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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때 일이었다. 나는 새학기를 맞아 새로 받은 교과서를 가방안에 쑤셔넣고 낑낑대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걸음이 흐트러진다거나 중심을 잃을 경우엔 바로 뒤로 나자빠질만큼 가방이 무거웠기에 나는 정신과 가방끈을 단단히 붙잡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신과 가방끈을 너무 단단히 붙잡았던 것 일까, 나는 미처 땅 위에 있던 꽤 커다란 돌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발에 걸려 넘어져버렸다.
“악!!”
이마로 전해져오는 엄청난 고통에 나는 그대로 땅에 대가리를 쳐 박고 주저앉아 육성으로 소리지르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씨발. 이마에 빵꾸뚫린거 아냐 이거? 나는 대가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 한복판에서 대가리를 쳐박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쪽팔려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한번 흘리기 시작한 눈물은 쉴새없이 흘러내렸고 나중에는 꺽꺽 소리까지 내가며 울었다. 엄마 씨발……엄마 아들 도경수 대가리에 빵꾸났어요…. 그렇게 한참을 주저앉아 울고있었는데 갑자기 내 등이 날아갈듯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나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뒤에는 새까만 피부에 쌍커풀이 진한 남자애가 내 등에 매어져 있던 거대한 가방(책을 다 쑤셔넣어서 존나 뚱뚱했다)을 들고있었다. 저게 한손으로 들린단 말이야……? 나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멀뚱멀뚱 새까만 남자애를 쳐다보았다. 남자애는 내 표정을 보고선 미간을 찌푸리더니 거대한 내 가방을 길바닥에 철푸덕 하고 아무렇게나 던졌다. 그리고선 내 이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 이마 빵꾸뚫렸다.”
알아. 안다고 이 새끼야……. 친절히 내 이마에 빵꾸가 뚤렸다는걸(사실 빵구라고 하기엔 과장된 표현이고 살짝 찢어진 정도였다) 알려주는 저 시꺼먼 새끼의 면상에 신발 밑창 자국을 남겨주고 싶었다. 나는 애써 괜찮은척 씩씩한척 떨어가며 눈 밑에 얼룩진 눈물자국을 소매로 슥슥 문질러 닦아내고는 무릎을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바닥에 내팽겨쳐진 나의 존나 뚱뚱한 가방을 낑낑거리며 들고선 뒤를 돌아 새까만 남자애를 바라보며 말했다.
“갈길 가라. 난 괜찮다.”
지금 생각하면 존나 오글거리는 말 이었다. 난 괜찮다라니, 이 무슨 씹호구 같은 대사란 말인가. 나는 존나 쿨한척 몸을 돌려 씩씩한 걸음으로 집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그 새까만 놈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모른척 발걸음을 빨리했다. 다신 만날일이 없겠지. 나는 내 쪽팔린 현장을 목격한 사람과는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난 존나 싴한 쿨남 도경수라고. 내 인생에 쪽팔림 따윈 있을 수 없단 말이다! 그렇게 다시는 그 새까만 놈을 마주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크게 뒷통수를 맞았다.
***
“야 도경수! 김종인이 오셨다.”
“씨팔……”
책상위에 엎어져 꿀맛같은 단잠을 취하고 있던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변백현은 또 시작이겠다며 내 옆에서 깐죽댔다. 아, 조만간 저 새끼부터 족쳐놔야 겠다. 희여멀건 얼굴을 하고선 깐족대는 모습이 여간 거슬리는게 아니였다. 나는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 눈 앞에는 새까맣고 잘생긴, 김종인 놈이 서 있었다.
“와,왔냐…임마….”
나는 애써 입꼬리를 올려가며 내 나름대로의 가장 반가운 인사를 김종인에게 건네며 손을 들어보였다. 김종인은 기분나쁘게 씩 웃더니 내 앞자리의 의자를 돌려 내 앞에 마주보고 앉았다. 제발 꺼져줘…….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며 두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자신의 눈 앞에서 눈까지 감고 집중하는 내가 웃긴지 김종인은 또 한번 기분나쁜 웃음을 지어보였다. 눈 감았는데 김종인 웃는건 어떻게 봤냐고? 당연히 실눈떴지.
“오늘 학교 끝나고 뭐해?”
“뭐하긴…학원가지.”
“지랄하고있네. 너 학원 안다니는거 다 알거든요. 구라를 쳐도 지같은것만 치고 앉았네.”
아니 시발, 나같은 구라가 대체 뭔데……? 속으로 김종인을 향한 욕을 곱씹으며 애꿎은 손가락만 만지작 거렸다. 안절부절 못하는 내 모습을 여유로운 표정으로 쳐다보던 김종인은 이젠 아예 턱까지 괴고선 내 다음 변명을 느긋하게 기다리고있었다. 나는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굴려가며 어떻게하면 이 귀찮은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마에 빵구난 사건 현장을 목격한 김종인과는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만나게 되었다. 그 뒤로 김종인은 줄곧 나를 귀찮게 해왔다. 화장실 갈때나 매점 갈때 등 쓸데없이 나를 불러제껴 옆에 끼고다녔다. 물론 순순히 따라다니지는 않았다. 몇번 반항을 했다가 딱 한번 그녀석에게 욕을 잔뜩 쳐먹은 뒤로는 왠만해선 개기지 않았다. 내가 어쩌다 이런놈이랑…. 딱히 변명거리가 떠오르지 않아 반쯤 포기한 상태로 멍하니 앉아있을 때 였다, 갑자기 뒷문이 부서질듯이 거세게 열렸다. 그리고선 왠 멀대같이 커다란 놈이 성큼성큼 우리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와 저새끼…이빨 존나많다.
“도경수가 누구냐?”
누구긴 누구야. 나……어? 날 왜 찾는뎁쇼? 멀대같이 큰 놈은 두리번 거리며 나를 찾고있었다. 나는 선뜻 ‘니가 찾는 애가 나다’ 라고는 말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눈치없는 천하의 씹년 변백현이 그 이빨많은 놈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얘가 도경수야!”
나는 언젠가 저 새끼의 목에 밤새 갈아 날이 잘 선 칼을 꽂아넣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변백현은 상황파악도 못하고선 여전히 싱글벙글 웃는낯으로 말했다.
“도경수는 왜 찾음? 이 좆만한 놈을.”
아 진짜 입만 살은 새끼가……. 나는 욱했다. 좆만한 나보다 겨우 몇센티 더 크면서 나를 좆만하다고 칭하는 병신같은 변백현이 한심했다. 나는 애써 화를 꾹꾹 눌러 담고 주먹을 꽉 쥔 채로 세번이면 살인을 면한다는 참을 인 한자를 가슴속에 무한대로 새기고 있었다. 그렇게 눈을 감고 참을인을 한 50번정도 새겼을까, 갑자기 내 어깨를 탁 하고 잡아오는 손길에 나는 눈을 번쩍 뜨고 순간적으로 몸을 바짝 굳혔다. 고개를 천천히 돌려 내 어깨를 잡은 손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이빨많은…새끼였다.
“너가 도경수냐?”
“어?어….”
이빨많은 새끼의 기에 눌려 나도 모르게 얼빵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아씨 도경수 체면 다 구기네…. 나는 애꿎은 허벅지를 벅벅 긁어대며 이빨많은 새끼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빨많은 새끼는 팔짱을 끼고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흠.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앞에 쭈구려 앉아 나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앞으로 자주보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고선 이빨많은 새끼는 왔을 때 처럼 문을 부술듯이 열어제끼곤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방금 뭐다? 나는 멘붕을 넘어서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 생천 처음보는 이빨 많은 자식이 한대 칠 기세로 나를 찾더니만 대뜸 앞으로 자주 보잔다. 그냥 이 세상엔 이런 저런 새끼들이 있는가 보다. 하고 넘기기엔 이 상황이 너무 어이없잖아!!
“야. 도경수.”
이빨많은 새끼의 갑작스런 침범으로 인해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멍하니 굳어있던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젠장. 잊고있었다 이 시커먼 놈을.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돌려 김종인을 쳐다봤다. 김종인은 턱을 괸 채로 나를 무심하게 쳐다보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사탕을 꺼내 내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오늘 학교 마치고 남아. 토끼면 죽는다.”
그러고선 교복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곤 발로 뒷문을 열어제끼고 교실을 나가버렸다. 왜 굳이 손으로 가볍게 교실문을 여는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을 두고 발로 문을 열거나 부술듯이 열고 나가는거지? 이 것까지 생각에 미치자 내 머리는 터질것만 같았다. 나는 책상에 엎어져 옆에서 낄낄대는 변백현의 헛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했다. 방금 전 벌어졌던 모든 일들이 다 꿈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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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찬ㅇㅇ그러하다!
신알신 해주신분들 정말 감사해여 곶손단편떡글에도 좋다고 해주신분들도 다다다ㅏㅏㅏ 감사함다
갠홈에서도 연재하고있는 글이에요! 어..손이 굼떠서 자주는 못올것같슴다..(눈물)
암호닉은..먹는건가여? 해주시는 분들 사랑합니다S2
암호닉 |
우주인 (첫 암호닉S2...) |