을 숙여 김재환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성급하게 위로의 말을 꺼내는 것보다, 가만히 안아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김재환은 내 품에서 한참을 소리 없이 울었다.
"...근데 이거 다 뭐야?"
"아, 이거."
김재환과 손을 잡고 집에 가는 길에 그제야 내 손에 들린 종이가방들이 생각이 났다. 준비할 때는 괜찮았는데, 막상 주려니까 되게 쑥스러웠다.
나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김재환에게 종이 가방들을 건네었다. 김재환은 의문을 품은 채로 내가 건네는 종이 가방들을 받았다.
"...오늘 너 생일이고, 기념일이니까."
"..."
"까먹은 게 아니고, 서프라이즈로 준비한다고 했는데."
...그냥, 그렇다고. 집에서 뜯어봐. 김재환은 종이 가방을 한 번, 나를 한 번 번갈아가며 보기 시작했다.
그런 김재환의 눈을 피한 채로 얼른 가보라며 재촉하니, 김재환은 내 행동에 웃음이 터져 한참을 그 자리에서 웃었다.
그리고는 내 쪽으로 다가와 나를 제 품에 꼭 안았다. 내 어깨에 제 고개를 기대는 김재환이다.
"고마워, 항상."
"나도."
갈게. 김재환과 인사를 한 뒤 집으로 들어가기 전, 조심스럽게 김재환의 손을 붙잡았다. 재환아.
"너 아까 앞머리에, 뭐 묻어가지고."
"아. 어디?"
"숙여봐."
김재환은 내 쪽으로 살짝 고개를 숙였고, 나는 그와 동시에 김재환의 양 볼을 조심스럽게 잡은 뒤 고개를 들어 올려 김재환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대었다.
반응이고 뭐고, 얼굴이 확 달아올라 바로 집 앞으로 달려갔던 것 같다. 뒤에서 김재환의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못 들은 척을 했다.
5년째 연애 중
김재환은 친구가 근처에 있다며 잠시 만나고 온다고 했다. 나는 김재환이 준비를 하는 동안 가만히 김재환의 행동을 지켜보기도 하고, 뒤를 따라다니기도 했다.
처음엔 이런 내 행동에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김재환이었지만, 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김재환이 현관을 향할 때 뒤를 졸졸 따라가 신발을 신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김재환이 숙였던 허리를 드는 것과 동시에, 나는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김재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대로 현관을 나서는가 싶더니, 내 쪽으로 가까이 와 제 한 쪽 손으로 내 볼을 잡고는 내 이마에 한 번, 볼에 한 번 입을 맞춘다.
내가 당황한 채로 김재환을 올려다보자, 김재환은 장난스레 웃으며 내 볼을 톡 친다.
"볼 빨갛다."
"..."
"금방 갔다 올게."
마지막으로 내 입술에 제 입술을 꾹 찍고는 웃으며 현관을 나서는 김재환이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두 손으로 빨개진 내 볼을 감싼다.
암호닉 ❤ㅎvㅎ❤ (당분간 암호닉은 받지 않을게요! ^v^) |
*순서는 신청해주신 순입니다! ㄱ/ㄲ 균킹/굥차차/감자도리/강낭콩/구름/가람/갓제로/고덕/김짼/강아지는멍멍/고등어조림/꿈틀/괴도/게으른개미/간장계란밥/계속달립니닷/꾸루/김째니/곰탱이/그리즐리/고기만두/고먀미/김짼두/가을/강캉캉/거울기/기림/군밤/감자물만두/강낭/감자은/가스파드 ㄴ 내마음의어니부기/널조화해/니나노/녜리12/남융/녤니야/늘부/남고/녤루/노코멘트/나로/남트리/녤루/녤피치 ㄷ/ㄸ 대나무/대니/덩율곰/두동/다민/딥챙/달달/딸기모찌롤/디어/두둠칫/더드미/덧니참새/다다다/다음편/댄싱쥬스/등판39/떡잔치/디디미 ㄹ 루쇼/루키/로운/레인보우샤벳/롱롱/리본/로운/라온하제/루지/리안 ㅁ 밀르/마카롱/모카/모모피치/물만두/민현아어깨빵해조/밍뭉이/민향/미녀/마이쮸/민꾸꾸/망고주스/마요/말랑/멈무/미뇽/멜리멜리/미니츄 ㅂ/ㅃ 복숭아/뽀뇨/배나뮤/부산킹복숭아/뿌꾸/뽀또/별두개/쁘오뇨오/블체/백설탕/뿌야/볼륨/브잉/브룩/빨간머리/봄파카/봄봄이/빵빵/부기부기/뷔밀병기/보리/베팅✔ ㅅ/ㅆ 샘봄/소꿉친구재환/숮어/수 지/솜사탕/선물/순얼방음/사이다/설/석고상/세계최고메인재환/새현/상큼쓰/씽씽/센터/수니/숨/선몽/새벽별/사용불가/슬픔이/새살/숭숭뒤/쑤쑤/스물둘/숭아/사빠딸/새벽/삽 ㅇ 우지니최고야/으건츄/아마수빈/우진아여기봐/영쓰/윙지훈/아가베시럽/유한성/우즈/오니오니/애플파이/올라프/우뇨뇨/윤맞봄/애껴/어거스트/애슐리/어피치/애정/어이엄슴/여운/아몬드/연이/옹성우/윤솔/오늘도행복해/안녕지성아/에비츄/옹청/우주최강째니/안녕/여름동화/이리와짼쓰/아앙아/원너블/옹히/예또/옹뀨/오만원/여우별민현/얄루얄루/아재환아/윤윤이/월이/어화동동/유메/우주/엄찌/욤욤 ㅈ/ㅉ 지재/쟈몽/짱구/째니/주디/재재재/짼짼/졔졍/자몽쥬스/자연스롭겡/쮀니/재환은다죠앙/졔/째니짹/정팀장/쮸글/제니/정수기/쩨화나/주222/재짱/장댕댕/자몽슈/짹0610/짼째니/째환/정태풍/재화니화니/재환쓰/째화니쬭쨩해/지성박수/짜뇨/지나가다 ㅊ 츄츄/채움/체리/참새랑/체리베베/춍춍/친9 ㅋ 킹/킹만두/킹짼/코타/칸타타/코알루/쿠쿠밥 ㅌ 튭튭 ㅍ 파랑/푸름/포뇽이/포카/피치/풍차소년/푸린/퍼지네이빌/파인애플맛콜라/포도가시/포카리/포뇨부기브기/핑핑핑핑/푸우/필통/퍼플/포로링 ㅎ 환바라기/화니/하늘하늘/햄아/해령/호니/허니통통/호두/하누월/황제/헐쓰/핫초코/휘둘리는 둘리/하트/하핫종현/향기/화봄/햄/황달 0~9 666666/112/0809/0303/0128/000/1102/1111/0527/1158/0920/620/809/0846/95890/5년째00/0209/0315 A~Z AB/rice road/Cherish/lia/Marshsnail ★특수문자 ♡으거이여친♡/❤누텔라❤/☆별☆/#0613 |
잘 지내셨나요 독자님들...? TvT...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해요.
며칠 동안 쓰고 지우고, 갈아엎고를 몇 번 반복한지 모르겠네요,,, ㅋ큐ㅠㅠㅠㅠㅠ 몸도 말을 안 들으니까 현생도 버리고 싶더라구요,,, 하......
이번 편 과거에서는, 항상 재환이가 위로를 해주었다면 반대로 위로를 받는 모습을 써보고 싶었어요.
서로 더 의지가 되는 모습이 보였다면 다행일 텐데요 ㅠvㅠ... 글로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구 둘 존댓말은... 꼭 언젠가는 한 번 써보는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구 사진이 전부 파불이 뜨더라구요 ^v^... 브금도... ㅜvㅠ...
최대한 빨리 복구시켜놓을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답글두요... ㅠvㅠ 맨날 늦는 거 같네요 죄송합니다... jnj
항상 좋은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진짜 진짜 감기 조심하세요... ㅠㅠ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구요!
부족한 글에도 항상 예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사심 조금 넣자면... 우리 투표도...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