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김여주. 얼른 내려!!”
차에 앉아 어지러움을 핑계삼아 피곤을 잠재우려 오늘도 어김없이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치지도 않는 우리 팀원들은 틈만 나면 시끌시끌 한시도 조용할 줄을 몰랐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애써 비벼가면서 창밖을 바라보자 경찰서에 도착한것도 아니었다.
“음..?”
제가 여기서 왜 내리죠? 라는 물을음 눈에 한가득 담고 모두를 바라보면 지켜주지 못해 미한다는 눈빛을 보내는 황형사님과 일단 빨리 내리라는 나머지 형사들이었다.
결국 그 등쌀을 이기지못하고 먼저 차에서 내린 성우를 따라 내리자 어떠한 미련도 없는듯 철컥하고 차 문이 닫혔다.
아직 가시지않은 피곤에 크게 하품을 하암- 하고 있으니 “빨리하고 복귀하자.” 라며 먼저 걸음을 옮기는 성우였다.
그러니까 대체 뭘 해야하냐구.
.
.
.
“아이스 아메리카노 4잔, 카페모카 1잔, 자몽에이드 하나요.”
이제는 익숙하게 누가 어떤 종류의 음료를 원하는지 각기 다르게 주문을 건냈고, 양손 한가득 음료가 들렸다.
“겨우 커피 심부름이었어?”
“응. 안내면 진다였는데, 너 잔다고 안내서 걸렸어.”
참나, 입에서 어이가 없는듯한 바람빠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아니, 커피 심부름이야 그냥 우리가 당연히 가면 되는건데 굳이 이렇게 가위바위보를 열성적으로 하는 우리 팀이나. 자는 사람 배려 따위는 없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내기엔 한번도 빠지지않는 옹청이까지. 그 모든게 피식- 웃음을 자아냈다.
“16500원입니다.”
“내가 살게.”
어제 또 체력단련실에서 같이 운동하던 2팀 선배님이 담배심부름을 시키는것 같던데 매번 그렇게 자잘하게 나가는 액수도 무시할 수가 없을뿐더러, 밀린 월세 다냈더니 돈이 없다며 찡찡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돌아서 오늘만큼은 옹청이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주기로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호기롭게 ‘내가 살게’ 를 외치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으나 주머니에는 휴대폰만 덩그러니 잡힐 뿐 아무것도 있지 않았다.
“어,어...?”
그럴리가 없는데. 분명 오늘 새벽에 이 옷을 입고 갔고, 이 바지 주머니에 카드지갑을 넣어두었다. 지훈이에게 가는 길에 햄버거 가게에 들려 결제까지 한터라 확실하게 기억하는데도 불구하고 주머니는 그렇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다른 주머니까지 뒤적거려도 마찬가지였다.
“아, 김여주 뭐야. 너 일부러 안가지고 왔지?”
“미안... 어디갔지?”
미안함에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고 그렇게 결국 또 한번 성우의 손에서 카드가 떠나갔다.
카페모카는 얼음이 녹으면 우유가 연해진다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늘어놓을 하형사님의 모습이 눈에 선해서 얼른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빨리 도착한 사무실 안은 “휘핑크림도 추가했어요!” 라고 자랑하기엔 너무나도 소란스러웠다. 이제 어느정도 짬이 찼다고 알아서 눈치를 보며 조용히 자리에 커피만 내려놓자 그제야 우리가 왔음을 알아보는 형사님들이었다.
“둘다 이리 와봐. 두가지 소식이 있는데 1번, 2번 뭐부터 들을래?”
마지막으로 커피를 건네준 윤형사님은 나와 성우를 동시에 불러세우곤 설렘반 긴장반의 얼굴로 물어왔다. 성우와 나는 서로를 그저 바라만 보다 동시에 같은 숫자를 외쳤다.
“1번이요!”
***
“축하한다, 막내들. 드디어 막내 탈출이야.”
세상에, 한달이 하루처럼 빠르게 흘러가긴 했지만 벌써 시보가 들어올 때가 되었다니. 나도 이곳에 정식발령을 받기 전, 지구대에서 열심히 이리치이고 저리치여가며 경찰에 대해 배운 기억들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시보 : 공무원 임용 후보자가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이전에 그 적격성을 판정받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거치게 되는 시험기간 중의 공무원 신분.)
많은것을 배운 기억도 있지만, 그 만큼 회상만 해도 욕이 튀어나오는 일도 많았다. 뭐가 어찌되었든 시보라니 고생 꽤나 하겠구나 싶었다.
“그럼 2번은 뭡니까?”
“2번은 ....지훈이 사건 용의자가 또 살인을 저지른것 같아. 그 타켓이 경찰이고 반장님과 연관이 있어서 협조하러 가셨어. 그래서 민현이가 시보 데릴러갔고.”
또 살인이라니.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이렇게 미친사람마냥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다니. 처참하고 잔인했던 저번 살인처럼 이번에도 또 누군가가 고통받고 있는건아닌지. 시보가 들어온다는 설렘보다는 그 사건이 왜 반장님과 연관이 있는건지 걱정이 더 앞섰다.
그 범인을 직접 마주했었기 때문에 더 화가 치밀어오르는 나에 비해 나머지 형사님들은 시보의 설렘으로 가득차있었다.
“시보오면 김여주 너 여자라고 얕보지않게 포스있게 다녀. 맨날 애기처럼 그렇게 웃고다니지 말고.”
“야야, 들어와서 보고경례 하면 알지? 전부 다 무시하기다.”
야, 온다 온다.
저 멀리 머리를 긁적이며 걸어오는 황형사님의 뒤로 낯선사람이 따르는게 보이자 복화술이라도 하는것처럼 입술하나 움직이지 않으며 말하는 하형사님의 말에 모두가 바쁜일이 있는척 각자 일을 시작했다.
괜히 다 마무리된 보고서 파일을 열어서 타자를 치기도하고, 눈앞에 있는 서류철을 뒤적이며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하며 모두가 무신경한척, 새로오는 시보에게 온 신경을 기울였다.
컴퓨터 모니터에 몸을 숨기고 흘깃흘깃 이쪽으로 걸어오는 시보를 바라보면 황형사님 뒤로 제복을 입고 누군가 이리로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피지컬하면 밀리지않는 황형사님인데도 불구하고 새로오는 신입은 황형사님과 제법 비슷한 체격을 가졌다. 게다가 첫 출근이라 떨릴텐데도 그 걸음걸이가 제법 여유로웠다.
“어.....새로 시보가 들어왔는데, 그게... 일단 인사나하자.”
“네. 시보, 강..”
“으어어!!!!”
아, 저 선배 뭐야. 자기가 그렇게 무시하자고 해놓고 시보가 경례구호를 외치자마자 그대로 그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덕분에 시보이름도 못들었네.
워낙 사소한거에 잘 놀래기도 하고 리액션이 큰 윤형사님이라 하형사님, 성우는 그에 흔들리지 않고 여전히 무시로 일관했다. 오히려 “아, 또 연쇄살인이야? 한달간 집가긴 글렀네.” 라고 혼잣말을 해보이며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하형사님이었다.
“강남경찰서 강력1팀으로 시보교육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 합니다.”
하형사님은 거기서 멈추지않고 큰소리를 내며 서류파일을 던지듯 내려놓거나 계속 혼잣말로 중얼중얼 거리며 연기를 이어갔다. 그런 하형사님 때문에 웃음을 참느라 입에 경련이 일어날듯해 정말로 시보에게 신경쓸틈도 없었다.
다만, 시보의 목소리가 어딘가 익숙하다고 잠시 생각했을뿐.
“대애박-“
“저도 놀랬어요. 무도 특기자 전형으로 서장님이랑 반장님이 데리고왔답니다.”
여전히 자리에서 일어난 윤형사님은 그 큰눈을 계속해서 동그랗게 뜨고 있었고 그런 윤형사님의 반응에 맞장구쳐주는 황형사님이었다. 그리고 그 두사람의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듯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는 시보였다.
하하- 하고 웃는 그 웃음소리와 입을 살짝 가리며 몸을 움직이는 자세. 그 모습이 어딘가 너무 익숙해서 도저히 안되겠다고 고개를 들면,
“잘부탁드리겠습니다.”
***
“내는 누나가 꿈으로 미리 볼까봐 엄청 조마조마 했어요. 이래 놀래는거 보니까 대성공이네.”
어마어마하게 충격적인 등장이 폭풍 질문세례를 받은 다니엘은 30분가량 엄청난 질문세례를 받다가 겨우 화장실을 갔다.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평소에도 꿈으로 사건해결에 도움을 줘서 예쁨을 받던 다니엘이 조직잠입사건을 함께하면서 반장님께 큰 신뢰를 얻었고, 강력반에 무도특기자 전형으로 한명이 들어올 자리가 나자 반장님이 곧바로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는 다니엘을 추천했다고.
(*무도 특기자 전형 자격 - 무도공인 4단 이상 소지자, 국제대회 또는 전국대회 우승자.)
그렇게 질문에 시달리다가 이렇게 화장실앞에서 마주치자 오히려 본인은 여유롭다는듯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들어오면 시보가 가장 먼저 하는, 경찰서내 위치와 물건배치를 다 외우고 정리하는 일. 그 일에 한창 바쁜지 살짝만 웃어보이고 곧바로 사무실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다니엘의 팔을 빠르게 잡았다.
되게 뜬금없고 이상한 타이밍인거 아는데, 지금이 아니면 못 물어볼것 같아서.
“니엘아. 다른사람한테 하는 대답말고, 진심으로 딱 하나만 대답해줘. ......왜 경찰이 되려했어?”
난 황형사님 하나만 바라보고 경찰이 되려했었거든. 그땐 황형사님의 마음을 제대로 몰랐고, 이런 생각으로 경찰이 된 내가 이 일을 하는게 맞는걸까 싶어서 힘들었어. 게다가 강력반일은 내가 진심으로 이 일을 하고싶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거든. 다행히 난 내가 이 일을 하고싶어한다는걸 깨달았지만.
물론 그로인해 힘들어할 때 내곁에 있어준 사람이 다니엘이었던걸 안다. 하지만 다니엘만은 그런 이유가 아니었으면 해서.
그런 내 질문에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다니엘은 다시 몸을 돌려 두손으로 내어깨를 잡고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었다.
“누나가 그렇게 힘들어하는거 다 봤는데, 다른이유 때문이겠어요? 진짜 경찰이 하고 싶어서지.”
“...........”
“그리고 이제 누나 아니고, 김형사님. 니엘아 아니고, 강다니엘.”
“............”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그렇게 90도 인사를 건넨 다니엘은 익숙하다는듯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쩌면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다니엘의 대답에 뒷통수를 한대 세게 맞은듯 그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었다.
"에이, 아닙니다."
반장님이 미리 전화로 시켰던 서류를 복사해서 회의실로 들고 들어오자, 다니엘은 형사님들의 "이번 시보가 참 잘해." 하는 칭찬을 한몸에 받으며 어쩔줄 몰라했다.
회의실 앞쪽에 모여앉은 형사님들이 반장님께 다니엘 칭찬을 하는동안 다니엘은 회의실 테이블을 빙 둘러 가장 뒷쪽인 자신의 자리에 머리를 긁적이며 앉았다.
나도 서류를 다 나누어주고 자리에 앉으며 무슨일이냐는듯 황형사님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하자 황형사님이 스윽 다가와 귓속말을 건넸다.
"반장님이 회의한다고 말도 안하고 오시자마자 회의실로 집합시켰는데, 다니엘이 센스있게 미리 세팅해놓고 커피까지 바로 가져왔어."
오- 그런일이 있었구나. 생각보다 모든일을 알아서 척척 너무 잘해내고 있어서 뿌듯한 마음에 다니엘을 바라보며 작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자, 다니엘이 웃으며 두손을 포개어 볼옆에 가져다댔다.
꿈 또는 잠을 나타내는 제스처를 해보인 다니엘은 민망한듯 허허 웃어보였다.
꿈에서 다 봤다는거구나. 그래, 나도 그런적 많지.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려는 모습이 예뻐서 싱긋 웃어보이다, 꿈이라는 단어에 다시금 오늘 꿈이 떠올랐다.
찜찜한 기분에 결국 황형사님에게 가까이오라는 손동작을 하자, 몸을 숙여주는 황형사님이었다.
"황형사님, 오늘 차 마시지마세요. 꿈에서 찻잔을 놓쳐서 손에 화상을 입었어요, 꼭 조심해야해요."
나는 걱정되어 죽겠는데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아닌듯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황형사님의 손길을 시작으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내내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던 반장님이 입을 열었다.
"오늘 처음 온 다니엘에게 미안하지만, 긴 이야기를 해야할것 같아. 범인이 누군지 알았거든."
범인이 누군지 알았다는 그 말에 모두가 빠르게 자세를 고쳐잡고 한글자도 놓치지 않기 위해 볼펜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반장님의 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내가 다니엘처럼 시보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시보로 오기전 교육소에서 친하게 지낸 동기 네명이 다 같은 지구대로 발령을 받았어.
그 당시 경찰은 너무 더러운 조직이여서 온갖 수모를 다 당했지만, 네명이 서로 의지하면서 버텼어.
그리고 우리는 최고로 잘나가던 4인조 밴드 송골매 이름을 따서 송골매라는 모임을 만들었지.
그 중에 막내가 딱 다니엘처럼 무도특기자 전형으로 들어온 아이였는데, 그애 여동생이 참 예뻤어.
부모님도 없이 둘만 살아서 여동생이 매번 도시락을 싸들고 왔는데, 시보 4개월차에 사건이 터져버린거야.
그 여동생이 우리 팀 반장한테 성폭행을 당하고 그 충격으로 자살을 해버렸어.
근데 그 더러운 경찰들은 당연히 쉬쉬거리며 사건을 덮었지. 그리고 막내는 조직에 어울리지못한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를 당했어.
그런 막내가 너무 불쌍해서 우린 다같이 이 사건을 널리 알리자, 다같이 신문사에 가자는 의견을 냈지.
그리고 모이기로 했던 그날 밤, 경찰서장이 우리를 찾아왔어. 우리 계획을 다 안다고, 하지만 신문사 사장도 자기사람들 이라고. 그러니 모르는 척 덮으면 남은 시보생활은 안전하게 보장해주겠다고.
결국 우린 그 더러운 유혹에 눈을 감았고, 그날 밤이 그렇게 지나버렸어. 그리고 다음날 경찰서가 왈칵 뒤집혔지.
그 막내가 반장님 집에 칼을 들고 찾아갔던거야. 그리고 살인미수로 잡혀왔어.
그렇게 막내는 20년형을 선고 받았어.
"...그리고 몇일 전 석방되었어."
"그럼 혹시...."
"그래. 얼마전 살해된 현우 아빠가 나랑 동기였고, 오늘 새벽에 살해된 사람은 일찍 은퇴한 동기였지. 그리고 그 시체의 등에는 매 모먕의 그림이 새겨져있었어."
툭-
소름끼치는 이야기에 샤프심이 툭 하고 부러져버렸다. 그 사람이 불쌍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범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번엔 시체의 등에 그림을 남겼다니.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함에 고개가 절로 흔들어졌다.
"물론 나도 그 더러운 경찰들이랑 다를거 하나 없는 사람이야. 너희들의 반장이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이라는걸, 숨겨왔던 내 치부를 들춰내는거지만 너희에게는 말해야할것 같아서."
반장님은 미안하단 말을 끝으로 범인에 대한 공개수사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명령했다.
"괜찮아?"
아니요, 안괜찮은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의 여파 때문일까, 아까부터 울렁거리던 속을 따라 다시 머리까지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회의실 밖으로 몇걸음 나오지 못하고 그자리에 멈추어 서서 머리를 짚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런 와중에도 2팀의 새로온 시보가 커피심부름을 가는듯 쟁반 한가득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들고가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후배이긴 하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 인사를 꾸벅 보내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따라 머리가 다시 핑 돌았다.
"김여주!!!"
쨍그랑-
***
오늘은 하루종일 되는 일이 없었다.
결국 어질어질하던 머리는 하필 뜨거운 커피를 든 시보가 옆을 지나가자 그대로 핑 돌아버렸다.
나와 부딫힌 커피잔은 사정없이 바닥에 깨져서 나뒹굴었으며, 그대로 쓰러지는 나를 잡기위해 황형사님이 나를 끌어안았고 그 과정에서 손등에 빨갛게 화상을 입었다.
결국 또 꿈대로 되어버리고 말았다.
빨갛게 부어오른 황형사님의 손등이 너무 마음아팠지만, 괜찮으니 걱정하지말라며 나를 더 걱정하는 황형사님의 눈빛이 더 속상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약국에서 급하게 화상연고를 사와 치료를 하던중에 공개수배를 보고 걸려온 전화로 급하게 출동준비를 해야했다.
결과적으로 장난전화였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화나게했지만, 지금 더 화나는건 오랜만에 집앞에 다다른 지금 뒷주머니에 꽂아둔 수갑을 발견했다는거다.
"아, 반납안한거 걸리면 혼나는데."
하지만 혼나는것의 무서움보단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30분넘게 줄어든다는 무서움이 더 컸고, 결국 에이- 아무도 모를거야 라는 자기합리화로 마무리 지었다.
하루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장식할 맥주 한캔을 편의점에서 사들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꾹 눌렀다.
1층 복도의 노란빛 조명이 벌써부터 아늑했다.
집 도착했어? 오후 10:28
오랜만에 집 가는건데 푹 쉬어. 그리고 손 진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말고. 오후 10:28
얼른 씻고 자기전에 전화해요♡ 오후 10:29
띵-
빠르게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한손으로는 답장을 치며 봉지를 든 손으로 5층을 꾹 눌렀다.
"잠시만요."
엘리베이터가 닫히기 직전, 손으로 잡아세운 남자로 인해 다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가볍게 목례를 건네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다시봐도 달달한 황형사님의 메시지에 입가에 웃음을 지우지 못하다 문득 이상한 기분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남자는 휴대폰을 하고 있는것도 아니면서 층수를 누르지않았다.
꺼림직한 기분에 나도모르게 침이 꿀꺽 삼켜졌다. 그냥, 깜빡 잊은거겠지. 나도 잘 그러잖아.
"몇층가세요?"
침착하자, 침착해.
엘리베이터에서 여성을 노리는 성폭행같은 사건들을 대처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먼저 말을 걸어서 남자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것. 이럴 경우 대부분의 범인들은 피해자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한다는 두려움에 범행을 하지않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말없이 아무 층이나 누르는게 대부분의 반응인데, 이 남자는 천천히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우리 어디서 본것같지 않아요?"
정확하게 나의 두눈을 보며 이야기 한 남자의 입꼬리가 소름이 끼칠만큼 슬며시 위로 올라갔다.
까만 피부, 170후반 정도는 되어보이는 키와 큰 덩치. 그리고 목에 있는 큰 점, 손등에 있는 칼자국 흉터까지.
방금 전까지 경찰서에서 내가 작성한 범인의 공개수배 정보와 일치했다.
"잘.. 모르겠는데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며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데도 여전히 손이 덜덜 떨렸다.
띵-
식은땀이 절로 흐르는 분위기에서 5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띵하고 열렸다. 그 소리마저도 등골이 오싹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맞춰 남자가 자켓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하얀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그 좁은 엘리베이터안에서 손에 든 하얀 손수건과 함께 한걸음, 한걸음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럴리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씨익 올라간 남자의 입꼬리와 함께 순식간에 하얀 손수건이 내 코와 입을 가렸다.
"읍-!"
두손으로 남자의 손을 떼어내려 안감힘을 써도 꿈쩍 하지않았고, 발로 남자를 차려고해도 이를 예상한듯 벽에 나를 몰아붙여서 다리가 움직일 공간을 주지않았다.
어떻게 해보려해도 역부족이었다.
수많은 사건들을 겪어왔어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무서움에 곧바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무 무서워.
그런 와중에 나도모르게 본능적으로 숨을 참고있다는걸 알았는지 범인이 무릎으로 나의 명치를 세게 가격했다.
결국 반사적으로 쿨럭거렸고, 단 몇초만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안돼. 버텨야해.
마음과는 다르게 점점 풀려가는 다리에 결국 몸은 주저앉았고 정신은 점점 아득해져갔다.
차가운 바닥이 머리에 닿았고 그렇게 스르륵 눈이 감겼다.
텅빈 엘리베이터안에는 옆구리가 터져버려 줄줄 새어나오는 맥주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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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드디어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졌네요!
일주일만에 오는거라 더 재밌는 이야기를 들고오고 싶은데 오늘따라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걱정이에요..
그나저나 우리 독쨔님들 댓글 읽으면 없던 힘도 쑥쑥 나지만 얼마나 재밌는지 제사랑 독쨔님들은 모르실걸요...
특히 열심히 추리하시는 우리 귀요미 독쨔님들 ㅠㅠㅠㅠㅠ 너무 귀여워용 ㅠㅠ
근데 다들 추리능력이 나날이 상승하는거 있죠! 그러면서 또 느끼건데 제가 아무생각없이 적은 부분도 하나하나 세심하게 추리하시는 독쨔님들 이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 더 세심하게 글을 써야겠다 다짐했어요..ㅎㅎ
하지만 제가 그냥 지나가듯 흘린 부분도 정확히 캐치하시고 예상하신 분들도 계셨는데요!! 그래서 이번에 제가 퀴즈를 내자면!
납치당한 우리 여주ㅠㅠ 범인은 어떻게 여주의 집을 알았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독쨔님들이라면 충분히 맞추실것 같아요 ㅎㅎ
이 퀴즈를 맞추시는 독쨔님들에게는 아주아주 큰 제 사랑을.....드리겠습니다!!
못맞추시는 분들에게도 제 사랑을 마구마구 드릴테니 받아주세요♥
그리고 암호닉이 너무 길어져서 위치를 옮기다가 제 부주의로 누락되신분이 있는것 같아요 ㅠㅠ 확인부탁드립니다
❤️소중한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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