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댄서 오세훈 x 현대무용과 김종인 - 세훈, 백현 번외 " 형, 혹시. " " 너 설마. " " 형, 잠깐만 저랑 얘기 좀 해요. " " 그래, 동생. 우리 잠깐 저 쪽 갔다 올게. 김종인, 너 걔랑 여기 있어 봐. " " 경수야, 그 형이랑 잠깐만 기다려 봐. " 어리둥절하게 자신들을 쳐다보는 종인과 경수를 두고 세흔과 백현은 걸음을 재촉해 근처 놀이터의 벤치를 찾았다. " 너 콜라 마실래? " " 아뇨, 저는 괜찮아요. 콜라 못 마셔요. " " 뭐 마실래? 따뜻한 거? " " 안 마셔도 돼요. " " 그래, 그럼. 기다려. " 백현을 먼저 벤치에 앉힌 세훈은 목이 타는 듯 콜라를 사 오겠다며 놀이터 앞의 슈퍼로 향했다. 백현은 초조한 듯 다리를 떨며 세훈을 기다렸다. 급한 건 세훈도 마찬가지였는지 캔콜라를 사들고 나오는 세훈의 걸음이 꽤나 빨랐다. 곧 백현의 옆에 앉아 경쾌한 소리와 함께 캔을 연 세훈이 말문을 열었다. " 좋아하지? " " 경수요? " " 응. " " 그렇게 티가 많이 나나. 처음 본 사람까지 한 번에 눈치 챌 만큼. " " 야, 딱 보면 알지. 내가 게이인생 몇년차인데. 네가 그 경순가 뭔가 걔 쳐다보는 눈빛만 봐도 다 보여, 임마. " " 헐... 형, 저 오늘 처음 본 거 아니에요? 날 뭘 믿고 커밍아웃을 해요? " " 굳이 숨겨야 하나? " " 그런 건 아니지만, 아직 사회가 그렇잖아요. 형이 나한테 말했다가 내가 막 형 게이라고 여기저기 다 퍼뜨리고 다니면 어쩌려고 그래요. " " 너 내 이름도 모르잖아. " "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죠. 퍼뜨리긴 뭘. " " 난 오세훈이야. 퍼뜨려도 상관없어. 주변에도 커밍아웃했으니까. " " 형, 혹시 춤 춰요? 스트릿댄스? " " 응. 나 알아? " " 와, 오늘 운 진짜 좋네. 저는 형 팬이거든요. 경수가 아까 그 까만 형 팬인 것처럼. " " 까만 형 아니고 김종인. 근데 신기하네. 너는 내 팬이었구나. 뭐, 싸인해줘? " " 유치하게 무슨 싸인이에요. 셀카나 한 번 찍어 줘요. " 대뜸 핸드폰을 꺼낸 백현은 세훈에게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갑작스러운 촬영에 놀란 세훈은 그 와중에도 렌즈를 향해 브이를 그리며 씨익 웃어보였다. 사진을 찍은 뒤 바로 떨어져 앉은 백현이 핸드폰을 넣고 세훈을 한 번 보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 형, 형도 아까 그 형 좋아하는 거죠? 그래서 나 보고 웃지 말라고 한 거죠? " " 나도 티 나냐? " " 이건 그냥 찍은 건데. 직감이죠, 뭐. " " 맞아. 내가 걔 좋아해. 나한테는 그런 미소를 보여준 적이 진짜 단 한 번도 없거든, 맨날 욕이나 해 대고. 아까 봤지? 힘도 존나 센 게, 씨발. 퍽퍽 때리기나 하고. 아직도 아파. " " 그런 사람이 뭐가 좋아요? 경수같은 사람이면 몰라. " " 야, 그 쪼끄만 게 뭐가 좋냐. 자고로 남자는 키가 크고 봐야 해. 우리 종인이 봐라. 키 크지, 비율 죽이지. 게다가 생긴 건, 씨발. 존나 섹시하잖아. 내가 그래서 걔한테 코 꿴 거 아니냐. " " 키가 밥 먹여 주나, 경수 노래 존나 잘 해요. 걔는 아마 노래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 거에요. 목소리가 진짜, 장난 아니고 사람을 움직이는 뭔가가 있어요. 되게, 끌려요. " " 오, 경수라는 애 노래 잘 해? 노래 배우는 건가? " " 말을 안 했구나. 저랑 경수 실음과 준비 중이에요. " " 그럼 너도 노래 잘 하겠네. " " 당연한 걸. 저 콜라도 목 관리때문에 안 마시는 거에요. " " 야. 의외다, 너. " 감탄한 듯 말하는 세훈에 백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하고 대답했다. " 어쨌든, 그 까만 형보다는 우리 경수가 낫죠. 키로 밥 벌어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 " 네가 김종인을 모르는구나. 걔 존나 현대무용과 수석이야. 너 내 팬이라고 했지? 그럼 현대무용계의 오세훈이라고 하면 좀 와닿냐? " " 헐, 그 정도에요? " " 그래, 임마. 우리 종인이도 춤으로 밥 벌어먹고 살기 충분하거든? 물론 내가 더 많이 벌어서 먹여살릴 거지만. " " 형, 까만 형이 알아요? " " 내가 좋아하는 거? 그리고 까만 형 아니고 김종인이라고, 이 고딩새끼야. " " 참 나, 고딩새끼는 무슨. 형도 졸업한 지 이제 삼 년 밖에 안 됐잖아요. " " 어쨌든, 임마. 내가 너보다 밥을 먹어도 몇 끼를 더 먹었는데. " " 예, 알겠습니다. 형님, 대답이나 해 주시죠. " "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다. 경수는 알고 있냐? " " 모르는 것 같아요. 경수 상처 받을까봐 말도 못 하겠고. " " 야, 백현아. " " 네? " " 네가 그럴 애 같진 않은데. 그냥 혹시나해서 하는 말이야. 너 경수 마음 찔러보고 그런 짓은 절대 하지 마라. " " 당연하죠. 제가 이래봬도 연애경험 좀 있거든요? 경수 좋아하기 전에는 여자도 몇 번 사귀어 봤고. 그게 제일 쓸데없는 짓이에요, 괜히 사람 마음 떠 보는 거. " " 잘 알면 다행이다. " 세훈은 옆에 두었던 캔을 들어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고 백현에게 말했다. " 넌 어떻게 할 거냐. " " 뭐를요. " " 고백,할 거냐? " " 경수한테요? 미쳤어요? " " 왜? " " 경수가 남자 좋아하는지 여자 좋아하는지 모르잖아요. 어쩌면 포비아일 수도 있는 거고. 섣불리 고백했다가 이도저도 아닌 사이 되기는 싫어요. 차라리 혼자 좋아하고 말지. " " 오, 너 꽤 괜찮은 애다. " " 기본적인 거죠, 뭐. 형은 말할 거에요? " " 그게 어디 쉽나. 걔도 나도 남잔데. " " 하긴 그렇죠. 성별이 문제지. " " 가끔 그런 생각도 해. 종인이나 나 둘 중 한 명이 여자였으면 어땠을까. 조금은, 쉽지 않았을까. " 말을 마친 세훈은 조금 씁쓸하게 웃으며 캔을 들어 남은 콜라를 단숨에 비운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었다. " 가자. 애들 기다리겠다. " 쓰레기통을 찾아 캔을 던져넣은 세훈은 백현과 함께 종인과 경수를 남겨두고 온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석양이 지는 오후 붉게 물들어가는 땅으로 드리워진 둘의 그림자가 조금은, 외로웠다. - 초록담요 ͡° ͜ʖ ͡°✧ 둡둡 심키 코아루 레몬 어나니머스 종종 세종 딸기찹쌀떡 푸틴 보라돌이 암호닉을 이렇게나 많이 신청해 주시다니 이런 보잘것 없는 글에ㅠㅠㅠㅠ 정말정말 사랑해요 진심으로ㅠㅠㅠ 지난 편에 다들 칭찬하고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사랑해요♥ - 3편에 백도들 나왔던 거 기억하시나요? 그 때 둘이 사라졌던 세훈이랑 백현이의 이야기에요! 원래 바로 올릴까 했는데 세훈이의 진실한 감정을 종인이가 확실히 알아버린 지금, 그 미묘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해 주셨으면 해서 이제야 올립니다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항상 사랑해요 독자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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